오펠 매각, 수출부진, 내수시장 경쟁 등 녹록치 않은 환경

▲ 지난해 한국GM의 수출물량은 전년보다 10%가량 감소했고, 올해 1~2월 합계 수출물량도 전년대비 5.2% 감소했다. 지난해 내수시장에서 최대 판매고를 올렸지만 수출물량이 감소하다 보니 적자행진이 이어지는 구조다.   [사진 / 시사포커스 DB]
[시사포커스 / 김용철 기자] 한국GM이 2월 내수 부진, 프랑스 PSA그룹이 GM의 자회사 오펠 인수, ‘채용비리장사’, 희망퇴직, ‘올 뉴 크루즈’ 품질 논란 등 대외 환경 악화와 각종 논란 등이 겹치면서 경영에 먹구름이 드리우고 있다.

8일 업계에 따르면 한국GM은 3년 연속 적자를 기록하며 GM의 구조조정 대상에 이름을 올리는 것 아니냐는 우려감이 커지고 있다. 메리 바라 GM 회장이 6일 기자회견에서 오펠 매각 이후 추가적인 매각에 나설 수 있다는 뜻을 밝히면서 적자 조직에 대한 매각이 가시화 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을 낳고 있다.

◆수출물량 감소…국내공장 위축 고용불안 연쇄 작용
GM이 프랑스 PSA그룹에 GM의 자회사 오펠을 매각하면서 유럽에서 생산기지를 완전 철수한다. 가뜩이나 유럽수출이 신통치 않은 한국GM은 이번 GM의 결정으로 유럽 수출이 더 힘들어지게 됐다.

GM이 2013년 쉐보레 브랜드를 유럽에서 철수하면서 유럽 수출에 큰 타격을 입은 한국GM은 적자 늪에서 헤어 나오기가 쉽지 않는 상황으로 흘러가고 있다. 2013년 9262억원의 영업이익을 낸 이후 2014년부터 3년 연속 적자행진이다. 때문에 이번 GM의 오펠 매각은 한국GM에 시사한 바가 크다.

오펠은 유럽시장 내에서 1999년 이후 80억 달러의 적자에 빠져있는 상태에서 GM이 매각 카드를 꺼내들고 PSA그룹에 오펠을 매각했다. 한국GM 역시 지속적인 적자를 이어가면 GM이 매각 카드를 꺼내들 수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상황은 좋지 않다. 한국GM의 수출물량은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 GM이 유럽시장에 발을 빼면서 한국GM 수출물량이 크게 줄어든 게 주요인이다.

지난해 수출물량은 전년보다 10%가량 감소했고, 올해 1~2월 합계 수출물량도 전년대비 5.2% 감소했다. 지난해 내수시장에서 최대 판매고를 올렸지만 수출물량이 감소하다 보니 적자행진이 이어지는 구조다. 올해도 수출물량이 회복되지 않으면 적자는 지속될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최악의 경우 내수 및 일반수출 물량만 한국GM에서 생산할 가능성이 커지면 부평1,2 공장(7만대), 군산공장(3만대), 창원공장(5만대)로 연간 최대 15만대 수준으로 전락할 위기에 놓이게 된다.
▲ 한국GM 한 노조 직원은 게시판에 “사무직에 대한 희망퇴직이 곧 현장까지 확대되면 정년퇴직을 앞두고 있는 1,000명 이상의 잠재적인 희망퇴직자들이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한국지엠노동조합

더 큰 문제는 유럽수출 물량이 줄어들면서 국내 생산 공장 위축으로 고용불안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점에서 적잖은 우려를 낳고 있다.

실제 한국GM은 3년 연속 적자행진을 이어가자 2013년부터 올해까지 4년 연속 구조조정에 나서고 있다. 2009년 이후 5번째로 구조조정은 적자로 인한 경영악화가 주요인이다. 한국GM은 최근 사무직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실시한다고 노동조합에 통보한 상태다. 생산직 대상은 포함 대상이 아닌 상황에서 2011년 이전 입사자 중 사무직 대리~상무급을 대상으로 희망퇴직 신청자를 받고 있다.

한국GM 한 노조 직원은 게시판에 “수출선 확보를 위해 유럽판매법인의 확보와 북미시장 수풀확보를 위한 전방위적 활동들을 해 나가야 한국지엠의 암담한 현실을 이겨낼 수 있을 것이다”며 “사무직에 대한 희망퇴직이 곧 현장까지 확대되면 정년퇴직을 앞두고 있는 1,000명 이상의 잠재적인 희망퇴직자들이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신차 출시로 돌파…경쟁 치열 장담 못해
한편, 수출물량이 줄어드는 것을 내수시장에서 만회해야 하지만 시장 상황이 녹록치 않다. 한국GM의 1~2월 내수 판매량은 전년 동기대비 10.5% 상승했지만 지난달(2월) 국내 완성차 업체 중 유일하게 내수시장에서 부진을 겪었다.
▲ 제임스 김(James Kim) 한국지엠(사진) 사장은 “올 뉴 크루즈는 차체 크기, 성능, 안전성 등 경쟁 모델을 압도하는 상품성과 더불어 고객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반영한 과감한 가격 인하 조치를 통해 준중형차 시장에 충격을 줄 것이다"고 말했다. ⓒ한국GM

2월 내수 판매량은 전년대비 1.7% 감소했고, 전월(1월)대비 3.6% 감소했다. 올 뉴 스파크 품질 논란으로 생산 중단을 겪으면서 2월 예약 고객 출고가 3월로 늦춰진 게 내수 판매 부진을 겪었다는 분석이다. 때문에 내수시장의 간판 공격수인 올 뉴 크루즈를 3월 고객 인도를 시작으로 파격적인 가격 할인정책을 내세워 내수 부진을 만회한다는 계획이다.

제임스 김(James Kim) 한국지엠 사장은 “올 뉴 크루즈는 차체 크기, 성능, 안전성 등 경쟁 모델을 압도하는 상품성과 더불어 고객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반영한 과감한 가격 인하 조치를 통해 준중형차 시장에 충격을 줄 것”이라며, “전례 없는 공격적 가격 설정으로 보다 많은 고객이 크루즈의 진가를 경험하길 바란다”고 밝혔다.

이번 가격 할인 정책은 2월 내수 부진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3월은 자동차 업계 성수기 시즌으로 국내 완성차 업계 뿐 아니라 수입차 업계까지 가격 할인 정책을 내세워 고객 모시기에 나서면서 가열 경쟁 조짐을 보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3월 들어 신차 출시와 각종 프로모션 혜택으로 자동차 업체들이 고객 잡기에 나선 상황에서 한국GM이 품질 논란을 딛고 올 뉴 크루즈로 다시 한 번 지난해와 같이 돌풍을 일으킬지 3월 판매량을 지켜봐야 할 것이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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