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세점 사업권, 정부 사드에 역풍맞은 롯데…SK에겐 ‘꽃놀이패’

▲ 롯데가 정부에 사드부지를 제공했다는 이유로 중국 관광객들의 발길이 끊어져 매출이 급락할 것으로 보인다. 사진 / 김용철 기자
[시사포커스 / 강기성 기자] 롯데가 국방부에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부지를 제공한 뒤 중국 내 롯데 계열사 200여개 전체 사업장과 공장 등에 세무조사와 소방‧안전‧위생 점검을 실시했고, 롯데타운 공사 중단, 롯데 슈퍼는 문을 닫는 등 후폭풍이 거세다.
 
롯데 공항면세점과 시내면세점 등을 합쳐 사업매출은 약 6조원. 이중 중국인이 70%(4조2000억원)을 차지하고 이 중 단체 단위고객이 방문하지 않으면 롯데 매출 2조원이 없어진다.
 
반면 SK네트웍스는 2015년 11월 면세점 사업권을 잃었고, 2016년 5월 문을 닫았다. 워커힐면세점을 운영한지 24년 만이다.
 
SK는 면세점 사업권 탈환을 위해 지난 2016년 10월 6000억원을 들여 워커힐면세점을 세계적인 관광명소로 만들겠다며 신규 사업권을 위한 사업계획서를 관세청에 제출했다.
 
SK는 중국인을 타깃으로 ‘싱가폴 마리나베이샌즈를 능가하는 세계적인 관광명소’를 지어 세계 각국 관광객이 이용하도록 면세점을 1만 8180㎡(약 5500평) 이상의 규모로 증축하며 중국관광객이 선호하는 시계와 보석같은 부티크 매장도 강화하기로 했다.
 
작년 12월 17일, 결국 SK는 면세점 사업권을 놓쳤고, 롯데는 신세계, 현대백화점과 제각각 사업권을 가져갔다.
 
◆ 면세점 '판' 엎은, 박근혜 정부의 사드배치
 
꾸준히 강행해 온 박근혜 정부의 사드배치는 작년과 올해 SK와 롯데 두 회사의 분위기를 완전히 뒤바꿔놨다. 롯데는 정부에 사드 부지를 제공하다 정작 주고객인 중국에 보란 듯 역풍을 맞았다. 검찰에는 면세점 특허권 대가성 의혹까지 불거진 상황이다.
 
SK 입장에서 애초 면세점 사업권은 '꽃놀이패'였다. 입찰 신청 시 정부의 중국과의 외교 문제로 면세점 매출이 휘청일거라는 계산은 없었겠지만, SK에겐 면세점이란 미래 먹거리로 투자할 용의가 있고, 안된다 해도 타격을 받을 정도의 사업은 아니었다.
 
워커힐면세점은 2015년 2874억원의 매출을 기록했고, SK네트웍스의 전체 매출의 1.4%정도였다. 이는 2016년 롯데 6개 면세점 중 가장 적은 규모인 부산점보다도 낮은 매출액이다. 롯데면세점의 매출은 본점 호텔롯데만 3조1606억원에 달한다.
 
최태원 SK 회장 역시 지난해 12월 최순실 국정농단 청문회에서 80억원을 요구받던 박근혜 대통령과의 독대자리에서 면세점 인허가 대가가 있었느냐는 질문에 “면세점과 별 상관이 없다며 너무 적은 사업”이라고 답한 바 있다.
 
▲ 24년만에 면세점사업을 포기한 SK네트웍스는 올해 초 패션사업과 LPG충전소 사업을 정리하며, 주력인 렌탈사업에 집중할 계획이다. 사진은 최신원 SK네트웍스 회장 /시사포커스 DB

7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SK네트웍스는 워커힐면세점 사업을 정리하기로 했다. SK네트웍스 측은 “오는 6월 또 하나의 코엑스 점 사업권 입찰에도 참여하지 않을 예정”이라고 전했다.
 
재계에서는 SK네트웍스가 면세점 사업권을 획득하지 못한 것이 SK 최태원 회장의 ‘선택과 집중’에 따른 계열사 사업 재편에 오히려 잘 된 결과라고 평가하고 있다.
 
박종렬 HMC투자증권 연구원은 올 초 보고서에서 “SK네트웍스가 면세점 사업자에서 최종 탈락한 것이 아쉽긴 하지만 선택과 집중의 계기로 승화될 수 있을 것”이라며 “사업역량을 렌탈사업에 집중해 수익구조 고도화 단계에 진입할 것”이라고 파악했다.
 
SK네트웍스의 2016년 3분기 매출 비중은 정보통신(18.3%), 주유소(43.3%), 렌터카(4.0%), 상사(30.3%), 패션(2.3%), SK매직(2.5%), 호텔(1.0%), 기타(0.1%)이다.
 
◆ 면세점 넘어, 패션‧LPG사업 팔고 자금모은 SK네트웍스
 
아울러 최근 SK네트웍스는 “지난해 패션사업에 이어 3월 LPG충전소 사업을 매각한다”고 공시했다.SK네트웍스는 지난 3월 2일 LPG 사업 및 LPG충전소를 SK가스 및 파인스트리트 자산운용에 3102억에 매각했다.
 
SK네트웍스의 LPG 충전소 사업은 2016말 기준으로 매출은 2000억원, 전체 약 1.1%에 해당하며, 영업이익은 140억원으로 5.0%를 차지한다. SK는 오는 3월 31일에 계열사인 SK가스에 충전소를 넘긴다.
 
앞서 지난 2월 28일 SK네트웍스는 패션부분 전체를 현대백화점 그룹 한섬에게 3000억원에 팔아치웠다. 이에 따라 SK네트웍스는 계획대로 패션사업과 LPG 사업 매각하며 총 1.3조원의 M&A 현금 실탄을 확보했다.
 
증권업계는 SK네트웍스가 이 자금으로 작년 10월 AJ렌터카 인수를 계획하고 있다고 전망하고 있다. 규모의 경제가 가능해지면서 운영대수 증가로 렌터카 사업에서 입지를 굳힌다는 계획이다.
 
업계관계자는 “SK가 면세사업권을 땄었다면, LPG사업까지 매각하지는 않았을 것”이라며 “SK네트웍스가 그렸던 그림이 달라졌을 수도 있다”고 평가했다.
 
이재광 미래에셋대우 연구원은 “SK네트웍스가 안정된 캐시카우였던 LPG 사업을 매각한 것은 예상을 벗어난 이벤트였다”며 “SK매직 인수 이후 사업재편이 끝난 게 아니며 재무건전성 강화가 아닌 향후 발생할 수 있는 렌터카 사업 M&A를 위한 자금 마련의 성격이 큰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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