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 지사측 “원칙적으로 아닌데 연정하겠다는 확언으로 왜곡전달 돼”

▲ 안희정 충남지사가 “개혁에 동의한다면 자유한국당과도 함께 내각을 공유할 수 있다”는 발언으로 또 다시 우클릭 논란에 휩싸이고 있다. 안 지사는 자유한국당에 대해 “말씀 드린 대로 우리 당이 가진 개혁 과제에 동의한다면 원내교섭단체 누구라도 협상을 시작할 수 있다”고 말했다. 사진 /고경수 기자
[시사포커스 / 오종호 기자] 안희정 충남지사가 “개혁에 동의한다면 자유한국당과도 함께 내각을 공유할 수 있다”는 발언으로 또 다시 우클릭 논란에 휩싸이고 있다. 이번에는 이재명 성남시장의 반박은 물론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도 “적폐세력과는 함께할 수 없다”며 비판하는 등 민주당 내부 대선주자 간의 신경전 양상마저 보이고 있다.
 
안희정 지사는 2일 오전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한국신문방송편집협회 초청 토론회’에 참석해 ‘대연정 성공을 위한 구체적인 협치 틀’이 있냐는 질문에 “민주당 후보가 되면 즉시 당에 연정 추진을 위한 정당 협의 추진 모임을 만들자고 제안할 것”이라며 “"대통령 선거 결과가 나오면 이 협의체를 통해 어떠한 범주까지 연합정부를 꾸리는 세력을 모을 지 구체적인 전략을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안희정 “자유당과 대연정, 내각공유 가능” “이승만 박정희도 자랑스러운 역사”
안 지사는 ‘연정에 참여하는 정당에 장관 자리를 줄 수 있냐’는 질문에는 “구체적인 정책 협약과정에서 연합정부를 구성한다면 당연히 내각 구성을 공유해야 되지 않겠냐”"며 자유한국당에 대해서도 “말씀 드린 대로 우리 당이 가진 개혁 과제에 동의한다면 원내교섭단체 누구라도 협상을 시작할 수 있다”고 대답했다. 그는 ‘자유한국당과 가치를 공유할 수 있냐’는 질문이 이어지자 “그걸 가능하게 만들어야 의회정치가 작동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 자리에서 탄핵결정 승복에 대해서도 “헌법재판소 판결 이후 인용·기각 시 각각 슬픔·분노를 우리 정치인이 위로하고 공감해드려야 한다”면서 “공감을 위한 노력, 정치인의 행동은 헌법질서 존중이라는 마지막 결론을 넘지 말아야 한다. 저는 그것을 여야 모두 정치인에 제안한다. 그 질서를 뛰어넘는 발언을 해선 안 된다”고 제안해 종전의 ‘탄핵기각 불승복’ 입장을 바꿨다.
 
안 지사는 1일 오전 충남 천안 독립기념관에서 열린 3·1절 기념 행사에서는 “지난 100년, 부끄러운 역사도 있었지만 우리는 마침내 세계 10위권의 경제 대국, 그리고 민주주의 국가를 건설했다. 그 자체로 자랑스러운 역사”라며 “그 역사 속에 김구도, 이승만도, 박정희도, 김대중도, 노무현도 있다. 그들 모두가 대한민국”이라고 규정했다.
 
그는 이어 “지난 100년의 역사를 국민의 관점에서 자긍심을 가지고 받아들이는 것이 대통합이고, 앞으로 100년을 국민이 함께 설계하는 것이 ‘시대교체’”라며 “오직 국민만이 만들 수 있는 위대한 새 역사”라고 강조했다.
 
통합과 연정 등을 강조하면서 ‘자유당과의 연정’ ‘이승만 박정희도 자랑스러운 역사’라는 식의 단정적이고, 우편향적인 발언이 나오게 된 것인데, 이번에는 민주당 내의 반발이 컸다.
 
 
◆문재인 “자유당은 청산대상인 적폐세력” 이재명 “정치가 아니라 잡탕”
문재인 전 대표는 2일 오후 서울 구로구 G밸리컨벤션센터에서 열린 ‘ICT(정보통신기술) 현장 리더들과 간담회’ 후 기자들에게 “탄핵에 반대하고 특검 연장을 반대하는 세력과 지금 이 단계에서 손잡겠다고 어떻게 말할 수 있겠나”라며 “지금 적폐청산이 국민이 절대적으로 요구하는 지상과제인데 적폐세력과 손을 잡는다면 어떻게 적폐를 제대로 청산할 수 있겠냐”고 안 지사의 발언을 정면 비판했다.
 
문 전 대표는 또 “우리가 통합과 분열 극복을 위해 많은 노력을 해야겠지만 그것은 탄핵이 끝나고 적폐를 제대로 청산한 토대 위에서 노력할 문제라고 생각한다”고 대연정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도 드러냈다.
 
▲ 문재인 전 대표는 “지금 적폐청산이 국민이 절대적으로 요구하는 지상과제인데 적폐세력과 손을 잡는다면 어떻게 적폐를 제대로 청산할 수 있겠냐”고 안 지사의 발언을 정면 비판했다. 사진 /고경수 기자
이재명 성남시장은 3일 오전 오마이TV 팟캐스트 ‘장윤선의 팟짱’과 인터뷰에서 “청산돼야 할 대상과 함께 적폐를 청산한다는 것 자체가 논리모순”며 “그들이 세력에 눌려서 잠깐 적폐청산을 약속할 순 있을 것인데, 그렇게 갈 수 있겠느냐”고 비판했다. 그는 “지금 민주당이 혼자 싸워 이길 수 있다고도 보는 사람들이 있지만, 이길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선 ‘여권연대’가 아닌 ‘야권연대’를 해야 한다”며 “그런데 여권까지 포함해 연합정권을 만들자는 것은 정치를 포기하자는 것과 다름없다”고 지적했다.
 
이 시장은 또 “정치라는 게 국민들 뜻을 대리로 집행하는 것인데 민주당 세력을 부인하는 세력까지 손을 잡아버리면, 정치가 아니라 ‘잡탕(정치)’”라며 “정치적인 상대와 협상과 타협을 통해 조정해 나가는 게 정치의 기본인데, 그게 어렵다고 아예 권력을 나눠버리자는 것은 청산 거부를 지원하는 꼴 밖에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대통합에 대해서도 “계속 ‘저 세력도 통합해야할 세력이니 손을 잡고 함께 가자’고 하거나 퇴로를 열어주자, 불쌍하지 않느냐, 대통령을 했던 사람을 어떻게 감옥으로 보내느냐고 하는 것은 자기 이익을 위한 이야기”이라며 “내가 나중에 사고를 쳐도 용서받고 싶다는 내면을 드러난 게 아니냐”라는 분석까지 내놨다.
 
민주당 내에서도 안 지사의 우클릭에 대해 우려와 비판이 나오고 있다. 당 관계자들은 “경선은 어떡하려고 저러느냐” “말 바꾸기 때문에 불안하다” “대선 전에 경선이 있다는 걸 모르고 행동하는 것 같다” 등의 얘기가 나오고 있다.
 
역사학자 전우용 전 교수는 2일과 3일 SNS를 통해 “쌀에 보리를 섞든 콩을 섞든 팥을 섞든 수수를 섞든, 아예 모두를 다 섞든, 함께 넣고 끓이면 다 '밥'이 된다. 이런 게 ‘통합”이라면서 “하지만 쌀에 똥을 섞어 끓이면 아까운 쌀까지 버려야 한다. 이건 '오염'이라고 규정했다. 그는 이어서 “저들의 광기를 멈추는 길은 ‘연정’ 등을 통해 저들의 정치적 활로를 열어주는 게 아니라, 저들의 광기를 조장하는 자들이 다시는 재기할 수 없도록 만드는 것”이라며 “이게 '역사의 과오'를 되풀이하지 않을 유일한 길”이라고 강조했다.
 
 
◆안지사측 “자유당과 연정하겠다는 확언으로 왜곡전달 돼”
아희정 지사 측에서는 진화에 나섰는데, 의미전달에 와전된 부분이 있다며 진심을 설명했다. 하지만 문제는 그렇게 자꾸 의미전달이 안되고 있다는 것이다.
 
안희정 캠프의 홍보본부장 김종민 의원은 2일 오후 tbs ‘색다른 시선, 김종배입니다’ 인터뷰에서 대연정에 대해 “원칙적으로 안희정 지사의 입장은 자유한국당과 연정을 하겠다는 입장이 아니고, 현재 의석 수를 가지고 있는 5당과 협의를 해서 어떤 개혁 연정을 할 것이냐를 정하는 것”이라며 “기본적으로 우리 목표는 개혁 연정이다. 혁신연정을 해야 하는데 개혁과 혁신 연정을 할 때 어떤 세력과 할까에 대해서 우리 5당이 국회 내에서 협의를 해야 된다는 말”이라고 설명했다.
 
▲ 이재명 시장은 “정치라는 게 국민들 뜻을 대리로 집행하는 것인데 민주당 세력을 부인하는 세력까지 손을 잡아버리면, 정치가 아니라 ‘잡탕(정치)’”라며 “정치적인 상대와 협상과 타협을 통해 조정해 나가는 게 정치의 기본인데, 그게 어렵다고 아예 권력을 나눠버리자는 것은 청산 거부를 지원하는 꼴 밖에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사진 /고경수 기자
김 의원은 “그 협의 과정에 자유한국당을 포함하는 것을 받아들이겠다 또는 자유한국당과 대화를 해야 한다는 얘기인데 궁극적으로 자유한국당과 연정을 할거냐, 말거냐는 합의 과정에서 우리 야당 지도부의 판단, 야당 의원들의 종합적인 판단이 아마 있을 것”이라고 안 지사를 단정적으로 바라보는 것에 대해 경계했다.
 
김 의원은 “안희정 지사가 자유한국당과 나는 연정을 하겠다, 이렇게 얘기를 한 게 아니다. 대부분이 ‘자, 연정을 하겠습니다’ 얘길 하면 ‘그 연정대상에 자유한국당도 포함이 됩니까?’ 이렇게 질문을 한다”면서 “안희정 지사 입장에서는 국회 내 협의를 존중하겠다고 하는 의지인데, 국회 내에 100석이나 되는 당을 배제하겠다 이렇게 얘기하는 것도 사리에 맞지 않는다. 그런 점에서 자유한국당이 연정 협상 대상에 포함되는 것을 인정하겠다, 이런 얘긴데 마치 왜곡돼서 자유한국당과 손잡고 연정을 하겠다고 하는 확언으로 자꾸 이게 전달되고 있다”며 아쉬움을 나타냈다.
 
김 의원은 또 “이승만, 박정희가 자랑스러운 역사였다 그렇게 얘기한 것은 아니다”라며 “우리 역사에 자랑스럽기도 하고 부끄러운 일도 또는 나쁜 점도 있었다. 그렇지만 종합적으로 대한민국은 여기까지 오게 됐고 민주주의와 경제 성장을 이루었으니 대한민국은 자랑할 만한 나라”라는 뜻이라고 해명했다.
 
안 지사의 ‘우클릭’이라는 지적에 대해서는 “안 지사가 대한민국 정치가 정말 국민통합으로 나갈 수 있는 길이 이것이라고 나름대로 소신을 가지고 말씀을 드리는 건데, 이게 보수적인 분들의 지지를 많이 받는다는 것 때문에 우클릭이라고 보는 것”이라며 “표를 의식해서 우클릭 한 게 아니라 정말 협력을 해서 우리 개혁의 가치를 현실로 만들어 내기 위한 고뇌의 산물”이라고 설명했다.
 
안희정 지사는 지난달 27일 페이스북에 “경선에 임하는 저의 정치적 언사에 대해 중도 우클릭이라거나, 선거 전략이라고 생각하시는 분이 있다면 오해를 풀어주시기 바란다”며 “진보 진영의 모든 정치 세력들은 지난 민주정부 10년 경험을 토대로 어떠한 차기 정부를 구성할 것인지 토론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이것 하나 만큼은 꼭 여러분들이 잊지 않고 계실 것”이라며 “저 그대로 여기 있습니다”라고 덧붙였다.
 
파워 블로거인 ‘늙은도령’은 자신의 블로그에 “공익과 복지의 최대화에 방점이 찍힌 행정가로서의 경험이 '대연정과 선의'의 발언까지 이어진 것이 분명하다”며 “정치보다는 행정에 방점이 찍히면, 과정보다는 결과를 중시하는 공리주의적 사고에 빠지는 경향이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충남도정의 성공적 경험이 진보와 보수를 아우르는 경험적 이상주의자 또는 공리주의적 이상주의자가 되게했다”며 “성공의 경험들은 확신을 강화하고, 그것은 아무리 민주주의를 강조한다 해도 엘리트주의적이고 보수적인 면모를 보이기 마련”이라고 안 지사를 진단했다.
 
‘선의발언’ 이후 이번의 ‘자유당과 연정’발언은 문재인 전 대표와 이재명 시장으로부터도 비판받고 있어 당 내부의 우려를 사고 있다. ‘우클릭’도 득표전략도 아니라고 항변하지만, 어느새 안 지사 자체가 보수화, 우경화되어 있는 듯하다. 아버지가 박정희 대통령에 대한 호감으로 지어주신 이름의 뜻대로 ‘정희’가 되어가는 ‘희정’이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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