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교안 출마 여부 불분명해 변수…홍준표, 3심 판결 남아

▲ 자유한국당 대선후보로 거론되고 있는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과 홍준표 경남도지사의 출마 여부에 대한 관심이 최근 한층 높아지고 있다. 사진 / 시사포커스DB
[시사포커스 / 김민규 기자] 자유한국당의 대선 구상이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과 홍준표 경남지사 두 후보에게로 수렴되어 가는 분위기다.
 
자유한국당에선 김관용, 김문수, 안상수, 원유철, 이인제 등 다른 정당에 비해 무수히 많은 후보를 내놓고는 있지만 하나같이 지지율이 극히 미미한 수준이어서 사실상 경선 흥행을 위해서라도 일단 황 대행이나 홍 지사에게 기대를 걸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다만 여권 후보 중 가장 지지율이 높은 황 대행이 실제로 출마를 할 것인지 여부가 여전히 불분명하다는 점과 홍 지사 역시 2심에서 무죄가 나왔다고는 하나 아직 최종심인 대법원 판결이 남아 있다는 점이 변수로 남아 있어 이들 두 명에 대해서도 마냥 낙관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 황교안, 왜 대선출마 ‘저울질’만?
 

우선 보수 성향 대선 후보 중 가장 많은 이목을 끌고 있는 이는 황 대행이다. 비록 선두주자인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와의 격차가 상당해 빛이 바래는 면이 없지 않으나 지난 2일 발표한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의 3월 1주차 주간 집계에선 근소한 차이로 안희정 충남지사를 제치고 오랜만에 2위로 올라섰을 정도로 여전히 무시 못 할 저력을 드러내고 있다.
 
이는 지난달 말 특검 연장을 거부하면서 이에 호응한 보수층 유권자가 집결한 데 따른 효과로 비쳐지고 있는데, 2월 말 특검 연장 거부에 이어 지난 1일 3·1절 기념사에선 대북 강경 발언을 내놓으며 ‘안보 이미지’를 구축하고 2일 국가조찬기도회에선 ‘사람이 자신의 길을 계획해도 걸음을 인도하는 자는 여호와’라는 성경 내용까지 일부 인용하며 종교적 소명을 내세워 이런 흐름에 따르면 결국 황 대행이 대선 출마 수순을 밟고 있는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실제로 황 대행의 이 같은 행보와 맞물려 지난 1일엔 회원 1만 8천여명 규모의 황대만(황교안 통일대통령 만들기)이란 팬클럽이 처음 오프라인 모임을 갖고 황 대행 지지 활동을 본격화하는 등 심상찮은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데다 박근혜 대통령의 운명을 결정할 헌재의 탄핵 심판 선고가 목전으로 다가왔다는 부분도 ‘황 대행 출마설’에 힘을 싣고 있다.
 
이에 따라 황 대행이 출마할 경우 입당 가능성이 가장 유력한 자유한국당에선 조기 대선을 의식해서인지 당장 분명한 입장을 표명하라고 촉구하고 있는데, 정우택 한국당 원내대표는 지난 2일 MBC라디오 ‘신동호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황 대행도 얼마든지 대선에 출마할 수 있다”며 “출마를 결정한다면 본인이 탄핵 결정 전 출마하는 것이 정치적으로 임팩트가 있다”고 출마를 종용했다.
 
이에 그치지 않고 정 원내대표는 “(황 대행 출마) 결정 여부는 높은 지지율이 계속될 것이냐, 국민들의 대선 출마 요구 강도가 어느 정도 계속 유지가 될 것이냐, (뿐 아니라) 가장 중요한 건 본인의 대권에 대한 의지”라면서도 “(출마할 경우) 흥행 가능성에 대해 대단히 높게 보고 있다”고 강조했다.
 
▲ 정우택 원내대표는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이 탄핵심판 선고 전 출마 여부를 밝혀야 한다고 촉구했다. 사진 / 시사포커스DB

한 발 더 나아가 정 원내대표는 같은 날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비대위 직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도 자신의 ‘황 대행의 탄핵 전 출마’ 주장에 대해 “당론이 아니다. 개인생각”이라면서도 “만약 탄핵이 인용될 경우 우리나라 대통령이 안 계신 건데 그때 가서 (대통령 대행인 황 대행이) ‘내가 출마하겠다’ 하면 굉장히 로드가 걸린다”고 역설했다.
 
심지어 그는 “(탄핵이) 기각돼도 마찬가지”라며 “지금 차라리 나오는 게 좋겠다”고 노골적으로 러브콜을 보낼 만큼 한껏 달아오른 모습을 보였다.
 
무엇보다 같은 날 열린 본회의에서 정 원내대표가 박맹우 사무총장과의 대화 도중 메모지에 ‘황 ↔ 홍’이라고 표기했다는 점을 놓고 봐도 결국 후보자 본인들의 출마 의사를 떠나 한국당의 대선 구상에 있어 황 대행과 홍준표 지사는 절대 빼놓을 수 없는 카드라는 점이 한층 분명해졌다.
 
하지만 이미 지지율이 급상승했던 대선후보들이 불과 몇 주 사이에 폭락하는 상황을 수차례 목도해오다보니 황 대행이 섣불리 출마를 공표하기는 쉽지 않은 것으로 관측되는데, 특히 자신이 대권에 도전할 경우 유일호 경제부총리가 대통령 권한대행의 권한대행을 맡게 되는 촌극이 벌어지게 된다는 점에서 출마하자마자 집중적인 비판을 받기 쉽다는 부분도 있고, 그간 법무부장관과 국무총리에 오르며 거친 국회 청문회 외엔 직면한 바 없는 검증의 칼날도 한층 깊게 파고들 것이란 부담감 또한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일례로 만성 담마진(두드러기의 일종)을 이유로 군 면제를 받았다는 부분을 야권에서 집요하게 물고 늘어질 경우 ‘안보 이미지’를 내세운 보수후보로서 적잖이 부정적 영향을 받게 될 게 분명하고, 박근혜 정부 내내 중책을 맡아왔던 만큼 박 대통령이 탄핵되면 황 대행이 대선 출마를 선언한다 해도 ‘동반 책임론’에 휩싸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 뿐 아니라 대통령 권한대행을 맡은 직후 불거졌던 ‘의전 요구 논란’부터 최근 있었던 ‘대통령 권한대행 시계 제작’ 논란에 이르기까지 여러 차례 구설수에 오른 점 역시 이미 대선판에서 자진하차한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의 전철을 밟는 게 아니냐는 우려를 불러일으키고 있어 현재의 지지율만 믿고 출마를 결심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실제로 정 원내대표는 3일 원내대책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오늘 고위 당정회의에선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과 정치 문제는 얘기할 계제나 시간적 여유가 없었다”면서도 “오늘 나오면서도 (황 대행이) 그런 (탄핵 전 대선 출마) 말씀을 안 하는 걸 보면 입장을 정리하기 어렵지 않았나 생각한다”고 전해 황 대행이 여당의 요청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입장을 표명하지 않고 있음을 재확인해줬다.
 
◆ 상승 기미 띠는 홍준표, 대선 경쟁력 있나
 
앞서 정 원내대표의 메모에서 거론됐을 만큼 황 대행 외에 또 다른 대선잠룡으로 꼽히고 있는 이는 바로 홍준표 경남지사다.
 
흥미로운 건 홍 지사에 대해선 자유한국당과 각을 세우고 있는 보수정당인 바른정당조차도 주호영 원내대표가 직접 “바른정당의 우군”이라 평할 정도로 우호적 반응을 보이고 있으며 홍 지사 스스로도 ‘성완종 게이트’ 관련 2심 재판에서 무죄 판결 받은 뒤 당의 핵심이던 ‘친박계’를 겨냥해 양박(양아치 친박)이라고 맹비난했을 정도로 비주류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그러면서도 문재인 전 대표를 비롯한 더불어민주당 등 야권을 향해선 거침없이 독설을 퍼부으며 보수진영의 ‘사이다’ 역할까지 자임해 이런 점에선 친박 유권자를 기반으로 하고 있어 외연 확장성 측면에서 한계가 있는 황 대행에 비해 일부 경쟁력이 있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물론 여전히 황 대행의 지지율에 비한다면 미미한 수준이지만 최소한 자신이 도지사로 있는 PK(부산·경남) 지역에서의 지지율 상승 추세는 지난 2일 나온 리얼미터의 3월 1주차 여론조사에서 10.1%까지 뛰어오를 정도로 돋보이는 데다 지난달 27일 발표됐던 동 여론조사에서부터는 그간 황 대행에 이어 보수후보 2위 자리를 수성해오던 바른정당의 유승민 의원까지 제쳐 황 대행의 출마를 확신할 수 없는 상황에서 홍 지사는 더 없는 여당의 대안후보로 떠오르고 있다.
 
이 때문인지 여당 내에선 어느 때보다 홍 지사에 큰 기대를 걸고 있는 분위기인데, 정 원내대표는 2일 MBC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홍 지사는 우리 보수를 대표하는 분명한 정치인 중에 한 사람”이라며 “날카로운 판단력 또는 비판력을 갖고 있는 사람으로서 자유한국당 대선주자로서 자격이 충분하다”고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홍 지사에 대한 호평은 자유한국당 뿐 아니라 이 당을 먼저 탈당했던 이들까지 한 목소리로 내놓고 있는데, 한때 범친박계로 분류됐다가 현재 무소속 의원인 정갑윤 전 국회부의장은 3일 BBS 전영신의 아침저널과의 인터뷰에서 “두 자리 숫자 언저리에 있는 지지도를 갖고 있는 (여당) 후보들을 보면 정치인이 안 보인다. 홍 지사는 지사가 아닌 정치인”이라며 “홍 지사가 다행히 나와 주면 이 짧은 기간에 판세를 흔들어 놓을 수 있는 가장 좋은 후보가 아니겠는가”라고 역설하기도 했다.
 
이런 기류를 타고 한국당 내에선 홍 지사가 대선 출마할 수 있도록 과거 성완종 게이트 연루 혐의로 내렸던 당원권 정지 징계를 풀어주기 위한 조치에도 발 빠르게 들어갔는데, 3일 정 원내대표에 따르면 차주 중 인명진 비대위원장과 홍 지사가 따로 만나 당원권 회복에 대한 논의에 들어갈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가운데 아직 홍 지사의 발목을 잡고 있는 약점이 있다면 성완종 게이트와 관련해 아직 3심인 대법원 선고가 나오지 않았다는 부분이 대표적인데, 이에 대해 홍 지사는 3일 채널A ‘정연욱의 쾌도난마’에 나와 “유죄 나올 확률이 0.1%도 없다고 보지만 파기 환송되면 고등법원에 또 계류돼 상당시간이 소요되니 그것 가지고 시비를 걸지 못할 것”이라며 “어차피 제가 대통령이 되면 임기 동안은 (대법원도) 선고를 하지 않겠죠”라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아울러 홍 지사는 같은 날 SBS ‘주영진의 뉴스브리핑’에 출연해선 “내가 대통령에 출마한다면 후보가 되기 위해 출마하는 건 이제 아니다”라며 “본선 (승리) 확신이 있을 때 대통령 선거에 출마하려고 한다”고 대선 출마 의지를 분명히 해 황 대행과 달리 홍 지사의 등판은 벌써 초읽기에 들어간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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