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책임론’ 꺼낸 국민의당…바른정당은 黃 탄핵 반대

▲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이‘최순실 국정농단’을 수사 중인 박영수 특검팀의 활동 기간 연장 요청을 끝내 거부하며 그 후폭풍이 정치권 전반으로 몰아치고 있다. 사진 / 시사포커스DB
[시사포커스 / 김민규 기자]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이 지난 27일 ‘최순실 국정농단’을 수사 중인 박영수 특검팀의 활동 기간 연장 요청을 끝내 거부하며 그 후폭풍이 정치권 전반으로 몰아치고 있다.
 
탄핵 심판 결과가 선고된 이후 박근혜 대통령의 거취 문제와도 연관될 수 있는 사안인 만큼 박 대통령에 의해 총리에 임명된 황 대행이 박 대통령의 구속수사 가능성까지 열어둘 수 있는 특검 연장을 수용할 것이란 시각은 애당초 많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점차 조기 대선이 가까워지고 있는 상황이다 보니 특검 연장 무산 이후 정국 주도권을 쥐기 위해 야당들마저 그간의 공조체제가 흔들릴 정도로 각자의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라 노골적인 이견 차를 드러내고 있어 황 대행이 던진 ‘특검 연장 거부’가 어느 정도로 야권 분열을 부추기게 될 것인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 국민의당, 黃 특검 연장 거부에 ‘민주당 책임론’ 꺼내
 
일단 황 대행의 특검 연장 거부 방침에 따라 야권은 한 목소리로 황 대행의 결정을 비판했지만 특검 연장이 무산되고 헌법재판소 역시 최종변론을 끝으로 탄핵심판 선고만 남겨두게 되자 제각기 헌재 선고 뒤 곧바로 돌입할 60일 간의 대선 관련 정국 구상에 골몰하는 모양새다.
 
우선 현재 대선구도상 가장 앞서 나가고 있는 더불어민주당은 적어도 다른 당보다 어느 정도 여유가 있는 상황이지만 당장 민주당 후보들을 따라잡기에도 급급한 국민의당이나 바른정당 등 다른 정당들은 특검 연장 거부에 대응할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모인 야4당 지도부 회동에서도 서로 다른 속내를 드러냈다.
 
그 중에서도 박지원 국민의당 대표는 27일 황 대행의 특검 연장 거부를 상정하고 준비한 듯 황 대행이 거부 입장을 내놓기도 전 자신의 페이스북에 “황 대행이 승인하지 않으면 황 대행에 이어 더불어민주당도 책임을 져야 한다”며 앞서 청와대의 김병준 총리 후보자 지명 당시 민주당이 이를 거부했던 점을 꼬집어 ‘민주당 책임론’을 미리 제기했다.
 
당시 박 대표는 황 대행이 대통령 권한대행이 되는 상황을 막기 위해 먼저 총리를 교체한 뒤 탄핵을 추진하자는 ‘선 총리 후 탄핵’을 주장했으나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비롯한 민주당 측에선 박 대통령의 2선 후퇴 선언이나 하야 외엔 받아들일 수 없다며 선을 그은 바 있다.
 
이 때문에 국민의당에선 이번 황 대행의 특검 연장 거부는 충분히 예견된 수순이었던 만큼 당시 황 대행부터 교체하자는 자신들의 제안을 일축한 민주당에서도 이번 사태에 함께 책임을 져야 한다고 몰아붙이고 있는 것이다.
 
특히 박 대표는 28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국회의원 연석회의에선 “저와 우리 당은 이러한 (황 대행의 특검 연장 거부) 일을 예상했기 때문에 ‘선 총리 후 탄핵’을 제안했고 주장했는데, 문재인 전 대표와 민주당은 혁명적 청소를 운운하며 거절했다. 문 전 대표는 책임을 져야 한다”며 대선후보 중 선두를 달리고 있는 문 전 대표를 향해서도 날을 세웠다.
 
한 발 더 나아가 그는 정 의장에게도 “민주당 출신인 정 의장은 4당 원내대표 합의를 요구하고 국가비상사태로 간주할 수 없다며 직권상정을 거부해 오늘의 사태가 가중됐다”며 “다른 당과의 공조를 통해 황 대행 탄핵 문제와 문 전 대표의 책임 문제, 그리고 정 의장의 직권상정 문제를 토론하도록 하겠다”고 강조해 이번 사태를 통해 황 대행 뿐 아니라 민주당까지 몰아세우겠다는 의도를 드러냈다.
 
박 대표 뿐 아니라 같은 당 대선후보인 안철수 전 대표까지 이날 영등포 한경닷컴 IT교육센터에서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서로의 책임이 아니고 민주당의 책임론”이라며 “기사를 찾아보면 (선 총리론이 불거졌을) 당시의 기록이 다 나와 있다. 당시 (민주당) 주장도 나와 있다”고 민주당 압박에 가세했다.
 
그러면서 안 전 대표는 박 대표와 마찬가지로 문 전 대표를 향해서도 “(선 총리 거부에 대한) 설명과 입장 표명이 필요하다”며 “진실은 숨길 수 없다”고 압박수위를 높였다.
 
여기에 천정배 전 대표, 손학규 국민주권개혁회의 의장 등 다른 국민의당 대선주자들은 이미 전날부터 일제히 문 전 대표와 민주당을 향해 포문을 열고 특검 연장이 무산된 데 대한 책임을 물으며 십자포화를 퍼부었다.
 
이처럼 국민의당이 이른바 ‘민주당 책임론’을 내세워 현재 민주당이 선두를 지키고 있는 대선 구도를 반전시키려는 전환점으로 삼으려 하자 민주당에선 당 지도부는 물론 대선후보들까지 한 목소리로 국민의당의 이 같은 주장에 즉각 반박하고 나섰다.
 
우상호 민주당 원내대표는 27일 국회에서 기자들을 만나 당시 ‘선 총리 후 탄핵’에 반대한 이유와 관련, “국회 추천 총리를 받았다면 대통령 탄핵이 안 됐을 것”이라며 “박근혜 대통령이 황 총리를 문자로 지명해제하고 김병준 총리후보자를 지명했을 때 전제가 있었다. 대통령을 탄핵하지 않겠다는 전제”라고 설명했다.
 
오히려 우 원내대표는 “(국민의당) 그분들은 총리도 받고 대통령 탄핵도 다 가능하다고 주장하는 건데 정진석 당시 새누리당 원내대표에게 물어봐도 어림없다는 것”이라며 “그런 주장을 하는 건 사실왜곡”이라고 국민의당에 역공을 펼치기까지 했다.
 
지도부 뿐 아니라 당 대선후보들 역시 자칫 국민의당에서 펼치고 있는 ‘민주당 책임론’이 자신들의 지지율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을 우려했는지 적극 나서서 맞불을 놨는데, 직접 표적이 된 문 전 대표는 차치하더라도 그와 치열하게 경쟁 중인 안희정 지사까지 28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한 토론회에 참석한 뒤 기자들에게 “뭐든 지나간 일로 싸우는 게 아니다. 현재와 미래를 놓고 얘기해야 된다”며 국민의당의 ‘민주당 책임’ 주장에 일침을 가했다.
 
◆ 바른정당, 황교안 탄핵대열엔 불참…野 공조 균열?
▲ (왼쪽부터)바른정당 주호영, 국민의당 주승용, 더불어민주당 우상호, 정의당 노회찬 원내대표가 2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귀빈식당에서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통리에 대한 탄핵을 추진하는 회동을 갖고 있다. 이날 바른정당 측은 황 대행 탄핵엔 함께 할 수 없다는 입장을 드러냈다. 시사포커스 / 고경수 기자

이렇듯 민주당과 국민의당이 황 대행의 특검 연장 거부에 따른 책임 문제를 놓고 날선 공방을 벌이는 동안 박근혜 대통령 탄핵 국면에서 힘을 보탰던 보수정당인 바른정당의 경우 황교안 대통령 대행 탄핵 사안에 있어선 민주당·국민의당·정의당 등 야3당과 분명한 견해 차이를 드러내고 있어 이 역시 야권 공조체제 균열의 또 다른 전조가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저조한 지지율에 발목 잡혀 있는 바른정당으로선 황 대행을 탄핵으로 묶어두는 것이 황 대행의 대선 출마 가능성을 낮추는 데 도움 될 수는 있지만 이마저도 야권과 함께 하다간 안 그대로 어떻게든 끌어 모아야 할 보수층 표심을 잃게 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어 적어도 이 시점에선 외견상 보수정당으로서 ‘규정과 원칙’을 내세워 입장을 달리 하는 모습을 부각시키려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정병국 대표는 27일 국회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황 대행의 특검 연장 거부는 100번 탄핵돼야 마땅하지만 황 대행의 탄핵과 관련해 법상 안 되는 건 안 되는 것”이라며 “탄핵할 만한 사유가 아니다”라고 황 대행 탄핵에 불참할 뜻을 분명히 나타냈다.
 
이 뿐 아니라 바른정당은 특검 연장안 처리에 대해서도 상당히 신중한 반응을 드러냈는데, 주호영 원내대표는 28일 오전 MBC라디오 ‘신동호의 시선집중’과의 인터뷰에서 “4당이 합의해야 만 본회의에 상정이 가능한데 자유한국당이 특검연장에 반대하고 있고 동의하지 않기 때문에 패스트트랙이라고 그래서 3/5이 동의해 특검법을 진행하는 수밖에 없지만 180일 지나야 효과가 발생해 지금부터 6개월이 지나야 특검이 다시 발효되다보니 그런 점이 고민으로 남는다”며 여당의 협조 필요성을 강조했다.
 
또 주 원내대표는 야당의 ‘황 대행 탄핵 공조’에 불참한 데 대해서도 “대통령이 탄핵돼 지금 국정이 비상상황으로 운영되고 있는 마당에 그 비상상황을 관리하는 최고책임자인 권한대행에 대해 또다시 탄핵을 발의하고 권한대행에 권한대행을 둔다는 건 좀 무책임하고 국민들이 많이 불안하실 것”이라며 국정혼란을 우려해 불참했음을 거듭 역설했다.
 
이렇게 바른정당에서 황 대행의 탄핵에 반대 입장을 드러내면서 사실상 야3당이 합의한 황 대행 탄핵은 물 건너간 분위기인데, 황 대행이 표면상 국무총리더라도 현재 대통령 대행이라는 특성상 여당에선 국무총리 탄핵 의결기준이 아닌 대통령 탄핵 의결기준에 준해야 한다는 주장을 펴고 있는데다 이렇게 되면 바른정당의 동조 없이는 황 대행 탄핵안 처리도 어려워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여기에 여당이 3월 임시국회 일정을 놓고 야권과 협상하는 과정에서 탄핵안을 처리하기 위한 본회의 일정을 잡는데 비협조적으로 나올 수밖에 없다는 점도 또 다른 걸림돌로 작용하기 때문에 28일 여야가 3월 임시국회 일정 합의 결과 이에 대해 전혀 언급하지 않았던 것은 결국 황 대행에 대한 탄핵 처리가 유명무실화됐다는 뜻으로 해석될 수 있어 황 대행으로선 ‘특검 연장 거부’ 카드를 던지고도 야권의 어떤 공세로부터도 자유롭게 된 채 야권만 분열되는 최상의 결과를 도출해냈다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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