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이 보수’ 등 보수대결집에 의한 여론전 변수 기대하는 듯

▲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해 12월 9일 오후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총리 및 부처장관 간담회에서 모두발언하고 있다. ⓒ청와대
[시사포커스 / 김민규 기자]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26일 헌재의 최종변론에 불출석하기로 결정한 데다 특검의 대면조사에도 여러 이유를 들어 불응하고 있어 혹 믿는 구석이 있기 때문에 이처럼 일방적으로 강공을 펴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반면 헌재 최종변론에 불출석하기로 결정한 건 더 이상 내놓을 카드도 없고 지연 전략도 뜻대로 풀리지 않기에 사실상 자포자기한 것이라는 해석도 나오고 있는데, 27일 최종변론까지 마치고 약 2주 뒤 있을 탄핵심판 최종 선고만 남겨 둔 상황에서 어느 쪽 주장이 힘을 얻고 있는지 한번 쯤 제대로 살펴 볼 필요가 있다.
 
◆ 박 대통령, 최종 변론마저 불출석 택한 저의는?
 
박 대통령은 27일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탄핵심판 최종변론에 불참한 대신 대통령 변호인단 소속인 이동흡 변호사가 대독한 서면 의견서에서 자신의 생각을 분명히 밝혔는데, 일단 국회 측 탄핵소추 사유가 적법하지 않고 소추 근거가 된 각종 의혹이 사실과 다르며 ‘저의 불찰로 국민께 큰 상처를 드리고 국정운영에 부담을 드린 것을 안타깝게 생각한다’면서도 탄핵이 될 만한 중대한 법 위반은 없었다고 강변했다.
 
또 최순실 씨의 국정농단에 대해서도 최 씨에게 국가 기밀 문건을 전달한 적이 없고 최씨가 국정농단 하도록 했다는 주장도 사실이 아니며 최씨의 사익 추구 관련 위법행위에도 관여한 바 없고 이와 관련한 공직자 면직 사실도 없었다고 기존의 주장을 되풀이했다.
 
이렇듯 앞서 있었던 신년 기자간담회에서나 정규재TV와의 단독 인터뷰에서 밝힌 바와 같은 일방적 입장 표명 외엔 최후변론일인 이날조차 별 다른 새 논리를 전개하지는 못했는데, 이 서면 의견서에서 나타났듯 본인이 내놓을 카드는 없다시피 한 상황에서 최종변론에 대통령 본인이 직접 출석해봐야 헌재 측의 신문만 받게 될 수 있어 다소 불리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사실 대통령 대리인단에서도 헌재 최종변론 출석을 놓고 찬반이 나뉘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는데, 최종변론만큼은 마지막 소명 기회이므로 대통령이 헌재에 직접 출석해 적극 해명에 나서야 한다는 의견이 있었던 반면 이미 총원인 9인이 아니라 8인인 현 재판부가 판결을 내리는 건 위헌 소지가 있다고 자신들이 주장한 상황에서 대통령까지 출석하게 되면 ‘8인 체제’의 정당성만 강화시켜 주는 셈이란 반대 의견도 적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무엇보다 최후진술만 하고 질문은 받지 않는다는 박 대통령 측 요구가 재판부에 수용됐다면 대통령 역시 헌재 출석을 적극 고려해볼 수도 있었겠지만 헌재에선 끝까지 ‘출석하면 질문을 피해갈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했고, 그렇게 되면 현재까지 나온 대통령에게 불리한 여러 진술과 증거들에 대해 자신이 직접 일일이 공방을 벌여야 한다는 부담도 불출석으로 기우는 데 크게 작용했을 것으로 관측된다.
 
이 뿐 아니라 이번 최종변론 기일도 3월로 연기해달라는 변호인단의 요구가 묵살된 채 재판부에서 정한 일자이다 보니 그대로 출석하게 되면 내내 헌재에 끌려 다닐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데다 망신주기식 질문도 나올 것으로 예상돼 대통령 출석 자체가 혐의를 인정하고 탄핵 정당성만 입증시켜주는 불명예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없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 불출석해도 ‘지지층 설득’엔 도움돼…대통령 지지 여론에 기대

 
▲ [시사포커스 / 고경수 기자] 시민들이 지난 25일 오후 서울 중구 대한문 앞에서 대통령 탄핵기각을 위한 국민총궐기 운동본부(탄기국) 대통령 탄핵 반대 태극기 집회에서 태극기를 흔들며 “탄핵각하”를 외치고 있다. 박 대통령은 이 같은 지지층을 활용해 향후 불리한 국면을 여론전으로 돌파하려고 할 가능성이 높다.

또 스스로 헌재 불출석 결정을 내렸음에도 자신의 지지층에게는 ‘재판부가 편파적이어서 불출석할 수밖에 없었다’고 설명할 수 있어 이렇게 씌운 ‘정치적 희생양’ 이미지로 향후 탄핵 인용될 경우 거론될 자신에 대한 사법처리 문제에 대해서도 지지층 결집을 통해 맞대응에 나설 수 있는 만큼 최종변론 불출석은 여론전에 기대는 것 외엔 방도가 없는 박 대통령이 고심 끝에 내놓은 결론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런 점에서 마찬가지로 특검의 대면조사에도 여러 이유를 들면서 박 대통령은 불응해 왔는데, 일견 외형상으로는 협조할 수 있다는 입장을 표명하면서도 특검이 청와대 경내 압수수색이나 대면조사 요청 등을 하려 하면 ‘여론을 통해 강압 수사하려 한다’는 희생자 프레임으로 자신을 둘러싼 채 대응함으로써 자신을 지지하지 않는 국민들에게는 ‘옹고집’으로 비쳐질 수 있을지언정 자신을 지지하는 계층의 결집력은 오히려 강화시키는 계기로 삼을 수 있다.
 
최종변론기일이 2월 27일인 점을 감안하면 헌재의 최종 선고일은 3월 10일~13일 정도로 전망되고 있는데, 끝내 탄핵이 인용되는 걸 막지 못할 경우 이처럼 결집한 보수 지지층을 무기로 내세워 조기 대선을 앞두고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야권과 협상하려 들 가능성이 없지 않은데, ‘샤이 보수’ 등과 같은 막판 변수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는 야권 대선주자들을 한층 압박해 최소한 대통령 본인에 대한 즉각적인 사법 처리 등은 피할 수 있도록 야권에 현재의 압박수위를 한층 낮출 것을 주문할 수 있다.
 
하지만 일단 사법 처리 문제가 사법부 소관이란 점은 차치하더라도 현재의 대선구도로 비추어 이런 전략이 과연 야권 대선주자들에게 먹혀들 수 있을지는 상당히 회의적인데, 현재 유력후보들도 박 대통령의 구속 등으로 촉발될 보수 대결집 사태에 대해선 여전히 경계하면서도 샤이 보수까지 모두 나선 소위 보수대결집이 정권 교체 자체를 저지할 만큼 판을 뒤집을 수준은 되지 못한다고 보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에선 지난 22일 ‘샤이 보수’ 현상을 반영해 대선주자 지지도를 조사한 결과를 자유한국당 의원들 주최로 열린 정책토론회에서 공개한 바 있는데,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와 황교안 권한대행,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 3자 구도로 나올 경우 문재인 42.3%, 황교안 30.0%, 안철수 19.1%로 나타났고, 안희정 충남지사가 민주당 후보로 뽑힐 경우엔 안희정 45.1%, 황교안 26.9%, 안철수 18.8%로 나와 어떻게 되든지 황 대행이 출마해도 정권 교체를 막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됐다.
 
특히 문 전 대표의 경우 황 대행과 양자 대결로 가게 되면 오히려 지지율이 과반을 넘어설 정도로 격차가 벌어져 더 유리해지기 때문에 괜히 새나갈 경우 역풍만 받게 될 수 있는 ‘박 대통령과의 타협’에 나설 가능성은 매우 희박하다는 게 중론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법처리를 피하려는 박 대통령의 의지는 27일 황교안 권한대행의 특검 연장 거부 결정을 통해서도 지속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데, 박 대통령이 임명한 인사인 만큼 황 대행이 특검 연장을 수용할 가능성은 애당초 희박하긴 했으나 어찌 됐든 특검 활동기간이 연장되면 특검과의 대면조사는 물론 헌재의 탄핵 인용 판결이 나올 경우 특검에 의해 구속수사 당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에 박 대통령은 황 대행이 아닌 다른 누가 대행직을 맡게 됐더라도 특검 연장을 저지하는 데 사활을 걸었을 것으로 보인다.
 
일단 특검 연장이 거부됐기 때문에 대면조사도 사실상 무산됨으로써 특검은 박 대통령의 뇌물 혐의에 대한 피의자 신문조서를 검찰에 넘길 수 없게 되는데, 이 경우 검찰이 퇴임한 박 대통령을 상대로 뇌물죄를 적용할 가능성도 줄어들게 된다.
 
이처럼 중요한 특검 연장 문제에 있어선 황 대행의 거부로 우선 한숨 돌렸지만 여전히 헌재의 탄핵 인용만은 막아야 하는 과제가 있는 박 대통령 측에선 이날 변호인단이 모두 나와 필리버스터와 같은 방식의 마라톤 변론을 이어가고 있다.
 
심지어 대통령 대리인단 중 손범규 변호사의 경우 27일 “탄핵심판 기각과 인용은 정당성 여부는 별론으로 하고 둘 다 국민분열을 초래한다”면서 인용도, 기각도 아닌 이 사안 자체를 각하시켜야 한다는 논리까지 펼치고 있는데 궁색한 근거에 기댄 이들의 벼랑 끝 방어전이 대통령을 지켜낼 수 있을지는 미지수일 것이란 목소리가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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