겉으론 ‘내수 올인’, 실제론 ‘그림의 떡’

▲ 정부는 지난 23일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총리 주재로 <내수활성화 관계장관회의>를 열고 내수활성화 방안을 논의 및 확정했다. 하지만 이날 발표된 대다수 정책은 실제 대다수 국민에겐 ‘그림에 떡’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 국무조정실
[ 시사포커스 / 고승은 기자 ] 경제성장률이 5분기 연속 0%대를 기록하며 침체에 빠져 있다. 지난해에도 정부는 추경 예산을 쏟아 부었으나 성장률이나 내수는 여전히 나아지지 않았다.
 
경기침체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정부는 지난 23일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총리 주재로 <내수활성화 관계장관회의>를 열고 내수활성화 방안을 논의 및 확정했다. 정부는 발표를 통해 “국내정치 불확실성, 미국 신정부 출범 및 금리인상 가속화 등에 따른 소비 위축에 대응하여, 내수 둔화흐름을 조기 차단하기 위해 소비심리 회복, 가계소득 확충, 생계비 절감을 통한 지출여력 확대 방안을 추진키로 했다”고 밝혔다.
 
◆ “내수 살리기 올인하겠다” 내놓은 정책은?
 
이날 정부가 발표한 내수활성화의 대표적 정책으로는 매달 하루를 ‘가족과 함께하는 날’로 정하고 조기퇴근을 유도하는 것이 있다. 월요일부터 목요일까지 하루 30분씩 더 일 하고 ‘가족과 함께 하는 날’로 지정된 금요일에는 2시간 먼저 퇴근해 가족들과 여가를 즐기도록 한다는 것이다. 일본이 이달 시행하는 ‘프리미엄 프라이데이’를 벤치마킹하는 것이다.
 
또한 올해 연말까지 전통시장에서 물건을 사고 대중교통 요금으로 지출하는 소비에 대해 소득 공제율을 30%에서 40%로 확대 적용키로 했다. 또 청탁금지법으로 영향을 받는 소상공인을 위한 800억원의 전용 자금이 조성된다. 운영자금을 낮은 이자로 빌려주기로 했다. 운영자금 대출은 업체당 7천만원 한도이며 이자율은 2.39%다.
 
아울러 청년 여행문화를 확산하고자 코레일 열차를 타고 전국을 자유롭게 여행할 수 있는 무제한 철도 자유여행 패스 이용권인 ‘내일로’의 이용대상을 올해 말까지 만 25세에서 만 29세 이하로 확대 운영키로 했다. 또한 실버 관광 활성화를 위해 고령자가 국내 여행상품을 이용할 때 할인을 제공하는 ‘시니어 관광카드’ 도입도 추진하기로 했다.
 
또한 호텔·콘도의 객실 요금을 현행 고시가격보다 10% 이상 인하하면 해당 부동산에 대한 재산세를 올해 한시적으로 30%까지 경감해주기로 했다. 또한 중국인 신혼부부에 비자 수수료를 면제해주는 '허니문 코리아 비자'를 신설키로 했다.
 
해외로 떠나는 골프여행객의 발길을 국내로 돌릴 수 있도록 골프산업 활성화 방안을 4월 중으로 마련키로 하는 등 규제완화를 추진한다. 또 올해 봄 여행주간을 지난해보다 이틀 확대한 4월 29일부터 5월 14일까지로 지정, 이 기간에 숙박·교통 할인 혜택을 늘리기도 했다.
 
◆ 하지만, 벗겨보면 ‘딴 세상’ 얘기이자 ‘탁상공론’
 
하지만 과연 현실은 어떠할까. 대다수는 정부의 이번 정책을 ‘딴 세상 얘기’로 보고 있다. 무엇보다도 서민들은 ‘쓸 돈이’ 없다. 실질적으로 서민들 지갑에 여유를 불어넣어주는 정책은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다.
 
우선 ‘금요일 2시간 일찍 퇴근’ 정책을 몇 사람이나 할 수 있을까 여부다. 유연근무제를 시행하고 있는 기업은 큰 사업장이나 공공기관 외에는 그닥 찾아보기 힘들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지난해 유연근무제를 도입한 기업은 300인 이상 대기업 중 53.0%이다. 100∼299인 업체는 27.3%, 30∼99인에서는 25.9%, 30인 미만은 15%에 불과하다. 결국 대다수 비정규직을 포함한 노동자들에겐 ‘그림의 떡’이다.
 
또한 전통시장에서 물건을 소비하면 소득공제율을 올려준다는 것도 매우 비현실적이다. 전통시장에선 카드를 받는 곳이 드물고, 현금영수증을 요구하기가 힘든 게 현실이기 때문이다. 아울러 대중교통비에서 약간의 소득공제를 받아봐야 과연 얼마의 실효성이 있느냐라는 게 절대 대다수의 시각이다. 결국 누구나 ‘가고 싶은’ ‘찾기 쉬운’ 전통시장으로 개선하는 방안이 필요하다.
 
또한 소상공인을 위한 대출을 늘려준다는 것도 소득향상에는 별반 도움이 안 된다. 가뜩이나 자영업자들의 폐업이 줄을 잇고 있는데, 조금 더 싼 이자로 대출을 늘려준다 한들 과연 도움이 되겠느냐는 것이다.
▲ 정부는 청년들의 여행문화를 확산시켜보겠다며 방학기간에 운영하는 무제한 철도 자유여행 패스 이용권인 ‘내일로’를 기존 만 25세에서 만 29세 이하로 확대 운영키로 했다. 하지만 내일로 이용자는 지난해 반토막이 난 상태다. 또 현재 20대 후반 청년들 대다수는 대학을 졸업하고도 심각한 취업난에 시달리는 등 ‘여행 갈 여유’조차 없다. ⓒ 뉴시스
또한 청년들의 여행문화를 확산시켜보겠다며 방학기간에 운영하는 ‘내일로’를 확대하는 것도 물음표가 붙는다. 현재 20대 후반 청년들 대다수는 대학을 졸업하고도 심각한 취업난에 시달리고 있다. 2015년 23만967명이었던 사용자는 지난해 11만2천293명으로 반 이상 줄어들었다. 결국 ‘여행 갈 여유’조차도 없는 청년들에겐 전혀 피부에 와닿지 않는다.
 
‘시니어 관광카드’도 마찬가지다. 잘 알려졌다시피 한국의 노인 빈곤율은 50%에 육박할 정도로 OECD 국가 중 압도적으로 1위다. 그런데 과연 혜택을 볼 사람이 얼마나 될까.
 
객실 요금을 깎을 시 재산세를 낮춰주겠다는 정책도 객실 요금이 정가제가 아닌 경우가 많은 만큼, 실제로는 가격을 낮추지 않으면서 세금 혜택만 받을 가능성이 크다.
 
또한 해외 골프수요를 국내 골프수요로 전환하겠다는 정책도 각종 세금 부담을 경감시키는 등 ‘규제완화’가 붙는데, 골프는 대표적인 부유층이 치는 스포츠다. 결국 ‘부자 감세’밖에 더 되겠느냐는 것이다.
 
이렇게 정부가 발표한 내수활성화 정책들은 책상에서 보면 그럴 듯할지도 모르지만, 막상 현장에 나가보면 현실성이 없다. 과연 현장에서 시민들의 반응은 얼마나 청취했는지 의구심이 들 수밖에 없다.
 
한 예로 지난 2014년 7월 경기도는 광역버스 입석 금지 조치를 시행한 바 있으나, 출퇴근 시간대에는 지금도 서서 가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배차를 다소 늘리긴 했지만 노선 후반부에 타는 사람들은 서서 갈 수밖에 없다. 입석이라도 하지 않으면 차를 몇 대씩 그냥 보내야하는 상황이 오기 때문에, 결국은 하나마나한 정책이 됐다. 그렇게 되니 출퇴근 시간에 버스를 한 번도 안 타본 사람이 책상 앞에서 만든 정책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현장에서 시민들이 느끼는 애로사항이 무엇인지 직접 듣고, 경험해보지 않는 이상 현실에 맞는 정책이 결코 나올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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