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바 원전실패, '한전 원전사업·SK하이닉스 낸드플래시 기술' 지원

▲ 일본 도시바가 원전사업 실패로 반도체 사업을 분사하기로 했다./시사포커스 DB

[시사포커스 / 강기성 기자] 시총 2,3위를 오가는 한국전력과 SK하이닉스가 대규모 원전손실을 본 일본 도시바로 인해 막혔던 사업에서 새로운 기회를 맞게 됐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도시바는 반도체 사업부문을 분사해 신설법인을 만드는 과정에서 지분 19.9%를 매각하는 입찰과정을 진행하다가 해외 사업으로 인한 손실이 커지자 50%이상의 지분을 포기하며 경영권까지 넘기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한국전력, 도시바에게 밀렸던 원전 수주
 
도시바의 반도체 사업부문 매각은 해외 원자력발전소 사업 실패에 따른 수조원대의 손실에서 비롯된 것이다. 

지난 14일 영국 언론은 도시바가 영국 Cumbria 지역 원자로 3기 건설 사업의 뉴젠 컨소시엄 지분 60%를 포기하게 되며, 한국전력에 일부 1500억원 가량 지분을 매각할 전망이라 보도했다. 앞선 7일 로이터통신은 도시바가 추진하는 인도 6기 원전 건설사업 추진은 ‘불가능’할 것 같다고 언급했다.
 
이에 따라 한국전력은 지난 2009년 UAE 바라카 원전에 이어 영국 원자력사업에도 참여하게 될 것이 확실시되고 있다.
 
▲ 한전은 도시바 원전사업을 넘겨받을 것이 확실시 되고 있어, 2009년 UAE 원전이후 최대의 사업기회를 잡게 됐다. /시사포커스 DB

도시바는 지난 2006년 영국과 인도 원전 사업에 한국전력을 제치고 입찰에 성공했지만, 인수했던 미국의 웨스팅하우스의 기술 결함으로 4기의 공사가 지연되면서 손실을 봤다. 이번에 도시바는 웨스팅하우스의 기술 및 서비스 부문을 매각할 예정이다.
 
결국 도시바는 원자력 사업에서 벌인 약 7조 1000억원에 달하는 손실을 메꾸기 위해서 해외 사업 구조조정에 나섰다.
 
관련업계 관계자는 “도시바의 이번 원전사업 손실을 일본 정부가 후쿠시마 때와 달리 지원하지는 않겠다는 입장으로 컨소시엄 지분과 기술을 매각할 수 밖에 없는 국면”이라며 “영국과 터키 등에서 도시바에 밀려 원전수주에서 밀렸던 한국전력에는 더없는 호재다”고 말했다.
 
SK하이닉스, 도시바 경영권 인수 기회
 
지난 23일 SK하이닉스가 도시바 반도체 분사 법인의 경영권 매각 입찰에 본격적으로 발을 들였다. 박성욱 SK하이닉스 부회상이 반도체산업협회 정기총회에서 질의에 “도시바 측으로부터 아직 재입찰 조건이나 계획 등을 전달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도시바의 낸드플래시 사업 분사는 D램에서 낸드플래시로 시장을 전환을 모색하는 SK하이닉스에게 둘도 없는 기회라 할 수 있다. D램에 특화된 SK하이닉스는 줄곧 4위를 달리면 낸드플래시 후발주자로 기술부족의 어려움을 겪어왔다.
 
현재 낸드 시장에서는 삼성전자가 점유율 36%로 독주하고 있다. 그 뒤로 도시바, 웨스턴디지털(WD), 마이크론, SK하이닉스 순이다. SK하이닉스, WD 혹은 마이크론이 도시바를 인수하면 낸드플래시 시장에서 삼성의 독주가 멈출 가능성도 점쳐진다.
▲ SK하이닉스 중국 시안법인 건물에 걸린 로고 @SK하이닉스 블로그


낸드 시장은 도시바와 WD는 제휴관계에 있어 이 둘을 합치면 35%로 삼성전자와 1%포인트 차다. 업계 1위를 나머지 업체가 바짝 뒤쫓는 형세로 SK하이닉스가 중요한 변수다.
 
도현우 미래에셋대우 연구원은 "삼성전자와 마이크론-인텔, 중국업체들의 공격적 투자로 경쟁강도가 높아질 것으로 예상되는 낸드사업에서 SK하이닉스-도시바-웨스턴디지털의 연합이 규모의 경제와 시너지 측면에서 성과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경영권 프리미엄이 붙는 50%의 지분을 인수가 이뤄지면 약 10조원이상의 빅딜이 성사될 것으로 예상되며, 도시바의 반도체 사업의 가치는 15~20조원 수준으로 평가된다.
 
일본외신 등에 따르면 도시바가 경영권 매각으로 선회한 이후 애플과 MS, 대만 TSMC 등이 재입찰 참여를 가늠하고 있다. 애플은 수급경쟁이 치열해진 낸드플래시 3위 업체를 인수해 안정적인 공급과 원가절감을 도모할 수 있고, 대만 TSMC는 반도체 위탁생산업체로 도시바의 원천 기술을 흡수하게 되면 큰 시너지를 낼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도시바 원전사업의 실패로 한전이 원자로 건설의 기회를 잡게 됐다”며 “SK하이닉스가 도시바 반도체사업 경영권을 인수하게 되면 국내 시총 2위 기업들이 모두 도시바에 지원을 받게 되는 셈”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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