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달여 만에 하락세 전환…리얼미터 여론조사서 20% 아래로 떨어져

▲ [시사포커스 / 고경수 기자] 23일 <2017 제19대 대선주자 초청토론회>에 참석한 안희정 지사가 속이 타는지 물을 마시고 있다.
[시사포커스 / 김민규 기자] 무서운 속도로 치고 올라오며 선두인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위협하던 안희정 충남지사의 상승세가 최근 들어 한 풀 꺾이는 듯한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이른바 ‘선한 의지 발언’의 후폭풍인지 지난 20~22일 조사해 23일 발표된 2월 4주차 리얼미터 주중집계 결과에서 안 지사가 전주보다 1.2%P 하락한 19.2%의 지지율을 기록하며 20% 벽을 넘어선지 불과 한 주 만에 다시 내려앉았다.
 
물론 이번 여론조사 결과만으로 섣불리 예단하는 건 지나치다는 목소리도 없지 않지만 지난달 22일 대선 출마를 공식 선언한 이래 줄곧 상승가도만 타왔던 그가 불과 1달여 만에 떨어지는 기미를 내비쳤다는 점은 분명 눈여겨보지 않을 수 없다.
 
◆ 외연 확장 기대했던 ‘선의 발언’ 자충수 증명?
 
안 지사는 지난 19일 부산대 강연 도중 이명박, 박근혜 대통령을 평가하는 과정에서 “그 분들도 선한 의지로 국민들을 위해서 좋은 정치하시려고 그랬다”며 “케이재단, 미르재단도 평창 동계 올림픽을 앞두고 사회적 대기업들의 많은 후원금을 받아 동계 올림픽을 잘 치루고 싶어 하는 마음이실 것”이라고 발언했다가 경쟁 후보들로부터 즉각 공격받으며 논란의 중심에 서게 됐다.
 
특히 같은 당 소속이자 안 지사에 맹추격 당하던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0일 “안 지사의 말에는 분노가 빠져 있다”며 선제구를 던졌는데, 이에 맞서 안 지사도 “지도자의 분노는 피바람을 일으킨다”고 반박했고, 다시 문 전 대표가 “불의에 대한 뜨거운 분노 없이 어떻게 정의를 바로 세우겠느냐. 기득권 세력과 적당히 손잡고 타협하는 방식으로는 해결하기 어렵다”고 재반박하면서 좀처럼 보기 힘들었던 둘 사이의 설전이 맹렬히 이어졌다.
 
하지만 당내외를 막론하고 안 지사에 대한 집중견제가 계속되자 결국 안 지사는 발언 이틀 만인 21일 “어떤 분의 말씀이어도 액면가 그대로 선의로 받아야 대화할 수 있고 문제해결도 가능하다는 취지로 말씀드린 것”이라면서도 “마음을 다치고 아파하는 분들이 많아 그 점은 죄송스럽게 생각한다”고 고개를 숙인 바 있다.

이 논란 이후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가 MBN·매일경제의 의뢰를 받아 전국 성인 1508명 대상으로 조사한 이번 2월 4주차 여론조사에서 비록 순위야 그대로 유지했지만 ‘설전’을 벌인 당사자인 문 전 대표와 안 지사 모두 지지율이 떨어지는 결과가 나왔다.
 
여기에 3위에 위치해 있던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도 특검 연장 문제로 논란에 휩싸이면서 지지율이 하락해 전체적으로 1~3위 주자들이 모두 하락한 반면 4, 5위이던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나 이재명 성남시장은 10%를 다시 넘어서며 반등의 기회를 잡는 구도로 재편됐다.
 
순위상의 변동은 없었지만 문 전 대표가 0.1%P로 가장 낮은 낙폭을 보여준 가운데 10% 대선주자는 4명이 되어버린 상황으로 변하게 되면서 이 시점에 떨어진 안 지사의 속을 타들어가게 만들고 있다.
 
그런 면에서 문 전 대표를 따라잡기 위해 그간 앞만 보고 달려오던 안 지사의 외연 확장 시도는 결국 자충수가 되어 버린 셈인데, 스스로는 지난 20일 JTBC 뉴스룸에 출연한 자리에서 “선거를 앞두고 중도 우클릭이나 표를 의식하느라 만들어 낸 말은 아니다”라고 ‘선의 발언’에 대해 해명했지만 이번 조사 결과를 보더라도 그의 해명이 기대와 달리 유권자들을 분명하게 설득하는 데에는 실패한 것으로 보인다.
 
◆ 안희정, 몇 차례 논란 반복되면 潘 전철 밟을 수 있어
 
이 때문에 향후 뚜렷한 반전의 계기가 마련되지 않는다면 안 지사의 지지율 하락이 일회성에 그치는 게 아니라 하향세를 타는 기조로 변화될 수도 있는데, 그럴 경우 안 지사와 표적 지지층이 중첩되는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 등 후위 주자들은 또 다른 반사효과를 얻게 될 것으로 관측된다.
 
그래선지 안 지사는 지난 22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관훈클럽 토론회에선 ‘(헌재에서) 탄핵이 기각되면 승복하겠는가’라는 질문에 “기각을 상정하지 않는다. 끔찍한 사태”라면서도 “‘예’나 ‘아니오’로 말할 성질의 것이 아니다”라고 조심스러운 입장을 내놨다.
 
이는 ‘선의 발언’ 논란 하나 때문에 그동안 문 전 대표를 따라잡기 위해 중도·보수층으로 외연을 넓혀왔던 시도를 포기할 수도 없으면서도 민주당 후보로서 진보 성향 유권자들로부터 비판 받게 될 수 있는 구실은 주지 않기 위해 최소한 ‘탄핵 기각’엔 동의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에둘러 표현한 것으로 보이는데, 그만큼 안 지사의 고민이 묻어나는 대목이라 할 수 있다.
 
앞서 안 지사는 지지율 1위를 달리던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불과 지난달 중순경 귀국 뒤부터 대선행보 도중 몇 차례 불거진 구설수만으로 급전직하 하다가 끝내 대선 불출마를 선언하며 자진사퇴한 모습을 목도한 데다 충청 출신인 반 전 총장의 사퇴 직후 그 지지층을 자신이 상당부분 흡수하며 급상승할 수 있었기에 현재 자신도 몇 차례 얼마든지 후발주자에 의해 밀려날 수 있다는 위기감은 분명히 인지하고 있을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안 지사가 상승세를 타기 시작한 건 리얼미터 여론조사 기준으로 대선 출마를 공식 선언한 1월 4주차인데, 1주 전만 해도 4.7%였지만 대선 출마를 공표한 이후 6.8%를 기록했고 반 전 총장이 불출마를 표명한 2월 1주차에는 무려 13%를 기록하며 순식간에 10%대를 돌파한 것은 물론 2위로 올라서게 됐다.
 
그러던 중 2월 3주차 20.4%로 마의 20% 벽을 돌파하자마자 본의 아니게 ‘선의 발언’이란 악재를 자초하면서 불과 1달여 만에 순조롭던 상승세가 꺾인 듯한 형국에 처하게 된 것이다.
 
문제는 지난 주 첫 20%대 돌파 이후 보수층 표심을 분명하게 잠식하고 있다고 판단한 자유한국당과 바른정당 등 보수정당들까지 이제 문 전 대표 뿐 아니라 안 지사에게도 포문을 겨누기 시작했다는 점인데, 일각에선 친문 패권주의로 압박하기 쉬운 문 전 대표보다 보수 표심을 흡수하는 안 전 대표가 보수후보들에게는 더 위협적이기에 민주당 경선에서 안 지사가 낙마하도록 이들이 총력을 기울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지적하고 있다.
 
◆ 安, 文에 ‘집토끼’ 규모 밀려 외연확장 불가피한 점이 딜레마
 
▲ [시사포커스 / 고경수 기자]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새로운 돌파를 위한 아젠다를 제시하지 못하면 안 지사가 더 오르기 어렵다고 전망했다.

이처럼 사방에서 공격받기 쉬운데다 현재 문 전 대표보다는 충성 지지층의 규모가 떨어지고 출마한 보수후보 중 뚜렷한 유력후보가 없다는 점에 힘입어 끌어들일 수 있었던 보수 혹은 중도 성향 유권자들이 자신의 지지 기반 중 적지 않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는 점에서 향후 국면 변화에 따라 얼마든지 표심 이탈이 발생할 위험성을 안고 있어 나날이 그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그렇기에 향후 탄핵심판 결과가 나오는 3월 중순 등 국면 전환을 노릴 만한 시점에 여태까지의 상승세를 다시 살려낼 계기를 분명하게 만들어 내야 하는데, 이런 점을 꼬집은 듯 같은 당 우상호 원내대표도 23일 CBS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대연정이니 무슨 ‘선한 의지’니, 이런 쪽 얘기만 계속하면 지지율이 더 오르기는 어렵다”면서 “지금부터 안 지사는 새로운 돌파를 위한 아젠다를 만들어야 한다”고 충고하기도 했다.
 
자칫 안 지사의 하락이 경쟁 정당의 대선후보인 안철수 전 대표의 상승으로 이어지는 최악의 상황을 막기 위해 건넨 조언으로 풀이되는데, 당 입장에선 경선이 시작되기도 전부터 흥행을 이끌어 갈 두 유력 주자 중 한 명이 지나치게 빨리 추락하면 경선 결과가 나오더라도 다른 정당들이 다시금 ‘친문 패권주의’ 프레임으로 집중공격을 해와 경선 뒤 나온 최종 주자의 지지율마저 떨어질 수 있다고 우려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안 지사는 급격한 변화를 구상하기보다 기존 해오던 대로 꿋꿋이 이어가겠다는 모양새인데, 그는 23일 오후 민주당 중앙당사에서 기자들에게 자신의 지지율 하락과 관련, “(지지율 하락 원인을) 분석할 만큼의 데이터는 아직 아니지 않은가”라며 “그동안 그랬던 것처럼 꾸준히 제 소신대로 뚜벅뚜벅 걸어가겠다”고 담담하게 자신의 입장을 밝혔다.
 
그러면서도 소위 ‘집토끼’가 문 전 대표로 쏠려버릴 것은 우려했는지 이날 당사를 방문한 자리에서 당직자들을 향해 그는 “저의 승리는 당의 승리가 돼야 한다”며 “제가 후보가 되면 당이 집권하는 거고, 선거를 당과 같이 치르는 것”이라고 당과의 유대관계를 강조해 민주당 지지자들의 마음을 잡으려는 시도를 보여주기도 했다.
 
하지만 안 지사가 ‘선의 발언’으로 촉발된 자신에 대한 검증공세와 여야를 막론한 집중공격 속에서 문 전 대표를 따라잡을 위치까지 반등하기에는 당 경선이 그리 멀지 않을 것으로 전망돼 문 전 대표의 실수를 바라는 것 외엔 짧은 기간 동안 10%P 이상 상승하는 건 쉽지 않은 과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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