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축소 보도, 이미 ‘청와대 낙점설’ 돌아

▲ MBC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이사장 고영주)가 23일 예상대로 김장겸 MBC 보도본부장을 신임 사장으로 선출했다. 언론노조 MBC본부 등은 최종후보로 선정됐던 3인을 모두 ‘언론장악 부역자’로 지목해왔다. 사진 / 고승은 기자
[ 시사포커스 / 고승은 기자 ] MBC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이사장 고영주)가 23일 예상대로 김장겸 MBC 보도본부장을 신임 사장으로 선출했다. 지난 16일 방문진은 신임 MBC 사장 후보를 3명으로 압축한 바 있다.
 
최종 후보 3인은 권재홍 부사장과 김장겸 보도본부장, 문철호 부산MBC 사장이었다. 이들 모두 언론노조 등으로부터 매우 평판이 좋지 않다.
 
권재홍 부사장은 지난 2012년 언론노조 MBC본부가 170일동안 김재철 전 사장의 퇴진을 촉구하며 벌인 ‘공정방송 회복’ 파업 당시 이른바 ‘허리우드 액션’ 사건으로 빈축을 산 바 있다. 시용 기자 채용에 항의하는 기자들의 면담 요구를 자신이 감금당해 다친 사건으로 둔갑시켰다가 법원의 정정보도 판결을 받은 바 있다.
 
문철호 사장은 지난 2012년 노조 파업 당시, 이진숙 현 대전MBC 사장과 함께 MBC기자협회에서 ‘공정방송을 망가뜨렸다’는 이유로 제명당한 바 있다.
 
◆ ‘영향력 0.7%, 신뢰도 0.5%’
 
김장겸 보도본부장은 지난 2014년 세월호 참사 당시 편집회의에서 실종자 가족을 향해 ‘깡패’라고 지칭하는 등 비하발언을 한 것으로 알려져 논란을 빚었다.
 
그는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을 축소보도하는 등 <뉴스데스크> 시청률 하락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 인물로 지목되며 노조 측의 거센 질타를 받고 있다. 특히 ‘최순실 태블릿 PC’ 출처 의혹 보도에 집중하는 등 여론의 빈축을 사기도 했다. 언론노조 MBC본부 등은 이미 그가 청와대로부터 차기 사장에 낙점됐고 면접 등이 요식절차에 불과하다고 주장해왔는데, 역시 예상을 벗어나지 않았다.
▲ 언론노조 MBC본부는 22일 발행한 노보에서 김장겸 신임 사장을 향해 “2011년 이후 MBC뉴스 파탄의 주역이자 총책임자”라며 “보도본부장 선임 뒤에는 메인뉴스를 ‘청와데스크’로 전락시켰다”고 지적했다. 사진 / 고승은 기자
언론노조 MBC본부는 22일 발행한 노보에서 김장겸 신임 사장을 향해 “2011년 이후 MBC뉴스 파탄의 주역이자 총책임자”라고 지적했다. 특히 “김장겸 보도국장 체제에서 MBC 기자들을 상대로 한 설문조사 결과 MBC뉴스는 ‘영향력 0.7%, 신뢰도 0.5%’ 의 참담한 오명을 뒤집어썼다”고 질타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보도본부장 선임 뒤에는 메인뉴스를 ‘청와데스크’로 전락시켰다”라며 “사상 초유의 국정농단 사태에도 축소-은폐-지연-받아쓰기 보도로 일관했다. 최근에는 자신이 증인으로 채택된 국회의 ‘MBC 노조탄압 청문회’ 개최 결정에 대해 감정적으로 비난보도를 쏟아내며 ‘뉴스사유화’의 절정을 선보였다”고 힐난했다.
 
◆ “부끄러운 기록 될 것”
 
한편 이날 오후 언론노조는 방문진 사무실이 있는 여의도 율촌빌딩 앞에서 '<MBC 사장 선출 중단 및 언론장악방지법 개정 통과 촉구 결의대회>를 열었다.
 
김종철 동아투위위원장은 “저희가 1975년 3월에 동아일보사에서 폭력배들한테 몰려났는데, 그 땐 오히려 상황이 단순했다. 그런데 이렇게 지속적인 현상은 처음 본다. 이것은 언론이고 현대사에서 가장 추악한 사건 중의 하나로 기억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고영주 이사장이 ‘국사학자의 90%는 좌편향’이라고 망언한 것을 지적한 뒤 “그 사람이 이사장이 된 뒤에 안광한 체제가 MBC와 언론노조를 지옥 속으로 몰아넣었다”며 MBC의 비인간적 인사관리가 있었음을 지적했다. 지난 2012년 170일간의 파업 이후 100명 이상의 기자와 PD 등이 제자리로 돌아가지 못하고, 그 자리를 시용기자와 경력기자들이 대체해 MBC뉴스 시청률이 바닥(3~4%대)으로 추락했다는 것이다.
 
김 위원장은 “방문진이 사장을 뽑더라도 몇 달 가지 못할 것이다. 3월에 박근혜가 탄핵되는 것은 분명하다. 촛불혁명을 이끈 시민들이 이번 역사적 폭거를 심판할 것”이라며 “그리고 KBS도 같은 길을 걷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환균 언론노조 위원장은 “직무정지된 박근혜에게 선택된 이자(방문진 이사)들이 국민의 방송 MBC 새사장을 뽑는다는 게 말이나 되느냐”라며 “오늘 아마 방문진은 후보 세 사람 중 한사람을 사장으로 낙점할 거다. 하지만 누가 되든 상관없다. 잠시 사장 타이틀을 이력서에 적어넣을 수 있겠지만 부끄러운 기록이 될 것”이라고 질타했다.
▲ 한편 ‘박근혜 탄핵 반대’를 외치는 친박단체들이 태극기와 성조기를 들고 언론노조 맞은편에서 맞불집회를 열었다. 특히 이들은 언론노조를 향해 ‘깡패노조’ ‘쓰레기들’ 이라는 극언을 쏟아내며 원색 비방했다. 사진 / 고승은 기자
한편, 맞은편에서는 ‘박근혜 탄핵 반대’를 외치는 친박단체들이 태극기와 성조기를 들고 군가 등을 크게 틀어놓으며 이른바 ‘맞불집회’를 열었다. 특히 이들은 언론노조를 향해 ‘깡패노조’ ‘쓰레기들’ 이라는 극언을 쏟아내며 원색 비방했다.
 
MBC 노조 등은 이날 오후 6시 39분 상암동 MBC 광장에서 촛불문화제 등을 진행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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