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심판 결과 따라 정국 변화될 가능성 고려…유승민 ‘보수단일화’ 의식도

▲ [시사포커스 / 고경수 기자] 바른정당 대선주자인 남경필 경기도지사가 지난 2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중진연석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시사포커스 / 김민규 기자] 지난 12일 유승민 의원의 범보수단일화를 일축한 바른정당이 당 진로를 놓고 아직도 헤매고 있는 모양새다.
 
정확히 말해선 헤맨다기보다도 창당 전부터 비쳐지던 김무성과 유승민이라는 당내 두 세력 간 기 싸움이 당 노선을 놓고도 계속 이어지면서 이런 양상을 띠게 된 것으로 보이는데, 김 의원이 제3지대를 비롯한 야당과의 연대에 방점을 두고 있다면 유 의원은 집권여당인 자유한국당과의 범보수단일화 주장을 견지해 왔다.
 
하지만 문제는 둘 모두 어느 쪽도 실질적으로 여태 별 다른 진전을 보여주지 못한 채 대개 일방적 주장만 내세우는 데 그치고 있는 상황이다 보니 당의 향방 또한 분명하게 정하지 못하고 일단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는 애매한 형태로 흘러가고 있는데, 이 같은 불안정한 상태가 언제까지 지속될 것인지 벌써부터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 김무성, 김종인·정의화와의 회동 불참…제3지대 무산? 속도조절?
 
반패권 세력과의 대선 연대를 위해 이에 앞서 일단 ‘자강론’에 힘쓰기로 입장을 정리했던 바른정당에선 김무성 의원이 개헌을 고리로 한 제3지대를 결성하는 데에 최근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여 왔다.
 
그런 면에서 김 의원이 정의화 전 국회의장 및 김종인 더민주 전 비대위 대표와 지난 15일 조찬 회동을 가졌던 건 많은 이들의 이목을 집중시키며 여러 해석이 나오게 만들었다.
 
특히 이날 회동이 단발성에 그치지 않고 김 전 비대위 대표가 독일 출장에서 귀국한 뒤 다시 만나기로 분명히 합의했다는 점에서 ‘제3지대’ 결성에 탄력을 받는 게 아니냐는 기대감이 적잖이 높아졌다.
 
하지만 정작 김 전 대표가 독일에서 귀국한 뒤 22일 오후로 예정됐던 김 의원과 김 전 대표, 정 전 의장 간 2차 3자회동은 김 의원이 이날 오전 소속의원-원외위원장 연석회의에 앞서 “눈이 와서 안 만날 것 같다”고 말해 차후로 연기될 것으로 전망됐으나 예상을 깨고 김 전 대표와 정 전 의장 둘만 당초 약속된 대로 회동을 가져 그 배경에 관심이 집중됐다.
 
이를 의식한 듯 정 전 의장은 ‘김 의원이 안 온 이유’에 대해 질문 받게 되자 “셋이 같이 만나면 여러분들이 많은 관심을 가져서 살짝 만나려고 했다”며 “내가 3자회동은 다음 주로 미루자고 했다. 내가 계획한 대로 성사가 안 되면 보따리 싸고 부산으로 내려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는 “좀 더 쉽게 말하면 빅텐트론이 조금 더 구체화될 수 있을 때 그때 만나자고 했다”며 “내용 없이 언론에 자꾸 유출되면 국민이 실망할 것 아니냐”고 부연했다.
 
하지만 이 같은 정 전 의장과 달리 함께 자리했던 김 전 대표는 무뚝뚝한 반응이었는데, ‘향후 제3지대 어떻게 할지 얘기했냐’는 질문엔 “두 사람이 앉아서 무슨 얘기를 하나”라고 답했고, ‘앞으로 계획이 어떠냐’는 질문에도 “아무 계획도 없다”며 말을 아꼈다.

또 ‘독일 귀국 뒤 (김 의원을 포함해) 3자 회동 하기로 했다’는 지적엔 “내가 왔으니까 앞으로 만날 수도 있고 그런 거지”라면서도 ‘(오늘) 김 의원과 왜 안 만났냐’는 질문에는 “원래 약속을 안 했다. 특별하게 약속한 건 없다”고 선을 그었다.
 
마찬가지로 이날 회동에 불참한 김 의원도 무뚝뚝하기는 김 전 대표와 별 다를 게 없었는데, 같은 날 오후 서울 대방동 공군회관에서 열린 남경필 경기지사의 출판기념회 참석 뒤 만난 기자들로부터 ‘오늘 3자 회동이 무산됐냐’는 질문을 받자 “안 만나기로 했다”고만 답했을 뿐 ‘왜 안 만나냐’는 질문에는 입을 닫았다.
 
다만 ‘혹시 의견 충돌이 있냐’는 질문이 나오자 오해를 사고 싶지 않았는지 “그런 것은 없다. 그냥 조금 더 시간을 갖자고 했다”고 답변했는데, 이외에 ‘김 전 대표와 통화했느냐’ ‘제3지대 관련해 구체적인 얘기가 있느냐’는 질문들이 이어지자 “안 했다. 그런 것 없다”며 자리를 떴다.
 
이런 점에 비추어 당장 제3지대를 결성하겠다고 하기보다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심판 결과에 따라 당 상황이 전기를 맞을 수 있는 만큼 우선 향후 대응전략에 고심하면서 ‘제3지대’ 쪽은 속도조절에 들어간 것으로 보이는데, 여기에 당초 ‘범보수단일화’ 주장을 펼쳐왔던 유승민 의원도 일부 의식한 부분 역시 없지 않을 것으로 관측된다.
 
당 지도부 역시 이런 경향을 은연중에 띠고 있는 것으로 비쳐지는데, 주호영 원내대표는 21일 BBS라디오 ‘전영신의 아침저널’과의 인터뷰에서 자유한국당으로부터 당원권 정지 징계를 받았던 홍준표 경남지사를 대선후보로 영입하려 하고 있다며 당의 ‘자강론’ 노선을 분명히 보여주면서도 범보수단일화에 대해 “당장 그런 일은 없지만 범보수후보라든지 중도후보들이 힘을 합쳐 더불어민주당 후보를 제재할 수 있다는 상황이 되면 여론을 봐 가면서 가능성은 있다”고 마찬가지로 여지를 남겨놓는 반응을 보인 바 있다.
 
◆ 유승민에 맹공 펴는 남경필, 김무성 대리전 치르나
 
이렇듯 애매한 입장을 취하고 있는 건 ‘제3지대’ 혹은 ‘반패권 연대’를 추진하려는 김 의원이나 ‘범보수단일화’를 내세우는 유 의원 모두 창당 주역으로서 당내 적잖은 영향을 미치고 있기 때문인데, 그러다 보니 현재 유 의원과 함께 당내 대선후보로 꼽히고 있지만 지지율에서 밀려 연일 유 의원을 향해 공세를 펼치고 있는 남경필 경기지사에게 김 의원이 힘을 실어주며 유 의원과 신경전을 벌이고 있는 모양새다.
 
남 지사는 22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유승민 의원을 위한 충고’란 제목의 글에서 “이미 바른정당은 모든 동지들이 머리를 맞대 국정농단 세력과의 연대는 없다고 결론지었다”며 “국정농단 세력과의 후보 단일화를 포기할 수 없는 유 의원이라면 차라리 ‘새누리당’으로 돌아가시길 권한다”고 유 의원을 강도 높게 몰아세운 바 있다.
 
앞서 지난 12일 당의 노선을 결정하는 자리에서도 남 지사가 유 의원보다 당내 입지나 무게감은 한층 떨어졌음에도 결국 유 의원의 ‘범보수단일화’가 받아들여지지 않고 남 지사의 주장이 대폭 수용된 데에는 당내 최대 세력인 김 의원이 남 지사를 적극 지지해줬기에 가능했을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그래서 자신의 선명성을 부각시키는 것 뿐 아니라 김 의원에도 부응하려는 차원에서 남 지사는 22일 페이스북에서 이처럼 유 의원을 압박하며 “불과 열흘 전 바른정당 모든 의원과 원외위원장이 머리 모아서 국정농단 세력과의 연대는 없다고 말했다. 다시는 혼선 없도록 해야 한다”고 거듭 강조해 당 노선이 오락가락한 것으로 여전히 비쳐지고 있는 책임도 유 의원에게 있다는 듯 몰아붙이는 태도를 취한 것으로 보인다.
 
물론 김 의원 역시 같은 날 오후 열린 남 지사의 정책 에세이집 ‘가시덤불에서도 꽃은 핀다’ 출판기념회에 참석해 “남 지사와 저는 15대 국회 동기로 20년 이상 같이 생활하며 가까운 사이를 유지했다”며 “남 지사가 대통령이 돼서 협치로 한국호를 살려내길 바란다”고 남 지사에 한껏 힘을 실어주는 모습을 보였다.
 
◆ 지지부진한 ‘제3지대’…국민의당 간 손학규 ‘돌파구’되나
 
▲ [사진 / 고경수 기자] 손학규 국민주권개혁회의 의장이 국민의당 최고위원회의에 처음 참석해 자신의 발언을 이어가고 있다.

한편 김 의원이 김 전 대표, 정 전 의장 등과 모색하려던 ‘제3지대’를 결성하기 위해선 결국 국민의당과의 연대가 불가피한데, 뜻밖에 국민의당 쪽에서도 바른정당과의 연대 가능성에 긍정적 신호를 보내기 시작해 여기에도 정치권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그 주인공은 지난 17일 국민의당에 공식 입당한 손학규 국민주권회의 의장인데, 손 의장은 지난 20일 YTN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정치적인 이해관계를 공유할 수 있는 정당과의 연대는 꼭 필요할 것”이라며 ‘바른정당과도 연립정부를 만들 수 있다는 말이냐’는 질문에 “그렇다”고 답변한 바 있다.
 
이에 그치지 않고 그는 22일 오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과학기술 헌법조항 개정 정책토론회’에 참석해 축사를 한 뒤 기자들과 만나 자신의 연정론에 바른정당 지도부도 호응했던 것과 관련 “바른정당이 앞으로 우리나라를 어떻게 개혁할 지에 대해 분명한 입장을 밝히면 가능성이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긍정적 입장을 내놨다.
 
이전까지만 해도 국민의당 지도부를 비롯해 대선주자인 안철수 전 대표마저 바른정당과의 연대엔 부정적 반응을 보여 왔던 만큼 새로 합류한 손 지사로 인해 일어난 이 같은 변화가 김 의원이 추진 중인 ‘제3지대’ 결성에 어떤 긍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인지 그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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