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관광객 줄고 과열경쟁에 적자 지속

▲ 면세점업계가 포화상태로 접어들면서 기존 강자인 롯데면세점과 신세계면세점을 제외한 신규 면세점들이 좀처럼 회복세를 보이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두타면세점과 한화 갤러리아면세점63의 악화가 눈에 띈다. [사진 / 시사포커스 DB]
[시사포커스 / 김용철 기자] 한화그룹과 두산그룹이 성장동력 중 하나로 내세웠던 면세점이 적자를 벗어나지 못하면서 골치를 썩고 있다.

면세점업계가 포화상태로 접어들면서 기존 강자인 롯데면세점과 신세계면세점을 제외한 신규 면세점들이 좀처럼 회복세를 보이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두타면세점과 한화 갤러리아면세점63의 악화가 눈에 띈다.

지난해 연말 면세점사업권을 취득한 3곳이 오픈 예정에 면세점업계 경쟁이 치열한 가운데 중국정부의 한한령 영향으로 중국인 관광객이 줄고 있어 실적 개선 전망은 그리 밝지 않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한화갤러리아가 갤러리아면세점63 실적 악화로 업계 최초로 구조조정 칼을 빼들었다. 적자 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는 두타면세점은 심야영업 시간 조정 이후 매출이 늘고 있지만 아직 흑자전환까진 갈길이 멀어 구조조정 가능성을 배제할 없다.

◆두타면세점, 흑자까진 갈길 멀어
박정원 두산그룹 회장은 지난해 3월 취임 당시 “미래 성장동력 발굴을 위해 면세점 사업이 새로운 성장동력이 될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면세점 사업 시작 반년이 지난 현재 두산그룹의 최대 고민으로 전락한 상황이다.

박 회장이 취임 당시 발언이 무색해질 정도로 면세점 사업은 적자 탈피가 급선무인 만큼 상황이 좋지 않다. 박 회장 취임 이후 대부분 계열사들이 턴어라운드에 성공한 가운데 두타면세점은 부진을 이어가고 있다.

두타면세점을 지휘하고 있는 박서원 전무는 두산 오너가(家) 4세로 박용만 전 두산그룹 회장의 장남이다. 지난해 5월 오픈한 두타면세점은 첫해 5천억원의 매출 목표를 삼고 출사표를 던졌지만 1천억원대로 기대치에 못미치는 초라한 성적표를 기록하고 있다.

면세점업계 최초로 2시까지 심야영업을 시도했지만 실적 부진에 시달리며 두타면세점을 총괄하던 이천우 유통부문 부사장이 회사를 떠나는 어려움을 겪은 바 있다.
▲ 두타면세점을 지휘하고 있는 박서원 전무는 두산 오너가(家) 4세로 박용만 전 두산그룹 회장의 장남이다. 지난해 5월 오픈한 두타면세점은 첫해 5천억원의 매출 목표를 삼고 출사표를 던졌지만 1천억원대로 기대치에 못미치는 초라한 성적표를 기록하고 있다. ⓒ두산

한류스타 태양의 후예 송중기를 내세워 대대적인 마케팅도 시도했지만 매출 실적으로 연결되지는 못했다. 최근에는 D3층 한류관에 위치한 ‘사임당관’을 오픈 한류문화 마케팅에 나서고 있지만 중국인 관광객의 발걸음을 잡기에는 역부족이다.

그나마 지난해 10월 심야영업 매출이 차지하는 비중이 일 평균 25.3%에서 올해 1월 중순 기준 일 평균 38%로 늘어나고 있는 점은 고무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두타면세점은 면세점에 처음 진출해 시행착오를 겪을 수밖에 없고 명품브랜드 입점에서도 기존 면세점과의 치열한 경쟁을 펼쳐야 하기 때문에 어려운 상황이다”며 “중국인 관광객을 얼마나 유치하느냐에 따라 면세점 운명이 판가름 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화갤러리아 적자에 임금반납 까지
한화갤러리아도 면세점 사업 부진에 따른 실적 악화로 편치 않은 상황이다. 실적 부진 여파는 구조조정으로 이어져 2월 초부터 부장급 이상을 대상으로 회망퇴직을 접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화갤러리아의 구조조정은 업계 최초라는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면세점업체 난립으로 갈수록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언젠가는 실적 부진의 덫에 빠진 업체들이 특허권을 반납하는 시기가 도래할 것이라는 지적이 지속적으로 나오는 가운데 한화갤러리아가 첫 구조조정을 단행하면서 업계에선 충격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일각에선 한화갤러리아를 시발점으로 업계 전반에 걸쳐 실적이 부진한 면세점을 중심으로 구조조정 바람이 불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면세점 사업 부진으로 한화갤러리아는 2년 연속 적자를 기록 중이다.

지난해 면세점 사업에서만 438억원의 적자를 냈다. 한화갤러리아는 최근 임원은 연봉의 10%를 자진 반납하고 이번달에는 부장·차장급 등의 중간관리자들이 상여금을 100%로 자진반납에 동참했다.
▲ 업계 관계자는 “면세점 사업이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평가된 말은 옛말이 됐다”며 “중국인 관광객이 갈수록 줄어들고 있어 경쟁력 있는 면세점 사업자를 제외하곤 흑자를 달성하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사진은 롯데월드타워점. [사진 / 시사포커스 DB]

◆면세점 양극화 ‘황금알 낳는 거위’ 옛말
전문가들은 면세점업계가 과열 경쟁으로 적자 늪에 허덕이면서 특허권을 자진반납 하고 폐업하는 최악의 상황에 직면할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국내 시내 면세점은 지난 1973년 동화면세점이 첫 문을 연후 80년대를 거치면서 급성장했다. 시내면세점 수가 29개까지 증가했지만 90년대 들면서 속속 문들 닫는 면세점이 늘어났다.

1990년 서울 파라다이스 면세점, 부산 신라면세점이 문들 닫았고 1995년 제주 동화면세점이 영업을 종료했다. 2000년대로 접어들어선 외한위기 등 경제사정 악화로 인해 2003년 한진, 이 특허권을 반납했고, 2010년 AK(애경)도 적자 누적이 쌓이면서 면세점 특허를 반납했다.

이후 한류열풍으로 국내를 찾는 중국 관광객이 늘면서 면세점업계가 호황을 누리자 면세점 사업이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생각하고 시장에 발을 들인 사업자들이 늘어났다. 이 과정에서 정부의 일관성 없는 면세점 정책으로 포화 상태를 맞았고 최근 국내 사드 배치로 인한 중국 정부의 몽니로 인해 중국 관광객이 줄면서 위기를 맞은 상태다. 수익성이 악화되면서 대규모 적자를 걱정해야 하는 처지가 됐다.

업계 관계자는 “면세점 사업이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평가된 말은 옛말이 됐다”며 “중국인 관광객이 갈수록 줄어들고 있어 경쟁력 있는 면세점 사업자를 제외하곤 흑자를 달성하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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