野4당 ‘특검 연장 승인’ 압박에도 黃 꿈쩍 안 해

▲ [시사포커스 / 고경수 기자] 더불어민주당 박범계 의원 및 소속 의원들이 2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본청 로텐더홀에서 특검연장 촉구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시사포커스 / 김민규 기자]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를 수사해온 박영수 특별검사팀의 활동기한인 2월 말이 점점 다가오면서 특검 연장 문제가 정치권의 뜨거운 감자로 급부상하고 있다.
 
일단 헌법재판소가 이정미 헌법재판관의 퇴임 이전인 3월 13일 이전까지 탄핵심판 결과를 내놓으려는 의지를 보이고 있어 현 시점에서 특검 수사기간을 연장하게 되면 자칫 박근혜 대통령이 구속수사 받게 될 가능성도 열리게 되기에 집권여당으로선 어떻게든 특검의 활동기간 연장을 저지하려는 모양새지만 야권에선 국민 대다수의 요구라며 한 목소리로 특검 연장을 승인하라고 황 대행을 압박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황 대행 측은 야권이 최종 시한으로 정한 이날도 여전히 종전과 동일하게 ‘수사기간 연장 승인 요청은 현행 특검법대로 수사 기간 만료 3일 전에 행해져야 한다’는 입장만 고수하고 있어 야당에서 결국 특검법 연장안 처리로 강행 돌파하려는 수순을 밟게 될 것인지 정치권의 동향에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 황교안 대행, 특검법 거부할 가능성 ‘농후’
 
현재 특검 연장 여부를 둘러싼 정치권의 논란에 종지부를 찍을 권한을 가진 인물은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이다.
 
황 대행은 박영수 특검팀이 오는 2월말까지 70일 간의 활동기간을 마치기 전에 현 특검법에 따라 30일을 더 연장시킬 수 있는데, 특검 수사 기간을 연장한다면 향후 박근혜 대통령에게 적잖이 불리하게 작용할 여지가 있는 만큼 아무리 법에 보장되어 있다고 한들 그가 섣불리 연장 결정을 내리기엔 상당한 부담이 따를 것으로 보인다.
 
이런 고민 때문인지 지난 20일 황 대행 측 관계자는 기자들에게 “관련법에 따라 검토하겠다. 그 외 추가로 말씀드릴 사안이 없다”며 ‘법대로’라는 원론적 입장만 견지하고 있는 상황인데다 21일 황 대행 측에서 배포한 입장자료에서도 “특검법에 따르면 수사기간 연장 승인 요청은 수사기간 만료 3일 전에 행해져야 한다고 규정돼 있지만 이번 건의 수사기간 연장 승인 요청서는 수사기간 만료 12일 전인 지난 16일 접수됐다”고 지적했을 정도로 빠른 시일 내에 결론 내리기 어렵다는 뉘앙스를 계속 내비치고 있다.
 
다만 아무리 장고하더라도 결국 황 대행이 특검 연장을 거부할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인데, 그간 박 대통령 측에서 표면상 특검의 대면조사에 응하겠다 면서도 여러 이유를 들어 계속 미뤄온 만큼 특검 연장이 승인될 경우 특검 측에 대통령 대면조사를 재시도할 기회를 주게 된다는 점에서 황 대행의 부담이 적지 않은데다 집권여당인 자유한국당에서 지난 20일 특검 연장 반대를 당론으로 확정한 점도 결정을 내리는 데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또 이미 지난 10일 국회 대정부질문에 나온 황 대행 스스로 특검 연장 요청 승인 여부에 대한 질의가 나오자 “만약 그런 (수사기간 연장) 생각 갖고 있다면 20일 동안 열심히 하지 않겠다는 생각 가진 것 아닌가”라며 부정적 반응을 내비친 바 있고, 지난 6일 특검이 황 대행에 보냈던 청와대 압수수색 협조요청 공문에도 거부 의사를 밝힌 적이 있어 황 대행이 특검 연장에 대해 협조적으로 나올 가능성은 사실상 희박하다.
 
그러다 보니 야권은 황 대행에게 특검 연장 여부를 표명해야 하는 ‘데드라인’이라고 통보했던 21일 끝내 황 대행이 입장을 내놓지 않으면 오는 23일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 바른정당, 정의당 등 4당이 함께 특검 연장안을 처리하기로 합의했다.
 
이들 4당 대표들은 이날 회동에서 여당이 특검 연장 반대를 당론으로까지 확정해 법사위에서 간사 간 협의를 통한 처리는 물 건너 간 만큼 정세균 국회의장의 직권상정을 통해 특검법 개정안을 통과시키는 방안까지 검토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이 경우 직권상정 요건에 부합한지 여부를 놓고 적잖은 논란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 ‘특검 연장안’ 직권상정·우회상정 모두 쉽지 않아
 
특히 특검 연장안을 직권상정할 수 있는 가장 유력한 요건으로 언급되고 있는 ‘국가비상사태’에 대한 해석을 놓고 여야 간 이견 차가 크다 보니, 결국 정세균 국회의장이 어떤 결정을 내릴 지에 정치권의 관심이 쏠리고 있는데 아무래도 정치적 부담이 상당한 결정인데다 직권상정을 강행한다 해도 황 대행이 요건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이유를 들어 거부권을 행사해버리면 그 때쯤엔 이미 현재 특검의 활동기한인 2월말을 넘어버리게 되다 보니 정 의장조차 먼저 황 대행이 이 문제에 대해 결단을 내려주길 바라는 듯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실제로 정 의장은 지난 19일 전북 전주에서 열린 사단법인 ‘사람과 미래’ 창립총회에서 “특검이 수사에 미진한 부분이 있어 황 대행에게 수사 기간 연장 요청을 했고 수락돼야 한다”고 특검 활동기간 연장 자체에는 공감하는 모습을 보이면서도 ‘특검 연장안’의 직권상정에 대해선 “(교섭단체 자격 갖춘) 4당이 국회의장에게 직권상정을 한뜻으로 요청해야 가능하다. (여당이 반대할 수밖에 없어) 어렵지 않겠느냐”고 상반된 반응을 내놓은 바 있다.
 
그러면서 그는 “저는 법의 테두리 안에서 의사를 진행하겠다. 특검이 연장되지 않을 수도 있다”고까지 말해 ‘특검 연장’이 무산될지언정 원칙을 준수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는데, 앞서 지난해 말 국회 ‘최순실 게이트’ 국조특위의 최순실 강제구인법 직권상정 요구에 대해서도 원칙상 4당 원내대표의 합의가 필요하다며 거부한 적이 있어 정 의장의 속내야 어쨌건 야당에서 요청이 온다고 해서 순순히 응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관측된다.
 
이에 따라 일각에선 본회의에만 올리면 4당이 찬성하기에 자유한국당이 아무리 반대해도 통과가 무난한 만큼 의원 30명 이상의 요구가 있을 경우 상임위에서 부결된 법안을 7일 이내 본회의에 상정할 수 있게 한 국회법 87조로 특검 연장안을 강행 처리하자는 ‘우회 상정’안을 제안하기도 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문제는 이렇게 하면 법안 통과는 가능하지만 헌법상 정부가 15일 이내에만 공포하면 되기에 이미 특검 활동기간이 1주일 남짓 밖에 남지 않은 상황에서 황 대행이 공포 시점을 특검 활동 종료일 이후로 미뤄버릴 경우 자연히 특검은 그 사이에 해산되어버려 법안 공포 이유가 사라지게 된다.
 
▲ [사진 / 시사포커스DB] 정부여당이 강하게 반대하는 이상 야권의 강행 처리 역시 쉽지 않은 만큼 궁극적으로 특검 연장 여부는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의 선택에 따라 결론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즉, 어떤 상황이든 결국 황 대행이 마스터키를 쥐고 있다는 점에서 야권은 결국 여론을 통한 압박 외엔 뾰족한 방도가 없는 실정인데, 원내 제1당인 더불어민주당의 추미애 대표가 21일 4당 대표 회동에서 “특검 연장을 하지 않는 건 황 대행 스스로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공범이 되기를 자처하는 꼴”이라며 “특검 연장은 80%의 국민이 원하는 것”이라고 여론에 의존한 공세를 펼친 점 역시 이런 한계를 분명히 보여주고 있다.
 
◆ 野, 대선 고려해 ‘특검법 강행’은 선언에 그칠 수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헌재가 2월 말인 오는 24일을 변론종결 기일로 설정해 박 대통령의 헌재 출석을 압박하고 있는 상황에서 박 대통령과의 대면조사 필요성을 강하게 피력하고 있는 ‘박영수 특검’의 활동기간 연장 사안도 비슷한 시기에 맞물려 있다 보니 야권도 여기서 밀리게 되면 3월로 중순경으로 점쳐지는 탄핵심판 결과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으리라 판단해 쉽게 물러서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야권이 박 대통령을 압박하기 위해 끝까지 한 목소리를 낼 수 있을지조차 여전히 단언할 수만은 없는데, 조기 대선을 목전에 놓고 각 당이 서로 경쟁 중인 상황이라는 점도 작용하겠지만 일단 보수정당으로서 야3당과 달리 범여권으로도 분류될 수 있는 바른정당에서 최근 미묘한 기류가 감지되고 있기 때문이다.
 
일례로 주호영 원내대표는 21일 탄핵심판으로 결론내기엔 차후 극심한 국론분열이 우려된다는 점을 들어 “사법적으로 인용이나 기각으로 풀 게 아니라 정치적 해법도 동시에 병행해야 한다”며 “언론에서는 대통령이 하야 결심을 밝히고 하야하고, 정치권은 대통령의 사법처리에 대한 부담을 덜어줘야 한다는 해법도 제시하고 있다”고 ‘질서 있는 퇴진론’을 주장한 바 있다.

이는 과거 집권여당에서 ‘4월 퇴진, 6월 대선’을 조건으로 야당에 제시했던 타협안과 일부 유사한데, 보수정당이란 특성상 현실적으로 보수 지지층 먼저 염두에 둘 수밖에 없는데다 박 대통령에 대한 탄핵이 용인 판결 나온다 해도 야권 모두 수혜를 입어 자당에만 특별한 지지율 반등 요인으로 작용하진 않을 거라 판단한 바른정당의 고민이 묻어나오는 대목이라 할 수 있다.
 
비단 바른정당 뿐 아니라 야3당 역시 특검 연장 문제를 실질적으로 강행 처리하는 데에는 깊이 고민할 수밖에 없는데, 여소야대 상황에서 무리하게 규모를 내세워 밀어붙인다는 인상을 줬다가는 자칫 대선을 목전에 두고 보수층만 재결집시키는 역풍을 초래할 수도 있고 당내 보수 표심을 얻는 데 부심하는 일부 대선주자들도 있는 만큼 차라리 2월 말까지 잡음만 이어가다가 황 대행이 연장을 거부할 경우 이에 대한 책임을 추궁하면서 명분을 얻는 한편 여론의 지지도 등에 업는 선에서 이 사안을 매듭지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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