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스북-유투브 등 통해 널리 확산, 막대한 사회적 비용 ‘우려’

▲ 최근 미국 교포들이 를 상대로 3천억대 소송을 걸었다는 이야기가 한 블로그를 통해 퍼지기 시작했으나, 결국은 ‘가짜뉴스’로 판명났다. ⓒ JTBC
[ 시사포커스 / 고승은 기자 ] 지난해 미국 대선 과정에서 ‘가짜뉴스’가 큰 논란이 된 바 있는데, 최근 한국에도 ‘가짜뉴스’ 파동이 일고 있다. 특히 ‘박근혜 탄핵’ 국면 이후 더욱 심해지는 추세다.
 
페이스북이나 카카오톡, 유투브 등을 통해 무분별하게 퍼지는 ‘가짜 뉴스’를 아직까지 마땅히 제재할 방법은 없는 상황이라 더욱 논란이 된다.
 
최근 미국 교포들이 <JTBC>를 상대로 3천억대 소송을 걸었다는 이야기가 한 블로그를 통해 퍼지기 시작했다. 해당 기사는 커뮤니티나 SNS 등을 확산됐고, 주말 친박단체들의 집회에서 정치인들까지 이를 언급하기 시작하며 널리 확산됐다.
 
하지만 20일 <JTBC>에 따르면 이는 ‘가짜뉴스’ 였다. 소송을 제기했다고 밝힌 자칭 미국 교포(재미 리)는 지난 7년 동안 국내에서 수차례 사기 행각으로 실형을 받았던 인물이며, 그가 소송을 접수했다고 밝힌 미국 법원에서도 <JTBC> 관련 고소장은 없었다.
 
이같은 자칭 재미교포의 거짓말을 친박단체들의 집회에서 김진태 자유한국당 의원과 박 대통령의 대리인단 변호사인 서석구 변호사가 인용하기도 했다.
 
김진태 의원은 지난 4일 친박단체 집회에서 “어떤 해외교포는 손석희를 상대로 500만불을 청구했다. 우리 집에서도 제 아내, 애들 둘 다 청구했다”고 했고, 서석구 변호사도 11일 “버지니아 미국에서 와서, 이렇게 불굴의 투혼을 발휘하면서, JTBC의 이런 조작된 언론을 상대로 해서 싸움을 걸고… 국민이 이렇게 대거 참여해서 소송단을 구성한 것 감사와 존경을 표한다”라고 외쳤다.
 
하지만 이같은 ‘사기극’을 무책임하게 부풀린 사람이 책임지는 사례는 없다. 이처럼 친박단체 집회에서 ‘JTBC 집단소송’을 기정사실인 것처럼 부풀린 서석구 변호사는 21일 SBS <박진호의 시사전망대>와의 인터뷰에서 “태극기집회에서 본인이 저한테 얘기 하길래. 그렇게 만약 그런 집단 소송을 했다면 잘한 것이다. 이렇게 얘기한 것에 불과하고. 제가 그 사람의 기자회견에 동참하거나 이런 것은 전혀 아니다. 덕담으로 얘기한 것에 불과하다”고 발뺌했다.
 
JTBC는 이같은 상황과 관련 “JTBC를 상대로 100억원대 소송을 제기했다는 한 가짜뉴스는 페이스북에서만 2만3천700회 공유됐다”고 지적했다.
 
◆ 국내는 물론, 외교적 문제로까지 ‘비화’
 
최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가짜 뉴스’를 만들어내며 구설수에 올랐다. 외교적인 갈등까지 불러일으킬 수 있는 부분이라 더욱 파장은 컸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8일(현지시간) 연설 도중 중동 난민 수용 정책을 비판하는 과정에서 "우리는 지켜야 할 선이 있다. 우리나라를 안전하게 지켜야 한다"면서 "독일에서 일어난 일들을 보라. 어젯밤 스웨덴에서 일어난 일을 보라. 이런 일이 생긴 것을 누가 믿겠나“라고 말했다.
▲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최근 발언을 통해 마치 스웨덴에서도 테러가 일어난 것처럼 주장했다가,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나며 구설수에 올랐다. ⓒ KBS
브리쉘과 니스 등 유럽 각국에서 발생한 난민 연루 테러를 언급하며, 마치 스웨덴에서도 테러가 있었던 것처럼 주장한 것이다. 하지만 막상 스웨덴에선 아무 일도 없었다.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 이후 주미 스웨덴 대사관이 해명을 요구했고, 칼 빌트 전 스웨덴 총리는 트위터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무슨 약을 먹었느냐”라며 일갈했다. 또 스웨덴 사람들은 '어젯밤스웨덴'이란 해시태그를 달고 평온한 사진 등을 올리며 트럼프 대통령을 힐난했다.
 
그러자 트럼프 대통령은 트위터를 통해 "스웨덴에서 일어난 일에 대한 내 발언은 '이민자와 스웨덴'을 주제로 폭스뉴스에서 방송한 한 기사와 관련된 것이었다“라고 해명했다.
 
한국에서도 가짜뉴스가 계속 범람할 경우, 사회적으로 적잖은 피해가 발생할 거란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잘못된 정보를 걸러듣는 사람들도 있지만, 무분별하게 수용하는 사람들도 적지 않기 때문이다.
 
◆ “민주주의 존립 자체도 흔들릴 수 있다”
 
21일 오전 서울 여의도 의원회관에선 <가짜뉴스, 어떻게 막을 것인가?> 토론회가 하태경 바른정당 의원의 주최로 열렸다.
 
정병국 바른정당 대표는 축사를 통해 “언론사 기자가 가짜뉴스를 보고 저에게 확인을 하러 올 정도다. 이를 보면 가짜뉴스의 폐해가 어디까지 왔는지 심각성이 느껴진다”라며 “이번 토론회로 좋은 대안을 만들어주신다면, 바른정당에서 당론으로 정립하는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 21일 오전 서울 여의도 의원회관에선 <가짜뉴스, 어떻게 막을 것인가?> 토론회가 하태경 바른정당 의원의 주최로 열렸다. 발제자인 김유향 과학방송통신팀장은 “가짜뉴스는 민주주의 존립 자체도 흔들 수 있다”고 지적했다. 사진 / 고승은 기자
발제를 맡은 김유향 과학방송통신팀장은 “한국 역시 정치사회적 양극화가 심화되는 가운데 대선 등 정치적으로 중요한 사건들이 예정돼 있으므로 미국 대선에서 불거진 가짜뉴스 문제가 향후 국내서도 크게 이슈화될 가능성이 있다”고 언급했다.
 
김 팀장은 “최근 나온 연구들을 보면, 가짜뉴스는 지식이나 학력이 부족한 사람보다 오히려 확고한 신념을 가진 사람들이 자신에게 맞는 가짜뉴스를 받아들이는 경향이 있다”라며 “특정 학력이나 이념에 있는 사람에게만 유통되는 게 아닌 것 같다”고 지적했다.
 
그는 가짜뉴스가 퍼지게 된 배경에 대해 “SNS 등장과 더불어 뉴스소비 환경이 변한 것도 있지만, 기존 미디어의 사회적 영향력이 떨어진 것이 원인이다. 그러면서 자신과 친하거나 믿을만한 사람들이 제공하는 뉴스를 신뢰하게 된 경향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한 “가짜뉴스 제공자 측면에선, 가짜뉴스가 손쉬운 돈벌이 수단이 된다. 클릭해서 페이지뷰 수를 늘리면 광고수익이 늘어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아울러 “더 자극적이고 흥미위주의 기사를 즐기는 SNS 이용자들도 늘어났기 때문”이라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가짜뉴스는 올바른 정보유통 방해는 물론, 기존 민주주의 존립 자체도 흔들 수 있다. 민주주의는 건전한 미디어 위에서 성립된다”고 강조했다.
 
◆ “생각보다 심각한 문제다”
 
하태경 의원은 이날 토론회에서 최근 유투브에서 유포되고 있는 <CNN 북한 특수부대 청와대 잠입준비중- 대한민국 공산화 위기 1분전> 이라는 제목의 동영상을 ‘가짜뉴스’ 예로 소개했다. 해당 동영상을 재생하면 실제 CNN 뉴스와 함께 <북한 특수부대 청와대 침투훈련> <김정은 촛불시위 이용 도발하려고 함>이라는 한글 자막이 나온다.
 
하지만 이는 지난해 CNN이 북한 특수부대 훈련 내용을 소개한 것이었으며, 해당 기사 원문 어디에도 촛불시위는 등장하지 않는다. 편집해서 편집한 가짜뉴스다.
▲ 하태경 의원은 이날 토론회에서 최근 유투브에서 유포되고 있는 이라는 제목의 동영상을 가짜뉴스 예로 들었다. 사진 / 고승은 기자
하태경 의원은 이에 대해 “깊이 있게 생각하지 않는 분들은 뭔가 진행되고 있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라며 “이 부분은 생각보다 심각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최경진 가천대 법학과 교수는 “가짜뉴스가 생성된 뒤 유명인사들이 전파하면서 영향력이 커지고, 또 정식 언론이 인용하면서 더욱 커지게 된다. 나중에 되면 진짜뉴스인지 가짜뉴스인지 알 수 없게 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가짜뉴스의 폐단에 대해 “미디어 신뢰가 깨지는 게 가장 큰 문제”라며 “미디어 신뢰가 깨지면 사회적 비용이 크게 발생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 사업자가 ‘알아서’ 만들어주지 않아, 결국 시민이 ‘나서야’
 
구본권 한겨레 사람과디지털 연구소장은 “최근 한국에서 탄핵-특검국면에서 가짜뉴스가 전례없이 조직적으로 작성되고 유포되고 있다”면서 “과거와 다른 특성이 있다면, 과거 가짜뉴스를 유포하는 사람들은 공적인 것을 다루지 않았다. 하지만 이렇게 헌재판결 등 공동체의 중요한 시사현안을 다루는 영역에서 사기성 정보가 광범위하게 유통된 적이 없었다”라며 현 상황을 지적했다.
 
그는 “이같이 그릇된 정보가 유통되면, 불필요한 오해와 갈등이 생기고 이로 인해 발생하는 사회적 비용은 말할 수 없이 클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는 최근 대표적인 예로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JTBC의 태블릿PC 보도를 심의하려 한 것이라든지, 서석구 변호사가 탄핵심판 변론기일에서 ‘가짜 노동신문’을 인용한 사례를 들었다. 국가기관에서의 일에서조차 이런 가짜뉴스 내용이 거론된다는 것은 불필요한 사회적 비용을 치르고 있다는 설명이다.
▲ 구본권 사람과디지털 연구소장은 가짜뉴스 피해를 줄이기 위해선 “기술자들인 SNS와 포털 사업자들의 노력과 함께, 시민들의 요청과 감시가 필요하다”며 시민들의 적극적인 대응을 주문했다. 사진 / 고승은 기자
구 소장은 가짜뉴스가 지속될 가능성에 대해선 “이를 초반에 제지하지 못한다면 증폭될 가능성이 있다. 일시적 현상은 아니라고 본다”고 지적하며 조속한 사회적 대응책 논의를 주문했다.
 
또 가짜뉴스 피해를 줄이기 위해선 “기술자들인 SNS와 포털 사업자들의 노력과 함께, 시민들의 요청과 감시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구글과 페이스북이 최근 가짜뉴스를 적발하기 위한 시스템을 마련했다고 하는데, 처음엔 그러지 않았다. 점점 비판 여론이 커지니까 시작한 것이다. 가만히 둔다고 해서 업체들이 해결책을 마련하지 않는다”라며 시민의 적극적인 대응을 주문했다.
 
그는 또 “장기적으론 이용자 교육이 필요하다. 디지털 시대에 맞춰 미디어이용교육이 장기적으로 필요하다고 본다”며 “그래야만 시민들이 더 현명해지고 올바른 정보를 기반으로 판단하는 능력이 길러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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