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율 20% 돌파한 安, 오차 범위 내로 文과 격차 좁힐지 관건

▲ 안희정 충남지사가 최근 대선 지지율 20%를 상회하며 끝 모를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어 정치권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사진 / 시사포커스DB
[시사포커스 / 김민규 기자] 안희정 충남지사의 상승세가 심상찮은 조짐을 보이면서 선두인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속을 바짝 타들어가게 만들고 있다.
 
안 지사가 문 전 대표를 쫓던 후발주자들에게 있어 그간 ‘마의 벽’이라고도 할 수 있는 20% 벽을 뚫으면서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과 이재명 성남시장도 버텨내지 못한 ‘문재인 대세론’을 깨뜨릴 대선주자가 될 수 있을 것인지 세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 안희정 ‘지지율 고공행진’ 비결은?
 
최근 계속되고 있는 안 지사의 ‘파죽지세’ 급상승이 현재 2위라는 위치가 무색할 정도로 대선주자들 중 단연 돋보이고 있다.
 
안 지사는 17일 자신의 지지율이 고공행진 중인 이유를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저는 솔직히 모르겠다. 제 마음은 지지율이 저 바닥에 있을 때나 지금이나 하나도 안 흔들린다”면서도 “아주 무겁게, 더 무거운 마음으로 여론의 흐름을 명심하겠다”고 입장을 밝혔는데, 이처럼 본인도 연유를 알지 못할 정도로 안 지사의 지지율은 끝 모를 상승세를 지속하고 있어 날이 갈수록 그의 행보에 모두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이 같은 안 지사의 거침없는 상승세는 여러 여론조사 결과에서 분명하게 나타나고 있는데, 아시아투데이의 의뢰로 여론조사전문기관 알앤서치가 지난 14~15일 양일간 진행한 대선후보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문재인 민주당 전 대표가 29.5%로 여전히 1위를 고수하고 있었지만 그 뒤를 20.1%의 안 지사가 맹추격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또 한국갤럽이 지난 14~16일 사흘간 조사해 17일 발표한 대선후보 지지율 여론조사 결과에서도 33%의 문 전 대표에 이어 안 지사가 22%로 2위를 유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두 기관의 조사 결과에서 공통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부분은 안 지사는 이전부터 상승 기조를 계속 유지하고 있다는 점과 20%선을 이제 확실하게 넘어섰다는 건데, 이에 반해 문 전 대표나 안 지사의 뒤를 잇는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은 조사기관에 따라 적잖은 편차를 보이고 있어 분명하게 ‘상승세’를 유지하고 있는지 단언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이 뿐 아니라 같은 당 대선주자인 이재명 성남시장의 하락세는 갈수록 두드러지고 있어 결국 시간이 흐를수록 점점 문재인 전 대표와 그를 꺾을 수 있는 유력주자라는 대결 구도로 자연스럽게 표심이 수렴되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여전히 두 후보 간 격차가 상당하기 때문에 일단 안 지사로선 예선이라 할 수 있는 더불어민주당 경선 전까지 문 전 대표와의 간극을 오차 범위 내로 좁혀놓지 않으면 안 된다.
 
이를 의식했는지 안 지사 측에서도 지난 16일 박수현 전 의원이 “저희가 실무적으로 목표하는 지지율 상승세보다 (현재 상승세가) 굉장히 빠르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면서도 “이번달 말쯤 25% 정도가 되기를 강력히 희망하고 있다”고 강조한 바 있는데, 탄핵심판 결정이 만일 3월 13일 이전까지 나오게 되면 조기 대선 일정상 3월말까지는 경선이 매듭지어져야 되므로 적어도 이달 말까지는 25%까지 따라잡아놔야 하기 때문이다.
 
◆ 민주당 경선 방식, 安 지사에 보다 유리

 
그나마 안 지사에게 유리한 부분이라면 민주당의 이번 경선이 완전국민경선제와 결선투표제를 채택하고 있다는 점인데, ‘친문 패권주의’란 이야기가 나올 정도로 당내 상당한 지지 기반을 구축한 것은 물론 그 영향력도 막강한 문 전 대표 입장에선 완전국민경선제 채택이 당원보다 일반국민이 더 많이 참여할 만한 가능성이 열려있다는 점 때문에 달갑지 않게 다가올 수 있다.
 
또 결선투표제를 채택했다는 점 역시 문 전 대표의 상대후보가 ‘반문재인’ 성향 유권자의 표를 모두 흡수할 수 있다는 점에서 현재 구도에선 안 지사에게 보다 유리하게 작용할 여지가 없지 않다.
 
이밖에 다른 당 소속이라 해도 일반국민이라면 모두 참여 가능한 완전국민경선 특성상 ‘역선택’ 표가 다수 유입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데, 오로지 문 전 대표를 떨어뜨리기 위한 목적에서 의도적으로 상대 당 지지자나 민주당 내 반문 성향 지지자들이 현재 문 전 대표와의 격차를 가장 좁힐 가능성이 있는 안 지사에게 몰표를 주려는 경우를 들 수 있다.
 
이 역선택 규모가 불어날수록 문 전 대표는 자신이 수성 중인 선두를 빼앗기는 최악의 상황에 직면할 수도 있어 안 지사의 지지율이 급상승 중인 최근 들어선 본인이 직접 견제구를 던질 정도로 경계의 눈길을 보내고 있다.
 
실제로 문 전 대표는 17일 푸른메재단 넥슨어린이재활병원에서 기자들과 만나 “경쟁하는 정당에서 의도적, 조직적으로 역선택을 독려하는 움직임이 있다면 대단히 비열한 행위”라며 “그건 처벌받아야 할 범죄행위”라고 강경한 입장을 밝힌 바 있다.
 
그러면서 그는 “보다 많은 국민들이 민주당의 경선 선거인단에 참여해준다면 역선택조차 희석되면서 오히려 선거인단의 규모를 키워 우리 당 경선을 붐업 시켜주는 당에 도움 되는 결과가 될 것”이라고 맞불을 놨는데, 이런 반응은 같은 날 오전 최고위에서 추 대표가 “박사모 등 특정 세력이 특정 후보를 겨냥하면서 방해하려는 태세가 보인다”고 했던 ‘역선택 우려’ 발언의 연장선상에서 내놓은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다만 ‘역선택 가능성’에 대해선 당 지도부에서도 아직 시각이 엇갈리고 있는데, 우상호 원내대표는 최고위 직후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역선택 주장은 조직이 강한 쪽에서 항상 일반국민참여경선을 열려고 할 때 반대 논리로 제기했다”며 “그런 주장을 하는 쪽은 항상 조직이 센 쪽”이라고 문 전 대표와는 상반된 목소리를 내기도 했다.
 
아울러 안 지사가 유리할 수 있는 또 다른 이유는 그가 ‘친문패권주의’란 이미지로 쉽게 공격당하는 문 전 대표와 달리 이런 프레임에서 자유롭다 보니 대선 경쟁 중인 다른 정당 후보들에게도 까다로운 상대가 될 수밖에 없어 본선이라 할 수 있는 대선이 어떤 면에선 문 전 대표를 제쳐야만 하는 당내 경선보다 안 지사에겐 더 쉽게 다가올 수도 있다.
 
특히 17일 발표한 한국갤럽의 여론조사 결과를 보게 되면 황 대행의 급격한 추락을 눈여겨 볼만한데, 박근혜 정부의 중추에서 활동했다는 주홍글씨로 어차피 외연 확장에 한계가 있어 문 전 대표를 꺾기엔 현실적으로 어려울 황 대행보다 여러 논란에서 자유로우며 대연정까지 주장한 안 지사가 결국 문 전 대표를 넘어설 수 있는 현실적 대안이란 판단이 보수층 유권자들 사이에 점차 확산된 결과로 보인다.

이런 경향은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탄핵 심판 결과가 나온 이후 더 두드러질 가능성이 높은데, 안 지사와 황 대행 간 격차가 갈수록 벌어지고 보수 후보만으로 대선 승리가 어렵다는 게 보다 분명해지면 보수 유권자들은 최소한 중도·보수층을 향해 외연 확장을 적극 시도하고 있는 안 지사를 새로운 대안후보로 삼을 수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 충청 출신의 현직 충남지사라는 점 역시 또 다른 장점으로, 반 전 총장의 불출마 이후 갈 곳을 잃은 충청 표심까지 다시 끌어 모으는 요인이 되고 있는데 두 번의 도지사 재임동안 도정 지지율이 상위권을 유지하고 있었다는 점도 긍정적으로 작용해 반 전 총장 대신 ‘충청대망론’을 실현시킬 만한 대안주자로 꼽히고 있다.
 
◆ 安 상승세에도 판 흔들 ‘변수’는 여전히 존재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 현재의 대선판도를 뒤흔들 몇 가지 변수는 남아있어 안 지사도 마냥 웃을 수만은 없는데, 먼저 독일 귀국 뒤 거취를 표명하겠다는 김종인 전 더불어민주당 비대위 대표의 향방이라 할 수 있다.
 
김 전 대표는 독일 출국 직전인 지난 15일 개헌파인 김무성 바른정당 의원과 정의화 전 국회의장 등을 만나 ‘분권형 개헌’에 대해 논의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지만 단발성 회동이 아니라 귀국 뒤 다시 만나기로 합의했다는 점에서 과거 모색한 바 있는 ‘제3지대론’으로 무게중심을 옮길 가능성도 없지 않다.
 
당장은 바른정당과 국민의당 등 중소정당들이 서로 선거 연대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지는 않지만 앞선 주자들을 따라잡기 위한 최후의 수단으로는 통합경선 등의 대선 연대 방안 외엔 별다른 대책이 없다는 점에서 결국 이 같은 ‘빅텐트’가 세워지도록 김 전 대표가 이 과정에서 얼마나 적극적인 역할을 할지 여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반면 김 전 대표가 지난 14일 비문재인계 의원들과 가진 만찬 자리에서 “안희정은 초기 노무현, 문재인은 말기 노무현이라는 얘기가 젊은이들 사이에서 돈다고 하더라”라며 호평을 보내는 등 안 지사와 돈독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그런 선택을 하지는 않을 거라는 견해도 적지 않아 실제 변수로 작용할 것인지 아직 예단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오히려 반패권을 기치로 삼고 있는 다른 정당들이 현재의 구도를 조기 대선 전까지 뒤바꾸기 어렵다고 판단할 경우 문 전 대표가 당선되지 못하도록 하는 데 우선 방점을 두고 안 지사에 적극 협조해 대선 후 그가 주장했던 대연정 공약을 근거로 각자의 입지를 확보하려는 선택을 할 수도 있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분명한 것은 스스로 큰 실수를 범하지 않는 한 안 지사의 상승세가 좀처럼 꺾이긴 어려울 것으로 보이며 이 상승세를 상쇄시킬 만큼 문 전 대표의 지지율이 계속 오르는지 여부가 둘 사이의 성패를 가르는 최대 관건이 될 것으로 관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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