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단체들 “방문진, MBC에 박근혜가 낙점한 청부사장 임명 시도”

▲ MBC 차기 사장 공모에 나선 방송문화진흥회가 지난 16일 신임 MBC 사장 후보를 권재홍 MBC 부사장, 김장겸 MBC 보도본부장, 문철호 부산MBC 사장 등 3명으로 압축했다. 이에 대해 언론시민단체는 “박근혜가 낙점한 청부사장 안된다”라고 규탄했다. 사진 / 고승은 기자
[ 시사포커스 / 고승은 기자 ] MBC 차기 사장 공모에 나선 방송문화진흥회(이사장 고영주, 이하 방문진)가 지난 16일 신임 MBC 사장 후보를 3명으로 압축했다. 방송문화진흥회는 MBC의 최대주주다.
 
방문진은 이날 오후 열린 이사회에서 전체 9명 가운데 여당추천 이사 6명만의 투표를 통해 전체 사장 후보 14명 중 권재홍 MBC 부사장, 김장겸 MBC 보도본부장, 문철호 부산MBC 사장 등 3명으로 압축했다. 야당 추천 이사 3명은 사장 선임절차를 연기해야 한다고 주장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자 전원 퇴장했다.
 
권재홍 부사장은 지난 2012년 MBC노조가 170일동안 김재철 전 사장의 퇴진을 촉구하며 벌인 ‘공정방송 회복’ 파업 당시 보도본부장을 지낸 바 있다. 현 안광한 사장이 취임한 이후엔 부사장 자리에 올랐다. 권 부사장은 노조 파업 당시 회사 측 시용 기자 채용에 항의하는 기자들의 면담 요구를 자신이 감금당해 다친 사건으로 둔갑시켰다 법원의 정정보도 판결을 받은 바 있다.
 
김재철 사장 재임 당시 정치부장을 지냈고, 지난 2015년 보도본부장으로 승진한 김장겸 현 보도본부장은 현 MBC의 보도를 이끌고 있다. 그는 최근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를 축소보도하는 등 <뉴스데스크> 시청률 하락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 인물로 지목되고 있다. 노조 측 주장에 따르면, 이미 그가 차기 사장으로 낙점됐다는 설까지 돌고 있다.
 
문철호 사장은 김재철 사장 재임당시 보도국장을 지냈으며, 2012년 노조 파업 당시 이진숙 현 대전MBC 사장과 함께 MBC기자협회에서 ‘공정방송을 망가뜨렸다’는 이유로 제명당한 바 있다.
 
이처럼 이들 3명 모두는 MBC 구성원들로부터 평판이 매우 좋지 않다. 특히 오는 24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서 열릴 <MBC 노조탄압 청문회>에 이들 3명 모두 증인으로 채택됐다.
 
◆ “어떻게든 반격의 실마리 잡겠다는 것”
 
방문진의 사장 선임 강행 움직임에 대해 언론시민단체 연대 모임인 MBC를 국민의품으로!공동대책위원회(이하 MBC공대위)와 언론단체비상시국회의는 17일 오후 2시 여의도 방문진이 있는 율촌빌딩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방문진이 선발한 3명의 후보자들은 공히 MBC 공정성 파괴에 앞장섰으며 단체협약 위반 등으로 2012년 MBC 파업을 유발한 원흉들이다. 후배들을 해고하고 원직과 상관없는 곳으로 유배 보내고, 법원 판결로 복직하면 재징계를 일삼았던 부당노동행위의 장본인들”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권재홍, 김장겸, 문철호는 청와대의 MBC 장악에 온 몸을 내던진 자들로 공영방송 사장 자리는커녕 현재의 직에서도 당장 사퇴해야 마땅하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또 “언론계에는 이미 친박 핵심 인사가 방문진 여권 추천 이사들에게 ‘그 분의 뜻’이라며 유력 인사를 사장으로 낙점했다는 소문이 파다하다. 박근혜와 친박이 탄핵과 조기대선 국면에서 공영방송을 끝까지 틀어쥐기 위해 언론장악방지법에 반대하며 MBC 사장 선임에 개입하고 있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환균 전국언론노조 위원장은 고영주 방문진 이사장을 향해 “촛불국면에서 MBC 뉴스가 균형 잘 잡고 애국시민들로부터 칭찬받고 있다고 강변하고 있다”라며 3~4%대의 시청률에 그치는 <뉴스데스크>의 시청률을 언급했다.
 
그러면서 “고영주 이사장의 속셈은 뻔하다. 이 국면에서 어떻게든 반격의 실마리를 찾아보겠다는 거 외엔 아무것도 없다”며 “이미 김모(김장겸 보도본부장)라는 자가 청와대 낙점을 받아 사정으로 내정된 거나 다름없다는 소문이 돈다. 공영방송 MBC를 대체 어디까지 추락시킬 건가. 방문진은 지금부터 당장 모든 절차를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김연국 전국언론노조 신임 MBC본부장은 최근 KBS, MBC 등 방송사 앞에서 벌어지고 있는 친박단체들의 집회와 MBC의 경력 사원 50여명 채용 계획 등을 언급했다. MBC에선 추가 인력이 필요하지 않다고 답한 부서가 있어도 ‘그냥 추가로 뽑아라’는 지시가 있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그는 “유력사장 후보인 김장겸 보도본부장은 ‘MBC DNA를 바꾸겠다’고 하더라”며 “이는 탄핵이 가결되더라도 MBC 만큼은 한줌도 안 되는 저항기지로 사수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주는 거라고 본다”고 해석했다.
 
◆ “지금은 정말 비상시기, 제발 직권상정이라도”
 
MBC 사장 선임 문제는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미방위)에 계류되어 있는 방송법 개정안(언론장악방지법)과 깊은 관련이 있다. 현재 국회에 계류중인 방송법 개정안은 정부·여당에 유리한 현행 공영방송 지배구조를 바꾸자는 데 있다. KBS는 여-야 7대4, MBC는 6대3으로 ‘기울어진 운동장’인데, 이를 7대 6의 구조로 재편하고 사장 선임 등은 3분의 2이상의 찬성을 얻어야 가능하다는 것을 골자로 한다. 이를 통해 사장을 한쪽이 선임하지 못하도록 막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는 미방위원장(신상진 의원)을 보유하고 있는 자유한국당이 반대하고 있다.
 
성재호 전국언론노조 KBS본부장은 이처럼 국회에 계류중인 언론장악 방지법 통과를 거듭 촉구했다.
▲ MBC 사장 선임 문제는 현재 국회 계류 중인 방송법 개정안(언론장악방지법)과 연관이 있다. 정부·여당에 유리한 현행 공영방송 지배구조를 바꾸자는 데 있다. 사장을 한쪽이 선임하지 못하도록 막겠다는 취지다. 사진 / 고승은 기자
그는 전날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를 면담한 사실을 거론하며 “올 2월 임시국회에서 언론장악방지법 등 개혁입법 처리가 (자유한국당의 반대로)어렵다는 말을 전해들었다”고 전했다.
 
그는 이에 “한 가지 묻고 싶다. 박근혜 탄핵도 저들하고 합의해서 처리할 건가. 세월호특별법, 언론장악방지법, 검찰 개혁법, 공수처법, 백남기 특검법 아무 것도 진전되고 있는 게 없다. 박근혜 탄핵 인용되기 전에 언론장악방지법 등 개혁입법 당장 통과시켜야 한다. 지금은 친박일당들에 의해 나라가 개판된 비상시기 아닌가. (국회의장)직권상정이라도 해야 한다”고 목소릴 높였다.
 
그러면서 “올 2월에 개혁입법 직권상정으로라도 통과시켜서, 23일에 뽑히는 새 사장 일주일 사장 만들어버립시다”라고 강조했다.
 
MBC 공대위 등은 “친박과 일부 수구세력에 의한 MBC 장악을 끝장내자. 방문진의 무자격 이사들은 당장 사퇴하라"면서 “국회 미방위는 보도 공정성, 제작 자율성 침해 및 신뢰도와 영향력 하락, 뉴스 사유화에 대한 청문회를 당장 추진하라. 또 언론장악 방지법을 당장 처리하라”고 촉구했다. 그러면서 “박근혜가 낙점한 청부 사장을 방문진이 임명하도록 그대로 내버려두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MBC 공대위 등은 방문진이 사장을 선출할 오는 23일 율촌빌딩 앞에서 각종 문화제 등을 통해 투쟁을 전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또 회의가 종료된 뒤엔 상암동 MBC 앞에서 촛불문화제 등을 진행하겠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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