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 국민참여경선, 사실상 대선 될지 호남 순회경선에서 판가름 날 듯

▲ 더불어민주당 대변인 박경미 의원이 1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릴 예정이었던 선거인단모집 선언식이 연기됐다고 말하고 있다. 이날 선거인모집은 시작됐다. 사진 / 고경수 기자
[시사포커스 / 오종호 기자] 더불어민주당의 대선후보 경선을 위한 선거인단 모집이 15일 시작됐다. 완전국민경선제로 누구나 참여가 가능하고, 안희정 충남지사의 가파른 상승세에 따라 흥행효과도 더해지고 있어 국민의 관심이 집중되고 참여열기도 뜨거워질 전망이다.
 
선거인단은 만19세 이상 모든 국민이 참여 가능하고 전화접수, 인터넷 접수, 중앙당과 전국 17개 시·도당사 방문 등을 통한 서류접수로 신청할 수 있다. ARS투표의 경우 받을 때 까지 전화하는 강제적 방식과 선택 후 다시 한차례 직접 전화를 걸어 확인하는 방식을 택할 수 있다. 인터넷신청의 경우 범용인증서뿐 아니라 은행용 공인인증서로도 본인학인이 가능한데, 관련법 개정 후 공표기간이 있어서 20일부터 가능하다. 투표권은 당원과 일반 국민 상관없이 1인 1표를 행사할 수 있다.
 
순회경선 투표는 호남권(광주) → 충청권(대전) → 영남권(부산) → 수도권·강원·제주(서울) 순으로 이뤄지고 1차 경선에서 과반득표자가 없을 경우 2자 결선투료를 실시한다.
 
선거인단 모집은 직접 신청만 가능해 과거처럼 당원들을 수십 명 모집하는 소위 ‘박스떼기’ 방식은 불가능할 것이라고 민주당은 판단하고 있다. 또 역선택에 대한 우려도 있지만 선거인단이 많을수록 역선택 가능성은 낮아지는데, 이번에는 대규모선거인단 모집이 가능하다고 전망한다.
 
 
◆안철수 지지자들 중도확장 가능한 안희정 꺼려 문재인에 투표할 수도
역선택에 대한 우려 자체가 완전국민경선이라는 취지에서 보자면, 비당원의 자발적이고 적극적인 참여까지 역선택이라고 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더구나 직접신청만 가능한 방식이라면 다른 당 당원이 참여했다고 해도 자발적인 참여가 대부분일 수밖에 없다. 그래서 ‘역선택도 민의’라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그런데 이상한 일은 1위 후보가 걱정해야할 2,3위 후보에 대한 역선택의 가능성뿐만 아니라, 2, 3위 후보의 당선을 저지하기 위해 1위 후보에게 투표하자는 기묘한 역선택 기류도 형성되고 있다는 점이다.
 
안철수 전 대표 지지자들은 안희정 지사의 경선통과를 경계하고 있다. 이들이 원하는 구도는 문 대표가 경선을 통과하면 본선은 문재인 대 반문재인의 구도로 짜여질 것이고 반문재인의 강력한 대항마는 안철수 전 대표이며 가장 승산이 크다는 판단이다.
 
만약 안희정 지사가 민주당 후보가 될 경우 성향과 이미지, 지지층 등이 상당히 겹쳐 차별화가 어렵다고 본다. 현재 안 지사의 상승세에 문재인까지 꺽고 파란을 일으킨다면 쉽지않은 상대라고 보는 것이다.
 
▲ 안철수 지지자들은 중도확장 가능한 안희정보다 문재인에 투표할 수도 있다. ⓒ문재인 블로그
이에 대해 민주당 관계자는 “안철수 지지자들은 보수층의 문재인 비토가 강하기 때문에 강력한 보수가 떠오르지 않으면 자신들이 유리하다고 보는 것 같다. 안희정 후보의 연정 주장에 반대하는 것도 안 지사에 대한 보수층의 지지를 염두에 두고 미리 제동을 걸려는 것 아니겠냐”면서 “상대적으로 비토층이 적은 안 지사가 경선에서 이변을 일으키면 국민의당에 타격이 된다고 보는 것 같다”고 ‘반안 역선택론’을 분석했다.
 
 
◆중도·보수층과 다른 당 지지자들의 참여는 안희정에 유리
하지만 역선택의 대세는 ‘반문 역선택’이다. 특히 보수층에서는 ‘반문재인 정서’가 커 문 전 대표를 바짝 추격하며 가능성이 커진 안희정 지사에게 지지가 쏠릴 것으로 보인다.
 
극단적인 예이지만 선거인단 모집이 시작된 15일 ‘박사모’나 ‘일간베스트저장소’ 등 극우 온라인커뮤니티엔 “민주당 경선에 동참해 문재인 후보를 떨어뜨리자”는 글들이 올라왔다. “탄핵이 기각되어야 하지만, 사전대비도 필요하다. 문재인 후보가 되는 것은 무조건 막자”며 민주당 경선 참여 전화번호를 적은 글도 있었다.
 
유력 대선주자가 없는 바른정당과 자유한국당 관계자들사이에서도 안 지사에 대한 호감과 지지의 분위기는 확연히 감지된다. “현 대선 주자 중 안 지사가 낫다. 민주당 경선에 참여해볼까 알아보는 중” “50대 후반의 보수 성향인 사람들도 안 지사를 도와주고 싶다는 이야기를 했다” “안 지사의 상승세를 예사롭지 않더는 사람이 꽤 된다. 경선 참여도 고민중”이라는 말들이 당직ᄌᆞ 사이에서 나오고 있다.
 
자유한국당의 한 의원이 “안 지사는 좌파지만 오른쪽에도 손을 내밀면서 협상이 가능한 느낌이다. 문 전 대표가 대통령이 돼서는 안 되겠지만 안 지사라면 가능하지 않겠냐는 생각"이라고 말하는 것을 보면 ‘역선택 의향’이 감지된다.
 
 
◆직접 신청해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다른 당원의 경선투표가 ‘역선택’일까?
역선택의 문제점 중 가장 큰 것은 특정 후보 지지세력이 상대당 후보의 경선에 개입하기 위해 대규모로 참가하는 것이다. 규모를 키우려면 당연히 자발적인 참여보다는 동원방식을 쓰게 된다. 이 과정에서 무리와 불법한 방법까지 이용하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이번 대선의 경우 탄핵이라는 상황에서 급작스럽게 치러지게 됨에 따라 기존의 선거와는 다른 양상들이 많이 안타나고 있다.
 
▲ 중도·보수층과 다른 당 지지자들의 경선참여는 안희정에 유리한 상황이다. ⓒ안희정 팬클럽
정권교체 가능성이 어느 때보다 높고, 민주당 지지율이 40%가 넘는데다 여권에는 눈에 띄는 대선주자가 없어 중도·보수층, 특히 보수층이 본선에서 지지할 마땅한 후보를 못 찾거나 투표를 포기할 가능성이 커진 상황이다. 게다가 민주당 경선이 본선이라는 말까지 나오고 있어, ‘그렇다면 민주당 경선에 참여해 내가 원하는 후보를 찍는 것이 내가 원하는 대통령을 찍는 것과 같을 수 있다’는 심정을 가진 국민들도 있을 수 있다는 점이다.
 
보수 성향의 한 정치인은 "탄핵 등으로 이번 대선에선 보수 유권자들이 투표권을 제대로 행사하기 어려워졌다. 민주당 경선에 참여해 민의를 보여주고 싶다"고 말했다.
 
그래서 중도·보수층의 민주당 경선참여를 반드시 역선택이 목적이라고 볼 수는 없는 조건이 존재하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중도·보수성향의 선거인단 참여로 가장 유리한 것은 안희정 지사다.
 
안 지사측 관계자는 “당 경선에 중도·보수층이 대거 들어오기를 기대하고 선거를 치르는 건 아니지만, 집토끼뿐 아니라 산토끼도 잡아야 집권도 가능한 것”이라며 “민심을 흔들면 당심도 흔들릴 것으로 본다"고 기대했다.
 
민주당 관계자는 "당내 경선이라서 '문재인 대세론'이 웬만해선 흔들리기 어렵다. 그러나 현재 상황이 워낙 유동적이라 결과를 예측하기는 힘들다"고 말하는데, 유동성이 클수록 판도 커지고 흥행도 성공할 수 있으니 당의 입장에서는 나쁠 것이 없을 것으로 보인다.
 
 
◆첫 순회경선 호남지역의 민심에 따라 ‘굳히기’ 또는 ‘뒤집기’ 가능
중도·보수층의 경선 참여와 함께 적극적인 참여가 예상되는 호남민심도 경선의 향배에 주요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첫 순회경선이 벌어지는 지역이라는 점에서 ‘문재인의 굳히기’ 또는 ‘안희정의 뒤집기’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일단 호남지역에서의 경선 열기는 뜨거운 것으로 전해진다. 민주당 광주시당 관계자는 "이번 경선은 흥행수표가 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면서 "당 지지율이 40%를 넘는데다 대선 관심이 어느 때 보다 높아 흥행요건은 충분히 갖췄다"고 판단했다. 전남도당 관계자 "선거인단 모집일이 다가오면서 많은 사람들의 문의전화가 증가하고 있다. 민주당에 대한 애정이 다시 살아나고 있다는 증거"라면서 지역정서를 평가했다.
 
마침 지난 11, 12일 문 전 대표와 안 지사는 각각 전북과 광주를 방문했다. 문 전 대표는 ‘문재인 대세론’에 의한 정권 교체 가능성을 강조했고, 안 지사는 야권의 적자임을 부각시켰다. 특히 문 전 대표는 영입인사 전인범 사령관이 ‘5·18 발포 지시를 전두환이 하지 않았다’는 취지의 발언으로 사퇴한 직후였고, 안 지사는 ‘대북송금특검으로 고초를 겪은 분들을 위로’했다.
 
완전국민경선제의 선거인단 모집이 시작되면서 선거인단 참가규모는 역선택을 방지하고 민심을 반영하는 지표가 됐다. 더구나 참가자의 규모가 커질수록 중도·보수층의 참여가 많다는 것을 방증하는 것이기에 국민 누구나 참여하는 사실상의 대선이 될지, 또 그 민심은 어느 후보를 향할지는 그 첫 순회경선지인 호남지역에서 가늠해볼 수 있게 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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