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무성·김종인·정의화, ‘분권형 개헌’ 공통분모 일단 확인

▲ 15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의 한 호텔에서 정의화 전 국회의장과 김무성 바른정당 의원,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전 비상대책위 대표가 조찬 회동을 가졌다. 회동에 앞서 손을 잡고 있다. ⓒ뉴시스
[시사포커스 / 김민규 기자] 일찌감치 적극적으로 개헌을 주장해 왔던 김무성 바른정당 의원과 김종인 전 더불어민주당 비대위 대표, 정의화 전 국회의장이 15일 한 자리에 모이면서 정치권의 이목을 끌었다.
 
참석 당사자들은 이날 회동에 집중된 시선이 부담스러웠는지 확대해석을 경계하며 말을 아끼는 분위기지만 일단 이번 모임에서 분권형 개헌 쪽으로 뜻을 모았다는 입장을 내놓은 데다 단발성 회동에 그치지 않고 이후 만남을 이어가기로 해 일각에선 그간 설만 무성했던 ‘빅텐트’가 이번 논의를 통해 마침내 성사되는 첫 발을 내딛은 건 아닌지 벌써부터 기대를 드러내고 있다.
 
◆ 김종인 ‘비문 힘 싣기인가, 제3지대 결성인가’
 
최근 보폭을 넓혀가며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는 김종인 전 비대위 대표가 지난 14일 여의도의 한 중식당에서 비문재인계 의원 20여명과 식사를 한 것으로 알려져 눈길을 끌었다.

이날 만찬에 참석한 의원들은 김두관, 김성수, 최명길, 박용진, 변재일, 이언주, 오제세, 이상민, 이종걸, 박영선, 진영 등 ‘경제민주화와 제왕적 대통령제 극복을 위한 국회의원 모임’ 회원들이거나 김 의원과 가까운 인사들이어서 표면상 김 전 대표의 독일 방문을 앞둔 인사 차원의 식사 자리였다지만 민주당 비주류 의원들이 대선 관련 논의를 위해 모인 자리 아니냐는 시각도 적지 않았다.
 
특히 이 자리엔 당내 중진 의원들 뿐 아니라 대선과 밀접한 관련이 있거나 있었던 의원들까지 적잖이 참석해 이 같은 해석에 한층 무게를 실었는데 불과 얼마 전 중도하차할 뜻을 표명하며 대선판에서 내려온 김부겸 의원을 비롯해 현재 대선후보인 안희정 충남지사를 돕고 있는 정재호 의원, 이재명 성남시장을 돕는 유승희 의원 등도 이날 얼굴을 내밀었기 때문이다.
 
이처럼 비문계가 사실상 총집결한 자리에서 김 전 대표는 친문계가 당을 장악하고 있다는 점을 꼬집는 듯 “당은 다양한 목소리와 비판에 대해 입을 막고 있다”며 “이래서는 수권정당이 되기 어렵고 정권을 잡더라도 성공하기 힘들다”고 일침을 가했다.
 
그러면서 그는 “의원들이 주눅들지 말고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강조했는데, 이 같은 발언은 대선을 앞두고 비문계가 적극적으로 대선판을 흔들 움직임을 보여줘야 한다는 뜻으로 풀이되고 있어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아울러 김 전 대표는 “의원들이 TV로 후보들의 모습을 보는 데 그쳐서야 되겠느냐. 치열하게 토론하는 자리가 있어야 한다”고 말해 연일 문 전 대표를 향해 토론에 응할 것을 촉구하고 있는 안희정 충남지사와 이재명 성남시장 쪽에 힘을 싣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이 같은 김 전 대표의 주장에 발맞춰 당내에선 합동 토론회의 취지에 공감한 77명의 비문계 의원들이 이를 본격 추진하기로 뜻을 모으기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선두주자인 문 전 대표 입장에선 토론회에 나선다 해도 후발주자들로부터 자신에 대한 검증 공세만 집중될 가능성이 높다고 봐 ‘잘해도 본전’이라 여기겠지만 다른 주자들에게는 또 다른 반전의 기회가 될 수 있어 김 전 대표가 ‘토론’을 언급한 자체부터 문 전 대표를 압박하기 위한 목적이 있는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한 발 더 나아가 김 전 대표는 이날 만찬에서 안희정 지사를 스스로 한 차례 거론했다는데, 최명길 의원에 따르면 ‘안희정한테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젊은 초기 정치인의 모습이 보이고, 문 전 대표에게는 노 전 대통령의 마지막 부분이 생각난다는 젊은이들의 얘기가 있다’고 언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발언이 자칫 특정 후보를 지지한다는 것으로 해석될 것을 우려했는지 최 의원은 “누굴 좋게 얘기한 게 아니다”라고 진화에 나섰지만 최근 김 전 대표가 안 지사에 호의적 반응을 보였던 점에 비쳐 본다면 현재 지지율 2위이면서 문 전 대표를 맹추격하고 있는 안 지사를 적극 지지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실제로 우상호 민주당 원내대표는 15일 CPBC라디오 ‘열린세상 오늘! 김성덕입니다’에 출연해 전날 만찬에서의 김 전 대표의 ‘안 지사 발언’을 “안희정 지지선언”이라고 주장한 바 있다.
 
다만 우 원내대표는 “그런 말을 했다고 해서 바로 (안 지사를) 돕는다고 해석하는 것은 지나친 일”이라며 곧바로 수위조절에 들어갔는데, 앞서 김 전 대표 본인도 한 인터뷰에서 특정인을 앞장서서 지지하지는 않을 것이라 밝혔던 만큼 독일에서 귀국하더라도 안 지사에 대한 공개적인 지지를 표명하는 정도로까지 이어지지는 않을 것이란 분석도 적지 않다.
 
하지만 현재 당내에서 마땅한 역할도 없고 자신이 구상하는 경제민주화를 실질적으로 직접 실현시킬 방법도 없다는 여건상 김 전 대표가 탈당해 제3지대를 구성할 가능성도 아주 없다고 하기는 어려운데, 이 때문에 김 전 대표의 탈당을 막으려는 차원에서 비문계 의원들이 문 전 대표를 제외한 다른 당내 주자들에 힘을 실어주자는 쪽으로 설득했을 수 있다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
 
◆ 김종인, 김무성·정의화와 다시 만나기로…‘빅텐트’ 힘 싣나?

우 원내대표 역시 라디오 인터뷰에서 이와 관련해 “원래 처음부터 탈당할 생각이 있었던 건 아니다”라며 김 전 대표가 탈당 의사를 가진 바 있음을 반증하기도 했는데, 같은 날 김 전 대표가 김무성 바른정당 의원, 정의화 전 국회의장과 조찬 회동을 가지면서 이 같은 전망에도 어느 정도 여지를 남겨놓고 있다.
 
물론 김 전 대표는 이 조찬 회동에 대해서도 “전반적인 정국과 나라가 직면하고 있는 정치 상황에 대해 여러 우려를 얘기하고 끝났다”며 특별한 의미는 없다는 듯한 입장을 내놨지만 김무성 의원은 이날 회동 뒤 기자들에게 “탄핵 정국에 따른 사회갈등과 불안정한 대선 정국에 대해 고민을 같이 했다”며 “미래를 생각해선 분권형 개헌이 가장 중요하다는 데 뜻을 같이 했다”고 회동 내용을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김 의원 역시 김종인 전 대표의 향후 거취를 비롯해 빅텐트 논의로까지 이어졌는지 여부에 대해선 “그 정도까지 안 했고 현재 상황에 대해 걱정을 같이 하는 정도”라며 말을 아꼈는데, ‘빅텐트’ 결성을 위해선 김 전 대표의 탈당이 전제되는 만큼 독일 귀국 뒤에나 자신의 거취를 표명하겠다고 밝힌 김 전 대표 입장을 우선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그래도 조기 대선이 머지않은 시점에서 소속정당이 다른 개헌파 인사들끼리의 만남은 그 자체만으로 여러 해석이 나오게 할 만큼 부담스러운 자리다 보니 당초 이 회동 사실이 사전 유출된 뒤엔 일각에선 무산되는 것 아니냐고 예상하기도 했지만 김 전 대표나 김 의원 등 3인 모두 이날 모임에 그치지 않고 김 전 대표가 독일 출장에서 귀국한 뒤에도 논의를 이어가기로 했다는 점에서 ‘빅텐트’ 결성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있다고 할 수 있다.
 
▲ 바른정당 정병국 대표가 지난 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시사포커스 / 고경수 기자

무엇보다 현재 당이든 대선후보든 저조한 지지율로 총체적 난국에 직면한 바른정당 입장에선 자유한국당과의 범보수 단일화도 일축한 만큼 ‘빅텐트’ 결성 외엔 뚜렷한 대안이 없는 실정이어서 여기에 매달릴 수밖에 없는데, 그래선지 정병국 바른정당 대표는 15일 KBS라디오 ‘안녕하십니까 윤준호입니다’에 나와 “국민의당을 엄격하게 보면 중도 보수”라며 “중도 보수까지 아우를 수 있는 지지층을 같이 결집한다면 연대가 가능하다”고 국민의당에 ‘빅텐트’ 러브콜을 보내기도 했다.
 
한편 김 전 대표 역시 고민이 깊은지 독일 출국 바로 직전인 이날 조찬은 소속이 다른 개헌파 인사들과 가졌지만 만찬은 ‘대선 경선 공정경쟁 요구 성명’을 냈던 같은 당 3선 의원들과 함께 가지면서 끝까지 향후 거취를 저울질하는 듯한 모습을 보였는데, 오는 21일 독일에서 귀국하고 개헌파 인사들과 재회동한 뒤 늦어도 헌재의 탄핵심판 결정을 앞둔 내달 초 쯤엔 자신의 입장을 최종적으로 밝힐 것이라 전망되고 있다.
 
그런 면에서 김 전 대표의 향방에 따라 현재의 대선판도를 뒤흔들 또 다른 변수가 나올 수도 있는 만큼 김 전 대표의 귀국 이후 행보에 대해 벌써부터 세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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