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文 때리기’ 집중…안희정 급부상도 고민

▲ [시사포커스 / 고경수 기자] 국민의당 안철수 전 대표와 박지원 전 원내대표가 지난해 12월 2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표 및 정책위원회의장 선출 의원총회’에서 대화를 나누고 있다.
[시사포커스 / 김민규 기자] 손학규 국민주권개혁회의 의장의 영입에도 불구하고 국민의당이 여전히 대선판에 뚜렷한 흔적을 남기지 못하고 있다.
 
대선 선두권은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안희정 충남지사가 차지한 채 사실상 차기 대선이 민주당 경선으로 비쳐질 조짐까지 보이면서 하루 빨리 선두 따라잡기에 나서야 하는 국민의당 입장에선 초조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일단 당의 지지 기반이라 할 수 있는 호남 먼저 민주당으로부터 탈환해야 하지만 지역민심 역시 문 전 대표와 안 지사, 이재명 성남시장,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 등으로 분산되어 있다 보니 쉽지 않은 실정인데 이 같은 난국을 돌파하기 위해 안 전 대표가 먼저 선두주자인 문재인 전 대표에 대해 날선 비판을 쏟아내며 전환점을 마련하려 하고 있어 그 성패 여부에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 안철수, ‘짐승’ 발언으로 ‘독철수’ 변모?
 
지난 대선 당시 후보 단일화 과정에서 불거졌던 해묵은 감정이 이번 대선을 앞두고 폭발했는지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는 지난 13일 광주·전남언론포럼 초청 토론회에서 ‘지난번 대선 때 문재인 후보를 전폭적으로 돕지 않았다’는 일부의 지적이 있다고 하자 “양보한 것 하나만으로도 사실은 고맙다고 해야 하는 게 인간으로서 기본 도리”라며 “그런 말을 하는 건 짐승만도 못한 것”이라고 원색적 비난을 퍼부었다.
 
이에 그치지 않고 안 전 대표는 “인류 역사상 누가 안 도와줘서 졌다는 말은 처음 듣는다”고도 거듭 쏘아붙였는데, 이는 얼마 전 문 전 대표가 자신의 대담집 ‘대한민국이 묻는다’에서 지난번 대선 당시 선거 당일 돌연 미국으로 떠난 안 전 대표를 겨냥 “이유는 알 수 없지만 그건 그분의 몫 아니겠나”라며 일견 끝까지 돕지 않고 떠나 자신이 대선에 패했다는 취지로 읽혀질 만한 답변을 내놓았던 데 대한 불쾌감을 표한 것으로 풀이됐다.
 
특히 안 전 대표는 “제가 후보를 양보한 이후 40차례가 넘는 전국 유세와 3차례에 걸친 공동 유세를 했다. 저는 같은 당도 아니었고, 경선을 치러서 진 것도 아니었고 어떤 조건도 건 바 없다. 당선 후 무슨 지분을 요구한다든지 한 것도 전혀 없었다. 그럼에도 최선을 다했다”며 자신이 적극 돕지 않았다는 데 대해서도 일일이 반박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러면서 그는 발언수위가 과하지 않느냐는 우려에도 오히려 “갈수록 세진다”고 맞받아친 데 이어 광주-전남 지식인 네트워크 만찬간담회에서 역시 “상식적인 이야기”라며 이른바 자신의 ‘짐승’ 발언을 번복할 의사가 없음을 분명히 했다.
 
이 같은 안 전 대표의 강공에 대해 같은 날 문 전 대표는 일단 “네 뭐 그냥 넘어가죠”라며 맞대응을 자제했는데, 지난 대선 패배 책임을 놓고 안 전 대표와 설전을 벌여봐야 도리어 자신을 맹추격 중인 안희정 충남지사만 어부지리를 얻을 것이란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안 전 대표가 맹공을 펴게 된 이유는 지지부진한 지지율로 인해 더 잃을 것도 없는데다 그간의 ‘유약하다’는 이미지를 벗고 후위주자로서 선명성을 부각시키기 위해서라도 선두주자를 때리는 것 외엔 별 다른 방도가 없기 때문이다.
 
반면 이런 강공이 무색하게 14일 오전 전주KBS공개홀에서 열린 전북기자협회 주관 ‘대선, 지역을 묻다’ 토론회에서 그는 좀처럼 상승세를 타지 못하는 자신의 지지율과 관련해 “헌재에서 탄핵소추를 인용하면 그때부터 새 기준으로 후보를 바라보게 되는 만큼 대선 지지율은 그때부터 시작”이라면서도 지지율 정체의 원인에 대해선 “지난해 총선 때 3당체제가 만들어지면서 정권 차원의 안철수 죽이기가 시작됐다”고 주장하며 자신이 ‘정치적 희생양’임을 부각시켰다.
 
그 중에서도 그는 자신이 당 대표직에서 자진 사임하게 됐던 직접적 원인이기도 한 ‘김수민·박선숙 의원의 리베이트 수수 의혹’과 관련해 법원이 지난달 1심 판결에서 두 의원에 무죄를 선고한 점까지 들면서 “책임지고 변명하지 않은 채 인고했던 시간을 (국민들이) 평가해 줄 것”이라고 지지율 반등에 대한 기대감을 내비쳤다.

실제로 안 전 대표는 이 자리에서 “박근혜 게이트를 거치면서 보수진영은 (대선후보 지지율이) 20~25%를 넘지 못할 것”이라며 “나머지 75~80%로 정권교체의 자격이 있는 국민의당과 민주당 후보 간 양강구도의 대결이 될 것”이라고 낙관적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 안희정 상승세, 국민의당 대선전략에 ‘빨간불’?
 
▲ [시사포커스 / 고경수 기자] 안희정 충남도지사가 지난 2일 서울 여의도 국회 더불어민주당 당대표실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안 전 대표의 이 같은 바람과는 별개로 최근 여론조사 결과에서 나타나듯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의 불출마 이후 문 전 대표와 같은 당인 안희정 지사의 상승세가 두드러지며 오히려 안 전 대표가 확보해야 하는 중도·보수층의 표심까지 흡수하는 모양새로 흐르고 있어 국민의당에 새로운 고민을 안겨주고 있다.
 
특히 지난 6일부터 10일까지 전국 성인 2511명을 대상으로 조사해 13일 발표된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의 2월 2주차 집계 결과(95% 신뢰수준에 ±2.0%P, 응답률 8%)에 따르면 문재인 전 대표와 안 지사,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등 1~3위 후보 모두 지지율이 상승했는데, 그 중에서도 안 지사는 3.7%P로 가장 높은 상승폭을 보인 반면 안 전 대표와 이재명 성남시장 등은 전주대비 하락하는 것으로 나타났다는 점에 비쳐 봐도 이런 형세를 확인할 수 있다.
 
무엇보다 문 전 대표에 대해선 ‘친문 패권주의’ 프레임을 비롯한 다양한 공세를 펼 수 있으나 안 지사에게는 이런 전략을 펼치기 마땅치 않은데다 그렇다고 정책 대결로 가기에도 일부 보수적 색채를 띠고 있는 안 지사와 지지층이 중첩되게 된다는 점이 있어 여러모로 대응하기 쉽지 않다는 것이다.
 
이런 부담감 때문인지 안 전 대표는 “문 전 대표가 민주당의 후보가 될 것”이라고 아이러니하게도 문 전 대표의 경선 통과에 힘을 실었고, 박지원 국민의당 대표마저 “재인 산성을 넘기는 어렵다”고 안 지사의 경선 통과에 대해 부정적 전망을 내놨다.
 
하지만 문 전 대표가 설령 경선을 통과한다고 해도 안 전 대표의 ‘짐승’ 발언과 같은 현재의 강공 전략만으로는 이른바 ‘문재인 대세론’을 꺾기 어렵다는 지적도 적지 않은데, 탄핵 정국 당시 문 전 대표와 달리 박근혜 대통령에 대해 원색적인 비난을 퍼부으며 일약 ‘사이다 발언’으로 스타덤에 올랐던 이 전 시장의 두드러진 지지율 하락세는 그런 면에서 안 전 대표에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또 당초 기대를 모았던 손 의장의 합류 역시 당 지지율이 소폭 상승하는 데 그치며 눈에 띄는 컨벤션 효과를 보여주지 못했다는 점에서 장차 정운찬 전 총리를 영입해 천정배 전 대표 등을 포함한 4명의 대선후보를 내놓고 경선을 치른다고 해도 1, 2위 주자들 간의 대결이 되는 더불어민주당 경선에 비해 상대적으로 주목도가 떨어질 뿐 더러 이 경선 자체만으로 지지율 상승을 이끌어내기도 쉽지 않을 것으로 관측된다.
 
다만 한 가지 긍정적인 신호가 있다면 당의 기반 지역인 호남에서의 당 지지율 상승인데, 앞서 언급한 리얼미터의 2월 2주차 주간집계에 따르면 손 의장이 손잡은 뒤 국민의당 지지율이 32%를 기록하며 전주 대비 13%P나 급등한 반면 민주당은 45%로 아직 1위를 고수하고 있지만 7%P 하락했다는 것이다.
 
우선 핵심지역인 호남에서라도 일단 확실히 ‘판 뒤집기’에 성공한다면 탄핵심판과 민주당 경선까지 끝난 이후 어느 정도 대선 경쟁구도가 명확히 정리된 뒤에는 경우에 따라 국민의당 대선후보도 기회를 엿볼 만한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문제는 확장성인데, 국민의당이 호남을 민주당으로부터 탈환한다고 해도 수도권은 차치하고 충청지역과 부산·경남지역에서 민주당에 맞서 반전을 노리기엔 당 기반지역인 호남에서보다 훨씬 어려울 것이란 목소리가 적지 않다는 점은 또 다른 걸림돌이 되고 있다.
 
이에 따라 관건은 어떤 네거티브 대결보다는 경선을 통과해 최종후보로 낙점될 국민의당 후보가 민주당 후보와 어느 정도 차별화된 정책과 색깔을 보여줄 수 있느냐가 양측의 희비를 가르게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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