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연정 논란 거치면서도 지지율 20% 근접...“대권 향한 합리적 행동”

▲ ‘확장성’을 무기로 ‘대망론’으로 떠오르는 안 지사의 공성(功成)이 ‘대세론’을 꾸준히 이어오고 있는 문 전 대표의 수성(守城)에 맞서는 양강구도로 좁혀지고 있는 양상이다. ⓒ안희정 지사 페이스북
[시사포커스 / 오종호 기자] 여론조사를 보면 안희정 충남지사의 상승세가 가파르다.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의 수성은 다소 흔들리는 듯한 조짐도 보인다. ‘확장성’을 무기로 ‘대망론’으로 떠오르는 안 지사의 공성(功成)이 ‘대세론’을 꾸준히 이어오고 있는 문 전 대표의 수성(守城)에 맞서는 양강구도로 좁혀지고 있는 양상이다.
 
한국갤럽의 2월 7~9일 간 조사해 10일 발표한 차기주자 지지도를 보면 문재인 전 대표가 29%로 1위를 유지한 가운데, 안희정 지사가 19%로 황교안 국무총리(11%)를 제치고 확고한 2위로 올라섰으며, 문 전 대표와의 격차도 10%로 좁혔다. 안 지사는 충청권은 물론 20대와 40·50대, 민주당뿐 아니라 국민의당과 바른정당 지지층, 무당층 등 대부부의 응답자 특성에서 고르게 상승했다.
 
 
◆안희정 지지율 19%로 맹추격의 발판 마련...文·安 양강구도 형성
안 지사의 지지율은 갤럽의 전주 조사에 비해 9%가 급상승한 것인데, 상승 이 조사에서 민주당 지지층 내의 변화는 더욱 눈에 띄는 대목이다. 민주당 지지층의 문재인 선호는 지난주 64%→이번주 57%였다. 안희정 지사는 13%→20%로 상승했다. 안 지사는 특히 보수성향을 띄는 50대에서 27%로 문 전 대표의 22%를 앞질렀다.(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공정심의위원회 홈페이지(www.nesdc.go.kr) 참조)
 
특히 정당별 대선후보 적합도를 보면 안 지사는 문 전 대표와 양강구도를 형성했다. 리얼미터가 8~9일 간 조사해 13일 발표한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 적합도에서 문재인 전 대표는 2월 1주차 조사 대비 8.7% 상승한 40.1%로 1위를 유지했다. 문 전 대표는 대구·경북(▲19.7%p, 18.2%→37.9%), 부산·경남·울산(▲15.8%p, 30.5%→46.3%), 광주·전라(▲15.8%p, 33.4%→49.2%) 등 영호남에서 큰 폭으로 올랐고, 20대(▲15.8%p, 34.2%→50.0%)와 40대(▲13.8%p, 37.9%→51.7%), 민주당 지지층(▲11.6%p, 56.9%→68.5%)에서 크게 상승했다.
 
안희정 지사도 전주 대비 9.3%가 오른 33.0%로 문 전 대표와의 격차를 줄이며 2위를 지켰다. 안 지사는 서울(▲15.8%p, 25.5%→41.3%), 대구·경북(▲14.3%p, 17.1%→31.4%), 대전·충청·세종(▲12.1%p, 33.1%→45.2%) 등에서 큰 폭으로 상승을 기록했는데, 특히 바른정당 지지층(▲33.2%p, 36.7%→69.9%)과 새누리당(자유한국당) 지지층(▲29.1%p, 20.6%→49.7%), 국민의당 지지층(▲14.7%p, 31.5%→46.2%)에서도 높은 상승률을 보였다.(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공정심의위원회 홈페이지(www.nesdc.go.kr) 참조)
 
안희정 지사의 ‘확장성’으로 ‘대망론’이 돋보이는 지점은 50대와 충청지역의 지지율과 다른 정당 지지자들의 적합도 상승이다. 게다가 호남에서도 지지율 증가폭이 문 전 대표 보다 높은 상승세를 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반기문 전 유엔총장이 불출마를 선언한 뒤인 2월 첫 주부터 두 자리 수로 지지율이 급상승한 안 지사는 단숨에 2위 자리에 오르면서 상승세를 이어가 ‘대세론’의 문재인 전 대표와의 격차를 줄여가는 추이를 보이고 있다. 20% 대에 근접한 안 지사의 지지율은 소폭 증감 또는 답보상태인 문 전 대표에 비해 잠재된 ‘폭발력’을 보여주고 있다.
 
 
◆중도·보수 향한 외연확장, 산토끼 잡기...보수층 '덜 싫은 야권 후보' 원해
안희정 지사의 폭발력은 확정성에 있다. 대연정 논란을 거치면서도 그의 지지층은 빠지지 않고 외연을 넓히고 있다.
 
민주당 내에서도 많은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십자포화를 견뎌야했던 ‘대연정론’이지만 외연확장에는 성공한 것으로 보인다. 여론조사 전문가들은 “대연정은 중도·보수와 손잡을 수 있다는 메시지로 문 전 대표나 이재명 시장의 청산, 단절과 대비되면서, 중도층으로 외연 확장을 가져왔다”는게 일반적인 평이다. 지지율 상승추이를 보면 ‘대연정’은 성공했으며, 외연확장의 범위는 더욱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 지지율 상승추이를 보면 안희정 지사의 ‘대연정’은 성공했으며, 외연확장의 범위는 더욱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안희정 지사 팬클럽
이런 조짐은 정치권이 대연정으로 들끓던 당시에도 여론에서는 나타나고 있었다. 국민일보가 안 지사의 대연정론 발표 직후인 3~4일 전국 성인 남녀 1,059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표본오차 95% 신뢰수준 ±3.0%포인트, 응답률 13.6%) 중 ‘차기 대선 주자 호감도’에서 안 지사는 55.4%로 51.8%의 문 전 대표를 앞지르고 1위를 기록했다. 이런 결과를 보고 민주당의 한 관계자는 "안 지사의 연정론은 논란이 될 걸 충분히 예상을 하고 던진 이슈로 보이고 일단 이목을 끈다는 측면에선 충분히 성공적이었다"고 분석했다. 야권의 또 다른 관계자도 "이번 대선은 '덜 싫은 야권 후보'가 보수 표를 많이 가져가지 않겠나. 안 지사가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안 지사의 중도·보수를 향한 확장은 대연정에 그치지 않았다. 사드 배치에 대해서도 “정부 간의 결정을 뒤집기 어렵다”며 “중국 지도자들이 (사드 배치 결정을) 존중해달라”고 요청했다. 보수 노년 층을 겨냥해서는 “보릿고개와 산업화, 그 많은 어려움을 이겨내고 오늘의 OECD 선진국 대열을 만들어주신 우리나라 우리 시대의 영웅이라고 생각한다. 어르신들을 잘 모시는 그런 대한민국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겠다”고도 말했다.
 
그는 자신의 행보에 대해 “새 정치는 낡은 이념 논리가 아닌 현실 문제를 풀고 국익을 위해 경쟁하자는 것”이라며 “전통적 지지기반으로부터 버림받을지도 모르는 두려움의 길이지만, 뚜벅뚜벅 가겠다”고 했다. 재벌 개혁’과 관련해서도 “정부 주도형 시장개입, 개혁 주체와 대상을 이분법적으로 나눈 개혁은 실패할 수밖에 없다”며 중도와 보수를 아우르는 자신의 주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안희정의 거침없는 행보에 비문계 지원사격...“대권 향한 합리적 행동”
이런 안 지사의 행보에 대해 캠프 대변인 박수현 전 의원은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 퇴장 후 정권교체의 안정감이 확산되면서 유권자들이 후보자들을 면밀히 들여다보고 있다”며 “특히 최근 ‘촛불’과 ‘태극기’로 대변되는 극단적 상황에서 안 지사의 ‘통합 메시지’가 먹혀들고 있다”고 분석했다.
 
당내 소위 ‘비문’계도 안 지사의 행보에 지원사격으로 힘을 보태고 있다. 이종걸 전 원내대표는 10일 MBC 라디오에 출연해 “안 지사가 대연정을 주장하면서 새로운 ‘뉴 노무현’을 주창한 게 의미가 있다고 본다”며 “개혁진보 진영만으로는 집권하기가 어렵다. 재편됐을 때 중도까지 더 넓게 국정을 나눠서 고루 공유하는 방식으로 운영한다는 대원칙은 개혁진보 쪽에 경각심도 주고, 현실적”이라고 긍적적으로 평했다.
 
김종인 전 대표도 CBS 라디오에 출연해 “안 지사가 대권을 향해서 하는 행동을 보면 합리적이라고 얘기할 수 있다”며 “합리적으로 행동하는 분에 대해 내가 조언하는 역할은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영선 전 원내대표는 전날인 9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정권심판이라는 시각에서 보면 대연정론이 당장은 비판받을 수도 있겠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한 번 더 생각을 하고 현실적으로 들여다보면 누가 대통령이 되더라도 여소야대 정국이 되기 때문에 연정과 협치를 하지 않으면 국정을 이끌 수 없다”고 말했다. 또 “대연정이라는 단어가 지금은 비판받을 수 있겠지만 정권교체 이후 현실적으로 다가오는 문제”라며 “지나치게 비판하는 건 옳지 않다”고 안 지사를 두둔했다.
 
물론 민주당 내, 기존의 지지층 내에서 안 지사의 최근 발언에 대해 비판은 없지않다. 아니 거세다. 하지만 안 지사의 ‘통합 메시지’가 안정감을 주면서 2위로의 도약과 역전의 발판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선거운동으로는 유의미한 방식으로 먹히고 있다.
 
 
◆문재인 ‘대세론의 함정’ 조심해야...‘대세론’ 흔들어 경선에는 긍정적 효과
이에 비해 ‘대세론’의 문재인 전 대표 진영의 견고함은 다소 흔들리는 듯하다. ‘대세론은 있어도 대세후보는 없다’는 속설처럼 쫓는 자의 거침없는 행보에 비해 쫓기는 자의 행보는 조심스럼고, 한걸음 한걸음이 다 주목과 비판의 대상이 되지않을 수 없다. 그런 가운데 대세론과 인재영입으로 세몰이를 하던 문재인 전 대표 진영에서 일어난 사건은 ‘광주 5·18’과 관련됐다는 점에서 가볍게 넘길 수는 없는 일이다.
 
▲ 대세론과 인재영입으로 세몰이를 하던 문재인 전 대표 진영에서 최근 일어난 사건은 ‘광주 5·18’과 관련됐다는 점에서 가볍게 넘길 수는 없는 일이다. ⓒ문재인 대표 블로그
최근 고민정 KBS 아나운서와 함께 캠프의 안보자문으로 영입한 전인범 예비역 장군이 5·18의 발포책임자가 전두환 전 대통령이라고 볼 수 없다는 발언을 한 것이다. 본인은 10일 사과를 하고 미국으로 떠났지만, ‘부자 몸조심’이 새삼 떠오를 수밖에 없는 사안이다.
 
장성호 건국대 교수는 10일 오후 YTN과의 인터뷰에서 “대세론이 오랫동안 떠 있어서 국민들의 관심이 상당히 크다. 그래서 작은 실수가 엄청나게 크게 보이는 것이 문제라고 보는데 이것이 소위 말해서 대세론의 함정”이라면서 “지금의 대세론은 조직으로 엮여진 거기 때문에 그렇게 쉽게 꺼지지는 않지만 최근에 여러 가지 표창원 의원 문제도 있었고, 전인범 전 특전사령관 영입 후 마침 부인 심화진 성신여대 총장의 법정 구속. 그리고 5. 18 광주 문제는 본질적인 문제다. 특히 야권의 지지 핵심 심장부인 호남에 관련된 문제”라고 연이은 악재에 대해 지적했다.
 
장 교수는 안 지사의 지지율 상승에 대해 “어떻게 보면 민주당 경선 흥행에 파란불이 들어왔다고 본다다. 경선 흥행 전략의 일환으로 민주당 일정 부분 성공했다”면서 “문재인 전 대표의 대세론이 이대로 고착화될 경우에는 대선 경선에 대한 흥행에서 확장성이 상당히 꺼질 수도 있다. 그런 차원에서 안희정 전 지사가 뜬다는 것은 당의 조직적인 그런 선거 캠페인 전략의 가능성도 크고 충청 표심 등 일정 부분 수혜를 입고 있는 상황인데 이것이 과연 어디까지 추격할 것인가. 일정 부분 한계는 저는 조금 있으면 나오리라고 본다”고 민주당의 경선흥행에 기여를 전망했다.
 
‘연정론’으로 불붙기 시작한 안희정 지사의 ‘확장성’이 문재인 전 대표의 ‘대세론’을 꺾을 수 있을까? 승부는 겨뤄봐야 알겠지만, 일단 안 지사의 전략은 효과를 거두고 있고, ‘대세론’으로 잠잠하던 대선 경선의 판을 키우고 흥미를 더할 것임은 분명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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