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완성은 이재명 한 사람만의 사명이 아닌 모든 정치인들의 역사적 사명”

▲ 탄핵정국에서 사이다 발언으로 지지율이 치솟았으나 포퓰리즘 논쟁, 안희정 충남지사의 급부상 등으로 두자리 지지율이 무너진 이재명 성남시장이 대선행보를 위한 전열을 가다듬고 있다. ⓒ이재명과 손가락혁명군
[시사포커스 / 오종호 기자] 탄핵정국에서 사이다 발언으로 지지율이 치솟았으나 포퓰리즘 논쟁, 반기문 전 유엔총장 불출마 선언 후 안희정 충남지사의 급부상 등으로 두자리 지지율이 무너진 이재명 성남시장이 대선행보를 위한 전열을 가다듬고 있다.
 
8일과 9일 이재명 시장은 출판기념회에서 싱크탱크 공개, 국회 기자회견에서 지지 의원 공개, ‘흙수저’들의 후원회 출범식, 야권대선주자들을 향한 ‘탄핵협의체’ 구성 제안 등 기존의 ‘독불장군’식 행보가 아닌 진용을 갖추고, 전열을 짜는 모습으로 ‘장군의 위용’을 갖추고 있다.
 
 
◆'공부모임-해와 달' ‘액트탱크’로 함께하는 정치인, 전문가 공개
이재명 시장은 8일 오전 서울 중구 환경재단 레이첼카슨홀에서 열린 자서전 '이재명의 굽은 팔' 출판기념회에서 전문가 그룹 '공부모임-해와 달' 참가자들을 소개했다. ‘해와 달’은 이 시장과 자서전을 집필한 서해성 작가가 주도해 결성한 전문가 그룹으로 2015년부터 한 달에 한 번 정도 스터디 모임을 갖고 이 시장의 정책을 뒷받침할 이론 등을 학습해왔다고 한다. 주요 멤버는 김상조 한성대 무역학과 교수, 백일 울산과학대 유통경영학과 교수, 이해영 한신대 국제관계학부 교수, 조은 동국대 명예교수, 최태욱 한림대 국제대학원대학교 교수 등이다.
 
김상조 교수는 "어떤 정치인보다 공부에 열정을 보였다"며 "자기 나름의 방식으로 학습하고, 자신의 언어로 표현하는 데 탁월하다"고 이 시장의 학습능력을 높게 평가했다. 최태욱 교수는 "제 책에 밑줄 치며 공부하고 나온 사람은 이 시장이 처음"이라며 "대화가 되는 것을 보고 정말 공부하려는 의지를 느꼈다"고 경험을 말했다.
 
이날 오후 이 시장은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회는 계류 중인 특검법 개정안을 통과시켜 충분한 특검 수사를 보장해야 한다”고 축구하면서. 특검 수사기간 연장 승인에 대해 “황교안 권한대행이 국민 뜻을 외면한다면, 국회가 국민의 뜻을 관철해야 한다”고 황 대행의 탄핵을 우회적으로 요구했다.
 
이 자리에는 유승희 의원도 함께 했는데, 이에 앞서 이 시장 선거캠프 대변인 제윤경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같은 당 유승희·김병욱 의원이 캠프에 합류했다고 밝혔다. 유 의원은 3선 중진 의원으로 당 여성위원장과 최고위원 등을 지냈고 민평련계로 분류된다. 초선의 김병욱 의원은 지난해 4·13 총선 때 칩거 중이던 손학규 국민주권개혁회의 의장이 직접 선거사무소 개소식에 참석하는 등 손학규계로 분류되는데 2010년 지방선거 당시 이 시장의 공동선대위원장을 맡기도 했다.
 
이에 앞서 이 시장은 생각보다 행동이 중요하다는 의미로 ‘싱크탱크’ 대신 ‘액트탱크’를 꾸렸는데, 제윤경 의원과 함께 김영진·정성호 의원, 강남훈 한신대 경제학과 교수, 문진영 서강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조원희 국민대 경제학과 교수, 정승일 사회민주주의센터 공동대표 등이 주요 멤버다.
 
김영진 의원은 김진표 의원 보좌관·정책특보, 손학규 의장의 2014년 7월 재보궐선거 총괄선거대책본부장 등을 지냈으며 이 시장의 중앙대 후배이다. 정성호 의원은 이 시장과 28회 사법시험 동기로 돈독한 사이다. 제윤경 의원은 이 시장과 함께 장기 연체자들의 채무를 탕감해주 ‘쥬빌리은행’을 출범시킨 인연이 있다.
 
 
◆‘을(乙)’ ‘흙수저’ 20여명으로 공동후원회 구성...야권 주자들에 ‘공동협의체’제의
9일 오전에는 서울 영등포구 B&B 타워에서 ‘이재명의 국민서비스센터’라는 이재명 후원회 출범식을 열었는데, 사회 각 분야 대표적인 ‘을(乙)’ ‘흙수저’ 20여명으로 공동후원회장을 구성했다.
 
청년 박수인, 해고노동자 김승하, 농민 배종열, 사드반대 활동가 이기만, 중소기업대표 조붕구, 시장 상인 서정래, 벤처기업인 김달수, 작가 목수정, 자영업자 서춘택, 직장맘 김유미, 단역배우 이중열, 농민 차남준, 학교밖청소년 박배민, 채무자 변동옥 등인데, 이 시장은 “평소 화려한 스펙보다 실체가 더 중요하다. 고통스런 삶의 현장에서 만나 인연을 맺은 분들이 많아 고맙고 기대된다”고 밝혔다.
 
▲ 이재명 후원회 ‘이재명의 국민서비스센터’는 해고노동자, 시장 상인, 자영업자, 학교밖청소년, 채무자 등 사회 각 분야 대표적인 ‘을(乙)’ 또는 ‘흙수저’ 20여명으로 공동후원회장을 구성했다. ⓒ이재명과 손가락혁명군
이중 상임 후원회장을 맡은 박수인 씨는 성남시 청년배당을 받았던 청년으로 사회복지사가 돼어 약자들을 돕고있고, 김승하 씨는 KTX 여승무원 노조 지부장으로 부당하게 해고된 지 4,000일이 넘도록 싸우고 있다. 배종렬 씨는 전남 무안에서 80평생을 농민 살면서 전국농민회총연맹 의장을 지냈는데, 국가폭력에 살해당한 백남기 농민의 한을 풀어주기 위해 동참했다고 한다.
 
캠프 관계자는 “헬조선의 숨은 영웅들로 꾸려 평범하지만 위대한 국민들이 계속 참여하고 있어 2차, 3차 후원회장단도 공개할 예정”이라며 “이재명은 대한민국 숨은 영웅들과 함께 대개혁, 대전환을 이뤄낼 것”이라고 확신했다.
 
이재명 시장은 이날 오후 페이스북에 “야당 경선 후보님들께 제안한다. 야당 후보들이 ‘공동협의체’를 구성하고 탄핵 인용 결정을 관철해 내자”며 “수천만 국민이 눈물을 삼키며 기다려 온 탄핵을 완성하지 못한다면 우리는 역사의 죄인이 된다”고 호소했다.
 
그는 또 “103일이 지난 오늘, 청와대의 시간끌기와 헌법재판소의 미온적 대응 앞에 국민들은 다시 분노하고 있다. 그러나 정치권은 대통령선거에만 매몰되어 탄핵완성을 외치는 촛불 앞에 눈을 감고 있다”고 지적하면서 “탄핵완성은 저 이재명 한 사람만의 사명이 아닌 모든 정치인들의 역사적 사명”이라고 규정했다.
 
출판기념회, 캠프 참가자 공개, 후원회 출범 등 이 시장의 대선행보가 탄핵결정이 3월 이후로 미루어진 7일과 맞물리면서 ‘탄핵요구’로 지지율이 급등했다가, 헌재를 지켜보던 소강국면에서 지지율 하락을 맞았던 그에게 다시 ‘탄핵인용’를 주장하며 지지율을 만회할 기회가 될 것인지 주목된다. 그는 11일 헌재의 신문기일 연장으로 긴장감이 높아진 광화문 촛불집회에 참석한다.
 
 
◆포퓰리즘에 덮히는 사이다 발언...광장의 열기가 높아지면 지지율 오를까?
이재명 시장의 지지율 급등과 하락은 ‘사이다’로 뜨고 ‘포퓰리즘’에 꺽인 모양새다. 이 시장의 지지율하락에 대해 전문가들은 “사이다 발언의 한계가 드러났다”며 “표풀리즘으로 덧씌워져 반감이 커졌다”는 평이다. 채진원 경희대 후마니타스칼리지 교수는 ‘일요신문’ 인터뷰에서 “이 시장이 재벌 해체 등 섣불리 얘기할 수 없는 담론을 시원하게 꺼내 극성팬들의 지지를 이끌어냈지만 재벌 해체나 기본 소득 공약은 어느 지도자도 해결하지 못한 문제이기 때문에 자칫 포퓰리스트로 오인 받을 수도 있다. 탄핵 정국 초기에 비해 국민들이 포퓰리즘 논란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면서 점진적으로 이 시장에 대한 반감이 커졌다. 결국 사이다 거품이 빠지면서 김이 새버린 것”이라고 말했다.
 
▲ ‘탄핵요구’로 지지율이 급등했다가, 헌재를 지켜보던 소강국면에서 지지율 하락을 맞았던 그에게 다시 ‘탄핵인용’를 주장하며 지지율을 만회할 기회가 될 것인지 주목된다. ⓒ이재명과 손가락혁명군
급작스러운 대중적인 인기와 포퓰리즘은 구분이 모호하다. ‘조선비즈’는 1월 3일 국회에서 열린 '이재명 성남시장 초청 국회토론회'에서 “대표적 재벌개혁론자인 김상조 교수가 더불어민주당의 유력 대권주자인 이재명 성남시장의 경제정책 구상이 포퓰리즘으로 흐를 수 있다고 비판했다”고 보도했다. 이에 대해 김상조 교수는 “이재명의 재벌해체는 포플리즘 아니다”라고 진의를 해명했지만, ‘사이다’같은 시원한 발언은 너무 한꺼번에 사이다를 삼켰을 때 코를 찌르는 듯한 고통을 주듯, 과격한 포퓰리즘으로 매도되기 쉽다.
 
“일본은 여전히 적성국” “미군 철수를 각오하고 대비해야한다” “(박근혜를) 박정희의 유해 옆으로 보내자” 등의 사이다 발언은 ‘포퓰리즘’이라는 역공을 맞기 쉬운데다, 광장의 물결이 거친상황이 아니면 효과도 떨어진다.
  
이 시장은 7, 8일의 대선행보에 이어 9일 jtbc ‘뉴스현장’ 인터뷰에서 지지율 하락에 대한 돌파구가 있느냐는 질문에 "이제 검증받는 상황에서 제 비전과 정책에 대한 실현가능성이 다른 후보와 비교되면, 실현가능한 대안을 제시하고 말바꾸기 없이 말한 것을 지켜온, 공약이행율 96% 기록을 만든 저에 대한 기대가 살아날 것"이라고 자신감을 나타냈다.
 
이 시장은 “저는 ‘6두품’도 못되고, 향·소·부곡의 촌장 정도 된다”며 “그야말로 국민과 현장에서 뒹굴던 사람에 불과한 비주류지만, 오히려 국민과 가깝다”고 설명했다. 또 “기득권 사이에서는 제가 변방일지는 몰라도, 국민들의 입장에선 제가 국민과 가장 가깝다”며 “장관을 한 적도 없고, 국회의원, 당대표를 한 적도 없는데 저를 야권의 주요 대선후보로 불러준 것은 국민”이라고 스스로의 차별성을 부각시켰다.
 
이 방송을 시청한 그의 지지자는 “이재명 시장의 매스컴을 대하는 표현이나 대응하는 말씀이 갈수록 더 세련되어지고 차분해 지셨다”고 평가했다.
대선경선을 위한 진용을 갖춰가는 이재명 시장, 다시금 광화문에서 달아오를 것으로 보이는 헌재에 대한 탄핵인용 촉구 국면에서 그의 지지율은 광장의 열기와 함께 반등의 계기를 마련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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