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검정국 이후에나 보폭 넓힐 듯

▲ 지난해부터 이어진 최순실 게이트 여파로 인한 특검정국에 휘말리면서 조직개편 및 인사 등 경영전반에 걸쳐 이 두 그룹의 경영 상태는 ‘시계제로’다.사진/시사포커스DB
[시사포커스/김용철 기자] 삼성과 롯데를 들여다보면 그간 사업전략에 따른 빅딜, 특검과 검찰의 구속영장에 법원의 결정으로 구속위기를 모면한 총수, 경영 쇄신으로 삼성은 그룹컨트롤타워인 미래전략실 해체, 롯데는 컨트롤타워 역할을 했던 정책본부 축소 등 ‘닮은 꼴’ 을 보여주고 있다.

◆사업 ‘빅딜’ 삼성-롯데 ‘윈윈’
2015년 이재용 부회장의 선택과 집중의 실용주의 경영전략에 따라 삼성그룹은 삼성SDI의 화학 부문과 삼성정밀화학, 삼성BP화학을 2015년 롯데그룹에 넘기는 빅딜을 단행한다.

지금 보면 이들 계열사가 롯데의 실적 견인에 톡톡한 역할을 하면서 핵심 계열사로 발돋움했지만 당시에는 삼성이 제시한 인수가격이 높다는 지적이 일면서 롯데의 그룹경영에 부담을 줄 것이라는 관측이 많았다. 2년이 지난 지금 롯데케미칼은 사상 최대 영업이익을 올렸고 삼성SDI 화학부문에서 롯데로 인수된 롯데첨단소재는 지난해 4분기 매출과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각각 7.1%, 46.4% 증가한 매출 6469억 원, 영업이익 682억 원을 기록했다.

삼성은 빅딜로 그룹의 몸집을 줄이며 핵심사업에 매진할 수 있는 동력을 얻었고, 롯데는 삼성으로부터 인수한 계열사들이 높은 영업이익을 올리면서 인수효과를 톡톡히 봤다. 삼성과 롯데가 사업측면에서 서로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지면서 서로의 시너지를 냈다.

◆출국금지에 불구속 비난여론
▲ 검찰과 특검에 소환됐던 이재용 부회장과 신동빈 회장.ⓒ뉴시스
그러나 지난해부터 이어진 최순실 게이트 여파로 인한 특검정국에 휘말리면서 조직개편 및 인사 등 경영전반에 걸쳐 이 두 그룹의 경영 상태는 ‘시계제로’다.

그룹 총수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특검의 출국금지가 내려지면서 두발이 묶여 해외일정에 차질을 빚고 있다. 그러다보니 국내에 머물면서 앞에 놓인 장애물(특검정국)을 넘기 위해 최대한 활동 범위를 줄이며 대응책 마련에 나서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달 설 명절에는 이재용 부회장은 특검정국을 돌파하기 위해 법무팀을 중심으로 특검 수사에 대한 보고를 받고 수사방향에 대해 논의가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고,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가회동 자택에서 가족들과 시간을 보내며 재충전의 시간과 더불어 새해 사업 전략 구상에 집중했다.

삼성과 롯데는 조직개편 및 인사개편을 실행해야 하지만 특검정국이 진행되고 있어 개편 시기가 언제쯤인지 가늠할 수 없다. 특히 올해 50주년을 맞이한 롯데그룹은 4월 롯데월드타워 개장을 앞둔 상황인 만큼 조속한 인사와 조직개편이 이뤄져야 함에도 일정이 차일피일 연기 되면서 소문만 무성하다.

무엇보다 삼성과 롯데의 수장인 이 부회장과 신 회장이 특검 때문에 발이 묶여 경영 활동 반경이 줄어들면서 인수합병 및 해외사업 점검 등 굵직한 현안 해결 속도가 더디다.

삼성의 이 부회장과 롯데의 신 회장의 어깨를 짓누르고 있는 것은 구속영장 청구에 법원의 기각 결정으로 구속위기를 모면한 것에 따른 비난 여론이다. 이에 신 회장은 지난해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하고 조직 쇄신안을 발표했다.

그러나 경영비리 혐의에 대한 신 회장의 영장 기각과 롯데면세점 월드타워점 특허사업권 재승인과 관련 대가성 의혹을 받으면서 경영 쇄신안에 속도가 붙지 않고 있다.

삼성 역시 비난 여론에 자유로울 수 없는 처지다. 특히 삼성은 삼성 초대 창업주인 이병철 선대회장, 이건희 회장, 이재용 부회장을 관통하는 ‘불구속 신화’가 이어지면서 삼성을 향한 비난 여론이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촛불집회에 참석하는 시민단체 외에 정치권, 인터넷상을 중심을 반 삼성 기류 영향으로 어떻게든 특검수사가 마무리되면 경여 쇄신안이 나올 것이라는 관측에 무게가 실린다.

이미 정경유착의 핵심창구로 지목된 전경련 탈퇴와 그룹 컨트롤타워인 미래전략실 해체와 동시에 최지성 미전실장(부회장), 장충기 미전실 차장(사장) 등의 핵심 실세들의 세대교체 바람이 불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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