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희정, ‘대연정 제안’에 당내외서 ‘뭇매’…일부는 긍정적 반응도

▲ 안희정 충남지사의 연립정부 제안이 정치권을 뒤흔들고 있다. 사진 / 시사포커스DB
[시사포커스 / 김민규 기자]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의 불출마 선언으로 지지후보를 잃어버린 표심을 적잖이 안희정 충남지사가 흡수하면서 각종 대선후보 여론조사에서 지지율 2위를 기록하는 등 선두인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바짝 맹추격하며 새로이 충청대망론의 가능성을 열게 되자 쫓기는 문 전 대표는 물론 그를 쫓는 후발주자들까지 잔뜩 경계심을 드러내고 있다.
 
이런 가운데 안 지사가 지난 2일 문 전 대표를 넘어서기 위해선 외연 확대가 불가피하다는 현실적 한계를 인식했는지 전격적으로 새누리당까지 포함한 대연정 구상을 정치권에 제안하자 기다렸다는 듯 다른 후보들이 이를 놓고 갑론을박에 들어가면서 연일 대선판을 뜨겁게 달구고 있다.
 
이처럼 안 지사가 제안한 ‘대연정론’이 대선판 화두로 급부상함에 따라 연정이 실제로 이뤄질 수 있을지 아니면 정치권의 견제 속에 공허한 울림으로 그치게 될 것인지 그 결과에 벌써부터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 안희정發 ‘대연정’에 다시금 ‘충청대망론’까지 솔솔
 
안 지사는 지난 2일 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 예비후보로 등록하자마자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열어 “지금 상황에서 누가 후보가 돼도 (제1당이 원내) 과반에 턱없이 부족하다”며 “헌법 정신대로 원내 다수파를 형성하도록 대연정을 꾸리는 것이 노무현 정부 때 구상한 헌법 실천 방안”이라고 ‘대연정’ 추진 의사를 피력했다.
 
특히 그는 대연정 범위와 관련해 같은 날 CBS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의회의 지도부가 누구든 공통의 국가 과제와 개혁의 과제에 합의한다면 구성할 수 있다”며 “가장 반대 진영의 사람들과 대화와 타협을 통해 함께 국가의 목표를 합의해야만 시대적 개혁을 추진할 수 있다”고 새누리당까지 포함시킬 수 있음을 분명히 했다.
 
이렇듯 안 지사가 반 전 총장의 불출마 이후 돌연 새누리당과의 대연정까지 들고 나온 데 대해 일단 정치공학적 차원으로 보면 문 전 대표를 지지하는 진보 성향 유권자들의 이탈을 기대하기보다 아직 확실하게 지지 후보를 정하지 못한 채 관망하고 있는 중도층과 일부 보수층 표심을 노린 것이란 해석이 나오고 있다.
 
그 중에서도 반 전 총장의 불출마로 충청대망론의 구심점을 잃어버린 일부 보수 성향 유권자들을 충청 출신 후보인 안 지사 자신이 적극 흡수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친 것으로 풀이되고 있는데, 이런 움직임에 대해 새누리당 내 충청권 출신 의원들의 좌장으로서 반 전 총장을 통한 ‘충청대망론’을 꿈꿨던 정진석 의원은 소속정당이 다른 후보임에도 불구하고 지난 4일 자신의 SNS를 통해 “안 지사가 제안한 대연정 실험은 열린 구상이며 실효적”이라고 반색한 바 있다.
 
여기에 이미 경기도 의회와의 연정을 성사시킨 남경필 경기지사도 지난 5일 연정의 범위에 있어선 차이가 있지만 “안희정 후보, 안철수 후보, 바른정당 남경필과 정의당 심상정 대표 등 젊고 개혁적이고 권력을 공유하려는 의지가 있는 그런 사람들이 본선에서 경쟁을 하고 협력을 하자고 약속해 선거 전후가 다르지 않은 협력을 이끌어 내는 것이 국민들이 바라는 것”이라며 “패권세력들을 뺀 나머지 인물과 세력 간에 연정을 목표로 한 연대가 필수적”이라고 ‘연정론’에 힘을 실었다.
 
남 지사는 자신이 이른바 ‘경기도 연정’을 실천했다는 점을 부각시키는 차원에서 안 지사의 연정론에 일견 반대 의사는 표하지 않으면서도 소속정당인 바른정당의 또 다른 대선주자인 유승민 의원이 주장하고 있는 ‘보수 단일화’엔 각을 세우다 보니 고심 끝에 이 같은 ‘선별적’ 연정론을 내놓게 된 것으로 보인다.
 
◆ 安 연정론에 정치권 ‘집중견제’ 기류 만연
 
반면 안 지사가 손을 내민 새누리당을 비롯한 대부분의 정당에선 안 지사의 ‘연정론’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에 이어 일부는 아예 공격적인 반응까지 보이고 있는데, 먼저 정우택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6일 최고위에서 “민주당이 주장하는 대연정은 협치와 분권을 의미하는 것 같은데 그렇다면 반드시 대선 전 개헌을 해야 한다”며 “헌법 개정 없는 대연정은 본말이 전도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는 대선 전 개헌만 수용한다면 안 지사의 대연정 제안을 수용할 여지를 남겨둔 것으로 해석될 수도 있으나 이미 안 지사가 지난 1일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이 불출마 선언 직전 개헌을 고리로 한 연대를 제안한 데 대해 “대선 일정이 별로 남지 않았다”며 사실상 일축한 바 있기에 새누리당의 이 같은 반응은 결국 수용할 수 없다는 뜻을 드러낸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이를 분명히 하듯 6일 새누리당의 대선주자인 이인제 전 최고위원이 자신의 트위터에 안 지사를 겨냥 “우선 개헌을 반대하면서 무슨 연정인가”라며 “야당 일각에서 떠드는 대연정은 일고의 가치도 없다”고 잘라 말한 데에서도 이 같은 속내를 확인할 수 있다.
 
이외에 또 다른 보수 성향 정당인 바른정당에서도 소속 대선주자인 남 지사의 입장과 달리 6일 장제원 대변인이 BBS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마치 정권을 잡은 것처럼 떡 줄 사람은 생각도 안 하고 있는데 연정하자는 것을 보니 좀 민망하다”며 일언지하에 거부 의사를 표명했다.
 
그렇다고 국민의당과 정의당 등 다른 야권 정당들은 호의적이냐 하면 그것도 전혀 아닌데, 오히려 ‘새누리당과의 연대’ 가능성을 내비친 점을 문제 삼아 보수정당들보다 한층 강한 어조로 안 지사에 비판을 쏟아내고 있다.
 
박지원 국민의당 대표는 6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저는 친노 중에서 이광재 전 강원도지사와 안희정 지사를 좋아한다. 그가 박근혜 대통령에게 90도로 절을 해도, 보수우파적 발언을 쏟아내도 누구도 비판하지 않았던 것은 그의 삶이 진보개혁적이었기 때문”이라면서도 “그러나 이번 ‘새누리당과의 연정’ 발언은 잘못”이라고 일침을 가했다.
 
그러면서 그는 “잘못했으면 ‘제가 잘못했습니다’라고 솔직하게 사과헀어야 안희정이다”라며 “협치의 의미라고 변명하면 안희정이 아니다. 안희정다웠으면 한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같은 당 대선주자인 안철수 전 대표 역시 하루 전인 5일 삼청동 국립현대미술관에서 4차 산업혁명 관련 대담을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새누리당과 바른정당은 박근혜 정권 실패에 책임이 있는 세력”이라며 “선거 전 섣불리 연정에 대해 이야기가 나오는 게 우려스럽다”고 우회적으로 보수정당과의 연정 가능성까지 열어놓은 안 지사를 비판했다.
 
심지어 정의당에서까지 안 지사의 대연정에는 날선 비판을 가했는데, 심상정 대표는 6일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안 지사가) 적폐청산 1호 대상인 새누리당과도 연대할 수 있다고 한다. 연정의 범위는 그 사람의 시대정신과 개혁의지”라며 “개혁을 위한 대연정이 아니라 개혁의지가 없어서 나온 발상”이라고 ‘대연정’ 제안을 혹평했다.
 
▲ 이재명 성남시장은 안 지사의 대연정 제안에 대해 반감을 드러낸 데 그치지 않고 아예 촛불 민심에 대한 사과까지 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사진 / 시사포커스DB

또 안 지사와 경선 경쟁상대인 같은 더불어민주당 대선주자들 역시 이 같은 ‘연정론’ 제안에 대해 좋게 평할 리 만무했는데, 선두를 수성 중인 문 전 대표는 지난 3일 “새누리당 또는 바른정당과의 대연정에는 찬성하기가 어렵다”며 선을 그었고, 안 지사를 추격해야 되는 처지가 된 이재명 성남시장은 이를 기회로 지난 5일 “대연정 제안을 철회하고 다음주 토요일 광화문 촛불 앞에 나와 국민께 정중히 사과하라”고 안 지사에 강공을 펼쳤다.
 
이에 그치지 않고 이 시장은 문 전 대표를 겨냥 “사안의 심각성을 생각한다면 문 전 대표께서도 (안 지사에게) 대연정 철회를 공식 요구해야 한다”며 “문 전 대표, 안 지사, 이 시장은 당과 국민들의 물음에 답할 의무가 있어 개별적으로 얘기할 게 아니라 3자가 모여 언론과 국민 앞에 토론을 통해 정리할 것을 제안한다”고 ‘연정론’ 관련 3자간 공개토론까지 촉구했다.
 
다만 이 같은 제안은 반 전 총장의 지지율을 흡수하면서 2위로 급부상한 안 지사를 끌어내리는 한편 ‘공개토론’으로 문 전 대표가 선두인 당내 대선구도 뒤집기를 시도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돼 양측으로부터 별 다른 긍정적 반향을 이끌어내지는 못할 것으로 보인다.
 
◆ 안희정 “대연정 발언, 자꾸 곡해돼” 항변
 
하지만 안 지사는 당내외를 가리지 않고 자신에게 집중되는 공세에 대해 그저 무대응으로 일관하지만은 않았는데, 지난 5일 자신의 연정론을 비판하는 경쟁후보들을 향해 “누가 대통령이 되든 의회와 협치를 해야 한다는 취지를 강조한 것”이라며 “저의 대연정 발언이 자꾸 곡해되고 있다”고 억울함을 호소했다.
 
하루 뒤인 6일에도 그는 충남도청 소회의실에서 열린 동계 아르바이트 대학생들과 간담회 직전 기자들과 만나 “협력구조를 만들지 않고 나를 따라오라고 해서는 절대로 지금의 정쟁 구도에서 벗어날 수 없다. 저의 분명한 소신을 밝힌 이야기”라며 “어떠한 선거공학적 접근도 고려된 게 없다”고 자신에 대한 공세에 적극 반박했다.
 
그러면서도 안 지사는 “협치 형태가 대연정이 될지 소연정이 될지는 국가 개혁과제를 놓고 논의해야 한다”고 ‘대연정’에선 한 발 물러난 듯한 뉘앙스를 풍겨 자칫 ‘산토끼’ 잡으려다 ‘집토끼’를 놓칠 수 있다는 딜레마에 빠져버린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다만 우상호 민주당 원내대표 등 당 지도부 일각에서 안 전 지사의 연정론을 적극 지지하는 목소리가 나오며 힘을 실어주고 있어 성사 여부엔 여전히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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