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희정 빼고 다 ‘친노패권’ 공격...박원순·반기문·이재명 공격하다 오히려 손해만

▲ 올해 들어서만해도 ‘친문패권주의’ 또는 ‘친문패권’에 대한 공격은 소위 ‘개헌보고서’ 문건소동,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룰 논란, 표 의원과 풍자화 사건 등 수시로 터져 나왔고, 대선주자 중에서 이를 공격하지 않는 후보는 문재인 전 대표 자신과 안희정 충남지사 뿐이다. 사진 / 고경수 기자
[시사포커스 / 오종호 기자] “패권이란 사전적 의미로 어떤 분야에서 으뜸을 차지해 누리는 공인된 권리와 힘이란 뜻이다. 지지율1위는 국민이 만들어 준 것이다. 만약 문재인 패권이 존재한다면 그것은 결국 국민이 만들어 준 것이고 국민의 힘으로부터 나온 것이다.
 
국민여론으로 지지율1위를 하는 문재인을 패권주의로 공격하는 것은 부당하다. 문재인 지지율 1위가 조작이라도 되었단 말인가? 아니면 문재인이 꼼수를 써서 얻은 부정한 결과물이라도 된다는 말인가?
 
친문패권주의를 공격하는 사람도 결국 자신이 패권을 쥐고 싶은 욕심이 솔직히 있는 것 아닌가? 그럼 남 잘나가는 거 욕하지 말고 노력을 하란 말이다. 친문패권주의 깨보겠다고 국민여론과 싸우겠다는 바보 같은 짓을 할수록 지지율은 더 떨어진다는 나의 충고를 새겨들으시라”
 
소위 ‘박근혜 누드’ 풍자그림으로 새누리당은 물론 바른정당, 국민의당 심지어 더불어민주당 내부에서 조차 해당 그림이 전시된 ‘곧, bye展’을 주선한 표창원 민주당의원에게 융탄폭탄이 가해지던 지난달 말 정청래 전 의원이 ‘친문패권주의를 공격하는 그대들에게’라는 제목으로 페이스북에 올린 글이다. 당시 표 의원에 대한 공격은 곧 그가 ‘문재인 영입인사 1호’라는 이유만으로 문재인과 ‘친문패권주의’에 대한 공격으로 이어졌다.
 
올해 들어서만해도 ‘친문패권주의’ 또는 ‘친문패권’에 대한 공격은 소위 ‘개헌보고서’ 문건소동,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룰 논란, 표 의원과 풍자화 사건 등 수시로 터져 나왔고, 대선주자 중에서 이를 공격하지 않는 후보는 문재인 전 대표 자신과 안희정 충남지사 뿐이다.
심지어 내부 경선룰 조정 작업이 진행되던 무렵에 지지율 하락에 초초해하던 박원순 서울시장 후보는 ‘친문패권’을 공격하며 반전의 빌미로 삼다가 스스로 낙마하기에 이르렀고, 이재명 성남시장 역시 지지율 상승세가 꺾이고 답보상태에 놓이게 됐다. 김부겸 의원과 함께 이들 대선주자 3인이 당시 주장했던 ‘공동정부’라는 것도 그 말만 안 썼을 뿐이지 사실은 문재인을 ‘친문패권’이라 몰아붙이며 공격하는 다른 말에 불과했다.
 
반드시 ‘친문패권’에 대한 공격만이 이유일 수는 없겠으나, 반기문 전 유엔총장 역시 불출마 선언 직전까지 ‘친문패권’에 대한 공격의 강도를 계속 올리고 있었다.
 
 
◆여야와 언론까지 문재인에 대한 공격 꺼리로 삼는 것은 대부분 ‘친문패권’
‘친문패권’에 대한 공격은 대선주자는 물론 아니라 사방팔방에서 시도 때도 없이 쏟아진다.
 
“호남은 민주당이 아닌 국민의당의 손을 들어줬다. 친문패권주의에 대한 호남 민심의 심판이었다고 본다. 친문패권주의 청산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이번 대선에서는 국민의 심판이 있을 것이다” 주승용 국민의당 원내대표.
 
"역시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는 사실상 정해져 있고 패권주의는 강합니다" 박지원 국민의당 대표.
 
“친박(친 박근혜)과 친문(친 문재인), 이 양대 세력의 짬짜미 때문에 대한민국이 말라죽고 있다” 남경필 경기지사.
 
“친박·친문 패권주의 청산을 위한 세력이 정치적으로 힘을 모아야 한다” 반기문 전 총장과 김무성 바른정당 의원.
 
“문 전 대표를 향해 조금만 비판을 가하면 입에 거품을 물고 달려는데, 친박 패권주의는 친문에게 명함도 못 내밀겠다” 정치권 인사.
 
“‘친문 패권당’이라는 비문들의 주장이 전혀 틀리게 들리지 않는다...비문들을 향해 집단 포화를 퍼붓고 있는 친문들의 행태는 국정 농단에 일조하고도 반성하지 않는 새누리당 친박들의 모습과 크게 달라 보이지 않는다” <중앙일보> 사설.
 
“반기문 전 총장이 새누리당에 와 친문 패권주의와 싸워주면 참 좋겠다” 인명진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
 
▲ 김용익 더불어민주당 민주연구원장이 3일 문재인 전 대표와 가깝다는 세간의 평에 대해 "원장이 됐을 때부터 이를 염두에 두고 행동하면서 각별히 조심하고 있다. 그 정도로 공사구분을 못하는 사람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뉴시스
가장 거세게 공격하는 것은 국민의 당이지만 여야와 언론에 이르기까지 문재인 전 대표에 대한 공격 꺼리로 삼는 것은 대부분 ‘친문패권’이다. 하물며 김부겸 민주당 의원도 1일 "한 정파나 개인이 아닌 야권이 꿈꾸는 모습으로 대한민국을 개혁해야 한다는 점에서 '친문패권'으로 지적받는 부분들은 고쳐줄 것을 요청한다"며 공세를 이어가고 있다.
 
 
◆안희정 뿐인 외롭고 초라한 방어...적극지지층의 문자폭탄·18원 후원은 테러수준
이에 대한 방어는 외롭고 초라하다. 한때 ‘친노폐족’이라고 스스로를 규정한 적도 있었던 안희정 지사는 1일 “현재 당헌과 당규에 따라 선출된 당 지도부가 실질적인 리더십을 행사하고 있다며, 당의 공식 지도체계를 뒤엎는 비선 패권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그나마 ‘패권의 부존재’를 주장하며 문 전 대표를 방어했다.
 
문재인 전 대표 스스로도 끝내 말문을 열었다.
문 전 대표는 23일 광주 염주체육관에서 열린 ‘광주·전남 언론포럼’에서 "과거에는 '친노패권'이라고 했다가 제가 대선후보가 되니 친문패권으로 바뀌었다"며 "노 전 대통령이 패권을 추구했다고 혹시 믿느냐. 노 전 대통령은 당내 패권을 한 번도 가져본 적이 없다"며 친문패권 논란의 부리인 ‘친문패권’부터 반박했다.
그는 "제가 가장 앞서가는 후보이니 저를 공격하고 저를 가두려는 프레임"이라고 일축하고 "당연히 배타적이어서는 안되고 확장력을 가져야 한다. 이 점은 비판을 받으며 늘 겸허하게 노력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나마 ‘친문패권’의 주체로 지목되면서도 반문 세력들의 문재인 공격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것은 온라인상에서 황동하는 문 전 대표의 적극지지자들이다. 이들이 한 공격이란 것이 항의(또는 욕설까지)문자 폭탄과 함께 최근 ‘개발’된 ‘18원 후원금보내기’다.
 
그래서 김동철 국민의당 비상대책위원장은 ‘개헌 보고서’ 소동이 한참이던 지난달 7일 “친박패권보다 더 무서운 패권주의가 하나 남았다. 친문 패권주의. 친문 패권 공격만 하면 문자를 수천 개, 수만 개 보내서 사람을 괴롭힌다. 내 편이 잘못한 것도 무조건 감싸고 상대 계파가 잘한 것도 무조건 틀렸다고 주장하는 것이 계파 패권주의자"라고 지목하며 불쾌감과 두려움을 나타냈다.
 
‘개헌 보고서’ 소동이 민주당 내부에서부터 시작됐기 때문에 이들 적극지지자들은 문 전 대표를 비판하는 입장을 표시한 민주당 의원들에게 먼저 문자폭탄을 퍼부었다.
 
김부겸 의원은 지난달 4일 “이렇게 민감한 시기에 정무적 판단 없는 보고서를 쓴 정도의 역량으로 어떻게 할 건지 걱정이 된다”고 말했다가 항의 문자 수천건이 빗발쳤고 욕설을 뜻하는 ‘18원’의 후원금이 쇄도했다. 박용진 의원 역시 “당의 단합을 해치고 분열을 조장하는 여러 문구들이 보인다”고 지적하자 김 의원과 같이 수천 건의 문자와 ‘18원’ 후원금이 입금돼 페이스북에 자제를 당부하기까지 했다.
 
이들뿐 아니라 보고서 비판 성명에 동참한 40 여 명의 의원들 대부분에게 ‘김종인 데리고 꺼져줘’ ‘당원의 힘으로 정치 인생을 끝내게 하자’ ‘출당시켜 버리자’ 등의 문자가 수천 건씩 보내졌다. 당연히 보고서를 비판한 국민의당, 바른신당, 새누리당 의원들도 같은 일을 더욱 심하게 당했다.
 
하지만 정청래 전 의원이 “만약 문재인 패권이 존재한다면 그것은 결국 국민이 만들어 준 것이고 국민의 힘으로부터 나온 것”이라고 말했듯이 아무리 극성스러운 지지자라해도 국민이고, 불특정한 국민 상대로 ‘친문패권’의 주체 혹은 세력이라고 말하기는 어렵다.
 
 
◆실체 없는 ‘친문패권’ 공격의 실체는 대표 시절 비타협적인 文을 떠난 정치인들
그렇다면 ‘친문패권’의 실체는 뭘까? 20대 총선에서 유일하게 광주·전남에서 민주당으로 국회에 입성한 성공한 이개호 의원은 “‘친문 패권’은 호남 정서와 관련이 있다. DJ 이후 호남에서는 유력 정치인을 배출하지 못해 상실감이 생겼다. 여기에 책임 있는 중진 정치인들이 탈출구로 친문 패권을 선택한, '정치 프레임'과 같은 것이다. 물론 친문 패권은 분명히 존재한다. 동지그룹에 대한 지나친 신뢰, 소위 순혈주의와 강성 개혁성이다. 즉 ‘개혁적 순혈주의’가 당 체질을 묘하게 바꾼 점은 있지만 과대포장 됐다”고 설명한다.
이 의원은 친 노무현계 인사에서 자연스럽게 친 문재인계로 불리워지는 집단을 지칭했지만, 그들은 지난 대선 이후 계파라고 불릴만한 어떤 활동도 하지 않고 있다. 그보다는 그의 말처럼 반문 정치인들이 공격에 이용하는 '정치 프레임'이라고 할 수 있다. 개념이지 실체가 아닌 것이다.
 
▲ 프레임이든 온라인에만 존재하는 허깨비이든 ‘친문패권’ ‘친문패권주의’는 계속된 공격의 소재 혹은 주제가 될 것이다. 사진 / 고경수 기자
하지만 실체 없는 ‘친문패권’을 공격해 대는 ‘반문’의 실체는 뚜렷하다.
자칭타칭 ‘친문폐권’ 전문가 정희준 동아대 교수는 “당 대표 시절 문재인은 타협하지 않았다. 이러한 비타협적 성향 때문에 그는 많은 유력 정치인들과 멀어졌다. 손학규, 김두관에서 안철수, 박지원, 이종걸, 박영선, 그리고 결국 떼로 당을 뛰쳐나간 호남 중진들과 지금의 김종인에 이르기까지. 결국 원혜영마저 ‘무난하게 후보가 되면 무난하게 진다’는 이상야릇한 말로 문재인에 대한 거부감을 표현했다”고 그의 칼럼에 썼다. 결국 문재인 빼고 다나 마찬가지라는 것이다.
 
정 교수는 “친문 패권주의는 존재하지 않는다. 저들이 주장하는 패권주의란 문재인이 나눠먹기를 거부하자 탈당해 떨어져 나간 호남 의원들, 그리고 자신의 지분을 보장해주지 않자 화가 난 당내 다선 의원들이 문재인을 공격하기 위해 집어든 프레임일 뿐이다. 그들이 문제 삼는 패권주의적 행태라는 것도 고작 지지자들이 온·오프라인에서 벌이는 집단행동뿐”이라고 일축한다.
 
하지만 프레임이든 온라인에만 존재하는 허깨비이든 ‘친문패권’ ‘친문패권주의’는 계속된 공격의 소재 혹은 주제가 될 것이다. ’반문‘이라는 실체가 ’친문패권‘이라는 개념을 공격해 대는데, 문재인은 어쩔 것인가? ’선풀운동‘ 정도로는 되지 않는다. 당 대표 당선 이후 부쩍 맷집이 커진 문 전대표의 맷집이 더 커져야할 것이다. 그리고 노무현처럼 그는 앞으로도 계속 정공법 만 택할 것이다. 그러면된다. 하지만 좀 더 강하게, 좀 더 빠르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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