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모펀드 인수로 대성산업가스 기업가치 추락 우려

▲ 골드만삭스가 62%의 지분을 가진 대성산업가스를 사모펀드에 매각할 계획이다.ⓒ Bricks policy center

[시사포커스/강기성 기자] 대성산업가스 입찰을 앞두고 주관사이자 투자은행인 골드만삭스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칼자루를 쥐고 있기 때문이다.

차입금에 묶인 대성산업 측은 자회사를 던져두고 골드만삭스와 사모펀드들이 벌이는 ‘판’에서 제외된 모양새다. 매물로 전락한 대성산업가스의 기업 가치마저 떨어질 거라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대성산업가스 지분 62%를 소유한 골드만삭스는 다음 달 2일 본입찰을 진행할 예정이다. 대성합동지주는 38%지분만 가지고 있다.
 
2일 금융투자(IB)업계에 의하면 대성산업가스 매각의 주관사인 골드만삭스는 해외 사모펀드(PEF)인 텍사스퍼시픽그룹(TPG), 퍼시픽얼라이언스그룹(PAG), 국내 사모펀드인 MBK파트너스, 3곳과 본입찰을 앞두고 있다.
 
대성산업가스는 산업가스부문 국내 1위로 지난 해 매출 5138억원, 영업이익 637억원을 내다보는 ‘알짜’기업이다.

대성산업가스의 현금 창출 능력을 나타내는 지표인 에비타(EBITDA, 법인세·이자·감가상각비 차감 전 영업이익)는 올해 전망치의 12∼13배 수준인 1조5000억원 정도로 투자은행 골드만삭스는 높은 매각가를 부를 예정으로 알려졌다.

◆ 차입금, 주인 없는 대성산업가스

대성산업이 알짜기업인 대성산업가스를 ‘울며겨자먹기’로 매각하는 이유는 KDB산업은행 차입금 때문이다.

대성합동지주는 보유 중인 부동산과 대성산업가스를 KDB산업은행 등 금융권에 차입금 담보로 제공하고 있다. 또 다른 자회사인 대성산업에서 비롯된 결과다.

지주사 대성합동지주가 부실을 겪고 있는 대성산업의 원활한 자금 조달을 위해 우회지원에 나서 자회사 대성산업가스을 매각하게 된 것이다.
▲ ⓒ 대성산업가스


신용보증기금을 통한 KDB산업은행의 회사채 상환 만기는 올해 4월로 대성합동지주 측은 대성산업가스 매각시기를 동일하게 정했다.

업계 관계자는 “대성산업은 과거 무리하게 건설사업에 뛰어들다가 산업은행에 차입금이 상당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대성산업가스는 이전부터 대성합동지주의 손을 떠난 회사로, 매각은 예정된 수순이었다”고 말했다.

대성산업 관계자는 "대성산업가스는 이미 우리와 관계가 없는 회사니 연관시키지 않았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 골드만삭스‧사모펀드에 휘둘리는 ‘대성’

골드만삭스가 높은 매각가를 고집할 경우 주인 잃은 대성산업가스를 두고 사실상 투기(?)자본과 투자은행 간 팽팽한 줄다리기만 남게 된다.

4조원이상을 보유한 이 사모펀드들은 모두 1조 원 이상의 대규모 매물을 찾고 있었기 때문에 대성산업가스는 둘도 없는 먹거리이자 호재라 볼 수 있다.

대성산업가스는 산업가스 부문 1위 기업으로 대량 가스 수요처(LG디스플레이, SK하이닉스, GS칼텍스 등)에 장기공급계약(10년~20년)이 있고 가스라는 산업 특성 상 안정적인 현금 수익과 유동성이 높다는 장점이 있다. 곧 고배당을 기대할 수 있다.

에너지 기업으로 국내 기업에 영향력이 크기 때문에 수급을 통한 공급가격 조절로 안정적인 수익기반도 마련돼 있다.

이에 따라 골드만삭스와 PEF 3곳이 벌일 가격 경쟁으로 대성산업가스의 기업 생산성과 가치가 떨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사실상 대성산업가스가 M&A업계에서는 후방산업 간 사업성이 높기 때문에, 반도체와 정유 관련 회사에 매각하는 것이 산업전반으로도 가장 수익이 높을 것이라는 분석이 많았다.

때문에 SK와의 M&A가 가장 합리적 사업적 가치를 낼 수 있는 조합으로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었다. SK 측에 매각될 경우 SK머티리얼과 SK하이닉스와의 시너지를 기대할 수 있다. SK는 예비입찰에서 골드만삭스 가격조건을 맞추지 못해 제외됐다.

한 업계관계자는 이번 대성산업가스 매각에 대하여 “사모펀드의 인수로 대성산업가스의 기업가치와 건전성이 떨어질 것으로 보인다”며 “대성산업과 여타 국내 기업과의 직접적인 M&A를 통한 산업적 시너지가 아쉬운 대목”이라고 평가했다.

홍성준 투기자본감시센터장은 “에너지 산업 M&A에는 정부가 일정 수준 개입할 필요가 있다”며 “기름 한 방울 나오지 않는 나라에서 에너지 관련업종을 산업의 생산성에 관심도 없는 사모펀드에게 내 맡기는 것은 결국 소비자에게 돌아가는 리스크일 수 있다”고 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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