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6차 임단협 불발… 양측 주장 평행선

▲ 임단협 협상을 둘러싼 현대중공업 노사갈등이 악화일로에 들어서자 양측이 모두 파국을 맞을 수도 있다는 우려가 확대되고 있다. 사진/시사포커스DB
[시사포커스/박현 기자] 임금ㆍ단체협약 협상을 둘러싼 현대중공업 노사갈등에 실마리가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더욱 악화된 모습까지 나타내고 있다. 사측은 금속노조 간부 배석에 반발하며 교섭을 거부하고 있는 반면 노조는 명백한 해태행위라며 법적 대응까지 예고하고 있다. 이대로 가면 노사 양측이 모두 파국을 맞을 수밖에 없다는 우려도 확대되고 있다.
 
2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중공업 노사는 전날 울산 본사에서 ‘76차 임단협’ 교섭에 나설 예정이었으나, 금속노조와 함께하겠다는 노조 측 요구를 회사 측이 거부하면서 교섭이 다시 불발됐다. 지난달 23일, 25일에 이어 세 번째 불참이다.
 
사측 관계자는 “금속노조에 단체교섭권이 있는지 근거를 요청했지만, 이에 대한 아무런 조치 없이 일방적으로 금속노조 관계자가 참여했다”고 불참 이유를 밝혔다.
 
이에 노조 측은 “금속노조의 교섭권은 금속노조 위원장에게 있고 지난 74차 교섭부터 위원장이 부위원장에게 위임해 교섭에 참여했다”며 “회사가 정당한 이유 없이 교섭을 계속 거부한다면, 이는 분명한 교섭 해태에 해당하므로 법적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 금속노조 임단협 개입 두고 갈등 확대
현대중공업 노사는 이미 지난해 5월부터 임단협 교섭을 시작했지만 접점을 찾지 못했으며, 그동안 노조는 16번의 파업을 벌였다. 지난달까지 70여회가 넘는 단체교섭을 진행했으며, 최근 본교섭 외에 실무교섭과 TF교섭을 거의 매일 열고 있는 것을 감안해볼 때 양측의 교섭횟수는 모두 90~100차례에 달할 것으로 추측된다.
 
양측 갈등의 골이 더욱 깊어진 것은 지난해 10월 사측이 분사 안을 내놓은 이후부터다. 노조는 분사 안 전면 철회를 교섭의 전제조건으로 내세우며 12년 만에 민주노총 산하 금속노조에 복귀했다. 이후 양측의 입장이 여전히 팽팽하게 맞서는 가운데 현대중공업 노조가 지난달 20일부터 금속노조와 연대해 교섭과 투쟁에 나서는 새로운 국면이 펼쳐지며 합의가 더욱 어려워졌다.
 
회사 측은 19일 진행된 제73차 교섭에서 노조 측에 ‘임금 12만3,000원 인상, 기본급 20% 반납(1년간 고용보장 조건), 성과금 230%, 노사화합 격려금 100% + 150만원 지급’ 등을 담은 최종안을 제시한 바 있다.
 
그러나 현대중공업 노조 측은 이에 대해 “노사가 협상 과정을 거쳐 만들어낸 제시안이 아니라 사측의 일방적 주장일 뿐”이라며 “고용 보장이 한시적인 데다 지난해 구조조정 과정에서 줄어든 임금에 대한 보상도 턱없이 부족하다”며 거부 의사를 밝혔다. 이어 회사를 6개로 분리하는 방안도 철회하라고 요구한 상황이다.
 
◆ 주채권은행, 조속한 타결 압박
현대중공업의 주채권은행장인 함영주 KEB하나은행장은 최근 권오갑 부회장을 직접 찾아가 “노사갈등 등 내부적인 문제가 여전히 제자리인 점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노사 협의를 통해 경영개선계획을 더욱 신속히 이행하라는 채권단 압박이 시작된 것이다.
 
이에 강환구 사장은 지난달 20일 “올해 매출 계획은 15조원으로 2007년 수준으로 떨어졌으며, 일감도 줄어 최소 3~4개의 도크 가동을 중단해야 한다”며 “노조가 회사의 최종 제시안을 수용하지 않으면, 채권단의 인력 구조조정 요구에 따를 수밖에 없다”는 뜻을 밝혔다.
 
업계 관계자들은 현대중공업 노사갈등이 앞으로 더 심화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설 연휴 전 타결’이란 목표가 사라진 상황에서 갈등을 봉합할 만한 기폭제가 없기 때문이다. 지난주 금속노조는 현대중공업지부에 직접 개입 의사를 통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제 현대중공업 노사가 극적인 타결을 이루어낼지, 아니면 갈등의 연장선에서 돌이킬 수 없는 파국을 맞을 것인지 초점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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