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 ‘潘 불출마’ 기회로 바른정당과 공수 전환 시도

▲ [시사포커스 / 고경수 기자] 새누리당 인명진 비상대책위원장과 정우택 원내대표가 지난 10일 오전 서울 여의도 새누리당 당사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 및 주요당직자 회의에서 대화를 나누고 있다.
[시사포커스 / 김민규 기자] 그간 바른정당과의 ‘보수 적통’ 경쟁에서 수세에 몰리는 듯 했던 새누리당이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의 대선 불출마라는 돌발사태로 국면 전환의 전기를 맞게 됐다.
 
여전히 출마 여부는 불분명하지만 일단 반 전 총장의 이탈로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에 맞설 수 있는 유력한 보수 성향 대선후보는 이제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만 남은 모양새이기에 비록 유승민 의원과 남경필 경기지사라는 대선후보를 갖고 있지만 상대적으로 지지율이 저조하다는 한계에 직면해 있는 현재의 바른정당에 비해 새누리당이 대선 경쟁에서도 유리한 고지를 점하게 되는 게 아니냐는 이야기까지 벌써부터 흘러나오고 있다.
 
실제로 반 전 총장의 불출마 선언 당일인 지난 1일 실시된 리얼미터의 대선 지지율 긴급 여론조사 결과(전국 성인남녀 500명 대상, 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4.4%포인트)에 따르면 반 전 총장 지지자의 20.4%가 황 대행으로 옮겨간 것으로 나타나 반 전 총장 불출마의 최대 수혜자이자 대체후보로 급부상할 것이 유력시되는 데다 박근혜 정부에서 법무부장관과 총리까지 맡아온 황 대행이 대선에 출마할 경우 결국 박근혜 정부를 탄생시킨 새누리당을 지지 기반으로 삼을 수밖에 없다는 점 때문에 이런 전망이 나오고 있는 것으로 관측된다.
 
이 뿐 아니라 아직 당 쇄신을 마무리 짓지도 못한 상황에서 또 다른 타격이 될 뻔했던 당내 반 전 총장 지지 의원들을 중심으로 한 집단 탈당 움직임도 반 전 총장의 불출마와 동시에 그대로 제동이 걸리게 되면서 새누리당 지도부는 의외의 전개로 일거에 고민이 해결되자 희색을 감추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반해 반 전 총장을 일찍부터 대선후보로 영입하려고 움직여온 바른정당은 대선 우위를 통해 새누리당으로부터 가져오려던 보수층 주도권을 반 전 총장 불출마라는 갑작스런 사태로 코앞에서 놓치게 돼 어느 누구보다 충격 받은 분위기인데, 앞서 언급했듯 이번 변수가 새누리당 일부 의원들의 집단 탈당 무산과도 맞물리게 됐다는 점에서 ‘세 불리기’마저 어려워진 격이어서 더욱 허탈해 하고 있다.
 
그래선지 일각에선 자칫 새누리당에 비해 보수란 성격에 있어서도 애매한 소수정당으로 전락할 것을 우려해 현실적 측면에서 새누리당과의 ‘보수 후보 단일화’까지 고심하고 있어 향후 어떻게 전개될 것인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 潘 불출마로 숨 돌리는 새누리, 보수층 결집 가능할까
 
일단 반 전 총장의 불출마로 그를 지지했던 유권자들이 분산되면서 각종 여론조사 지표에선 황 대행이나 유 의원 같은 보수후보는 물론 안희정 충남도지사,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 등 중도 성향의 후보들까지 덩달아 지지율이 오르는 효과를 본 것으로 나타나고 있는데, 지지 후보를 유보한 유권자들도 적지 않아 앞으로 대선판의 변수가 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다만 큰 틀에서 볼 때 어떤 식으로든 선두인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절대적 우세는 변동이 일어나지 않아 이를 저지하려는 보수진영으로선 어떤 후보로든 지지층을 한 곳으로 총결집시키는 것 외엔 달리 현실적으로 대응할 방안이 없는 실정이다.
 
이 경우 반 전 총장의 이탈로 인해 ‘길 잃은’ 보수층을 가장 많이 흡수하고 있는 황 대행의 대선 경쟁력이 그나마 높다는 점에서 새누리당이 어느 정도 기대를 드러내고 있는 것인데, 설령 황 대행이 끝내 출마하지 않는다고 해도 여전히 최대 규모의 보수정당이란 타이틀은 갖고 있기에 앞서 바른정당 창당으로 흔들렸던 ‘보수 대표정당’이란 위상은 인명진 비대위 체제의 쇄신을 통해 어떤 식으로든 재정립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 때문에 일단 새누리당 혼자만으로는 승산이 불확실한 대선 준비에 서두르기보다 당초 주장해온 분권형 개헌 등을 본격 추진하기 위한 움직임부터 보이고 있는데, 이런 차원에서 인명진 비대위원장은 2일 여의도 당사에서 가진 기자간담회를 통해 “오늘 비대위에서 대선 전 개헌이 이뤄져야 한다는 걸 명확한 당론으로 결정했다. 대통령은 직선제로 선출하고 국정은 내각제로 움직이는 분권형이 가장 적절하다”며 ‘대선 전 분권형 개헌’을 당론화했다고 밝혔다.
 
유일 선두주자인 문 전 대표를 압박하고 혹 대선을 통해 정권교체가 이뤄지게 되더라도 견제할 수 있는 카드로서 먼저 ‘대선 전 개헌’을 꺼내 든 것인데, 이와 동시에 대선 승리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필요한 ‘보수 재결집’에도 한층 박차를 가하고 있다.
 
특히 새누리당 초선 의원들은 같은 날 오전 국회에서 모임을 갖고 이를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이날 회동에 참석한 박찬우 의원은 “반 전 총장의 불출마 선언이 보수 통합에 하나의 촉매 역할, 계기가 될 수 있지 않겠느냐”며 “보수통합을 위해 초선 의원들이 적극적으로 활동하고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밝혔다.
 
심지어 강효상 의원은 반 전 총장의 불출마를 “오픈프라이머리나 자유경선 등을 통해 좋은 후보가 나오는 계기가 될 수 있어 오히려 보수진영이나 새누리당에는 더 좋은 기회”라며 후보 추천 등의 방법으로 초선 의원들도 대선에 적극 임하자는 제안을 하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면서도 새누리당은 정작 황 대행 영입 시도에 대해선 이전보다는 한층 수위조절에 나섰는데, 인명진 비대위원장은 2일 당사 기자간담회에서 “황 대행이 대선에 나가겠다고 하고 당을 선택한다면 새누리당 후보가 됐으면 좋겠다는 정도의 희망을 얘기한 것”이라며 “난 러브콜 보낸 적 없다. 우리 당 대선후보로 와야한다고 공식적으로 말한 건 없다”고 한 발 물러섰다.
 
이는 황 대행 역시 박근혜 정부에서 장기간 중책을 맡아와 자칫 ‘탄핵 정국 책임론’에 휩싸일 수 있는데다 조급하게 영입 시도에 나설 경우 황 대행에 오히려 민생보다 대권욕이 우선이냐는 이미지만 덧씌울 수 있기 때문에 이전보다는 신중하게 접근하기로 입장을 선회한 것이라 풀이되고 있다.
 
◆ 바른정당 등 ‘黃 대행’ 경계경보 발령…與 ‘黃 띄우기’ 맞불
 
▲ [시사포커스 / 고경수 기자] 바른정당 유승민 의원이 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여기에 황 대행 스스로도 이날 국회에서 기자들의 쏟아지는 대선 출마 관련 질문에도 묵묵부답으로 일관하며 입장을 내놓지 않은 채 몸을 사리고 있지만 벌써부터 경쟁 정당들에선 황 대행을 경계하며 출마 자체를 차단하고자 맹공을 퍼붓고 있다.
 
당장 발등에 불이 떨어진 바른정당에선 장제원 대변인이 2일 “황 대행께서 총리직 사퇴하시고 대선에 뛰어든다고 했을 때 국정의 혼란을 어떻게 피할 것인가. 이건 국제적 웃음거리”라고 지적한 데 이어 같은 당 대선후보인 유승민 의원도 2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나와 황 대행을 겨냥 “그 분이 평생 공안검사 출신이고 박근혜 정부에서 법무부장관, 국무총리를 지내신 분”이라며 “새로운 보수의 길 같은 그런 철학이 있는지 모르겠다”고 일침을 가했다.
 
한 발 더 나아가 국민의당에선 아예 황 대행이 대선에 불출마할 것이란 전망을 내놓기까지 했는데, 박지원 대표는 2일 창당 1주년 기념식 직후 기자들에게 “보수 세력이 대통령 후보에 대해 방황하고 있기 때문에 ‘일시적 현상’으로 황 대행의 지지도가 올라갈 것”이라며 “제가 볼 때 황 대행은 출마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이처럼 ‘황교안 때리기’가 본격화되자 새누리당 일각에선 ‘황 대행 띄우기’로 맞불을 놓기도 했는데 인명진 비대위원장은 2일 YTN ‘호준석의 뉴스人’에 출연한 자리에서 “황 대행의 출마는 개인의 정치적 판단”이라면서도 “많은 국민들이 황 대행을 대통령감으로 생각하고 있다. 황 대행이 문 전 대표를 따라잡는 것은 시간문제”라고 목소리를 높였고, 앞서 박완수 비대위원은 같은 날 오전 있었던 비대위 회의에서 “지역구에 내려가니 황교안 현상을 폭발적으로 느낀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그러자 이를 그대로 듣고 넘길 수 없는 바른정당에선 정병국 대표까지 나서서 KBS1 TV ‘4시 뉴스집중’과의 인터뷰에서 “3월 초에 탄핵이 인용된다고 가정하면 3개월은 긴 시간이다. 유승민 의원, 남경필 지사의 진가가 발휘되면 분명히 금방 (대선 지지율을) 반전시킬 것”이라고 자당 후보들에 한껏 힘을 실어주는 한편 유승민 의원도 같은 날 스타트업 기업 창업자 간담회 직후 기자들에게 “보수단일화도 과감한 도전에 거리낌 없이 하겠다”며 새누리당 대선후보와 ‘보수 단일화’에 나설 수 있다고 승부수를 던지기에 이르렀다.
 
당초 바른정당은 새누리당과의 후보 단일화는 절대 있을 수 없다고 못 박은 바 있으나 대선판에 미친 반 전 총장의 불출마 여파가 생각보다 상당한 만큼 범보수 경선이라는 ‘판 키우기’ 형태를 거치지 않고선 현 지지율만으로는 문 전 대표를 이길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현실적 측면도 고려하지 않을 수 없기에 좋든 싫든 현재 택할 수 있는 유일한 방안인 보수후보 단일화를 마지막 카드로써 새누리당에 제안한 것이라 판단된다.
 
다만 아직 새누리당과 바른정당 모두 대선주자들마다 의견이 달라 당내에서 통일된 목소리가 나오지 않는 점이 또 다른 변수로 꼽히고 있는데, 새누리당의 경우 대선후보인 김문수 전 경기지사나 이인제 전 최고위원이 황 대행 영입에 대해 부정적 시각을 드러내고 있으며 바른정당에선 또 다른 대선후보인 남경필 지사가 보수후보 단일화에 반대하고 있어 어느 쪽으로든 순탄하게 흘러가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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