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교안·유일호 “2월 임시국회서 통과돼야” vs 시민단체 “뇌물청부입법”

▲ 새누리당은 지난해 5월 20대 국회가 개원되자마자 새누리당 소속 의원 전원 명의로 규제프리존법 등을 발의한바 있다. ⓒ뉴시스
[시사포커스/고승은 기자] 정부가 또다시 박근혜표 정책이자 재벌 특혜법으로 불리는 ‘규제프리존법’ 통과를 추진하고 있어 반발을 살 전망이다. 대표적인 ‘정경유착’의 최정점인 법으로 지목되며 시민단체들로부터 ‘무더기’ 고발을 당했음에도 또 추진하고 있는 것이다.
 
‘규제프리존법’이 처음 등장한 건, 지난 2015년 10월 박근혜 대통령 주재로 열린 국민경제자문회의 자리였다. 해당 법안은 ‘창조경제 확산을 통한 지역경제 발전방안’으로 추진됐다. 또 2개월 뒤인 같은해 12월 경제관계장관회의 자리에서 정부가 마련한 '규제프리존 도입을 통한 지역경제 발전방안'이 보고됐다.
 
규제프리존법은 수도권을 제외한 14개 시도에 두 개씩(총 27개)의 ‘규제 프리존’을 설치, 해당 지역 전략산업의 규제를 대폭 완화해 재정·세제·금융 혜택 등을 정부가 지원해주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환경운동연합에 따르면 78개의 환경, 의료, 개인정보보호 등 공적 규제를 완화하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 대표적인 박근혜표 정책, 국정농단 사태 이후에도 재추진
 
박 대통령은 지난해 신년 담화문 발표를 통해 규제프리존법 제정을 적극 촉구한 바 있다. 기획재정부가 앞장서 주도해 만든 해당법안은 지난해 3월, 강석훈 당시 새누리당 의원(현 청와대 경제수석)이 국회서 대표발의했으나 19대 국회가 끝나면서 자동폐기됐다. 그러나 20대 국회가 개원되자마자 새누리당 소속 의원 전원 및 국민의당 의원 3명이 다시 발의했다.
 
하지만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로 박 대통령이 직무정지 상태가 되면서, 여론의 반발에도 강행한 박근혜표 정책들은 “죄다 최순실과 관련 있는 것 아니냐“는 논란에 휩싸이며 힘을 잃은 상태다. 규제프리존법을 추진하는 이유가 미르와 K스포츠재단에 거액을 출현한 재벌들에 대한 특혜가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규제프리존법이 적용될시, 숱한 희생자를 낳은 가습기살균제 사고가 재발될 거란 우려의 목소리가 환경운동연합 간담회에서 최근 제기된 바 있다. 또한 비리의 온상으로 지목된 부산 엘시티 도 '규제완화'로 인해 정당화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총리는 오는 2월 임시국회에서 규제프리존법의 조속한 통과를 국회에 촉구했다. 사진/시사포커스DB
하지만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총리는 지난 31일 국무회의에서 “근로기준법 개정안 등 노동개혁법안과 지역경제를 살리고 신산업 육성을 위한 규제프리존특별법이 2월 임시국회 기간 내 처리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달라”고 국회에 촉구했다.
 
유일호 경제부총리도 1일 기재부 확대간부회의에서 "오늘부터 2월 임시국회가 시작됐다"며 "향후 정치상황과 일정이 불확실하므로 규제프리존특별법, 재정건전화법, 조세특례제한법 등 정부가 중점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법안들이 가능한 조기에 결실을 볼 수 있도록 노력해야겠다"면서 규제프리존법 통과를 촉구했다.
 
◆ “정경유착 최정점, 박근혜-전경련 오간 얘기는?”
 
하지만 이들의 뜻대로 해당 법이 통과되기는 어렵다. 해당 법안 추진에 연루된 인사들은 무더기로 시민단체들에 의해 설 연휴 직전인 지난달 23일 박영수 특검팀에 고발된 바 있다.
 
경제민주화실현전국네트워크, 무상의료운동본부, 언론개혁시민연대 등은 당일 기자회견에서 "정경유착의 최정점인 규제프리존법 추진 과정을 전면 수사해야 한다"며 “박근혜는 돈을 내는 재벌들을 위해 규제프리존 정책을 추진했다. 19대에 이어 20대 국회에서 발의된 규제프리존법은 재벌특혜, 재벌의 반칙을 눈감아주는 뇌물청부입법”이라고 지적했다.
 
이들은 "규제프리존법은 재벌들이 사운을 걸고 투자하고 있는 미래 먹거리 분야에 입지·세제·환경·개인정보보호·공정거래법·국민건강 등 모든 법질서를 면제해주겠다는 것"이라며 "특검은 미르재단 모금이 한창이던 2015년 10월 박 대통령이 국민경제자문회의에서 규제프리존 정책을 발표할 때를 전후해 전경련과 어떤 논의가 오갔는지 수사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또한 “2015년 12월 지역전략산업 선정과정과 2016년 3월까지 재벌들이 신청한 규제특례가 선정된 과정도 수사해야 한다”고 덧붙뎠다.
▲ 시민단체들은 "정경유착의 최정점인 규제프리존법 추진 과정을 전면 수사해야 한다"며 지난 23일 박 대통령과 최순실씨, 재벌총수들을 박영수 특검팀에 고발했다. ⓒ뉴시스
이들은 “재벌특혜를 위해 세계 유례없는 규제완화법을 추진하고자 했던 이들”이라고 주장하며 박 대통령과 최순실씨,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 이승철 전경련 부회장, 강석훈 청와대 경제수석(19대 국회 당시 규제프리존법 대표발의)을 비롯,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 손경식 CJ그룹 회장, 김창근 SK이노베이션 이사회 의장, 구본무 LG그룹 회장,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등 재벌총수들을 무더기로 특검에 고발했다.
 
참여연대, 환경운동연합 등은 1일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통해 황교안 총리 등이 규제프리존법 통과를 촉구한 점을 거론한 뒤, “규제프리존법은 그간 지적했던 것처럼 법률적 오류가 심각하고 무분별한 규제완화가 가능하여 공공성을 침해할 위험이 크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해당 법안 제93조(규제프리존 지역추진단의 설치)에서 ‘시·도지사는 추진단의 운영에 전담기관을 참여시킬 수 있다’고 명시된 부분의 ‘전담기관’이 창조경제혁신센터라고 언급한 뒤, 이를 재벌대기업들이 맡아서 운영하고 있음을 언급했다. 또한 창조경제추진단 단장을 이승철 전경련 부회장과 차은택씨가 맡은 점 등을 거론한 뒤, “무엇보다 박 대통령은 대기업들에게 미르·K스포츠 재단 입금을 요구하고 경제활성화법(규제프리존법 등) 통과를 촉구하기도 했다. 이는 규제프리존법이 뇌물죄의 대가임을 분명히 보여준다.”고 강조했다.
 
특히 이들은 “지역의 전략사업이 각 지역의 창조경제혁신센터를 전담하는 대기업의 전략사업으로 둔갑했다는 것”이라고 지적하며 “지역에서 공정하고 전략적으로 육성되어야할 사업이 결국 대기업의 전략사업이 된 꼴이다. 결국 중소기업이나 여타 후발주자 기업들은 새로운 산업 분야에서 공정하게 경쟁할 기회조차 박탈당한다”고 강조했다.
 
새누리당과 바른정당은 규제프리존법이 의원 전원 공동명의로 발의한 법안인만큼 찬성하는 입장이다. 하지만 제1당인 더불어민주당이 반대하고 있어 통과는 사실상 어렵다. 현 4당 체제인 국회에서 호불호가 갈리는 법안이라면, 국회선진화법에 걸려 어떤 법도 통과하기가 쉽지 않은게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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