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희 미화’ ‘건국절’ 그대로 지킨 국정교과서, “부패정권 마지막 수호자?”

▲ 교육부가 31일 논란의 대상인 국정 역사교과서의 최종본을 공개했으나, 지난해 공개된 현장검토본과 비교해 바뀐 내용은 극히 일부분에 그쳤다. 핵심 내용을 그대로 고수하며 강력한 폐기압박을 받고 있다. 사진/고승은 기자
[시사포커스/고승은 기자] 교육부가 31일 논란의 대상인 국정 역사교과서 최종본을 공개했다. 하지만 지난해 11월 공개된 현장검토본과 비교해서 바뀐 내용은 극히 일부분에 그쳤다. 뉴라이트가 사용하는 ‘1948년 8월 15일=대한민국 수립’ 표현을 그대로 고수한데다. ‘박정희 미화’ 부분도 거의 그대로 반영됐다.
 
교육부는 동시에 검정역사교과서 집필기준도 발표했다. 발표에 따르면, ‘대한민국 정부 수립’ 표현과 ‘대한민국 수립’을 병행할 수 있게 했다. 결국 뉴라이트의 ‘건국절’을 적극 수용한 셈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국회 탄핵을 받아 직무정지 상태임에도, 여전히 교육부가 박 대통령의 눈치를 보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질타와 함께 국정교과서 폐기 압박이 더욱 거세질 것으로 전망된다.
 
대다수 교육감들은 교육부를 정면으로 비판하고, 국정교과서 폐기를 거듭 촉구했다.
 
◆ “뉴라이트 ‘건국일’ 지켜줬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은 이날 입장문을 통해 "(국정교과서 최종본 공개는) 교육을 책임져야할 교육부가 대다수 국민의 반대의사를 무시한 채 부패한 정권의 마지막 수호자가 되기로 작정했다고밖에 볼 수 없는 처사"라고 질타했다.
 
그는 교육부가 ‘대한민국 정부 수립’과 ‘대한민국 수립’을 모두 쓸 수 있도록 한 데 대해선 “다양한 견해가 있음을 서술할 수 있다고 집필 기준을 고쳐 뉴라이트의 ‘건국일’ 주장을 지켜주는데 성공했다”고 질타하며 “비난의 핵심이었던 국정 교과서의 잘못된 기조를 그대로 유지하며 박정희 교과서를 지켜낸 것"이라고 힐난했다.
 
조 교육감은 “국가가 나서 ‘올바른’이란 이름까지 붙여 만든 국정교과서에 760건의 오류가 있었다는 것과 오류를 스스로 바로잡지 못하고 국민들이 지적한 뒤에야 수정할 수 있는 집필진들에 의해 쓰였다는 것이 매우 부끄럽다"고 비판하며 국정화 정책 중단을 촉구했다.
 
이재정 경기교육감도 "반헌법적, 비민주적, 반교육적 방식으로 추진한 박근혜 교과서 자체를 즉각 중단하고 폐기해야 한다. 검정 집필 기준을 납득할 수 없고 받아들일 수 없다"며 즉각 폐기를 촉구했다.
 
그러면서 “헌법과 민주주의의 교육적 가치를 존중하고 교육현장의 혼란을 막기 위해서는 국회가 조속히 국정교과서 금지법을 통과시켜야 한다”고 촉구했다.
 
민병희 강원교육감도 “역사교과서 국정화 시도는 국정농단 범죄 피의자인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소추안 가결과 동시에 국민으로부터 탄핵당한 대표적인 나쁜 정책”이라며 “민주주의와 정의를 바탕으로 한 교육적 가치가 부패한 정치권력에 의해 훼손되는 것을 좌시할 수 없다”고 밝히며 국정교과서 폐기를 촉구했다.
 
◆ “박근혜표 국정교과서, 박근혜와 함께 탄핵”
 
장휘국 광주시교육감도 기자회견을 통해 “헌법 전문마저 부정하는 등 오류와 왜곡으로 얼룩진 국정 역사 교과서를 당장 폐기해야 한다”며 “5·18민주화운동의 원인을 왜곡한 국정 역사교과서가 폐지되는 그 날까지 싸우겠다”고 반발했다.
 
그는 특히 국정교과서의 5.18 기술에 대해 “진실을 얼버무리며 왜곡했다. 발생의 원인은 신군부가 집권을 위한 음모로 학생들을 잔인하게 진압한 데 있었는데, 시민들이 시위를 해서 군인들이 발포를 한 것처럼 곡해했다”고 질타했다.
▲ 대다수 교육감들은 국정 역사교과서 최종본이 발표되자마자, 날선 비판의 목소리를 쏟아냈다. ⓒ뉴시스
그러면서 “박근혜표 대표정책인 국정 교과서는 대통령 탄핵 절차가 진행되면서 탄핵됐다고 본다. 국회에서 폐지 촉구 결의안이 통과돼 사회적으로도 이미 사망선고를 받았다”며 “국민의 생각과 의견은 철저히 무시한 채 반헌법적, 비민주적, 반역사적, 반교육적으로 밀실에서 추진한 국정 역사 교과서를 지금 당장 폐기해야 마땅하다”고 목소릴 높였다.
 
장 교육감은 더 나아가 “국정교과서가 학교 현장에 발붙이지 못하도록 모든 역량을 다하겠다. 연구학교 지정업무를 거부하고, 광주·전북·강원·세종 등 4개 시·도교육청이 개발 중인 보조교재의 완성도를 높여 학생들에게 역사에 대한 통찰력을 심어주겠다”며 국정교과서가 학생들 책상에 올라가지 못하도록 막을 것이라 강조했다.
 
박종훈 경남교육감도 “국가가 저작권을 가지는 국정 역사교과서는 국가가 획일적인 역사관을 강제하는 전체주의적 사고에 근거한 것”이라며 “미래사회를 살아갈 학생들에게 요구되는 균형잡힌 역사의식, 역사적 사고력, 자기주도학습력, 역사적 상상력, 비판적 사고력, 올바른 역사관을 길러내는 데 장애가 되는 교과서”라고 질타했다.
 
그러면서 “국정 역사교과서는 다름을 부정하는 것이다. 이는 민주주의를 부정하는 것으로 즉각적인 폐기와 현장적용 중단을 강력히 요구한다”며 “국정 역사교과서 관련한 교육부의 정책에 일절 협조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김지철 충남교육감도 "박정희 미화, 대한민국 수립과 정부 수립 병기 등을 허용해 오히려 갈등을 조장하는 2015 교육과정 역사교과서 집필 기준은 촛불 민심에서 드러난 국민의 눈높이를 맞추는데 크게 부족하다"고 밝혔다.
 
최교진 세종시교육감도 "역사교과서 국정화는 즉각 폐기되어야 한다"며 "교육부는 일반 국민과 역사를 직접 가르치는 교사 의견을 적극 반영해 역사교과서 국정화 정책을 중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최 교육감은 검정교과서 집필 기준에 대해서도 “국정교과서 집필 기준을 따르고 있어 또 다른 국정교과서와 다름없다. 개발기간도 1년이 안 돼 부실교과서가 될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대부분의 전국 교육감들이 국정 역사교과서에 대한 규탄성명을 내고 있는 가운데, 대구시교육청과 경북도교육청, 울산시교육청은 별다른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우동기 대구시교육감은 지난 5일 신년기자간담회에서 교육부의 국정역사교과서 연구학교 지정 방침을 수용키로 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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