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대 결실 맺은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

‘뉴라이트’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아니 움직임이 예사롭지 않다. 전시작전통제권(이하 전작권)환수 논란을 기화로 ‘보수’의 목청이 높아지고 있는 것이다. 보수연합들은 ‘지식인 700인 성명’ ‘500만 명 서명운동’등 활성화된 움직임으로 핏줄을 곤두세우고 있다. ‘뉴라이트전국연합(뉴라이트연합)’과 ‘자유주의연대(자유연대)’ 등 이른바 ‘뉴라이트’ 계열이 기존의 수구·보수세력을 ‘올드라이트’라고 저평가하며 ‘진정한 자유주의’를 이 땅에 뿌리내리겠다고 공언하고 나섰다. 특히 이들 ‘뉴라이트’ 세력들은 최근 거대야당 한나라당과 손잡고 정권교체의 부푼 꿈을 불리고 있다. 양측의 만남이 필연인 것인지, 또한 차기 대선에서 어느 정도 역할을 할지에 세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거대야당의 ‘잃어버린 10년 되찾기’에 ‘뉴라이트’가 나섰다(?). 기존의 재향군인회, 새마을운동중앙협의회, 한국자유총연맹 등 수구적 색채가 짙은 단체들의 규합으로 인해 굳어진 수구이미지 탈피를 위해 ‘뉴라이트’와 한나라당이 손을 잡은 것이다. 뉴라이트와 한나라당 뉴라이트에는 전향한 운동권들이 다수 포함돼 있다. 지난 74년 서슬 퍼런 유신정권 반대성명을 주도하다 감옥살이를 해야 했던 김진홍 목사를 비롯해 노동운동을 하며 한국최대의 지하조직 ‘인천지역민주 노동자연맹(인민노련)’을 결성하는데 중추였던 신지호 서강대 교수, 87년 당시 29세 나이로 현대중공업 노조위원장으로 그해 노동자 대투쟁을 이끌었던 권용목 뉴라이트신노동연합 대표 등 면면이 수구의 이미지와는 색다르다. 즉, 이들은 기존의 민주화·노동운동에 대해 비판할 권리(?)마저 가지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이들은 90년대 이후 정파성을 띄지 않고 간접적으로 ‘국민정부’ ‘참여정부’를 세우는데 일조했던 진보?개혁적 사회단체들과는 또 다른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뉴라이트’는 기존의 수구적 보수에 일침을 가하는가 하면 박정희의 개발독재, 군부정권들이 시민의 자유와 인권을 억압했던 과오를 지적하며, 정치적 자유주의와 경제적 자유주의를 동시에 추구하고 있다. 정치적 의견을 자유롭게 개진하며, 토론의 활성화를 통해 소수의 의견도 존중되는 정치시스템과 ‘등가물교환’이라는 명제 아래 자유롭게 경제활동을 향유해야한다는 사조로, ‘시장이 선이다’라는 도그마를 신봉하고 있는 것이다. 즉 ‘작은 정부와 큰 시장’을 지향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뉴라이트의 이런 성향은 경제적자유주의 치중으로 드러나고 있다. 국가보안법 개·폐 과정이나, 사학법 재개정 논란에서 한나라당이 의회민주주의를 무시하는 행태를 보일 때 누라이트가 이를 용인하고 있다는 점은 주목할 만 하다. “경제적 자유주의의 극대화는 자본의 세계화와 전지구적 분업을 인정하고 시장경제의 생산성 제고를 위해 노동시장의 유연성도 인정한다. 이런 측면에서 분배보단 성장을 우선시하는 경향이 자연스럽게 파생되고 이 대목에서 박정희의 개발독재의 당위성을 인정한다” 이같은 논리는 박 전 대통령의 딸이 제1야당의 유력한 차기 대권주자로 자리잡고 있는 한나라당에 가장 필요한 요소 중 하나다. 즉 박 전 대통령의 딸이란 ‘뗄 수 없는 꼬리표’를 ‘뉴라이트’란 이름으로 간단하게 포장 할 수 있는 매력이 있기 때문이다. ‘뉴라이트’의 외교적 지향은 한미동맹관계의 공고한 유지를 지향한다. 한국의 경제가 미국의 원조 및 지원부터 시작해 불안한 안보에 대한 틈새를 해결해줬다고 믿는 이유에서다. 이 점에서도 한나라당의 대외관과 맥을 같이 한다. 특히 대북관계면에서 본다면 지독하리만큼 김정일 정권에 비판적이다. ‘인민을 굶기는 독재정권’이란 말에서 상징적으로 알 수 있듯, 북한정부와 대화와 평화적 타협보다는 대결양상으로 몰고 가길 기대한다. 이처럼 ‘뉴라이트’는 현 집권세력과 확실한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참여정부를 분배에 치중하는 정부, 한미동맹의 균열을 가져오는 정권, 북한에게 ‘퍼주기’ 등의 표현으로 비판하고 있는 ‘뉴라이트’와 한나라당은 일맥상통하는 면을 가지고 있다. 따라서 차기 대권을 거머쥐기 위한 한나라당과 ‘뉴라이트’는 한 배를 탈 수 밖에 없는 필연적인 요소를 가지고 있는 것이다. 현 정부의 대북정책, 분배중심의 정책(조세정책, 연금개혁) 등에는 성토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뉴라이트’는 한나라당에도 날선 비판을 가하기도 한다.
▲ 박근혜 한나라당 전 대표
하지만 그 중 대부분은 ‘이대로 가다가는 결코 집권 못한다’는 아들을 걱정하는 어머니의 사랑에서 기인한 충고성 질책이다. 이러한 ‘뉴라이트’의 행보는 ‘차기 정권은 우파의 몫이 돼야한다’는 기본적인 명제에 근본을 두고 있다. 정권교체와 기득권 확보 함수관계 정가 일각에서는 ‘뉴라이트’의 이같은 기조에 대해 ‘현실을 왜곡시키고 있다’는 지적이다. 참여정부를 좌파정권이라 몰아 부치고 있지만 이는 결국 자신들의 우파영역을 확대하려는 속셈이라는 분석이다. 또한 참여정부는 확실한 좌파정권이 아닌 것도 사실. 정치권 한 관계자는 “노무현 정부는 좌파정권이 아니다. 노동시장의 임금노동자 중 57%가 넘게 비정규직이다. 미국식 신자유주의를 철저히 따라가고 있는 셈이다. 또 한미FTA의 추진이 국가가 잘사는 길로 생각하고 있다”라며 “현 정부는 경제적으로는 철저히 시장주의자들이다. 정치적으로 개혁적인 측면에 빠져서 ‘뉴라이트’들이 혼동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서구유럽이나 중도좌파들이 집권한 나라에게 민주노동당이 주장하는 ‘부유세’가 당연한 듯 받아들여지는 현실을 볼 때, 한국은 좌파정권이 들어선 일도 없고, 그런 정책을 논의조차 못하고 있는 현실이라는 지적이다. 따라서 정가에서는 ‘뉴라이트’와 한나라당의 연대는 곧장 정권창출이라는 공통분모를 가지고 있는 것이란 분석이 일고 있다. ‘수구와는 다르다’고 외치는 뉴라이트. 과거 박정희 정권을 공격하고, 전두환 정권타도를 외치던 운동권들이 ‘타도의 대상’이었던 세력들과 연대에 나섰다는 자체가 외형적으로는 ‘어불성설’이기 때문이다. 결국 한나라당의 정권교체 의지와 ‘뉴라이트’ 세력의 기득권 회복이라는 명제가 양측의 만남을 가능하게 만들었다는 것이다. 지난 10년 동안 한나라당은 물론이고 전향한 운동권들도 이른바 ‘386세대’에 밀려 권력중심부에서 멀어진 것도 사실이다. 따라서 권력환수를 위한 경제상황을 타계할 비책이 필요했던 것. 이는 곧장 양측의 ‘박정희 향수’ 여론 조성으로 이어졌다. ‘인권은 무시됐지만, 그래도 살만했다’는 말이 급속하게 한국사회를 강타하면서 이들은 ‘한지붕 두가족’이 될 수 있었던 것이다. 여기에 ‘뉴라이트’라는 이름아래 같이 있는 다수의 전향한 민주화운동, 노동운동 세력들은 운동권의 생리를 잘 파악하고 있다. 이는 현 정권의 기득권층이나 마찬가지인 ‘386 세대’에 대해 90년대 초 몰락했던 사회주의를 떠들며, 북한의 주체사상을 거론하며 압박하고 있다. 이같은 논리는 거대야당 한나라당으로서 가장 절실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것이다. 즉 ‘뉴라이트’가 한나라당의 등을 긁어주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현재 참여정부와 집권세력에 포함된 운동권들은 이미 90년대의 이론과는 결별한 지 오래다. 열린우리당의 한 재선의원은 “뉴라이트에 속해있는 사람들 중 다수가 ‘주체사상’을 신봉했던 자들”이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민주노총의 한 관계자도 “소련의 스탈린식 독재체제가 붕괴한 것이며, 전 세계에 ‘사회주의’는 한번도 제대로 정착된바 없다”고 지적했다. 여권 관계자들은 “뉴라이트 세력이 한나라당의 집권야욕에 편승, 기득권을 확보하려는 전략이 바로 ‘뉴라이트-한나라당 연대’라는 결과를 가져온 것”이라고 단정짓고 “과거 몰락한 운동권과 수구보수 세력 연합이 정권창출 효과를 불러오기는 어렵지 않겠느냐”고 단언했다. 어울리지 않는 만남 귀추는? 그 여느때보다 다양한 양상을 보여주고 있는 차기 대권구도. 혼란스러운 정국에 등장한 어울리지 않는 만남 ‘뉴라이트-한나라당 연대’가 차기 대선에서 어떤 결과를 가져올 지는 아직 미지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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