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경제에 끼치는 영향력과 총수 일가의 ‘면죄부’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게 특검팀의 구속영장이 청구되고 법원에서 기각 결정이 내려진 이후 4분기 시장전망치를 뛰어넘은 영업이익, 장중 한때 역대 최고치인 200만원을 돌파하는 등 올해 초부터 좋은 분위기를 이어가고 있다. 사진/시사포커스DB
[시사포커스/김용철 기자] 반도체 호조로 지난해 4분기 시장전망치를 뛰어넘은 영업이익을 기록한 삼성전자. 이로 인한 반도체 협력사에 역대 최대 인센티브 지급. 그리고 설 연휴 전날 26일 삼성전자 주가가 장중 한때 역대 최고치인 200만원을 돌파하며 사상 최고가를 찍었다.

사상 최대 약 4조원 규모의 배당을 지급하며 투자자를 달랜 덕분이란 분석이 나오는 등 삼성전자의 요즘 행보를 보면 대내외 악재도 불구하고 올해도 사상 최고 실적을 달성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게 특검팀의 구속영장이 청구되고 법원에서 기각 결정이 내려진 이후 삼성전자의 모습이다.

◆삼성과 대한민국 경제
이 부회장에 대한 특검팀의 압박에 미래전략실을 중심으로 대비책을 마련해 대응에 나선 상황에서도 구속될 수 있다는 우려에 그룹 내부엔 무거운 분위기가 감지됐었다. 이후 기각 결정 소식에 삼성 임직원들은 안도의 한숨을 돌리며 경영 정상화를 위한 고삐를 당기고 있다.

그래서일까 지난 25일 2주만에 열린 삼성사장단회의는 모처럼 사장단 입가에 웃음꽃이 피었다는 후문이다.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으로 촉발된 재계에 대한 수사 그리고 중심에 서 있던 삼성은 지난 12월부터 청문회와 검찰 조사에 이은 특검수사와 이 부회장의 구속 위기를 겪으며 사기가 떨어진 상태. 그럼에도 스마트폰 품질논란에 대한 대책을 마련하며 갤럭시노트7 발화 사태를 마무리 짓고, 역대 2번째로 높은 실적을 내며 두달간 이어진 삼성위기론을 잠재웠다.
▲ 삼성이 흔들리면 대한민국 경제가 흔들린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삼성에겐 특별한 무엇인가가 있어 보인다. 이 부회장에 대한 특검의 구속영장이 청구될 당시 재계는 경제 위기를 내세우며 이 부회장의 구속에 우려를 드러냈다. 이유는 딱 하나 경제적 파장이다. 사진/시사포커스DB

대한민국 경제에서 삼성이 차지하는 비중은 실로 크다. 그래서 삼성이 흔들리면 대한민국 경제가 흔들린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삼성에겐 특별한 무엇인가가 있어 보인다. 이 부회장에 대한 특검의 구속영장이 청구될 당시 재계는 경제 위기를 내세우며 이 부회장의 구속에 우려를 드러냈다.

이유는 딱 하나 경제적 파장이다. 대한민국 경제의 신인도 하락과 국부 훼손, 이 부회장의 구속으로 인한 삼성그룹의 심각한 경영공백 상태 주장을 펼치며 “도주나 증거인멸 우려가 없다면 불구속 수사하는 것이 합당하다”며 “이 부회장의 범죄 혐의에 대한 명확한 증거가 제시되지 않은 상황에서 구속수사는 신중히 검토돼야 한다”는 게 재계 입장이었다.

지난해 검찰의 전방위적인 롯데그룹 수사와 신동빈 회장에 대한 구속영장이 청구됐음에도 재계가 삼성처럼 총수 구속의 부당성을 대변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삼성이 대한민국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어떠한지를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때문에 삼성의 위기는 대한민국 경제의 위기라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정말 그럴까. 일각의 지적대로 재벌이 사라진다고 해서 기업이 안돌아 가는 것은 아니다며 삼성의 위기가 대한민국 경제 위기는 아니라는 점을 든다. 지난 25일 <외부자들>프로그램에 패널로 참여한 진중권 교수는 “재벌과 기업은 다르다. 기업이 있고 그걸 지배하는 구조가 재벌이다. 재벌이 사라진다고 기업이 안 돌아가는 건 아니다. 이재용이 사정상 기업을 운영 못한다고 삼성이 사라지는 건가. 그건 아니다. 분명히 구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불구속 신화’에 비난여론 삼성의 고심
한편, 이 부회장의 구속을 면하면서 삼성그룹은 일단 한시름을 놓았지만 안심하긴 이르다. 특검이 삼성 합병 뇌물죄 수사에 ‘올인’ 하기로 정하면서 이 부회장의 구속영장을 재청구할 가능성이 남아있다. 또 앞서 법원의 구속영장 기각으로 비난여론을 잠재워야 하는 숙제도 안고 있다.
▲ 반 삼성기류 확산에는 삼성 초대 창업주인 이병철 선대회장, 이건희 회장, 이재용 부회장을 관통하는 ‘불구속 신화’다. 사진/시사포커스DB

특검은 이 부회장의 구속영장 재청구를 염두에 두고 보강 차원에서 지난 25일 김신 삼성물산 사장과 김종중 삼성미래전략실 사장을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조사했다.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과정에서 국민연금공단이 찬성표를 던진 과정을 추궁해 조사 결과를 토대로 이 부회장에 대한 영장 재청구 가능성을 열어뒀다. 특검 수사가 마무리 될 때가지 ‘오너리스크’가 여전히 존재하고 있는 만큼 당분간은 비상경영 체제로 운영될 전망이다.

삼성을 가장 난처하게 하며 곤혹스럽게 하는 것은 삼성에 대한 비난여론이다. 이 부회장이 구속 위기는 모면했지만 삼성을 향한 비난 여론이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촛불집회에 참석하는 시민단체 외에 정치권, 인터넷상을 중심을 반 삼성 기류가 형성되고 확산되고 있어 삼성 입장에선 당혹스런 분위기를 넘어 올해 스마트폰 차기작 갤럭시S8 흥행에 걸림돌로 작용하지 않을지 예의주시 하고 있다.

이같은 반 삼성기류 확산에는 삼성 초대 창업주인 이병철 선대회장, 이건희 회장, 이재용 부회장을 관통하는 ‘불구속 신화’다. 1966년 발생한 ‘사카린 밀수 사건’에 연루된 고 이병철 회장은 “경영일선에서 물러나겠다”는 약속과 함께 한국비료를 국가에 반납하고 처벌을 면했다.

이건희 회장은 1995년 터진 ‘노태우 비자금 사건’에 100억원의 정치 자금을 제공해 뇌물공여 혐의를 받았지만 불구속 기소로 징역 2년·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아 감옥행을 면했다. 이어 2002년 불법 대선자금 의혹을 받았지만 당시 2인자인 이학수 부회장이 모든 책임을 지고 사건이 마무리됐다. 당시 이건희 회장은 입건도 되지 않았다. 2009년 삼성 특검에서도 불법 경영승계 및 조세포탈 혐의를 받았지만 불구속 수사를 받아 징역 3년·집행유예 5년 판결로 옥살이를 면했다.

이후 이재용 부회장이 최순실 게이트에 연루된 가운데 삼성그룹 총수 최초로 구속영장이 청구됐고, 서울구치소 독방에 수의를 입고 약 12시간 동안 대기한 것이 전부였다. 삼성그룹 총수 일가의 ‘불구속 신화’는 국민적 공분을 자아내고 있다. 유독 삼성에만 ‘면죄부’를 주는 것 아니냐는 곱지 않은 시선이다.

삼성이 대한민국 경제에 이바지한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러나 이번처럼 거센 비난 여론에 직면하면서 삼성은 여론을 잠재우기 위한 대책마련에 고심하는 흔적이 엿보인다. 재계 일각에선 4월초로 예정된 갤럭시S8 흥행 여부가 삼성에 대한 여론을 단적으로 볼 수 있는 바로미터가 될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삼성이 특검수사 암초를 이겨내고 국민적 비난 여론을 잠재울지 또 하나의 시험대에 놓인 것은 분명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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