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장사 40%만 대상, 선택감사제…100% 전부, 지정감사제 대립구도

▲ 기업외부감사제를 놓고 금융위(선택감사제)와 국회(지정감사제)가 대립하고 있다.ⓒ 뉴시스

[시사포커스/강기성 기자] 박근혜 탄핵정국에 이어 조기대선 열풍으로 정치권은 달아올랐지만, 1월 임시국회는 법안 처리가 무산돼 2월로 넘어갔다.
 
입법공백이 대선이후를 넘을 거라는 관측이 나오면서, 금융위원회는 “회계 투명성 및 신뢰성 제고를 위한 종합 대책”을 발표했다. 이른바 ‘선택감사제’다.
 
23일 국회와 IB(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금융위가 내놓은 선택감사제의 핵심은 5조원 이상의 상장사와 금융회사 일부로 전체의 40%인 약 700개기업에 한정된다.
 
애초 지정감사제는 기업이 회계법인과 외부감사 계약에 금융당국이 개입하는 방식으로, 상장사들이 회계법인을 임의로 계약하고 ‘갑’의 입장에서 감사를 회피하려는 행태를 막겠다는 의도에서 출발했다. 과거 대우조선해양, 대우건설, 모뉴엘, STX 분식회계 등이 이번 지정감사제가 발의된 대표적인 원인이다.
 
이번 금융위 ‘선택감사제’는 지정감사제와 같은 ‘자유선임 6년+선택지정 3년’이 원칙이다. 해당 기업이 일정기간 같은 회계법인으로부터 감사를 받고, 다음 3년은 증권선물위원회(증선위)가 제시하는 회계법인을 외부 감사인으로 지정해야 한다.
 
지난 해 11월 대우조선해양 사태가 발생할 당시 채이배 국민의당 정무위 의원은 ‘6+3 감사인지정제’(혼합제)를 도입하는 것을 주요 골자로 하는 외감법(주식회사의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발의했고, 이번 22일 금융위 ‘선택감사제’에도 일부 반영됐다.
 
두 대책의 큰 차이는 법안의 대상이 되는 기업의 범주가 다르다는 점이다. 금융위가 제시한 대상은 상장사와 금융회사 일부로 약 40%기업이고, 채이배 의원의 지정감사제는 2000개 기업을 모두 포괄한다.
 
해당 기업의 범주의 차에 대해 채이배 의원 관계자는 “22일 금융위에 해당 상장사를 시뮬레이션해 봤냐는 질의에 분명한 대답이 오진 않았다”며 “현재로서는 약 700개 정도로 추산되며, 상장사와 비상장사 그리고 금융회사 2000개가 동일한 회계방식으로 진행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기업 감사를 맡는 회계업계는 '지정감사제'를 지지하는 입장이다. 선택감사제에 따르면 삼성과 같은 대기업과 소규모 기업을 감사하는 회계법인의 등급이 나뉜다는 것. 결국 소규모 회계법인은 40%라는 경쟁에서조차 밀려날 수밖에 없다.
 
이에 고질적인 회계법인의 감사보수의 어려움과 경영악화를 막기 위해서도 금융위의 기업을 한정하는 선택은 형평성에 어긋나며 대기업에 시장논리가 치중된다는 회계업계의 불만이 제기되고 있다.
 
채이배 의원실 관계자는 “지정감사제는 ‘6+3’중 첫 회계연도부터 바로 실시되지만, 선택감사제는 처음이나 두 번째 3년을 선택했을 경우 소급이 가능하다는 차이가 있다”고 덧붙였다.
 
▲ 채이배 국회 정우위소속 의원(왼쪽)의 지정감사제에 대해 상장사 40% 만을 대상으로 하는 선택감사제를 22일 금융위가 발표했다. ⓒ 뉴시스

한편, 그는 “이번 발의 법안을 통해 한번에 바꿀 필요가 있다”며 “정권이 바뀌고 새로운 출발은 위해서는 과감한 입법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지정감사제는 이미 로드맵을 구체적으로 제시한 상태로 발의됐다.
 
매 사업연도 1개월 이내 감사인을 선임하고, 기업이 압력을 넣지 못하게 교체 시 공시하도록 했다. 압력 행사의 수단으로 감사인 교체를 운운하는 것을 막기 위해 감사인 변경을 공시하도록 명문화했으며, 감사인이 사업연도 종료 2개월 전까지 감사계약을 해지할 수 있도록 해 기업이 의혹에 미온적인 태도로 나오면 감사를 거부할 수 있게 했다.
 
재무제표를 제출 못할 경우 14일 이내 사유를 공시하도록 하고, 상장회사 및 금융회사의 임원이 고의로 회계기준을 위반해 재무제표를 작성‧공시하면 7년 이상의 징역에 처하도록 해 분식회계를 방지하도록 했다.
 
반면 선택감사제에서는 과징금 규모를 10%에서 20%로 증액하고, 한도를 없애기로 했다. 대우건설과 같이 4000억대의 분식회계가 발생하면 이전 최대 20억 한도를 넘기는 수백억 과징금 징계가 가능하다.
 
이에 반해 금융위의 선택감사제 대상은 ▲투자주의 환기종목▲소유와 경영이 미분리되고 최대주주 변경이 잦은 회사▲회계 투명성 유의 업종에 속하는 상장사 등이다. 증선위가 지정한 외국 증권소 상장사와 외자 도입계약에 따라 감사인을 한정한 회사는 예외다.
 
기업 관계자들은 “금융위 선택감사제 대로라면 수주산업을 비롯해 채권단이 대주주인 기업 등이 대상인 셈”이라며 “금융위가 제시한 범위에 들어가지 않는 상장사가 대부분일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채이배 의원은 “작년에 스위스 국제경영개발원(IMD)의 회계투명성 지수 평가에서 60위를 기록한데 이어, 올해에는 61개국 중 최하위를 차지하는 수모를 겪게 됐다”며 “이번 외감법 개정안이 일시적으로 회계시장에 ‘충격’을 줄 수는 있겠으나, 지금까지 관행이라는 이유로 묵인되었던 낡은 회계 관행을 뿌리 뽑기 위한 불가피한 조치”라고 전했다.
 
금융위의 회계제도 개선안은 2월 공청회를 거치고 1분기 내 세부방안을 마련한 뒤 2분기 입법과정을 거치게 된다. 선택지정제는 법안 효력 발생 후 2년의 유예기간을 거쳐 시행된다.
 
한 국회 관계자는 “이번 금융위 개선안은 정국에 맞춰 준비되지 못한 채 발표된 면이 있다”며 “대선이 지나 새로운 정권이 들어선 국회에서 최종 결정될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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