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춘 전 대통령비서실장과 조윤선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블랙리스트 덫에 걸리며 구속 수감되면서 특검의 칼끝이 박근혜 대통령으로 향하고 있다.

박영수 특검팀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게 뇌물공여와 위증 등의 혐의를 적용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구속영장을 청구했지만 법원에서 기각 결정을 내리며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뇌물수수’의혹 수사 동력이 힘을 잃을 것이란 분석이 주를 이뤘다.

특검팀 수사의 또 다른 한축인 블랙리스트 조사 이후 박근혜 정부의 ‘왕실장’으로 불린 김 전 실장과 ‘신데렐라’로 불린 조 전 장관에 구속영장이 청구됐을 때만 해도 기각 되는 것 아니냐는 일각의 전망이 나오면서 특검팀이 위기에 처해질 수 있다는 비관론이 고개를 들었다. 일각의 우려와는 달리 법원이 이들에게 구속영장을 청구하면서 기세가 꺾일 뻔 했던 특검의 칼날이 블랙리스트를 통해 날카로워지고 있다.

뇌물수수를 밝혀내는 게 쉽지 않다는 점에서 이번 김 전실장과 조 전 장관의 구속은 블랙리스트를 통해 박근혜 대통령을 옥죌 수 있는 마지막 카드로 보인다. 승승장구한 두 실세가 블랙리스트로 인한 추락을 보면서 박근혜 정부의 부도덕성에 치명타를 입혔다. 특검이 두 실세를 구속한 이후에도 강도 높은 소환조사를 벌이면서 박 대통령의 지시 여부를 캐묻고 있다는 점은 조만간 박 대통령에 대한 조사가 임박했음을 보여주고 있다.

블랙리스트 작성은 표현의 자유, 양심의 자유 등 헌법 위반 사항으로 그동안 특검이 중점을 뒀던 뇌물죄 수사보다 중대한 범죄로 여겨지기 때문에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에 결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다. 사안이 중대하다 보니 특검팀의 수사를 지켜보던 박근혜 대통령측의 반격이 거세지고 있다. 박 대통령 측은 “박 대통령은 블랙리스트 작성을 어느 누구에게도 지시한 사실이 없다”며 “허위 사실을 언론에 넘긴 특검 관계자를 고소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반면, 23일 참고인 신분으로 박영수 특검에 출석한 유진룡 전 문체부 장관은 “좌익이라는 누명을 씌워서 배제한 것으로 심각한 범죄 행위라고 인식하고 있다. 체제를 수호하기 위해 다른 이념의 사람들을 모욕하고 핍박하는 모든 조치는 비겁하다”며 블랙리스트 실체를 드러냈다. 이미 특검팀을 통해 정부에 비판적인 문화예술인을 탄압하기 위해 작성된 블랙리스트 실체는 드러났다.

범죄사실이 소명되고 증거인멸 우려가 있다는 점을 들어 김 전실장과 조 전 장관을 구속한 것은 블랙리스트가 존재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권력의 실세들이 거의 관여했다는 점에서 블랙리스트 존재는 충격을 던져주고 있다. 헌법에 보장된 표현의 자유, 양심의 자유가 국가권력에 의해 훼손되고 재정 지원 중단으로 입에 재갈을 물린 행태가 고스란히 드러났음에도 ‘모르쇠’로 일관하며 발뺌하는 행동에 누가 이들의 말을 믿겠는가. 특검은 헌법가치에 어긋난 블랙리스트를 지시한 사람이 누구인지 몸통의 실체를 낱낱이 밝혀 책임을 물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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