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교 한국사 검정교과서 집필자들, 집필 거부 선언

▲ 고교 검정 역사교과서 집필진들은 박근혜 정권이 강행한 국정 역사교과서 폐기를 촉구하며 2018년 국·검정 혼용방침에 따른 검정교과서 집필 거부를 선언했다. 국정교과서 편찬기준을 검정교과서에 적용할 경우, 국정교과서랑 다를 게 없는 검정교과서가 양산될 거라는 우려에서다. ⓒ뉴시스
[시사포커스/고승은 기자] 고등학교 검정 역사교과서 집필진들은 박근혜 정권이 강행한 국정 역사교과서 폐기를 촉구하며 2018년 국·검정 혼용방침에 따른 검정교과서 집필 거부를 선언했다. 박근혜 정권의 국정교과서 편찬기준을 검정교과서에 적용할 경우, 국정교과서랑 다를 게 없는 검정교과서가 양산될 거라는 우려에서다.
 
고교 한국사 검정교과서 필자협의회(한필협)는 20일 서울 제기동 역사문제연구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교육과정 개정 없는 검정 역사교과서 집필을 거부한다”고 밝혔다.
 
한필협은 기존 8종의 검정교과서 출판사 가운데 교학사를 뺀 7개 출판사 필자 53명이 참여한 협의체로, 약 50명이 선언에 동참했다.

이들 집필진은 “역사교과서 국정화는 최순실과 함께 민주주의를 농단하여 탄핵받은 박 대통령이 진두지휘한 것”이라며 “교육부는 청와대 지시대로 하나의 역사 해석만 담은 국정교과서를 제작했다”면서 국정교과서 즉각 폐기를 촉구했다.
 
그러면서 “국민 대다수가 반대하고 역사교육계와 역사학계에서 국정교과서 폐지를 주장했지만, 교육부는 국·검정 혼용방침을 발표했다. 이는 내용 면에서 국정교과서와 유사한 제2, 제3, 제4의 검정교과서를 유포 확산시킬 것"이라며 "교육부는 자신이 제시한 촉박한 일정대로 검정 교과서를 제작하도록 '국정교과서 편찬기준' 또는 그와 유사한 집필 기준을 강요할 것이기 때문"이라고 꼬집었다.
 
이들은 최소 2년 정도의 집필기간이 보장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교육부는 현재 국정교과서 개발을 위해 최대한 많은 자금과 40여 명의 대규모 인원이 투입했음에도 집필, 수정, 제작에 거의 1년이 걸렸다"고 설명했다.
 
이들은 그러면서 "검정교과서는 민간 출판사들이 적은 자본금으로 7~8명의 인원을 참여시켜 제작하는 방식이 일반적"이라며 "최소한으로 잡아도 집필과 편집에 10개월, 교육부 검정을 거쳐 최종본으로 완성하는 기간이 6개월 이상 소요된다. 검정교과서를 내년 초까지 1년안에 제작 배포하겠다는 교육부의 일정은 졸속 집필로 이어져 부실한 역사교과서만 양산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필자들은 “정상적인 검정교과서를 제작하기 위해선 가장 우선적으로 교육과정과 집필기준 개정이 필요하다”면서 "문제가 많은 국정교과서 편찬기준을 검정교과서에 그대로 준용하는 것은 국정교과서 유사품을 만들어내는 결과밖에 낳을 수 없다“고 언급했다.
 
지난달 말 교육부는 국·검정 혼용계획을 발표하며 내년 새학기부터 각 학교들이 시중에 보급된 국정-검정교과서를 자유롭게 선택하게 만들겠다고 밝혀 여론의 강한 반발을 사고 있다.
 
조만간 중학교 검정교과서 집필진들도 ‘집필 거부 선언’을 할 것으로 보이는 등 이후 검정교과서 집필 거부 선언이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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