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레이스’ 늦은 새누리·국민의당, ‘개헌 카드’로 반전 노려

▲ 이미 본격화된 대선 레이스에서 현재 선두권 진입이 어려워진 새누리당과 국민의당을 중심으로 '대선 전 개헌'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사진 / 고경수 기자
[시사포커스 / 김민규 기자] 사실상 조기 대선이 가시화되고 있는 가운데 현재 당선권으로부터 한 걸음 처져 있는 일부 정당들을 중심으로 ‘대선 전 개헌’ 주장이 다시 제기되면서 이들의 ‘판 뒤집기’ 시도가 성공할 수 있을지 관심을 모으고 있다.
 
현재 대선 전 개헌에 적극적인 정당은 새누리당과 국민의당이고, 회의적 반응을 보이는 정당은 더불어민주당과 바른정당인데 전자가 대선 전 개헌을 통해 국면 전환에 나서려는 입장이라면 후자는 스스로 대선 경쟁력이 있다고 나름 자신하기에 판을 바꾸는 데 전자들보다 미온적인 태도를 나타내는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대선판이 벌써부터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이라는 양강 구도로 굳어져 버린 상황에서 아직 소속정당이 없는 반 전 총장의 바른정당 입당 가능성까지 일부 점쳐지고 있다 보니 새누리당과 국민의당에선 이 구도를 깨려면 ‘대선 전 개헌’ 외엔 달리 선택지도 없는 실정이다.
 
이런 와중에 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 등 일부 원외인사도 개헌 분위기를 확산시키기 위해 ‘대선 전 개헌’ 필요성을 역설하고 있는데, 이 같은 주장이 대선까지 얼마 남지 않았다는 현실적 한계를 극복하고 대선판을 뒤흔들 실질적 변수로 부상할 수 있을 것인지 세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 새누리당, ‘개헌’ 명분 삼아 文 압박 나서
 
먼저 새누리당은 박근혜 대통령이 탄핵으로 직무정지까지 된 상황에서 집권여당 역시 현 정권 창출에 기여했다는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부분 때문에 대선 준비보다도 ‘정권교체론’을 밀어붙이고 있는 문 전 대표를 저지하는 데 우선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특히 개헌은 대권 선두주자인 문재인 전 민주당 대표가 그간 가장 소극적인 반응을 보여 왔다는 점에서 새누리당에게 있어 그를 견제할 최고의 대의명분이자 수단으로 꼽히고 있다.
 
여기에 문 전 대표와 선두 경쟁에 나선 반 전 총장 역시 일찌감치 개헌에 긍정적 반응을 보였다는 점은 불임정당 우려에 휩싸인 새누리당에서 그를 영입하기 위해 ‘대선 전 개헌’이란 카드까지 꺼내놓는 하나의 계기로 작용하기도 했다.
 
실제로 인명진 비대위원장은 반 전 총장의 귀국 당일인 지난 13일 여의도 당사에서 가진 기자간담회를 통해 “저는 오늘 대한민국 정치 혁신의 첫 화두로 비정상의 정상화를 위해 개헌 밖에 없다고 말한다”며 “권력구조 개편을 위해 올해 대통령 선거 전에 매듭짓겠다”고 ‘대선 전 개헌’을 천명한 바 있다.
 
이에 발맞춰 같은 날 정우택 원내대표도 비대위원-주요당직자 회의에서 “유독 야당 대선주자인 문 전 대표가 개헌에 사실상 반대해 시대적 과제인 개헌 작업을 어렵게 하고 있어 안타깝기 짝이 없다”며 “문 전 대표의 대통령이 된 이후 개헌하겠다는 발상은 결국 대통령직에만 관심이 있다는 방증”이라고 ‘개헌 반대’ 프레임으로 문 전 대표를 옭아맸다.
 
이를 의식했는지 문 전 대표는 개헌저지보고서 파문 등 그동안 자신을 향해 끊임없이 제기되어온 ‘개헌 반대’ 이미지를 불식시키고자 지난 17일 열린 자신의 대담집 출간기념 기자간담회에서 “백지상태에서 처음 헌법을 만드는 것이라면 내각제가 개인적으로 더 좋은 제도라고 생각한다”며 정면돌파에 나섰다.
 
이 같은 ‘내각제 발언’은 당초 4년 대통령 중임제 정도에 머물렀던 자신의 개헌 입장과는 다소 거리를 둔 발언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이것이 ‘개헌 반대’ 프레임을 뚫으려는 정면돌파로만 비쳐진 이유는 문 전 대표가 뒤이어 “내각제나 이원집정부제가 이론적으로 뛰어난 점이 있다고 하더라도 과연 우리 현실에서 대통령제보다 더 낫다고 말할 수 있는지 충분히 검증된 바가 없다”고 덧붙였기 때문이다.

그러면서 그는 내각제가 제 기능을 하려면 대표성과 비례성이 정확히 반영되는 선거제 개편과 재벌개혁 등이 선행되어야 한다는 전제조건을 단 데 이어 “일부 정치인들이 이해관계에 따라 그렇게 단정하고 몰아갈 일이 아니다”라고 강조해 다른 정당에서 나오고 있는 내각제 개헌 주장을 정략적 공세 정도로 규정했다.
 
다만 개헌 시기에 대해선 여전히 “대선후보가 공약으로 제시하고 선택받으면 다음 정권에서 시행하면 좋을 것”이라며 ‘대선 후 개헌’ 입장을 고수해 ‘대선 전 개헌’을 추진하려는 움직임을 어떻게든 저지하기 위해 내각제 개헌에 대한 수용 가능성을 열어두는 듯 한 발 물러나는 전략을 취한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이처럼 자신에 대한 기존의 ‘개헌 반대’ 프레임만 무력화시키려는 문 전 대표의 전략을 간파한 새누리당에선 ‘대선 전 개헌’을 문 전 대표의 약한 고리로 보고 대선 전에 충분히 개헌이 가능하다는 논리로 역공에 나섰다.
 
국회 개헌특위 위원인 이채익 새누리당 의원은 같은 날 오후 열린 개헌특위 4차 전체회의에서 “개헌 논의는 10년 전부터 시작됐고 자료수집과 연구가 거듭돼 왔다”며 “제왕적 대통령제 폐해를 느끼고 있는 지금 여야를 막론하고 개헌이 이뤄져야 하는 적절한 시기라고 생각하며 70%에 달하는 국민이 개헌을 원하고 있기 때문에 대선 전 개헌은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그치지 않고 하루 뒤인 18일엔 정우택 원내대표까지 주요당직자회의에서 “준비는 다 돼 있어 정치권이 결심만 하면 한 두 달 내에도 충분히 개헌안을 도출할 수 있다”며 “백년대계를 위해 나라와 대통령이 또다시 불행에 빠지지 않으려면 올해 대선은 반드시 새로운 헌법체제에서 이뤄져야 한다”고 연일 ‘대선 전 개헌’ 주장을 부채질했다.
 
한 발 더 나아가 그는 “대선 전 개헌이 어려워지는 가장 큰 이유는 소위 ‘개헌저지 보고서’를 만든 제1야당의 유력 대선주자와 그 당이 소극적이기 때문”이라며 “오직 권력 쟁취에만 몰두하면 나라 혁신에 대한 진정성을 의심받지 않을 수 없다”고 민주당과 문 전 대표를 직격했다.
 
◆ 국민의당도 승부수로 ‘대선 전 개헌’ 띄워
 
▲ 정동영 국민의당 국가대개혁위원회 위원장은 계파 패권주의에 맞서 대선 전 개헌을 이뤄내겠다고 강조했다. 사진 / 고경수 기자

이렇게 새누리당이 대선 전 개헌에 열을 올리는 가운데 이들과 마찬가지로 문 전 대표를 견제하고자 하나 현실적으로 마땅한 유력 대선주자가 없어 비슷한 고민을 해온 국민의당 역시 결국 ‘대선 전 개헌’을 최종 무기로 삼아 당력을 집중하고 있다.
 
정동영 의원을 위원장으로 한 국민의당 국가대개혁위원회는 18일 광주시의회 브리핑룸에서 가진 기자회견을 통해 “계파 패권주의와 제왕적 대통령제는 권력을 독점하며 당과 국정을 독단적으로 운영한다는 점에서 동전의 양면과 같고 분권과 협치를 가로막는 ‘양대 거악’”이라며 “임기 중 개헌 약속은 위선이고 지켜진 적이 없는 만큼 개헌은 대선 전에 반드시 해야 한다”고 정치권 내 ‘대선 전 개헌’ 목소리에 힘을 보탰다.
 
이에 그치지 않고 국민의당 개혁위는 개혁입법 추진에만 적극성을 보이는 민주당을 겨냥한 듯 “개혁과 개헌은 분리된 게 아니고 개혁의 귀결이 개헌이고 개헌의 목표가 국가대개혁”이라며 “만에 하나 대선 전 개헌이 안 된다면 개헌 국민투표를 대선과 동시 실시하는 방안이 마지노선”이라고 배수진까지 치는 모습을 보였다.
 
이렇듯 확고한 ‘대선 전 개헌’ 입장을 밝힌 만큼 이들은 광주부터 시작해 전국을 순회하는 ‘개헌 투어’를 진행하는 동시에 조기 대선을 감안해 어떻게든 내달 중으로 당 개헌안을 최종 확정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국민의당 뿐 아니라 이들의 러브콜을 받고 있는 원외 개헌론자인 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도 다당제를 통한 연립정부 체제, 독일식 책임총리제를 모델로 한 개헌을 추진해야 한다며 한 목소리로 대선 전 개헌에 힘을 싣고 있는데, 그는 지난 17일 YTN ‘호준석의 뉴스인’과의 인터뷰에서 “어떤 세력을 모으고 어떤 새로운 국가 지표를 만드느냐에 따라 앞으로의 정치가 결정될 것이고 그것이 제가 말하는 2, 3월 빅뱅의 근거가 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손 전 대표 역시 ‘대선 전 개헌’에 반대하는 문 전 대표를 정조준해 “앞에 권력이 다 와 있는 것 같은데 대통령의 특권을 내려놓겠느냐”면서 “문 전 대표와 또 다른 하나의 새로운 개혁세력, 기득권과 패권을 배제한 개혁세력이 앞으로 새롭게 구성되고 그게 문 전 대표와 자웅을 겨루는 본격적인 대결이 될 것”이라고 공언함으로써 차기 대선을 문 전 대표와 개헌파의 대결 구도로 몰아가려는 자세를 취했다.
 
하지만 문 전 대표를 공공의 적으로 삼았다는 점 외엔 개헌론자들 간 개헌 형태에 대한 입장이 완전히 통일된 것도 아닌데다 또 다른 유력 대선후보인 반 전 총장마저 지난 16일 “대선 전 개헌은 어려울 것 같다”고 밝힌 바 있고, 바른정당까지 유승민 의원을 중심으로 대선 전 개헌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내놓고 있어 ‘대선 전 개헌’이 이 같은 난관을 뚫고 이뤄질 수 있을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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