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원들 돈벼락엔 대기업과 은행이 한마음

지난해 우리 경제가 극심한 침체를 겪으면서 많은 재벌들이 직원들의 연봉을 삭감한 것으로 조사됐다. 반면 임원들의 연봉은 대폭 늘린 것으로 나타나, 임원과 직원간의 연봉 차이가 더욱 커졌다. 한겨레가 국내 10대 재벌의 주력 제조업체를 대상으로 2003년 사업보고서를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임원 평균보수(삼성전자 제외)는 1억9942만원으로 분석됐다. 이는 지난 2002년의 1억2420만원보다 무려 60.6%나 증가한 것이다. 삼성전자의 경우 이건희 회장과 윤종용 부회장 등을 포함한 등기임원 10명의 보수만 공시했는데, 1인당 평균보수가 29억4000만원이었다. 여기서 사외이사를 제외할 경우 사내 등기임원의 평균보수는 53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임원 보수가 가장 많이 늘어난 곳은 LG전자로 등기·미등기 임원 전체의 평균보수가 5억5000만원으로 전년의 1억7420만원에 비해 216%나 급증했다. 이어 한화가 97.2%, 현대차가 63.2%, 롯데제과가 40.4%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경기침체 속에서도 임원들의 보수가 큰 폭으로 증가한 것과 달리, 직원들의 급여는 물가상승률에도 미치지 못했다. 지난해 10대 재벌 주력 제조업체들의 직원 1인당 평균 급여는 4275만원으로 전년의 4253만원에 비해 0.5% 증가에 그쳤다. 심지어 연봉이 크게 줄어든 기업도 5곳이나 됐는데, 삼성전자가 5.8% 줄어 가장 큰 감소율을 기록했다. 이어 금호석유화학이 -5.6%, 현대차 -3.6%, SK -1.3%, 두산중공업 -1.1%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이들 기업의 직원 연봉이 줄어든 것은 대부분 신규채용과 장기근속자의 퇴직 등으로 평균 근속연수가 짧아졌기 때문으로 분석됐다. 그러나 현대차, SK, 금호석유화학의 경우는 평균 근속연수가 길어졌음에도 불구하고 연봉총액이 줄어 실질 연봉도 크게 감소한 것으로 분석됐다. 이와 관련해 현대차 관계자는 "급여에는 성과급과 잔업수당 등도 모두 포함되는데 지난해 노사분쟁에 따른 조업 차질이 많아 수당이 크게 줄어든 게 급여 감소의 원인"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삼성전자의 경우 직원들의 연봉이 크게 감소함에 따라 최고경영자와의 임금 격차가 무려 100배나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삼성그룹의 한 관계자는 "주식투자자들의 입김이 커지면서 단기 업적으로 경영진이 평가받기 때문에 앞으로도 직원들의 고용 안정과 소득 증대보다는 소수 임원 키우기와 주주 몫을 늘리는 데 더 신경을 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아무리 경제가 어렵고 기업이 적자를 내도 임원들에 대한 고액 보수는 은행들도 재벌들과 똑같은 것으로 나타났다. 국민·우리·신한·조흥·제일·외환·한미은행 등 7개 시중은행들이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공시한 '2003년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은행들이 지난해 임원들에게 지급한 연간보수총액은 366억6146만원으로 전년의 358억2387만원에 비해 2.3% 증가했다. 이는 시중은행들이 지난해 경기침체와 SK글로벌 사태 등에 따른 부실여신 발생 등으로 실적이 크게 악화된 것을 감안하면 이해하기 힘든 결과. 국민은행의 경우 지난해 7533억원의 적자를 냈지만 사외이사를 포함해 임원 27명에게 지급한 연봉은 1인당 평균 3억3889만원으로 시중은행 가운데 가장 많았다. 이는 지난 2002년의 3억3041만원에 비해서도 3.8% 증가한 것이다. 임원들에게 은행이 대규모 적자를 낸 책임을 묻기는커녕 오히려 연봉을 올려준 것이다. 제일은행도 지난해 134억원의 적자를 기록했지만 등기임원 16명과 비등기임원 13명 등 총 29명의 임원들에게 1인당 평균 3억1560만원씩 지급했다. 여기에 미반영된 지난해 성과급 등을 포함하면 액수는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또 신한은행이 등기이사와 집행임원 14명에게 지급한 평균 연봉이 2억4600만원, 외환은행은 사외이사를 포함한 임원 19명에게 2억1300만원씩을 지급했다. 하나은행은 사외이사를 포함해 임원 15명에게 평균 1억5700만원, 조흥은행은 사외이사를 포함해 임원 17명에게 평균 1억5800만원, 우리은행은 사외이사를 포함해 임원 18명에게 평균 1억3700만원으로 지급했다. 이 같은 은행권 임원들의 고임금 연봉에 대해 금융권 관계자들은 "적자에 허덕인다며 주주들에 대한 배당에는 인색했던 은행들이 유독 임원들에게만 고액의 연봉을 지급한 것은 이해할 수 없는 일"이라고 비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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