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등 3D NAND 경쟁 후발주자…뒤늦게 SSD사업 추진

▲ 지난해 시총 2위까지 올랐던 SK하이닉스의 반도체 실적이 D램에 치중돼 있어 기술개발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시사포커스 DB
[시사포커스/강기성 기자] SK하이닉스의 지난해 실적을 이끈 D램 시장에서 3D NAND 시장으로의 변화가 시급하다는 시장의 평가가 이어지고 있다. 4차 산업혁명의 주역인 IoT·스마트카·인공지능 등 시장이 열리면서 NAND시장은 장기 호황을 맞이한다.
 
올해 SK하이닉스는 씨게이트와 합작법인을 추진해 NAND 시장에 본격적으로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17일 금융투자(IB)업계는 SK하이닉스가 씨게이트와의 SSD(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 합작사를 설립해 SSD 분야로 사업 영역을 확대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SK하이닉스는 확정된 사항은 없다는 공시를 내놨으나, 증권가는 양사의 합작법인 설립이 가장 합리적이고 불가피한 선택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씨게이트는 HDD(하드디스크드라이브) 스토리지 영역에서 성장해 온 업체로 HDD에서 NAND 메모리 기반의 SSD로 생산 시스템을 전환했다.
 
◆ 삼성전자 상대 3D NAND 싸움에 SK는 ‘새우’? 
시장조사기관인 D랩익스체인지에 따르면 2016년 3분기 기준 NAND시장 점유율은 삼성전자가 36.6%, 도시바 19.8%, WD(웨스턴디지털) 17.1%, SK하이닉스 10.4% 등의 순이다.
 
또 SSD 시장에서는 삼성전자가 40% 이상의 점유율로 압도적인 1위다. 이어 WD 11%, 킹스톤 9%, 인텔 6%, 기타 34% 순이며, SK하이닉스는 10위권 밖이다.
 
사실 NAND시장에서 뒤쳐진 SK하이닉스가 씨게이트라는 스토리지 영역 업체를 선정한 이유는 필연적이라 할 수 있다. 타 경쟁 업체와 달리 SSD 시장 공략을 위한 발판이 없기 때문이다.
 
다른 NAND 업체들의 3D NAND와 SSD 시장 확대에 따른 움직임은 이미 발 빠르다. 3D 낸드는 셀을 수직을 쌓아 기존 낸드보다 면적 당 저장용량을 40% 이상 늘린 차세대 메모리다.
 
NAND 2위 업체 도시바는 기존 HDD개발을 보류하고 3D NAND를 개발했다.
 
도시바의 3D NAND는 WD의 SSD에 공급될 예정으로 업계 1위인 삼성전자를 바짝 뒤쫓겠다는 의중이다. 세계 1위의 HDD업체이기도 한 WD는 지난 5월 3위 업체였던 샌디스크를 인수하면서 도시바와의 제휴관계를 이어받았다.
 
도시바는 WD과 함께 차세대 64단 수직 적층 3D 낸드 기술을 개발해 올 2월에 공장 건설에 나서 2018년 하반기 가동을 시작할 계획이다.
 
앞서 도시바는 3D NAND 생산체계로 전환하기 위해 분식회계 재무 재조정 일환으로 시스템LSI(대규모집적회로)와 백색 LED를 생산하던 디스크리트 반도체 전반을 매각한 바 있다.
 
NAND 5위 업체인 인텔과 D램 시장에서 SK하이닉스에 이어 3위를 점유하고 있는 마이크론도 연합을 이뤄 '3D크로스포인트‘라는 차세대 3D NAND 메모리를 개발했다.
 
특히 인텔이 PC, CPU 시장을 독점하고 있기 때문에 3D NAND를 인텔 SSD에 결합해 판매할 경우 SSD 시장 판도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분석이다.
 
인텔은 추가로 55억을 투자해 중국 다렌 시스템 반도체공장을 NAND 플래시 공장으로 전환한다고 발표했다.
 
▲ 인텔과 마이크론은 연합을 이뤄 차세대 3D NAND 메모리를 개발했다./시사포커스DB

중국 기업들의 경우엔 정부가 대대적으로 보조금을 대주는 것이 위협 요인이다.
 
지난 12일 국영 기업 칭화유니그룹 회장은 “우한에 착공한 반도체 공장 외에 총 700억달러를 투자해 청두와 난징에 반도체 생산 공장을 짓는다”고 밝혔다.
 
칭화유니그룹은 지난해 7월 XMC를 인수, 창장메모리를 설립해 우한 공장에 총 240억달러(약 28조원)를 투자했으며, 2018년에 3D 낸드플래시 양산을 목표로 하고 있다.
 
중국은 매년 1000억달러 이상을 반도체 소비에 쏟아 붓고 있다. 이는 글로벌 출하량의 3분의 1이며 이중 중국이 자체 생산한 반도체 비중은 6~7% 정도로 업계는 중국이 내수 위주 경제가 삼성전자를 비롯한 글로벌 기업에 타격을 줄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송명섭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중국의 투자가 계획대로 이뤄진다면 2018년 하반기부터 반도체 공급이 지나치게 늘어 기업들이 경쟁적으로 가격을 깎는 치킨게임이 재발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 반도체 시장 빠르게 전환…‘SK, D램 의존도 크다’
SK하이닉스는 D램 판매에 힘입어 주가가 큰 폭으로 상승해, 지난 해 시총 순위 2위까지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하지만 SK하이닉스의 반도체 실적은 지나치게 D램에 치중돼 있어 3D NAND 시장 전환이 시급한 시점이다. SK하이닉스는 지난 해 7조원의 영업이익을 이끌었던 D램 호황을 잊고, 3D NAND 기술 진척과 SSD시장으로의 빠른 전환이 요구된다는 지적이다.
 
그동안 SK하이닉스는 중국 중저가 스마트폰에 쓰이는 D램+NAND+컨트롤러가 패키징된 임베디드멀티칩패키지(eMCP)로 수익을 내 왔다. D램 시장에서 SK하이닉스는 삼성전자와 수익을 양분해 왔다. 이 분야에서 3위 업체인 마이크론은 NAND 후공정 기술에서 뒤쳐져 있다.
 
그러나 최근 삼성전자 갤럭시노트7가 단종되면서 화웨이, 오포·비보 등 경쟁업체들이 공격적으로 스마트폰을 내놓고 있기 때문에, D랩의 수요는 점차 하락할 것으로 전망된다.
 
D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지난 2015년 3분기 기준 D램 시장점유율은 삼성전자 46.7%, SK하이닉스 28%, 마이크론 19.2% 등의 순이다.
 
이에 반도체 업계에서는 점차 축소되는 D램 시장에 따른 NAND의 수요증가와 가격상승세를 크게 잡고 있다. NAND 단가는 지난 해 2분기 이후 계속해서 상승하는 추세다.
 
시장조사기관 IHS에 따르면 지난 2015년 832억GB였던 NAND 시장은 오는 2020년에는 5084억GB까지 늘어날 전망이다. 매년 44%씩 상승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이미 3D NAND 원가절감을 위한 공정전환에 투자하고, 올해 2분기부터 64단 3D NAND 전용 공장을 가동한다. 2018년 하반기 가동예정인 도시바에 비해 1년 이상 빠르다.

SK하이닉스는 올 상반기 3D낸드플래시 72단(4세대)제품을 개발해 하반기부터 양산한다는 계획이다. 2015년 말 24단을 개발했고, 지난 해 3분기부터 36단 MLC 3D NAND를 양산해 48단 TLC 3D NAND 상용화 단계에 이르렀다. 이는 현재 수율 안정화 단계에 머물러 실적 기여가 늦어지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올해 SK하이닉스 NAND 영업이익률은 지난 해 0%에서 소폭 오른 한자리 수에 그칠 것이라는 예상이다.
 
한편, SK하이닉스는 SSD시장으로 사업을 확장하기 위해 씨게이트와 합작법인을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고, 오는 2019년까지 46조원을 들여 청주에 반도체 공장을 건립해 이천공장과 함께 3곳에서 3D NAND 기술 개발을 가속화한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NAND 업체들이 경쟁적으로 차세대 메모리인 3D NAND를 새롭게 개발하고, SSD가 하드 디스크 시장을 대체하면서 도시바-WD‧인텔-마티크론 연합이 반도체 투자를 더욱 늘리고 있다”며 “독자적인 기술을 가진 삼성전자와 달리 후발주자인 SK하이닉스의 경우, D램에서 떠나 M&A나 연합 등의 전략으로 NAND 체제전환을 시급히 완료해야 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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