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가 어려워서 재벌총수 구속 안 된다? 오래된 레코더 불과”

▲ 박영수 특검팀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16일 청구했다. 주진형 전 한화증권 사장은 이 부회장의 구속이 한국경제에 악영향을 끼칠거라는 재계의 우려에 대해 “도리어 이재용씨가 없으면 삼성은 잘 굴러갈 거 같다”고 답했다. (사진공동취재단)
[시사포커스/고승은 기자]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16일 고심 끝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사전 구속영장을 청구키로 했다.
 
특검팀은 이날 오후 이 부회장에게 뇌물공여,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 국회에서의 위증 등의 혐의를 적용해 구속영장을 청구키로 했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파문 이후 재벌 총수에게 구속영장이 청구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 부회장에 대한 구속여부는 오는 18일 법원의 영장 실질심사를 통해 결정될 예정이다.
 
다만 최순실씨 지원의 실무를 맡은 삼성그룹 미래전략실 최지성 실장과 장충기 차장, 박상진 삼성전자 대외담당 사장(대한승마협회장) 등 수뇌부는 불구속 기소하기로 했다.
 
특검 팀이 이같이 이 부회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함에 따라, 재계는 이 부회장의 구속이 한국경제에 미치는 파장이 크다며 불구속 수사를 희망하는 목소릴 내고 있다.
 
한편 지난 2015년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과 관련 국내투자기관 중 유일하게 반대 의견을 제시했던 주진형 전 한화증권 사장은 이같은 재계의 우려에 대해 “도리어 이재용씨가 없으면 삼성은 잘 굴러갈 거 같다”고 말했다.
 
주 전 사장은 16일 오전 MBC <신동호의 시선집중>과의 인터뷰에서 “제일 중요한 것은 증거인멸의 위험이 있는 것”이라며 “또 ‘경제가 어렵기 때문에 재벌 총수를 구속해선 안 된다’는 얘기는 오래된 레코더고, 이런 것은 국민들도 이제는 더 이상 믿지 않을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그러면서 “특히 능력이 있어 (총수의 자리에)올라간 게 아니라 아버지 덕분에 올라간 사람이 없다고 해서 그 기업이 잘 굴러가지 않겠나”라고 강조했다.
 
주 전 사장은 삼성 등 재벌들의 정경유착 문제와 관련, “크게 바뀌지 않을 것 같다”면서도 “삼성이 가야될 그 길은 결국 능력도 없는 사람들이 자꾸 자리 차지하려고 하지 말고 전문경영인에게 넘기고 자기는 이 사회의 멤버로서 경영진을 감시하는 역할정도만 하면 제일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구체적으로 “예를 들면 도요타 같은 경우, 도요타 사람들(일가는)은 자기 지분이 0.1%밖에 안 된다. 그렇지만 능력이 되는 자식들이 있으면 한 번씩 사장을 하고, 또 그럴만한 사람이 아직 없으면 전문경영인이 10년이나 20년씩 하지 않나? 그러면서 최고의 기업이 됐다”라며 “그러니까 일본만 하더라도 이런 식으로 계속해서 총수의 자식들이 대대손손 경영권을 갖다 쥐고 흔드는 풍속은 없어진지 오래됐다”고 설명헀다.
 
한국의 재벌 체제가 일본식 잔재임에도, 오히려 원조인 일본은 경영권을 세습하는 풍속이 사라져가고 있음을 설명한 셈이다.
 
그는 재벌개혁의 방향성에 대해선 “정치가들이 선거때마다 내놓는 재벌개혁방안이나 그 다음에 리스트를 주르륵 마련하고 하는 것은 사실 별 의미가 없다고 생각한다”면서도 “기존에 있는 법이라도 확실하게 지키도록, 범법을 저지르면 그 사람을 확실하게 끌어내서 감옥에 집어넣고 다시는 그 기업의 총수라든가 이사회 멤버로도 근처에 오지 못하게 하는 것 그것 하나만 제대로 우리가 해도 우리나라가 이렇게 안 됐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재벌개혁 문제는 경찰, 검찰, 법원까지 다 부패해 있는 나라에서 결국은 소득세로 밖에는 못했다라는 것과 마찬가지로 이게 무슨 제도적인 것을 갖다 한두 개를 바꿔서 이런 문제가 해결하기에는 재벌에 의한 우리나라 경제의 농단이라는 경우는 너무 깊다”며 간단한 해결책이 없음을 거듭 강조했다.
저작권자 © 시사포커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