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오염 사례, 현행 SOFA로는 규제 못해” 북한 핵문제가 연초부터 국내는 물론 국제적 이슈가 되면서 작년 한해를 뜨겁게 달궜던 한미SOFA개정 문제가 묻히고 있다. 두 여중생 사망 사건을 계기로 전 국민적 관심사가 되었던 불평등한 한미SOFA의 개정 요구가 반미 감정으로까지 비화하는 양상으로 치닫자 노무현 대통령 당선자가 나서 이를 진화하는 해프닝이 일기도 했다. 불평등한 한미SOFA의 핵심은 형사재판권의 관할 문제와 기지 내 환경오염 문제다. 특히 주한 미군 환경문제는 2000년 7월 13일 언론을 통해 보도된 한강 독극물 방류 사건을 계기로 큰 전환을 맞는다. 2000년 주한 미군이 저지른 환경오염 사건(총 9건) 중 3건만이 한강 독극물 방류 사건 이전에 발생하였으며, 이후 발생한 사건이 5건에 이른다. 이를 2000년 전반기와 하반기로 구분하여 비교하면, 전반기에 3건 하반기에 6건으로 2배 이상 늘어난 수치를 보이고 있다. 따라서 환경오염이 예측되는 주한미군기지 내부를 한국 정부가 직접 조사하게 된다면 주한 미군 환경오염 사건은 더욱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2000년도 이후 주한 미군 저지른 환경오염의 또 다른 특성은 기름 오염 사건의 급속한 증가를 들 수 있다 발생 연도에 따라 비교 해보면 더욱 선명한 차이를 보인다. 미군 기지에 의한 환경오염 사건은 1990년대(1990~1999)에는 한해 평균 1.8건 정도로 나타나다 2000년 이후에는 한해 평균 7건으로 거의 4배 이상 증가하였다. 이 수치들은 환경단체인 녹색연합이 언론 보도와 시민 제보, 자체 조사를 통해 입수한 자료다. 따라서 모든 주한 미군 환경오염 사건을 다루지 못하는 한계가 있다. 이처럼 주한 미군 저지르는 환경오염 사건이 해가 거듭될수록 증가하는 이유는 주한 미군이 최근 들어 더 환경을 오염시키고 있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그보다 예전부터 발생해 오던 주한 미군 환경오염 범죄가 최근 들어 하나하나 한국 사회에 알려지기 시작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예전에도 존재했으나 우리가 미처 알지 못했던 사실들이 드러나기 시작한 것이다. 이는 주한 미군 환경오염 사건이 한국 사회에 알려지는 과정과 밀접한 연관이 있다. 현재까지 발생한 모든 주한 미군 환경오염 사건은 내부 고발자의 제보나 오염원이 기지 외부까지 흘러나와 미군기지 주변 주민들이 신고하는 과정을 통해 한국 사회에 알려지게 되었다. 따라서 최근 주한 미군 환경오염 사례가 급속하게 증가한 것은 한강 독극물 방류 사건을 계기로 주한 미군 저지르는 환경오염 사건의 심각성에 대해 국민들의 의식이 높아지고, 미군기지 주변 주민들과 시민 단체들의 조사 능력과 정보 수집 능력이 증가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환경오염이 예측되는 주한미군기지 내부를 한국 정부가 직접 조사하게 된다면 주한 미군 환경오염 사건은 더욱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2000년도 이후 주한 미군 저지른 환경오염의 또 다른 특성은 기름 오염 사건의 급속한 증가를 들 수 있다. 2000년 이후 드러난 미군 환경오염 사건 중 81%가 기름 유출에 의한 토양과 지하수 오염 사건이다. 2000년도 이후 주한 미군 환경오염 사건 중 기름 오염 사건 발생 횟수는 2000년 9건중 7건, 2001년 5건중 4건, 2002년 7건중 6건이다. 이는 송유시설과 유류저장시설이 시간이 지날수록 노후화 됨에도 관리를 철저히 하지 않은 탓으로 판단된다. 덧붙여서 앞서 지적했듯 기지 외곽지역으로 빠져나오는 오염원의 대표적인 유형이 기름이고, 가장 쉽게 기지 주변 주민들이 인식할 수 있다는 사실도 다른 주한 미군 환경오염 사건에 비해 눈에 띄게 증가한 주요 이유일 것이다. 1990년도 이후 주한 미군 환경오염 사건을 유형별로 분류한 내용을 1990년도 이후 주한 미군 환경오염 사건의 유형별로 보면 기름오염사건(26), 소음·진동사건(8), 오폐수에 의한 수질오염 사건(5), 불법 쓰레기 매립 사건(4), 기타(5) 등 총 48건에 이른다고 녹색연합이 밝혔다. 해결되지 않고 있는 주한 미군 환경오염 주요 사례들 2003년 1월 현재, 주한 미군 기지 환경오염 현황 녹색연합은 2000년도 이후 주한 미군 저지른 굵직굵직한 환경오염 사건의 처리 과정을 확인한 결과, 미군이 저지른 환경오염 중 어느 것 하나 말끔히 해결된 사안이 없다고 밝혔다. 오염 사례를 사안별로 보자. △2000년 7월 13일 미군 한강 독극물 방류 사건 2000년 2월 7일 서울의 한복판인 용산 미8군에서 포름알데히드 20박스(1박스 당 475ml, 병24개, 총 480병)가 영안소 부책임자인 미육군 민간부 군무원-11 등급의 맥팔랜드(Mr. Mcfarland, Albert L)의 명령에 의해 아무런 정화처리 없이 한강에 버렸다. 이와 관련하여 녹색연합은 같은 해 7월 20일 주한미군사령관과 맥팔랜드를 검찰에 고발하였다. 검찰은 맥팔랜드를 불구속 기소하고 정식재판을 청구한다는 방침이었으나 2001년 3월 24일 벌금 500만원에 약식 기소하기로 최종 결정하자 이에 4월 5일 법원이 직권으로 맥팔랜드를 정식재판에 회부했다. 재판에 회부되자 미군 당국은 4월 15일 한국 법무부에 공무 증명서를 제출하여 한국 재판에 응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법원도 미군 당국의 처사가 법원에 대한 모독으로 재판 절차를 그대로 밟아 나가겠다는 단호한 입장을 표명하고 8월 22일 법원 집달관을 통해 공소장 송달을 시도하였으나 용산 미군기지 앞에서 문전 박대 당하는 해프닝을 벌어졌다. 현재까지도 책임자인 맥팔랜드의 처벌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을 뿐만 아니라 그는 현재 영안소 책임자로 승진한 상태다. 한강에 포름알데히드라는 독극물을 방류해 놓고 미군 측이 한 일이라고는 주한미군사령관이 나와 사과한 사실밖에 없다. 이미 한강 전체로 퍼진 포름알데히드를 회수할 수도 없었고, 유사한 사례가 발생하지 않도록 할 수 있는 한국 정부의 감시권도 확보되지 못했으며, 독극물 방류의 책임자 처벌도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현실이다. △2000년 10월 23일 인천 문학산 기름오염사건 2000년 10월 23일 미군 기지가 위치했던 인천시 연수구 문학산 서쪽 옥골일대(인천시 연수구 옥련동) 43만평이 미군기지가 이전 한지 30년이 지나도록 기름에 의해서 지하수와 토양 전체가 심각하게 오염된 채 방치된 사실이 인천 녹색연합에 의해 확인되었다. 인천 문학산 서쪽 옥골 일대 43만평이 기름에 오염된 것과 관련하여, 이 지역 토양이 기름에 오염된 주요 원인이 지난 1950년대 초 미군이 세웠던 22기의 저유시설의 기름유출이었다는 문제가 강하게 제기되었다. 그러나 한국 정부가 미군이 오염원이라는 결정적 증거를 제시하지 못하여 미군 측에게 복원이나 배상의 책임을 지울 수 없었다. 또한 미군기지 반환 후 30년이나 지난 사건이라 공소시효도 지난 상태였다. 따라서 오염원인자가 불명확한 경우 토지 소유자가 연대 책임을 져야 한다는 바뀐 법에 따라 복원과 복구의 책임은 토지 소유자인 연수구와 인천시청이 공동으로 책임지게 되었다. 복구비용은 최소 1억 2천만원에서 3억원 가량 소요될 전망이다. 1971년 환경에 대한 어떤 의식도 없던 시절, 잘못된 결정으로 30여년이 지난 2002년 인천 연수구 주민들의 피해와 재산 손실은 현재 우리에게 많은 교훈을 주고 있다. △2001년 5월21일 원주 미군기지 캠프롱 부대 기름유출 사건 2001년 5월 21일 강원도 원주시 태장동 미군기지 캠프롱 주변 논에서 기름이 유출되는 사고가 발생하였다. 캠프롱 기름 유출은 오랜 기간에 걸쳐 유출된 난방유로 인근 지역 논 4,800㎡이 검게 오염되고 농작물에 심한 피해가 발생했다. 사건 발생 직후, 미군기지 주변 기름유출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한·미 양측이 공동 조사위원회를 구성하여 기지 밖은 한국 측이, 기지 안은 미군 측이 정밀조사 한 다음 그 조사 결과를 공유, 오염원인과 실태를 파악하여 오염 지역에 대한 복원과 피해 보상을 하도록 협의했었다. 그러나 한국 측에서는 기지 주변 오염 지역에 대한 조사를 실시한 후 그 조사 결과를 미군 측에 통보하는 등 협의 사항을 이행하였으나, 미군 측에서는 2003년 1월 현재까지도 미군기지 안의 조사 내용을 공개하지 않고 있어 오염 지역에 대한 복원이 이뤄지지 않고 있으며, 이에 따라 오염 확산의 우려 및 오염지역 주민들의 생활에 지장을 초래하고 있다. 또한 피해 보상도 주민들의 신고한 피해 사실을 모두 인정하지 않아 보상 문제의 어려움을 낳고 있다. △2001년 7월 25일 녹사평역 기름유출 사건 2001년 7월 25일 지하철 녹사평역의 승강장 남쪽 끝지점 삼각지 방향에 있는 집수정에서 다량의 기름이 검출되었다. 녹사평역 기름유출 사건의 주요 원인을 둘러싸고, 주한미군측이 유류성분중 휘발유 성분만이 용산미군기지에서 흘러나왔다는 사실을 인정한 채, 유류성분의 큰 비율을 차지하고 있는 등유에 대해서는 원인을 놓고 아직도 한국과 미군 사이에 공방이 한창 진행 중에 있다. 논란 중인 현재까지도 여전히 기름이 조금씩 흘러나오고 있다. 주한미군측은 용산미군기지 내 조사를 한·미 합동으로 실시해야 한다는 게 시민 단체들의 주장이다. △2001년 11월 7일 민통선내 산림 불법 훼손 사건 미군이 2000년 10월 20일부터 스토리 사격장 일대 공여지 200만평의 땅 둘레에 사격장 울타리를 만든다며 폭 5m, 길이 10km에 이르는 주변 산림 2만2500평을 훼손하였다. 2001년 11월 7일 민통선 내 산림 불법 훼손 사건과 관련하여 주한 미군은 산림 훼손이 사회문제가 되자 훼손한 산림을 즉각 복원하겠다는 약속을 하였으나, 일년 이상 지난 현재까지도 나무 한 그루 심지 않은 채 일부 구간에 차광막을 덮고 잔디씨를 뿌려 복구했다는 시늉만을 취하고 있는 현실이다. △2002년 5월 6일 수도권 4개산 미군 낙서 서울 시민들이 즐겨 찾는 수도권 명산 4곳(수락산, 청계산, 소요산, 천보산)에 미군이 상식 이하의 낙서를 해 놓은 것이 발견되었다. 2002년 5월 6일 언론 보도를 통해 수도권 4개 명산의 미군 낙서 사실이 보도되자, 미군은 낙서를 지우겠다고 연락을 취해왔으나, 8개월이 지난 2003년 1월 현재까지도 어떤 조치를 취하지 않은 채 아직도 미군 낙서가 그대로 남아 있어, 지나가는 등산객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2002년 10월 7일 용산미군기지내 유류 토양오염 사건 용산미군기지 사우스포스트 내 다목적 운동장 조성공사 현장과 부속 건물 공사 현장에서 각각 기름에 오염된 토양이 시민 단체에 의해 발견되었다. 2002년 용산미군기지 사우스포스트 내 기름오염토양 방치와 관련하여 서울시의 협조 요청에 대해 미군 측은 알아서 처리할 것이므로 신경 쓸 필요가 없다는 내용으로 일관하고 있다. 따라서 현재까지도 어떤 공동 조사가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주한 미군 2000년도 이후에 저지른 환경오염 사건 중 대표적이고 근본적 처방이 필요한 사안들에 대해서 미군 측이 어떤 눈에 띠는 조치도 취하지 않고 있는 현실은 한미SOFA에서 실제 환경오염을 개선하고, 이를 미연에 방지할 수 있는 현실적 체계와 구체적 접근 방안 등이 보완되어야 한다는 사실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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