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축구클럽의 제왕을 가린다

울산현대 호랑이와 전북현대 모터스가 아시안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결승티켓을 놓고 다투게 됐다.

전북이 20일(한국시각) 중국 상하이 센후아와의 원정경기에서 4-2 역전승을 올린데 이어, 울산 역시 사우디아라비아 알 샤밥을 여유있게 1-0으로 눌러 ‘현대가’ 형제팀의 정면대결이다. 한국의 축구클럽은 AFC 챔피언스리그의 전신인 아시안클럽선수권대회에서 역대 여섯 차례나 우승했다.

국적별로 따지면 한국이 가장 많은 챔피언 클럽을 배출했다. 1967년 시작된 아시안클럽선수권에서 대우 로얄스(1986년), 일화 천마(1996년), 포항 스틸러스(1997, 1998년), 수원삼성 블루윙즈(2001, 2002년)가 차례로 정상에 올랐다.

하지만 챔프리그로 전환된 이후 K리그는 한 차례도 우승 클럽을 배출하지 못했다.

올해야말로 국내 클럽 우승할까

때문에 4강에서 국내 클럽끼리 맞붙어 결승 티켓을 확보한 올해야말로 첫 챔피언에 오를 절호의 기회다. 울산은 작년 K리그 챔피언 자격으로 챔프리그에 나섰다.

13일 코엘류 감독의 알 샤바브(사우디아라비아)와 가진 홈 1차전에서 6-0으로 대승한 김정남 감독은 20일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 킹 파하드 국립경기장에서 열린 원정경기에서 이천수·최성국·비니시우스 다 실바·박규선 등을 한국에 놔두고 가는 여유를 부렸다. 그야말로 차포마상을 다 떼놓고 벌인 경기에서도 다소 밀리기는 했지만 결과적으로 1-0으로 이겼다.

코엘류 감독은 이번 완패로 한국대표팀에 이어 또 한번 경질설에 시달린다는 후문이다. 수원과 K리그 후기리그 수위를 다투는 울산은 이천수와 최성국이 골 감각을 올리는 중이고, 박규선, 이상호, 이종민 등 미드필더의 신예들이 제몫을 다하고 있다.

박병규, 유경렬, 조세권으로 형성된 스리백도 만만치 않다.

작년 FA컵 우승팀 자격으로 챔프리그에 출전한 전북은 14일 1차전 원정경기에서 상하이 셴후아에 0-1로 패한 부담을 갖고 벌인 20일 전주월드컵경기장 홈 경기에서 브라질 선수 제칼로의 2골에 힘입어 4-2로 역전승했다. 정규리그 우승 경력도 없고 이름 있는 선수라야 최진철 정도에 불과하지만, 핌 베어벡 대표팀 감독에 눈에 들기 위해 파이팅하는 젊은 선수들이 돋보인다.

울산과 달리 올 시즌 K리그 순위경쟁에서 자유롭다는 것도 강점으로 작용한다. 전북 공격의 핵심인 주 득점원 제칼로와 ‘아시안컵의 사나이’로 자리잡은 미드필더 김형범은 올해 울산에서 이적해온 선수다.

제칼로는 올해 터뜨린 6골 중 2골을 울산을 상대로 넣었고, 울산 시절에는 출장 기회조차 잡지 못했던 프로 3년차 김형범은 통산 공격포인트 18점 중에 올해만 7점을 올렸다. 상하이전에서 골을 터뜨린 염기훈과 이현승·조진수도 만만치 않다.

울산과 전북이 경기는 진부한 비유지만 ‘칼과 방패의 대결’이라는 구도가 어느 정도 들어맞아 보인다. 알 샤바브를 상대로 6-0 골잔치를 벌인 바 있는 울산은 이천수와 최성국 국가대표 공격수를 보유했고, 전북은 최진철을 핵으로 하는 전형적인 수비의 팀이다.

최강희 전북 감독은 “객관적인 전력은 우리가 뒤질지도 모르지만 조직력으로 승부를 걸겠다”며 필승의 각오를 다졌다. 올해 양팀의 전적은 1승1무1패로 호각세다.

슈퍼컵에서는 장상원의 득점으로 1-0으로 이겼고, 전기리그에서는 제칼로와 레안드롱(울산)이 한 골씩 주고받았다. 컵대회에서는 제칼로의 결승골로 1-0으로 전북이 이겼다.

27일 1차전에서는 14일 상하이전에서 퇴장당하면서 2차례 출장정지를 받은 김형범이 경기에 나서지 못하는 전북이 다소 불리할 것으로 예측된다. 한편 K리그도 같이 진행되는 바람에 선수들의 체력도 승부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울산이 사우디 원정에서 17명만으로 선수단을 꾸린 이유가 바로 그것이다. 울산은 6일 알 샤밥과의 홈 경기에 이어 9일, 16일의 K리그 경기를 병행했다.

결정적으로 21일에는 사우디까지 장시간 비행기 여행을 다녀와야 했고, 24일 K리그 경기는 수원과 우승을 담판 짓는 중요한 경기인데, 곧바로 27일 챔프리그 1차전을 치러야 한다. 반면 상하이까지 짧은 여행을 14일 일찌감치 다녀왔고 후기리그에서 하위권으로 처지면서 ‘챔프리그 올인’을 선언한 전북은 울산에 비해 젊은 선수들로 베스트 일레븐이 꾸려져 체력전에서 승부를 걸어볼 만하다.

변수는 K리그 일정

울산과 전북 경기의 승자가 결승에서 맞붙을 팀은 알 카라마(시리아)-알 카디시야(쿠웨이트)의 승자다. 시리아 리그와 쿠웨이트 리그는 K리그에 비해 한 수 아래로 평가되지만, 아시아클럽 최강 알 이티하드(사우디아라비아)와 챔프리그 초대 챔피언이자 작년 준우승팀 알 아인(아랍에미리트)를 꺾고 올라온 클럽이기에 방심은 금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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