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임정당’ 우려에 새누리, 반기문 향한 ‘러브콜’ 본격화

▲ [시사포커스 / 고경수 기자] 새누리당 인명진 비상대책위원장이 지난 10일 오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 및 주요당직자 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시사포커스 / 김민규 기자] 당 쇄신 문제로 대선 준비는커녕 친박계와 일전을 벌이기 바빴던 새누리당 지도부가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의 귀국을 전환점 삼아 뒤늦게 대선 체제로 돌입하는 모양새다.
 
아직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심판 결과가 나오지 않은 상황이지만 일부 친박 수뇌부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격돌 끝에 인적 청산을 강행하는 인명진 체제로 점차 힘이 실리면서 ‘친박당 탈색’ 움직임은 한층 탄력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그래선지 이제 인명진 비대위원장은 벌써부터 진행되고 있는 정치권의 대선 레이스에 뒤늦게나마 눈을 돌리고 있는데, 그가 13일 여의도 당사에서 기자간담회를 통해 촉구한 ‘대선 전 개헌’ 주장을 놓고 벌써부터 반 전 총장과 개헌을 고리로 한 대선 연대를 이루려는 의도라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 인명진 “정치 정상화, 개헌 뿐”…潘에 러브콜

반 전 총장이 지난 12일 귀국 메시지로 “정권교체가 아니라 정치교체가 이루어져야 할 때”라고 밝혔던 바를 염두에 뒀는지 인 위원장은 이날 회견에서 제시한 3대 혁신 중 가장 먼저 ‘정치 혁신’을 언급하면서 “정치 혁신의 첫 화두로 비정상의 정상화를 위해 ‘개헌 밖에 없다’고 말한다”고 선언했다.
 
이에 그치지 않고 그는 “권력구조 개편을 올해 대통령 선거 전에 매듭짓겠다”며 대선 전 개헌 주장까지 펼쳐 뒤늦게 대선 정국에 발을 내디딘 만큼 타 정당보다 차별화된 부분을 내세워 속도를 내겠다는 속내를 드러냈다.
 
그러면서 인 위원장은 직접 행동으로 보여주겠다는 듯 국회 개헌특위 간사인 이철우 의원을 위원장으로 당 개헌특위까지 구성했는데, 이런 발 빠른 움직임에 ‘반 전 총장과 개헌을 고리로 연대하겠다는 뜻이냐’는 질문이 나오자 그는 “아직 그런 생각은 안 한다”면서도 “결혼을 하려고 해도 서로 누군지 알아야 검증해야 할 것 아니냐”라고 밝혀 연대 가능성을 내비쳤다.
 
사실 대선 전 개헌은 조기 대선 가능성이 높아 일각에선 이젠 어려워졌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지만 그럼에도 새누리당에서 이 같은 승부수를 던진 것은 인 위원장을 통한 ‘친박당 탈색’을 마치고 개헌을 구심점으로 대선 연대를 이뤄내는 길만이 야당에 의한 정권교체를 저지할 몇 안 되는 유력한 방안이기 때문이다.
 
특히 현재 대선 지지율 선두를 달리고 있는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개헌에 대한 소극적 태도와는 대조적으로 이미 반 전 총장은 개헌을 위한 차기 대통령 임기 단축안도 수용할 수 있다는 의사를 밝힌 바 있는데다 대선 전 개헌까지 추진하게 되면 촉박한 일정상 상대적으로 반 전 총장에 대한 검증 기간 역시 크게 짧아질 수밖에 없다는 점도 반 전 총장에게는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어 사실상 이날 발표는 인 위원장이 반 전 총장을 향해 러브콜을 보낸 것이라 풀이되고 있다.
 
이 뿐 아니라 이날 인 위원장은 개헌 원칙으로 ‘분권과 협치’, ‘국민 기본권 강화’ 등을 내세워 국민 통합 필요성을 역설했는데, 이 역시 전날 반 전 총장의 “부의 양극화, 이념, 지역, 세대 간 갈등을 끝내고 국민대통합을 이뤄내야 한다”는 발언과 맥을 같이 하고 있다는 점에서 반 전 총장을 영입하려는 의사를 한층 노골화했다고 볼 수 있다.
 
실제로 인 위원장은 이 자리에서 반 전 총장의 전날 귀국 당시 메시지에 대해 “해외에 멀리 계셔도 우리나라 현실을 정확히 보시더라. 패권주의가 우리나라를 망친 게 맞다”며 “어쩜 나와 똑같은 생각을 하실까 라고 느꼈다. 반 전 총장 생각이 같아 우군을 얻은 느낌”이라고 극찬해 이 같은 주장에 더욱 힘을 싣고 있다.
 
인 위원장 뿐 아니라 정우택 새누리당 원내대표 역시 같은 날 열린 비대위원-주요당직자 회의에서 반 전 총장의 정치교체와 국민 대통합을 주장한 귀국 메시지 내용과 관련, “20여년간 정치현장에 있었고 여당 원내대표인 나도 공감한다”며 “그런 점에서 반 전 총장도 대한민국 정치의 근본적 개혁을 위해 반드시 개헌이 필요하다는 데 인식을 같이할 것”이라고 논평해 개헌을 고리로 한 대선 연대 구상에 목소리를 더했다.
 
◆ 潘, 새누리당 러브콜 응할 가능성 있나

 
▲ [시사포커스 / 고경수 기자] 반기문 전 UN사무총장이 지난 12일 오후 인천공항에 귀국 공항철도를 이용해 서울역에 도착 한 뒤 지지자들에 둘러 싸여 서울역사를 빠져 나가고 있다.

하지만 이 같은 러브콜이 효과를 낼 수 있을지는 미지수인데, 반 전 총장의 귀국 당일인 12일 반 전 총장 측 인사인 이상일 전 새누리당 의원은 “반 전 총장께서 특정 정당을 지금 선택하실 가능성은 없어 보인다”면서도 향후 연대할 수 있는 곳으로 바른정당과 국민의당만 언급하며 “새누리당 안에 들어갈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선을 그었기 때문이다.
 
다만 일단 국민의당은 지지율이 하락세를 보이다 못해 근거지인 호남에서도 오히려 더불어민주당에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는 부분이나 대북안보 측면에서 보수진영과는 색채가 다르다는 점에서 반 전 총장이 선뜻 다가가기 쉽지 않다는 점이 있고, 최근엔 안철수 전 대표가 자강론까지 내세우면서 대선 연대론이 추진력을 잃어버렸다는 점도 반 전 총장을 주저하게 만들고 있다.
 
그나마 가능성이 더 높다면 새누리당에서 탈당한 비박계가 세운 바른정당이겠지만 이들도 두 자릿수 지지율을 유지하고 있는 새누리당과 달리 여전히 한 자릿수 지지율에 머무르며 보수층 표심을 제대로 흡수하지 못하고 있다는 고민이 깊어 인명진 새누리당 비대위원장의 ‘친박 탈색’ 시도가 어느 정도 결실을 보게 될 경우 더 이상 보수의 대안정당이라는 차별성을 부각시키지 못하게 될 여지가 없지 않다.
 
이는 보수성향 정당 중 여전히 바른정당보다 새누리당이 상당한 차이로 다수 의석을 점하고 있다는 상황과 지지정당을 쉽게 바꾸지 않는 보수층 표심의 특성이 맞물려 나타난 결과로 비쳐지는데 이를 기반으로 인 위원장의 친박 수뇌부 청산 작업만 차질 없이 진행된다면 보수층의 표심을 우선 최대한 흡수해야 하는 반 전 총장 입장에선 대통합을 기치로 새누리당까지 대선 연대에 포함시킬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문제는 이렇게 되면 바른정당의 경우 자신들이 탈당하며 선을 그었던 새누리당과 연대하게 되는 것은 물론 본의 아니게 면죄부까지 주는 모순이 벌어질 수 있어 극렬하게 반발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이 때문인지 이날 정병국 바른정당 창당준비위원장은 새누리당처럼 “새로운 헌법질서로 바꾸는 것도 정치교체”라며 똑같이 개헌을 언급하면서도 “제왕적 패권주의, 기득권에 안주하는 정치 역시 바꿔야 할 때”라고 강조해 친박패권주의 책임론으로 새누리당에 견제구를 던졌다.
 
한 발 더 나아가 대선출마를 사실상 공식화한 유승민 바른정당 의원은 같은 날 개헌을 고리로 한 새누리당과 반 전 총장의 연대 가능성과 관련해 “개헌이란 한 가지 이슈를 갖고 정치적 연대가 가능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국민들이 납득하지 못할 것”이라고 한층 날선 반응을 내놨다.
 
이 같은 유 의원의 발언처럼 새누리당이 던진 개헌이란 화두만으로 반 전 총장의 발길을 돌리게 하기는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여전하지만 이날 현충원으로 나서기 전 반 전 총장이 탄핵으로 직무정지 중인 박근혜 대통령에 대해 “국가원수시고, 새해 때는 제가 인사를 못 드렸는데 전화를 한 번 드리는 게 마땅치 않나”라고 통화 가능성을 열어놔 이를 통한 새누리당과의 접촉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할 수 없을 것으로 관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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