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내 주자, 한 목소리 ‘문재인 때리기’ 나서…귀국 뒤 반기문 행보도 변수

▲ 더불어민주당 대권후보 중 선두를 달리고 있는 문재인 전 대표가 당내 대선주자들로부터 집중포화를 받고 있다. 사진 / 시사포커스DB
[시사포커스 / 김민규 기자] 대선행보를 이어가고 있는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향한 당내외의 견제 수위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지지율 추락에 다급해진 박원순 서울시장이 가장 적극적으로 문 전 대표 때리기에 나서고 있고 문 전 대표를 넘어서면 본선을 바라보게 되는 이재명 성남시장도 이런 흐름에 가세하고 있다.
 
여기에 문 전 대표와 같은 친노 출신이란 특성상 공격을 자제해오던 안희정 충남지사까지 다소 수위조절은 둘지언정 다른 주자들처럼 문재인 때리기로 입장을 선회하면서 대선판은 한층 뜨겁게 달궈지고 있다.
 
우선 문 전 대표가 당내 주류세력을 장악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를 넘어설 방법은 야권 지지자들 중 친문재인 성향이 상대적으로 옅은 중도층 유권자나 비문재인계 민주당 지지층의 표심을 흡수하는 길 뿐이기에 이들을 사로잡기 위한 대대적인 선명성 경쟁이 진행되고 있다.
 
이 뿐 아니라 당 밖에선 유력한 경쟁주자인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까지 본격 등판하게 됨에 따라 문 전 대표 역시 자신을 향한 집중견제를 무산시키는 데에 총력을 기울일 것으로 보여 ‘선두 굳히기’에 성공할 수 있을지 그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 ‘벼랑 끝’ 박원순, ‘문재인 때리기’로 반등 안간힘
 
먼저 문 전 대표를 향해 가장 수위 높은 공세를 펼치고 있는 민주당 대선후보는 박원순 서울시장인데, 현재 민주당 대선주자들 중 가장 저조한 지지율을 보이고 있는데다 조기 현재 대선 가능성은 높은 반면 단기간에 지지율 반등을 노릴 만한 국면전환 요소는 마땅히 없다보니 어쩔 수 없이 이 같은 전략을 택하는 것 외엔 달리 방법이 없었을 것으로 보인다.
 
그래선지 박 시장은 더는 거리낄 게 없다는 듯 지난 7일 자신의 SNS에서 문 전 대표를 겨냥 “패권적 사당화로는 결코 더불어민주당이 정권을 잡을 수 없다”고 날을 세운 데 이어 8일 전주를 방북한 자리에선 “적폐 청산의 대상이지 청산의 주체가 될 수 없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이틀 뒤인 10일에는 아예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과거 참여정부 시절 비서실장을 지냈던 문 전 대표의 경력을 꼬집어 “재벌개혁에 실패하고 불평등을 심화시킨 참여정부를 재현하는 ‘참여정부 시즌2’로는 촛불이 요구하는 근본적 개혁을 이룰 수 없다”고 일침을 가했다.
 
그러면서 그는 “차기 정부는 참여정부 시즌2가 아닌 촛불공동정부여야 한다”고 주장해 눈길을 끌었는데, 11일 광주시의회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선 “정권교체를 위해선 대통령 선거 본선에서 이길 수 있는 후보를 선출해야 하며 이를 위해서는 야권의 공동경선이 필요하다”면서 ‘촛불공동정부’ 수립 구상을 한층 구체화했다.
 
특히 이 자리에서 박 시장은 호남에서 가진 회견임을 의식한 듯 “문 전 대표는 호남 분열과 당의 패권적 운영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며 “참여정부의 대북송금 특검은 호남인의 자존심에 상처를 입혔고 민주당 분당은 호남 분열로 이어졌다. 호남의 단결을 위해선 호남의 자존심을 상하게 한 일에 대한 반성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문 전 대표를 거세게 몰아붙였다.
 
그는 지난 총선 당시 거세게 일었던 호남의 반문재인 정서를 자신에 대한 지지로 흡수할 의도인지 거듭 “노무현 정부의 김대중 정권 대북 송금 특검은 잘못된 것”이라며 “호남 없이도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자만”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밖에 박 시장은 과거 문 전 대표의 연이은 선거 패배 이력부터 분당 사태에 대한 책임 문제에 이르기까지 문 전 대표에게 약점이 될 만한 거의 모든 요소를 언급하며 총공세를 폈는데, 이른바 ‘문재인 대세론’에 대해서도 그는 “대세론이 끝까지 작동한 적은 없다. 무엇보다 대세론에 안주한 채 자만에 빠져선 안 된다”면서 “보름달은 차면 기울고 초승달이 보름달이 되는 것”이라고 견제구를 날리기도 했다.
 
이는 현재 지지율 선두를 달리고 있는 문 전 대표를 보름달로 보고, 지지율이 민주당 대선주자 중 가장 아래에 있는 자신은 초승달에 비유해 앞으로 지지율은 반전될 것이란 호언으로 풀이되는데, 거꾸로 그만큼 현재의 격차에 초조해진 박 시장의 속내를 드러낸 비유로도 해석되고 있다.
 
그래선지 지난 8일 추미애 당 대표가 “오늘부터 당내 대선 경선 룰 마련을 시작하겠다”며 발 빠르게 대선 준비에 들어가는 데 반발한 박 시장은 11일 열린 당헌당규강력정책위원회 회의에 불참한 것은 물론 이날 기자회견에서도 “경선 룰은 후보자끼리 합의하는 게 맞으며 새해 벽두부터 당 대표가 경선 룰을 언급하는 것은 적절치 않고 국민 정서에도 어긋난다”면서 불편한 심경을 내비쳤다.
 
◆ 이재명, 확장성 내세운 ‘차별화’ 전략으로 본선행 노려
▲ 박원순 서울시장(좌), 이재명 성남시장(중), 안희정 충남지사(우) 등 더불어민주당 대선주자들이 선두주자인 문재인 전 대표에 한 목소리로 공세를 펴고 있다. 사진 / 시사포커스DB

이런 가운데 박 시장 못지않게 문 전 대표 추월에 사활을 건 주자는 또 있는데 본선으로 가는 관문은 이제 문 전 대표 뿐인 이재명 성남시장이다.
 
조기 대선으로 선택의 여지없이 배수진을 쳐야 하는 박 시장의 절박한 동기와 달리 이 시장은 문 전 대표만 넘으면 본선 진출하게 된다는 기대가 동기로 작용해 공세에 나서고 있는데, 이 시장은 지난 10일 한국신문방송편집협회 간담회에서 문재인 대세론에 대해 “대세는 깨지기 위해 있는 것”이라고 평가절하한 뒤 “문 전 대표는 보수·진보로 보면 진보 포지션이 가파르지만 저 같은 경우는 비슷하다”며 확장가능성으로 차별화 전략을 폈다.
 
이에 그치지 않고 그는 “제가 하는 이야기들이 보면 보수적이다. 결코 진보적이지 않다”며 “주로 보면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 안철수 전 국민의당 공동대표의 지지율을 제가 흡수했다”고 주장해 문 전 대표를 제치기 위해 필요한 중도층부터 일부 보수층의 표심까지 아우르려는 모습을 보였다.
 
이에 그치지 않고 그는 문 전 대표를 ‘높지만 성장하지 않는 나무’에 비유한 뒤 자신에 대해선 “성장하고 있다”고 상반된 평가를 내놔 마치 ‘보름달’과 ‘초승달’로 문 전 대표와 자신을 비유한 박 시장을 오버랩 시켰다.
 
다만 일부 야권 지지층의 이탈을 우려해서인지 문 전 대표를 비판하는 방식에 있어선 ‘네거티브’식 강공을 펴는 박 시장과는 차이를 뒀는데, 이 시장은 문 전 대표에 대해 “포용적 능력이나 경륜을 다 갖춘 분이고 태평성대를 만들 수 있는 성군의 자질을 가진 사람”이라고 추켜세우면서도 “지금 한국사회는 혁명적 변화의 기로에 서 있다. 용기와 결단, 돌파력, 야전성 등이 필요하지 포용하고 합리적으로 얘기해서 할 수 있는 게 아니다”라고 ‘시대적 필요성’을 들어 자신을 부각시켰다.
 
또 이 시장은 경선 룰에 대해서도 당 지도부가 언급한 데 대해 민감하게 반응했던 박 시장과 달리 11일 MBC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그런 것 가지고 너무 예민할 필요 없다고 생각하고 저도 별로 거기에 대해 크게 어떻게 하든 간에 상관없다”며 대조적인 모습을 보였다.
 
아울러 자신이 하루 전 숙의배심원제를 경선 룰로 제안한 데 대해서도 “일부 후보 측에서 그런 주장을 한 일이 있다. 여론조사보다 정확하지 않느냐 그런 얘기가 있었는데 그런 것도 한 번 고려해볼 수 있다, 이런 취지”라며 “제가 그렇게 표현한 건 아니다. 저는 (경선 룰에) 예민하지 않다”고 선을 그었다.
 
이 같은 발언은 자신에게 유리한 경선 룰을 내세웠다가 자칫 정략적으로 보이기보다 이미 어떤 경선 룰이든 다 따르겠다는 문 전 대표 같은 자세를 취하는 것이 보다 여유롭고 긍정적으로 비쳐질 수 있다는 판단에 따라 내놓게 된 것으로 보인다.
 
그런 차원에서 앞서 박 시장이 자신과 큰 격차를 보이고 있는 문 전 대표를 겨냥해 “적폐 청산의 대상”이라고 비판한 것과 달리 이 시장은 “청산 대상은 아니고, 경쟁대상”이라고 정의해 현 대선 지지도에 따른 당내 대선주자별 온도차를 분명하게 보여줬다.
 
◆ 안희정, 문재인표 공약 꼬집어 우회 공격
 
한편 그동안 문 전 대표와 좀처럼 날을 세우지 않아온 안희정 충남지사도 경선 룰이 거론되고 당이 차츰 대선 준비에 나서면서 본격 공세 전환하는 분위긴데, 안 지사는 다른 대선주자들에 비해 문 전 대표에 대한 공세수위는 상대적으로 낮은 편이지만 문 전 대표가 지난 10일 발표한 재벌개혁 공약이라든지 그간 미온적으로 대응한 개헌 문제 등에 대해 시각차를 드러냈다.
 
일례로 안 지사는 11일 한국프레스센터에서 기자들에게 문 전 대표의 ‘4대 재벌 개혁안’과 관련해 “자유시장경제의 공정경재이란 원칙, 약자 보호란 원칙에 따라 기울어진 경제 생태계를 바로잡자는 건 (문 전 대표와 내 입장이) 똑같다”면서도 “개혁은 보편적인 원칙에 입각해 하는 것이 좋다. 4대 재벌이라고 특정할 필요가 있는지 검토해보겠다”고 에둘러 비판한 바 있다.
 
이처럼 당내 대선주자들의 십자포화를 받고 있는 문 전 대표는 오히려 이들보다 자신의 대선가도에 가장 큰 변수로 작용할 반 전 총장을 견제하기 위해 그가 귀국하기 하루 전인 11일 충청으로 내려가는 모습을 보였는데, 당내외에서 가해지는 압박에 맞서 문 전 대표가 수성에 성공할 수 있을지 세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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