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희정⤑손학규, 정청래⤑박지원, 손혜원⤑김종인 ‘맹공’

▲ 안희정 충남지사가 “손학규 전 대표님께 진심으로 부탁드린다. 정치일선에서 은퇴해주시라”고 말했다. 사진 / 시사포커스DB
[시사포커스 / 오종호 기자] 탄핵정국의 와중에도 해가 바뀌자 바로 대선정국이라도 된 듯 정치인 간의 날선 공방이 치열하다. 더구나 특정인의 특정인에 대한 집중공격이 전개되고 있는데, 안희정 충남지사는 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를, 정청래 민주당 전 의원은 박지원 국민의당 전 위원장을, 손혜원 의원은 김종인 전 대료를 향해 새해공세를 펼쳤다
 
◆안희정 ‘빅텐트’ 주장한 손학규에게 “정계은퇴하라”고 강공
안희정 지사의 손학규 전 대표에 대한 매서운 공세에는 국민의당이 대리방어에 나서 대선을 앞 둔 정당-정치인 간 ‘합종연횡’의 한 단면을 짐작케 했다.
 
안 지사는 3일 오후 페이스북에 “손학규 전 대표님께 진심으로 부탁드린다. 정치일선에서 은퇴해주시라”고 말하며 손 전 대표에 대한 포문을 열었다
그는 “대선을 앞두고 명분 없는 이합집산이 거듭된다면 한국의 정당정치는 또 다시 큰 혼란에 빠지게 된다. 낡은 정치로는 새로운 대한민국을 열 수 없다”면서 “대한민국의 미래는 저희 후배들이 잘 만들어 가겠다. 진심으로 부탁드린다. 저희들을 믿고 은퇴해주시라”고 당부했다.

안 지사가 손 전 대표를 공격한 이유는 손 전 대표의 ‘빅텐트론’ 때문이다.
손 전 대표는 3일 오전 ‘불교방송’라디오 인터뷰에서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이 새로운 나라의 개혁을 위해 일하겠다고 하면 문은 열려 있다”며 “기존 보수세력을 새롭게 개혁해 새로운 나라를 만드는 데 참여하겠다고 하면 같이 생각을 해볼수 있다”고 말해 전날에 이어 ‘빅텐트’발언을 이어갔다. 이 ‘빅텐트’는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과 안철수 국민의당 전 대표,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가 모두 연대하자는 제안이다.
 
안 지사의 요구에 대해 손 전 대표의 정치복귀에 맞춰 민주당을 탈당했던 이찬열 의원(무소속)은 “친문의 홍위병이자 패거리 정치의 행동대장이 돼 다른 정치인에게 칼을 휘두르는 것이 노무현 대통령의 길이요, 새로운 정치를 추구해야 할 차세대 정치인의 길이란 말이냐”며 “친노·친문 정치, 패거리 정치, 상속정치는 그만하면 족하다. 예서 그만두기를 바란다”고 반격했다.

여기에 국민의당도 가세했다. 강연재 부대변인은 “손학규 전 대표에게 정계 은퇴를 촉구하고, 반기문 전 유엔총장에게 정치에 기웃거리지 말라고 말하는 안 지사에게 묻는다”면서 “자신들의 야권 프레임은 정의라고 호소하며, 기득권을 타파하고 새로운 정치질서를 만드는 일은 명분 없는 이합집산으로 매도하는 저의가 너무 뻔하다”고 안 지사를 비판했다.
 
강 부대변인은 "민주주의와 정당정치의 원칙을 강조하는 안 지사는 민주당 지도부와 문재인 전 대표가 말하는 야권통합에 대해서는 어떤 의견을 갖고 있느냐"고 문 전 대표를 함께 겨냥했는데, 문 전 대표는 "선거 때가 닥치면 정치인들이 이합집산하거나 정계개편 움직임을 보이는 것은 흔한 일"이라며 "그러나 새누리당의 정권연장을 돕는 일은 하지 말아야 한다"고 안 지사를 지원했다.
 
◆ 국민의당 “안희정은 문재인의 호위무사-홍위병-한명회”라며 대리방어
문병호 국민의당 의원도 “손학규 전 대표에게 대놓고 정계은퇴를 요구하는 것은, 문재인 전 의원을 띄우기 위한 페이스메이커 정도가 아니라 아예 문재인의 호위무사를 자처한 것”이라며 “안 지사는 자신의 망언을 즉각 철회하고 국민 앞에 사죄해야 한다. 아니라면 자신의 대선 출마 목적을 솔직하고 투명하게 국민 앞에 밝혀야 한다”고 몰아붙였다.
 
안 지사는 “동지가 해마다 바뀌냐”며 곧바로 반격에 나섰다.
그는 4일 오전 tbs ‘김어준의 뉴스공장’ 인터뷰에서 “정당이라고 하는 것은 우리가 서로 동지가 되어 나라를 잘 이끌어보자고 만든 조직 아닙니까. 그런데 그 동지가 어떻게 해마다 그렇게 수시로 바뀝니까”라며 “손학규 대표님만 하더라도 2007년 3월에 한나라당을 하시다 탈당하셨다. 함께 경선하자고 하다가 불리하다고 탈당하는 건 정당으로서 있을 수 없는 얘기”라고 말했다. 이어서 그는 김종인 전 대표가 반기문 전 총장에 호감을 표한 것에 대해서도 “자당의 소속 후보들이 있는데 왜 다른 데 가서 그러시는지 모르겠다. 동지로서 한 당을 하고 있다는 원칙, 동지로서의 약속을 했다는 사실에 주목을 해서 서로 언행을 조심해달라”고 비판했다.
 
안 지사의 반격에 국민의당은 김동철 비상대책위원장까지 나서 “손 전 대표의 정계 은퇴를 주장한 안 지사의 발언을 들으면 530년 전 한명회가 떠오른다. ‘문재인의 한명회’가 돼 폐족에서 왕족으로 부활하기 위해 문 전 대표를 옹호하는 모습이 한심하다”면서 “안 지사의 발언이 진정성이 있으려면 대권패배, 야권분열의 책임이 있는 문 전 대표의 정계은퇴부터 주장해야 한다”고 공세의 수위를 높였다.
 
이에 안 지사 측 관계자는 김 비대위원장에 대해 "며칠 남지도 않은 분의 말에 일일이 대응하지 않겠다. (안 지사의 지적이) 아프셨던 모양"이라고 말하면서 공방은 잠시 중단된 상황으로 보인다.
 
안 전 지사의 손 전 대표에 대한 공세에 국민이당이 발끈하며, 손 전 대표를 방어하고 나선 것은 손 전 대표의 영입을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보이는데 대리공격의 효과는 거둔 것으로 보인다. 반면 안 지사는 민주당을 탈당하고 국민의당 등 여기저기를 기웃거리는 것으로 보이는 손 전 대표가 못마땅했을 것이다. 이 공방에서 안 전지사는 문 전 대표의 ‘호위무사’로 낙인이 찍혔는데, 그로서는 ‘억울’할 수도 ‘뜨끔’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가 ‘억울’했는지 ‘뜨끔’했는지는 앞으로도 저격수로 계속 나서는지 여부를 지켜볼 일이다.
 
◆ 정청래, “박지원 당대표 당선되면, 박지원패권주의 타도세력에 시달릴 것”
손 전 대표에 대해서는 ‘당대포’를 자임하 바 있는 정청래 민주당 전 의원도 거들었는데, 6일 오전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손 전 대표의 거취에 대해 “개혁보수당이나 국민의당이나 둘 중에 하나지 않겠습니까? 저는 지금 갈 것을 예상해 놓고 지금 분위기 띄우고 있고 본다”면서 “제가 봤을 때는 대선 이후에 다시 만덕산으로 들어가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비꼬았다.
 
▲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전 의원이 박지원 국민의당 전 비대위원장에게 “개헌하자고 얘기하는 것은 정략이 숨어 있다”고 말했다. 사진 / 시사포커스DB
정 전의원은 박지원 국민의당 전 비대위원장에 대해서도 “‘두 달 전에는 개헌이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 개헌하자고 얘기하는 것은 정략이 숨어 있다’고 말했는데 지금은 개헌하자. 즉각 지금 개헌하자라고 당론을 정했다”면서 “개헌이라고 쓰고 다 모이라는 깃발용으로 쓰는 거다”라고 지적했다. 또 “개헌을 얘기한 분들은 대선에서 실제로 대통령이 될 수 없는 분들, 루저들 연합의 합창”이라고 비꼬기도 했다.
 
그는 3일에는 국민의당 전당대회가 공식화되자 당 대표에 출마한 박 전 위원장에게 “박지원 후보님, 압승하세요”라면서 “박 후보가 과반 이상 득표로 압승할 듯. 이분도 당 대표 한을 풀어야지요. 당 대표 되고나서 박지원패권주의 타도하자는 비박(지원) 세력에 시달릴 듯”이라고 비아냥댔다.
 
정 전 의원은 국민의당이 개헌을 당론으로 채택한 지난해 23일에는 트위터를 통해 "개헌은 물리적으로 불가능하고 정략이 숨어있다고 경고했던 당신"이라고 ‘당신’이라는 호칭을 쓰면서 “오늘 국민의당 개헌 당론채택은 어떤 정략이 숨어있습니까?”라고 맹공을 퍼부었다.
그는 이어 박 전 위원장이 손 전 대표를 만난 것에 대해서는 “손학규 회동. 반기문-김무성-김종인도 개헌파, 개헌 깃발 아래 제3지대 제2의 3당 야합 시동. 나의 예언은 100%적중한다”고 비꼬았다.
 
◆ 정청래 “제2의 3당 야합시도하면 박지원도 탄핵대상” 예언적 경고
정 전 의원은 지난해 2일에는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안 발의를 위한 야3당 합의에 박 위원장이 “어느 정도 보장이 된 상태에서 탄핵안을 발의해야지 부결될 것을 빤히 알면서 발의하면 결과적으로 박 대통령에게 면죄부를 주고 국민만 혼란하다”고 거부한데 대해서도 공세를 가했다.
그는 트위터에 “박지원 대표님, 김무성과 잘 통한다면서요”로 시작하는 글에서 "지금까지 연대한다 어쩐다 하시더니 어떻게 된 겁니까? 지금까지 그렇게 비박에 공들이고 다 된 것처럼 하시더니...이럴 때 현란한 정치기술이 필요합니다. 박지원 화이팅!"이라고 비꼬았다.
 
정 전 의원은 지난해 6일에는 박 위원장이 트위터에 “민주당에서 박근혜 대통령 탄핵소추안의 내용 중 ‘대통령의 세월호 7시간’을 삭제하자고 주장한 것을 반대한다”고 글을 올리자 이를 리트윗하면서 “추미애 대표에게 확인한 결과 세월호 7시간에 대한 박근혜의 직무유기혐의는 당론으로 애초에 원안에 있었고, 이에 대한 변경은 한번도 논의된 적도 없다고. 참 유감스럽다”라는 반격의 글을 올렸다.
 
정 전 의원은 탁핵정국이 막바지로 치닫던 지난해 11월 29일에는 ‘박지원 대표 부탁대로 휴전을 합니다’라는 제목으로 “박근혜 탄핵을 앞두고 힘을 모아야하니 원대로 잠시 탄핵을 위해 휴전합니다. 그 대신 탄핵 후 제2의 3당 야합을 시도할 시 박 대표도 탄핵대상임을 경고합니다. 그런 불행한 일이 없으시길 바랍니다”라고 트위터에 글을 올리기도 했다.
 
◆ 김종인에 “억지 부리지 마시라”던 손혜원 ‘마크맨’자임
정 전 의원은 박지원 비대위원장 취임 무렵부터 팟캐스트 등에 출연해 공개적으로 ‘그의 마크맨으로서 감시하고, 공격할 것’이라고 밝혔는데, 4일에는 팟캐스트 ‘정치알바’에 함께 출연한 손혜원 의원에게 “마크할 사람이 너무 많다. 나눠맞자”고 제안했다.
이에 손 의원이 자원한 ‘마크맨’은 오랜 인연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총선공천과정에서 ‘정청래 컷오프 사건’으로 돌린 김종인 전 대표였다.
 
▲ 손혜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김종인 전 대표에게 “억지부리지 마시라”고 말했다. 사진 / 시사포커스DB ⓒ손혜원 의원 페이스북
손 의원은 이미 전날인 3일 페이스북에 김 전 위원장이 문 전 대표를 향해 "당도 하나 제대로 추스르지 못했던 사람이고, 작년 총선을 불과 몇 달 앞두고, 당을 와해 직전까지 몰고 갔던 사람 아니냐"고 주장한다면서 “일 년도 안됐는데 벌써 잊으신 것 같다. 당을 와해 직전으로 몰고 갔던 탈당파 사람들이 누군지는 세상이 다 아는 일인데 억지 부리지 마시라”고 공겨을 가했었다.
 
손 의원은 이어서 “총선을 불과 몇 달 앞두고 와해 진전의 당을 구해낸 게 본인(김 전 위원장)이라고 계속 주장하시는데 그 어려운 때 '본인'을 모셔다 당을 구한 것은 누구입니까”라고 되물으면서 “우리나라 헌정 사상 총선을 앞두고 당을 위해 모든 것을 내려놓고 자진해서 다른 사람에게 총선의 모든 권한을 양보한 당대표 있습니까”라고 문 전 대표를 옹호했다.
손 의원은 “'본인'이 어떻게 '이 당'에 오셨는지 부디 기억하시기 바란다”고 김 전 위원장을 몰아붙이기도 했다.
 
‘문재인 대통령 만들러 민주당에 왔다’고 공언하고 있는 손 의원의 김종인 전 대표에 대한 공격이 어떻게 전개될지도 흥미롭다.
 
이들 3인의 각각의 상대에 대한 집중공격은 민주당 밖에서 정당 간, 정치세력 간의 이합집산의 조짐이 보이는데서 시작됐고, 앞으로 정치권의 이합집산과 합종연횡은 더욱 구체화 될 것이기에 그에 따라 이들의 공격의 방법과 강도는 더욱 세어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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