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박 맏형’ 서청원, 인명진에 탈당 요구…인적 청산 제동 걸리나

▲ 새누리당의 인적 청산이 인명진 비대위원장(좌)과 친박계 맏형 서청원 의원(우)의 정면대결 구도로 비화되면서 순탄치 못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사진 / 시사포커스DB
[시사포커스 / 김민규 기자] 인명진 비대위원장의 탈당 요구로 궁지에 몰린 친박 핵심 인사들이 저마다 엇갈린 반응을 내놓는 가운데 친박계 맏형인 서청원 의원은 지난 4일 이 같은 압박에 강하게 반발하며 정면대결을 택해 당 쇄신 전망에 암운이 드리워지고 있다.
 
즉, 그간 이정현 전 대표의 자진 탈당 선언을 필두로 정갑윤 전 국회부의장, 홍문종 의원도 자신의 거취를 당 지도부에 내맡기는 등 친박계에 감돌던 일종의 백기 투항 기류도 반전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게 된 상황인데, 이렇듯 인적 청산이 당내 충돌을 격화시키면서 야권에 비판의 구실을 주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높아지고 있다.
 
다만 대선을 목전에 둔 상황에서 비대위에 대한 서 의원의 이 같은 역공이 그렇다고 당에 별 다른 이익을 가져오는 것도 아니다 보니 이번 사태로 인 위원장이 물러나게 된다고 해도 향후 쇄신 동력만 떨어뜨릴 것이란 부정적 시선이 적지 않다.
 
◆ 벼랑 끝 서청원, ‘판 뒤집기’ 성공할까
 
인명진 새누리당 비대위원장이 인적 청산을 내세워 친박 핵심 인사들의 숨통을 조이면서 결국 일부 친박 친박 핵심 인사들의 백기 투항을 점점 유도해내자 한층 절박한 처지로 몰린 친박계 맏형 서청원 의원은 결국 지난 4일 기자회견을 열고 인 위원장에 전격 선전포고를 했다.
 
서 의원은 이날 회견에서 자신이 영입했던 인 위원장을 겨냥해 “당의 비대위원장으로서 봉사하기 보다는 권력을 남용하고 있다. 합법적인 절차를 밟기보다 자신의 독단과 독선으로 당을 이끌고 있다”며 “지금 당장 당을 떠나야 한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이에 그치지 않고 그는 “국회의원들을 전범 ABC로 분류하고 정치적 할복자살을 강요하며 노예취급하고 있다”며 “당 화합과 미래희망에 대한 당원들의 요구를 무시하고 당을 갈등과 분열로 이끌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서 의원은 인 위원장의 인적 청산을 ‘인민재판식 의원 줄 세우기’라고 혹평하고, 의원들에게 다시 돌려주겠다면서 탈당계 제출을 요구하고 있다는 제보가 들어온다는 의혹까지 제기했다.
 
한 발 더 나아가 그는 인 위원장이 대선 이후 자신을 국회의장으로 모시겠다고 말했다면서 이른바 ‘사전 밀약설’까지 언급했는데, 이로써 인적 청산은 차치하고 발언의 진위 여부에 급격히 관심이 집중되면서 완전히 진흙탕 싸움으로 비화됐다.
 
심지어 서 의원은 자신에게 탈당 압박을 가하는 인 위원장을 마치 고모부 장성택을 숙청하던 북한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으로 비유할 만큼 그간 깊어진 감정의 골을 드러냈다.
 
특히 그는 “정치인의 거취는 정치인 자신의 결단에 의해 이뤄진다”면서 인 위원장이 당을 떠나면 자신도 탈당할 수 있다고 아예 배수진을 쳤다.
 
이 같은 서 의원의 사활을 건 역공에 직면한 인 위원장은 5일 여의도 당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새누리당이 정치하는 곳인 줄 알았는데, 와서 보니까 교회더라. 서청원 집사님이 계신 교회”라며 “내가 손들고서 비대위원장을 하겠다고 온 것이 아닌데 잘못 왔다는 생각이 확 난다”고 후회한다는 뜻을 내비쳤다.
 
또 그는 서 의원이 ‘탈당계를 나중에 돌려주겠다고 했다’든지 ‘국회의장으로 모시겠다고 했다’고 주장한 데 대해선 적극 반박했는데, “나는 그런 얘기를 해본 적 없다”고 선을 그은 뒤 “대통령 감이다 국회의장 감이다 덕담으로 하는데 혹시 착각해서 진담으로 알아듣고 나중에 안 되면 거짓말쟁이다 하면 어떻게 하느냐”며 극구 부인했다.
 
오히려 인 위원장은 전날 서 의원의 기자회견에 대해 “내가 딱 보니 (서 의원) 스스로 탈당을 선언한 것”이라고 비꼬아 자신을 향한 반격이 서 의원 본인에게 자충수임을 강조했다.
 
이 같은 그의 발언은 박근혜 정부의 실패에 대한 책임에서 자유롭지 않은 현재의 친박 핵심 인사들이 인적 쇄신 과정에서 큰 반발을 일으켜봐야 명분도 없고 당내에서 공감을 얻기도 힘들다는 점을 지적한 것으로 해석되는데, 그런 점에서 서 의원의 반격은 궁지에 몰린 친박 핵심 인사들의 결집을 불러오기보다 공멸을 앞당길 것이란 분석도 나오고 있다.
 
실제로 정우택 원내대표도 5일 주요당직자 회의에서 비대위의 탈당 요구에 맞서고 있는 서청원, 최경환 등 친박 핵심 인사들을 겨냥해 “일부가 아직도 기득권에 연연하고 당원의 염원을 알지 못해 결단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이는 데 안타깝다”며 “여당 중진으로서 오로지 국민만 바라보며 책임 있는 판단을 해주시리라 기대한다”고 일침을 가했다.
 
정 원내대표는 이어 “국민이 용서할 때까지 흔들림 없이 쇄신해야만 새누리당이 살고 이것이 혁신 대원칙”이라며 “인적쇄신을 최대한 신속히 마무리 짓고 혁신 본론인 정책쇄신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혀 어떤 저항이 있든 인 위원장의 인적 청산에 힘을 실어주겠다는 의사를 분명히 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같은 날 당사에서 인 위원장과 면담 직후 기자들과 만나선 “한 발짝 뒤로 물러서시는 게 조금이라도 그분들에게 불명예스럽게 비춰진다면 찬성하지 않을 것”이라며 “일시적인 그런 정치적 책임을 지고 한 발 물러나서 ‘당이 잘 되기 위해 내가 모든 걸 희생한다’는 말씀을 하실 때 당도 재창당 수준의 개혁으로 나아가게 해주는 것”이라고 강조해 이번 인적 청산 조치가 국면전환을 위한 ‘일시적’ 조치란 뉘앙스를 풍겼다.
 
이 같은 호소에도 불구하고 서 의원은 어차피 더 물러날 곳이 없어서인지 전날에 이어 이날 역시 인 위원장을 향해 강경 발언을 이어갔는데, 수원에 있는 경기도당 신년인사회 자리에서 그는 인 위원장이 지난 3일 “박근혜 대통령이 국회에서 탄핵당했다. 일본 같으면 (책임지고) 할복한다”고 친박 수뇌부를 압박한 걸 꼬집어 “죽음을 강요하는 성직자는 한국에 단 한 분 밖에 없다. 어떻게 성직자가 의원보고 할복하라고 하느냐”고 맞받아쳤다.
 
그러면서 그는 인 위원장이 목사 출신이란 점을 들어 “거짓말하는 정치인이 싫어 성직자를 모셨는데 할복, 악성종양 같은 막말을 했다”면서 “그 분은 새누리당 비대위원장 자격이 없다. 내가 잘못 모셔왔다”고 후회막급하다는 심정까지 토로했다.
 
이렇게 인적 청산을 놓고 벌어진 인 위원장과 친박 핵심 간 갈등이 그 끝을 모르고 치달으면서 이날 인 위원장과 오찬을 가지려던 새누리당 상임고문단은 현 상황에 부담감을 느꼈는지 돌연 일정 연기를 제의해 와 결국 무기한 연기되어 버렸는데, 이 때문에 인 위원장의 인적 청산이 불협화음을 극복하고 끝까지 단행될 수 있을지도 점차 불투명해지고 있다.
 
◆ 서청원의 ‘인적 청산 흔들기’에 野까지 가세
 
▲ 개혁보수신당 중앙당 창당발기인대회가 5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 큰강당에서 진행된 가운데 단상에 나선 홍문표 의원이 인적 청산 문제로 진통을 겪는 새누리당에 대한 비판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 / 시사포커스DB

무엇보다 이런 혼란을 당장 호재로 여긴 야권까지 맹공을 퍼부으면서 불안정해진 당 상황에 대한 부담감을 가중시키고 있는데, 실제로 같은 날 윤관석 더불어민주당 수석대변인은 “친박들이 인명진 목사를 비대위원장으로 초빙한 것은 눈속임으로 국민들을 속이려고 했던 것임이 또다시 자명하게 밝혀졌다”며 “비대위원장과 친박들이 서로 떠나라고 싸우고 있지만 국민들은 이런 막장드라마를 벌이는 새누리당과 친박 모두 정치를 떠나라고 요구하고 있다”고 공세수위를 높였다.
 
여기에 홍문종 개혁보수신당 의원도 이날 오후 국회에서 열린 중앙당 창당발기인 대회에서 “인명진 목사는 남의 집 부엌에 들어가 조자룡 헌 칼 쓰듯 칼을 마구 휘두르고 있고, 친박 실세들은 썩은 동아줄이라도 잡아 정치적 생명 연장을 위해 추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며 인적 청산을 놓고 진통을 겪는 새누리당 상황을 싸잡아 비판했다.
 
특히 새누리당을 탈당한 비박계가 세운 개혁보수신당은 기존의 새누리당을 대체하는 보수층의 새로운 대안정당이 되겠다고 천명한 만큼 이들이 창당 준비를 착착 진행해 나가는 반면 인적 청산조차 제대로 진행하지 못하고 초반부터 암초에 부딪힌 새누리당의 모습은 이들과 더욱 대조를 이뤘다.
 
그나마 새누리당에게 있어 다행이라면 이정현 전 대표 이후 친박 중진인 정갑윤 의원이 이날 탈당계를 제출한 데 이어 홍문종, 이주영, 김정훈 등 30명 이상의 현역 새누리당 의원들이 자신의 거취를 인 위원장에 맡기겠다며 위임장을 제출할 정도로 인적 청산에 동조하는 분위기는 나름 유지되고 있다는 것이다.
 
그렇지만 문제는 친박 수뇌부인 서청원, 최경환 의원은 차치하더라도 조원진, 이장우 전 최고위원, 윤상현, 김진태 의원 등 이른바 강성 친박계 인사들 중에선 여전히 누구 하나 인 위원장의 요구에 답하지 않고 있어 정작 독설까지 쏟아내며 이들을 조준했던 인 위원장의 인적 청산 방침은 ‘빈 수레가 요란하다’는 지적만 받은 채 흐지부지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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