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단체들 특검에 ‘사드 부지 제공’ 수사 요청, “외교농단-평화농단 사태 핵심”

▲ 사드배치철회 성주투쟁위원회, 사드배치반대김천시민대책위원회 등 시민단체들은 5일 오전 박영수 특검팀에게 "박근혜 정권과 롯데의 사드배치 부지 제공관련 정경유착 의혹을 수사하라"고 촉구했다. 사진/고승은 기자
[시사포커스/고승은 기자] 박근혜 정권에서 발표된 한반도 사드배치와 관련, 배치 부지로 성주골프장을 내놓은 롯데그룹 대한 특검의 수사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이어졌다. 국회의 ‘박근혜 탄핵소추안’에도 적시된 롯데에 대한 정경유착 수사를 철저히 하라는 것이다.
 
사드배치철회 성주투쟁위원회, 사드배치반대김천시민대책위원회, 사드한국배치저지전국행동 등 시민단체들은 5일 오전 박영수 특검 사무실이 위치한 대치빌딩(선릉역 인근)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박근혜 정권과 롯데의 사드배치 부지 제공관련 정경유착 의혹, 특검이 수사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들은 “롯데그룹의 미르·K스포츠재단 출연이 신동빈 회장 등 총수일가 구속을 면하거나 서울 시내면세점 사업자 선정을 위한 대가성 뇌물이 아니었는지 의혹이 제기되는 상황에서 사드 배치 부지제공이 롯데그룹의 ‘또 다른 뇌물’로 작용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특히 국방부의 사드 배치 부지 취득 방식이 롯데상사가 희망했던 ‘공익사업을 위한 토지 등의 취득 및 보상에 관한 법’에 따른 현금보상이 아닌 ‘국유재산법’에 근거한 교환 방식으로 결정된 점을 의혹으로 지목했다.
 
국방부는 롯데와 성주골프장 부지와 경기 남양주의 군용지를 교환하는 것에 합의했다고 발표했다. 국방부가 국회의 감시를 피하기 위해서 이같은 ‘꼼수’를 썼다는 지적이 나온다. 토지보상법을 따를 경우, 현금으로 보상해야 하는 만큼 국회 예산심의가 불가피하다.
 
이들은 지난 9월 신동빈 롯데회장의 구속영장 기각이 결정된 직후, 성주골프장이 사드 배치로 최종 발표된 것과 함께 지난 12월 서울시내 신규면세점 사업자로 롯데가 선정된 점을 들며 “박근혜 정권과 롯데 사이의 모종의 거래가 있었던 것은 아닌지 합리적인 의심을 하지 않을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7월 성주시내와 인접해 있는 성주읍 성산리 성산포대가 사드 배치지로 발표된 직후, 성주군민들은 지금까지 매일 촛불집회를 열고 있다. 다음달 느닷없이 ‘제3후보지’로 성주군 초전면에 위치한 성주골프장이 사드 배치지로 등장했을 때, 김천시민들도 매일 촛불을 들기 시작했다. 5일부로 성주는 177일째, 김천은 138일째다.
 
김선명 원불교성지수호비대위원장은 “성주김천 주민들의 촛불로 인해 ‘박근혜 탄핵’이라는 결정타가 가해졌지만, 아직 마지막 단추는 박영수 특검에 달려있다. 사드라는 것이 절차적인 정당성 확보하지 못한 것은 물론, 민주주의 체제를 유린하는 것이라는 것을 알게 됐고, 사드를 통해 한반도의 안보를 담보할 수 없는 체계라는 것이 드러났다.”며 “특검수사를 통해 반드시 정의가 실현되는 대한민국이라는 것을 입증해주시길 간절히 요청한다”고 말했다.
▲ 롯데그룹은 사드 부지를 내준 대신, 신동빈 회장의 불구속 및 서울시내면세점 사업권 획득을 맞바꾼 것이 아니냐는 의혹에 휩싸여 있다. 사진/고승은 기자
안진걸 박근혜정권퇴진비상국민행동 상임운영위원은 “신동빈 회장은 자신이 구속되는 것을 피하기 위해 주민들에게 피눈물을 안기고, 한반도에는 전쟁의 먹구름을 주고, 원불교성지까지 훼손하는 일이 벌어진 것”이라며 “박근혜-최순실 등의 외교농단, 평화농단 사태의 핵심에는 롯데그룹과의 정경유착 관계가 있는 만큼 특검팀이 전면적으로 수사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한반도 사드 배치를 자국의 영토 주권을 건드리는 문제로 받아들이며 강력 반발 중인 중국은 암묵적으로 한한령(限韓令)을 통해 한류를 제제하고 있다. 또 한국발 전세기 운항을 전격 불허하는 등, 국내 면세점 업계에도 직간접적인 타격을 가하고 있다. 아울러 LG화학과 삼성SDI 배터리를 탑재한 전기차에 대해 배터리 보조금을 지급하지 않기로 결정하는 등, 한국 자본을 상대로 꼼꼼한 보복을 암묵적으로 가하고 있다.
 
 
◆ ‘전방위 압박’ 파장 롯데, ‘사드 배치’ 이사회 연기
 
특히 사드부지를 내준 롯데에 대한 중국 당국의 보복은 정말 꼼꼼하다. 중국 당국은 지난해 11월 29일부터 베이징, 상하이, 청두 등지의 중국내 150여개 점포에 소방안전 및 위생점검단이 나와 조사를 벌이고 있으며 동시에 세무조사도 벌이고 있다. 롯데처럼 전방위 조사를 받는 한국 기업은 물론, 다른 글로벌 기업 중에서도 없는 것으로 전해진다.
 
한국의 최대 무역국인 중국에서 직접적인 타격을 입고 있는 롯데는 국방부와 토지교환을 의결하는 이사회를 지난 3일 개최할 예정이었으나, 이사회를 돌연 연기했다. 롯데 입장으로선 한쪽에선 탄핵된 정부의 압박을, 다른 한쪽에선 중국의 보복을, 또 한쪽에선 야당과 시민사회단체의 강력한 수사 압박을 받고 있는 셈이다.
 
국회 내 대표적인 군사전문가인 김종대 정의당 의원은 5일 상무위회의에서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중국을 방문해 쿵쉬안유 중국 외교부 부장조리와 왕이 외교부부장을 연달아 면담한 사실을 거론한 뒤 “사드 배치로 인한 우리의 경제적 손실 우려는 비단 민주당 의원에서만 나오는 것이 아니다. 이미 중국 현지에서 보복성 세무조사를 받고 있는 롯데는 국방부와 토지 교환을 의결하는 이사회를 전격적으로 연기했다”고 언급했다.
▲ 롯데 입장으로선 한쪽에선 탄핵된 정부의 압박을, 다른 한쪽에선 중국의 보복을, 또 한쪽에선 야당과 시민사회단체의 강력한 수사 압박을 받고 있는 셈이다. ⓒ뉴시스
김 의원은 이어 “롯데는 토지 맞교환 방식으로 추진되던 국방부와의 협상에 새삼 난색을 표명하며 현금보상을 요구하는 쪽으로 방향을 전환하고자 하는 희망도 드러내고 있다”며 롯데 측의 달라진 분위기를 전했다.
 
그러면서 “이렇게 될 경우 한미당국의 무리한 사드배치 시도는 상당한 차질을 빚게 될 것이다. 야당만 사드배치를 반대하는 것이 아니라 이제는 기업이 나서서 한중 관계 파국을 걱정하는 처지에 이르렀다”며 중국 당국에 시달리는 롯데 측도 분위기가 달라졌음을 강조했다.
 
하지만 황교안 권한대행 총리 등은 ‘박근혜 탄핵’ 이후에도 박근혜표 정책들을 그대로 강행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내고 있다. 기업들이 얼마나 손해를 보든, 대안이나 대책은 하나라도 있는지 의문이 드는 대목이다.

김 의원은 “지금 박근혜 아류정부는 끝내 국가를 말아먹을 작정인가보다”라며 김장수 주중대사가 ‘사드 배치 철회시, 한국은 중국의 속국이 될 것’이라는 얘기를 자신에게 했음을 전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현 정부는 가짜 안보를 위해 경제를 희생시킬 수 있다는 위험한 집단사고의 노예로 전락하고 있다”고 질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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