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명진 강공에 친박계 반발 격화…‘자진 탈당’ 놓고 치킨 게임 돌입

▲ [시사포커스 / 고경수 기자] 새누리당 정우택 원내대표가 2일 오전 서울 여의도에 위치한 새누리당 당사에서 열린 사무처 시무식 참석 후 이정현 전 대표가 탈당을 밝힌 것과 관련해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시사포커스 / 김민규 기자] 비박계의 집단 탈당으로 ‘분당 사태’까지 맞았던 새누리당이 이번엔 당 쇄신 차원에서 영입한 인명진 비대위원장의 ‘친박 청산’ 방침으로 인해 크게 요동치고 있다.

여기에 지난 2일 이정현 전 대표의 자진 탈당으로 친박 핵심 인사들에 대한 인적 청산 기류가 한층 확산될 조짐을 보이자 그간 비박 신당을 견제하기 위해 가급적 당 내홍 모양새를 내비치지 않으려던 이 ‘인적 청산 대상자’들은 더는 참지 못하고 인명진 비대위원장과 노골적인 신경전을 벌이기 시작했다.
 
하지만 대선이 시작되기 전에 어떻게든 당 쇄신 작업을 마무리 지어야만 하는 인 위원장 역시 한 발짝도 물러서지 않은 채 친박계에 대한 압박수위를 높이고 있어 한층 갈등은 격화되고 있는데, 일찌감치 비박계의 탈당으로 타격을 입은 새누리당이 이젠 아예 회생불능의 지경으로 지리멸렬해 버리는 건 아닌지 걱정 어린 시선이 늘어나고 있다.
 
◆ 이정현 탈당에도 꿈쩍 않는 친박계, 이유는?
 
친박 핵심 인사 중 이정현 전 새누리당 대표는 현 비대위의 친박 청산 방침을 수용해 지난 2일 가장 먼저 자진탈당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
 
지난달 16일 당 대표직 사퇴 선언 이후 민생투어에 나서 정치 일선에선 모습을 감췄던 이 전 대표는 이날 돌연 문자 메시지를 통해 “직전 당 대표로서 모든 책임을 안고 탈당한다”며 사흘 전 인명진 비대위원장의 ‘인적 청산’ 선언에 화답했다.
 
심지어 이 전 대표는 같은 날 정우택 원내대표에게 별도로 보낸 문자 메시지에선 “(자신의 탈당을) 디딤돌 삼아 당이 화합하게 해달라”며 “제가 걸림돌이 된다면 그건 도리가 아니다”라고 자성하는 모습까지 보이기도 했다.

이에 정 원내대표는 3일 원내대책회의에서 이 전 대표의 자진탈당 결정에 대해 “나라와 당을 위해 어렵고 가슴 아픈 결단을 해준 걸 거듭 높이 평가한다”면서 “이 전 대표가 내린 결단이 당내 인적 쇄신의 계기가 돼 보수정당이 국민의 사랑을 받는 동력이 되도록 모두 힘을 모아야 한다”고 인적 청산을 가속화할 전기로 삼겠단 의지를 드러냈다.
 
앞서 그는 같은 날 여의도 당사에서 기자들에게도 “이정현 전 대표의 탈당으로 새누리당이 친박당 색깔을 벗었다고 과연 국민들이 생각하겠나”라며 이 전 대표만 탈당하는 수준에서 인적 청산을 매듭짓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해 서청원, 최경환 의원 등을 비롯한 친박 핵심 인사들을 거세게 압박한 바 있다.
 
특히 이날 원내대책회의 직후 정 원내대표는 서청원, 최경환 의원의 자진탈당 가능성과 관련해 “선당후사의 마음을 가져주지 않을까 생각한다”면서 “고통 없는 개혁은 개혁이 아니다”라고 못 박아 노골적으로 탈당할 것을 촉구했다.
 
그러면서 그는 “남의 신상 문제라 얘기는 안 하지만 많은 정상적이고 합리적 생각을 가진 의원님들도 여러 생각을 통일되게 갖고 있을 것”이라며 “이런 고통 없이는 아마 새 집을 짓는데 어렵지 않을까 보고, 국민도 이런 산통이 당산들 고통을 겪는 과정을 보면 볼수록 우리 당에 대한 신뢰가 더 높아질 것”이라고 인적 청산 방침의 정당성을 역설하기도 했다.
 
이처럼 정 원내대표가 인명진 비대위원장의 인적 청산 주장에 크게 힘을 실어주면서 인 위원장 역시 한껏 목소리를 높였는데, 그는 3일 오전 여의도 당사에서 기자간담회를 통해 “인적청산의 핵을 없애야 한다. 핵을 제거해야 악성종양으로 번지지 않을 수 있다. 그래야 새누리당이 살 수 있다”며 친박 핵심 인사들을 아예 ‘암덩어리’에 비유했다.
 
이에 그치지 않고 인 위원장은 재차 친박 핵심 인사들을 겨냥해 “의원직은 유지하고 당만 좀 나가달라고 하는데 그것도 못한다? 나 같으면 국회의원직도 내놓고 농사를 짓든 그렇게 하겠다”면서 “정치고 나발이고 그게 인간적 도리가 아니냐. 국민들이 뭐라 하겠나”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한 발 더 나아가 그는 친박계 맏형이자 인적청산 대상자로 꼽히고 있는 서청원 의원이 지난 2일 소속 의원 전원에게 편지를 보내 현재 당에서 추진하는 인적 청산 방식을 문제 삼은 데 대해서도 “당 대표에 대한 무례다. 예의를 갖춰야 한다”며 “국민의 70%가 우리당 인적청산을 요구한다. 어린 애들도 아니고 스스로 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오히려 맞불을 놨다.
 
앞서 서 의원은 서한을 통해 “임기가 3년도 넘게 남은 국회의원들을 절차도 무시한 채 인위적으로 몰아내는 건 올바른 쇄신의 길이 아니다”라며 “인적 쇄신이나 책임지는 자세를 부정하진 않지만 그 방식과 형식은 민주적인 절차에 의한 것이어야 한다”고 당 지도부를 비판한 바 있는데, 인 위원장은 이를 인적 청산을 무력화하려는 시도로 보고 분명히 선을 그은 것이다.
 
이런 가운데 새누리당 초선 의원 21명도 이날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인 위원장과 2시간 정도 간담회를 가진 뒤 인적 청산 방침을 적극 지지하기로 뜻을 모았는데, 간사격인 박찬우 의원은 이날 브리핑을 통해 “인 위원장이 인적 쇄신이 혁신의 시작점이라고 한 데 대해 대체적으로 공감하는 분위기”라며 “국민이 납득할 때까지 반성과 책임을 지면서 쇄신하고, 당이 완전히 거듭나야 한다는 인식을 같이 했다”고 회동 결과를 전했다.
 
◆ 친박 수뇌부, 인적 청산 사실상 거부…맞대결 격화
 
▲ [사진 / 시사포커스DB] 친박계 맏형으로 인적 청산 대상으로 꼽히고 있는 서청원 새누리당 의원이 인명진 비대위원장의 인적 청산 방침에 대해 당을 분열시킬 수 있다며 강한 우려를 표했다.

이 같은 분위기 속에서 궁지에 몰린 친박 핵심 인사들은 불쾌감을 감추지 못하는 것은 물론 아무래도 이런 식으로 밀려날 수는 없다는 입장인데, 친박계 좌장인 최경환 의원은 지난 2일 대구시당·경북도당 강당에서 열린 신년인사회에서 “모두가 떠나고 마지막 한 사람이 남을 때까지 새누리당을 지키겠다”며 사실상 자진탈당을 거부했다.
 
강성 친박 인사로 꼽히는 조원진 전 최고위원도 이 자리에서 탈당 여부를 묻는 기자들의 질의에 “탈당할 이유가 없다”고 일축한 데 이어 당원들에게 하는 신년인사에선 “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다”면서 결속을 강화하려는 모습을 보였다.
 
친박계 맏형인 서청원 의원도 앞서 언급했듯 같은 날 서한을 통해 “당이 사분오열된 상황에서 분열과 배제를 통해 진정한 개혁이 가능하다고 보느냐”면서 당초 비대위원장 내정되기 전 ‘인적 청산’은 하지 않겠다던 언약을 어겼다고 인 위원장을 비난했다.
 
아울러 서 의원은 하루 뒤인 3일에도 인 위원장이 기자간담회에서 자신의 서한에 대해 무례하다고 평한 데 대해서도 “무례하다는 표현은 이해할 수 없다. 인 위원장의 말씀은 성직자로서나 공당의 대표로서 금도를 벗어난 것”이라며 “부디 국가와 국민, 그리고 새누리당을 위해 최소한의 품격을 지켜주길 바란다”고 일침을 가했다.
 
이 뿐 아니라 이날 일부 초선의원들이 인 위원장을 지지하기로 한 반면 일부 원외당협위원장들은 서 의원을 적극 두둔하는 기자회견을 열어 각을 세웠는데, 이들은 “오늘 ‘새누리당의 대혁신을 바라는 원외당협위원장 일동’ 명의로 발표된 성명서 채택은 원천무효”라며 “오늘 성명서는 채택하지 않기로 했는데 갑자기 사전 동의 없이 발표자만 수정해 발표됐다. 사실 관계를 밝히고 책임을 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렇듯 새누리당이 당 쇄신 목적으로 단행하려는 ‘인적 청산’이 오히려 분열을 촉발시키자 야권은 이를 기회로 맹공을 퍼부었는데, 더불어민주당은 3일 박경미 대변인의 국회 브리핑을 통해 “친박은 이정현 1인 탈당으로 매듭짓고 버티기에 들어갔다”며 “인 위원장이 뽑아든 칼이 달랑 무 하나 자르고 맥없이 거둬질지 서청원, 최경환 두 의원에게까지 닿을지 모를 일”이라고 비꼬았다.
 
그러면서도 혹 인적 청산이 성공해 새누리당에 반전의 기회가 주어질 것을 우려했는지 그는 “1인 탈당이나 3인 탈당이나 오십보백보”라며 “국민들로부터 회생불가 판정을 받은 새누리당에 대한 연명치료 결과는 인 위원장이 꺼내든 인적청산의 칼이 아니라 국민들 손에 달려있다”고 인 위원장의 ‘인적 청산’ 방침까지 평가절하 하는 입장을 내놨다.
 
이렇듯 대내외에서 인적 청산을 놓고 논란이 벌어지는 와중에 인 위원장이 ‘자진 탈당’ 결행 시한으로 제시한 오는 6일 인적 청산 대상자로 분류된 친박 핵심 인사들이 입장을 선회해 자진 탈당 쪽을 택하게 될 것인지, 아니면 끝내 거부해 8일 인 위원장이 스스로 비대위원장직을 내려놓는 결단을 내리게 될 것인지 그 결과에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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