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실과는 거리가 먼 말들” “유체이탈 화법? 사과할 줄 모르니 책임 전가할 수밖에”

▲ 박근혜 대통령의 횡설수설 ‘괴상한’ 어법은 이미 오랫동안 네티즌들의 비웃음거리이자, 수없는 패러디의 대상이다. 다음은 어린이날 행사때 ‘정말 간절하게 원하면 전 우주가 나서서 다같이 도와준다’고 말한 내용. ⓒYTN
[시사포커스/고승은 기자] “바쁜 벌꿀은 슬퍼할 시간도 없다” “정말 간절하게 원하면 전 우주가 나서서 다 같이 도와준다” “바르게 역사를 배우지 못하면 혼이 비정상이 될 수밖에 없다” “이번 논쟁을 전화위기의 기회로 삼아서 우리 모두가 흔들림 없이” “그 공공 부문부터 솔선을 수범해가지고 이 직무 능력에 따라서”
 
“호랑이한테 물려가도 정신을 차리면 된다는 그런 말이 있듯이. 우리의 핵심 목표는 올해 달성해야 될 것은 이것이다 하는 것으로 정신을 차리고 나아가면 우리의 그 어떤 에너지를 분산시키고 해낼 수 있다는 그런 마음을 가지셔야 될 거라고”
 
박근혜 대통령의 누구도 알아듣기 어려운 횡설수설 ‘괴상한’ 어법은 이미 오랫동안 네티즌들의 비웃음거리이자, 수없는 패러디의 대상이다. 박 대통령의 말은 반드시 ‘번역기’가 있어야 겨우 알아들을 수가 있다.
 
이와 관련, ‘박근혜의 말’이라는 저서를 낸 한국어 전문가인 최종희 언어와생각 연구소 소장은 박 대통령의 어법에 대해 “괴상망측하다”고 비판했다
 
최 소장은 3일 오전 SBS <박진호의 시사전망대>와의 인터뷰에서 박 대통령의 화법의 가장 큰 특징에 대해 “진실과는 거리가 먼 말들이라고 할까요. 그렇기 때문에 저는 그것을 이 책자(저서)에서 언어성형이라고 표현했다”고 말했다.
 
◆ 말을 ‘쓸데없이’ 늘리는 이유는?
 
그는 이른바 ‘언어성형’에 대해 “진실과 거리를 둔 말”이라고 설명하며 “일반적으로 정치가들이 언어성형을 하기는 한다. 그러나 박 대통령의 경우에는 정도가 심하고 양이 많고 반복되고 습관적이라는 특징이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나아가 “말 전체가 그럴듯해 보이면, 그걸 그대로 흡수하려고 하는 그런 경향이 아주 심하다. 가시적인데요. 그래서 솔선수범이라는 낱말 뜻을 정확히 알지를 못하고. 그럴듯하니까 그것을 ‘솔선을 수범하고’로 늘이고, ‘생각하다’라는 말을 갖다가 ‘생각을 하고’, 그 다음에 어떤 경우에는 ‘생각을 하고나서는’, ‘생각을 하고 나설랑은’.등으로 늘리는 경향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같이 말을 늘려서 하는 이유에 대해선 “자기 과시적이거나, 권위적이거나, 그러니까 수평적인 대화가 아닌 일방적인 하향지시적이나 그런 경우에 많이들 사용한다”고 꼬집었다.
 
특히 지난 1일 박 대통령이 ‘돌발’ 청와대 출입기자간담회에서 ‘세월호 참사’를 거론하며 “정확하게 말씀드릴 수 있는 것은 그날 저는 정상적으로 이 참사, 이 사건이 이런 게 터졌다 하는 것을 보고 받으면서 계속 그것을 체크를 하고 있었다”고 장황하게 강변한 데 대해서도 최 소장은 일침을 날렸다.
 
최 소장은 “의사소통의 기본, 즉 상대방에게 쉽게 이해시키고 설득하고 설복시키려는 의도보다는. 그저 일방적으로 자기 말을 하기 위해서, 꾸려내기 위해서 급급하다 보니까 그런 식으로 말이 늘어난다”라며 “그 다음에 사태를 정확하게 정면으로 보는 책임질 수 있는 말을 회피하려다 보니까 자꾸만 불필요한 관형어가 들어가게 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이런, 저런, 이, 그, 저. 이런 따위의. 그렇게 해서 자기 스스로도 자기가 하는 말에서 긴장에서 벗어나려고 하고. 상대방에게는 반대로 뭐가 되느냐면 핵심을 호도시키는, 오히려 의사전달력 부분과 효과면에서는 정반대가 된다”고 분석했다.
 
◆ 최태민 애용 단어들이 '쏙쏙'
 
최 소장은 또 박 대통령이 ‘혼이 비정상’ ‘온 우주가 도와준다’ 등의 말을 한 데 대해선 최태민씨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분석했다. 그는 “최태민 씨가 애용하던 낱말들이 지금 박근혜 대통령의 어법 속에 그대로 들어있다. 우주, 정성, 혼, 마음, 일편단심, 정신, 기운. 이런 게 전부 다 최태민 씨가 애용하는 낱말”이라고 꼬집었다.
▲ 박 대통령의 발언 중, 대표적인 패러디 대상 중의 하나인 ‘혼이 비정상’ 발언 중 ⓒYTN
그러면서 “벌써 40여년 전에 했던 연설을 보면 그 안에도 벌써 ‘하늘의 뜻을 잘 받들어서 온 마음으로 그것을 하게 되면 우리가 새마을운동을 이뤄낼 수 있다’는 축사 내용이 있다”며 “당시에 썼던 낱말이나 대통령이 된 후에 쓰는 낱말이 변화가 없다. 거기서 벗어나질 못한다”고 비판했다.
 
최 소장은 또 박 대통령의 주특기인 유체이탈 화법에 대해서도 “출발점에는 자기가 가장 높은 사람, 심지어는 자기가 잘못하지 않는다. 무오류의 착각까지도 젖어있는 사람이다. 그러다 보니 책임질줄 모르고 책임을 느끼지 못하니까 사과할 줄 모르는 것이다. 사과할 줄 모르니 책임을 다른 쪽으로 전가할 수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그는 특히 박 대통령이 어린 시절 청와대에 머문 것 자체가 비극적이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일상생활 언어를 익히지 못하고, 일상적으로 이뤄질 수 있는 토의나 토론 등을 전혀 할 수 없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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