潘 중심 ‘빅텐트론’에 文 ‘野 통합론’ 내세워 맞불

▲ 대선이 점차 목전으로 다가오면서 대선 승리를 위해 반 전 총장을 중심으로 각 세력이 모여 대선 연대를 이룬다는 '빅텐트론'이 조심스럽게 떠오르고 있다. 사진은 좌로부터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 김무성 개혁보수신당 의원, 김동철 국민의당 비대위원장, 손학규 동아시아미래재단 상임고문. 사진 / 시사포커스DB
[시사포커스 / 김민규 기자] 해가 바뀌고 이제 대통령 선거가 치러질 2017년으로 접어들면서 그간 물밑 경쟁이 계속되어온 대선 레이스는 반기문 총장의 귀국을 앞두고 더욱 격해지는 모양새다.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과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강 구도로 초박빙의 접전을 펼치는 가운데 마땅히 경쟁력 있는 대선주자를 갖추지 못한 정당들에선 현 국면을 어떤 식으로 돌파해야 대선 승리의 그림이 나올 수 있을지 고심 중인데, 그 과정에서 ‘빅텐트론’ 등 다양한 의견이 제시되고 있어 이목을 끌고 있다.
 
반기문과 문재인 두 후보 중 일단 아직 귀국하지도 않은데다 국내에 별 다른 정치적 기반이 없는 반 전 총장을 영입해 대선 승리를 거머쥐려는 원내 정당들은 과거 DJP연합과 같은 일종의 연립정권을 만들어내고자 ‘빅 텐트론’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또 이재명 성남시장 등을 비롯해 상위 대선후보군이 대체로 민주당에 포진해 있고 사실상 친문재인계가 장악하고 있는 민주당에 대한 반문 정서가 심지어 다른 야권 정당에서도 적지 않다 보니 문 전 대표에 모두 각을 세우는 실정이다.
 
문 전 대표 역시 자신을 견제하기 위한 공동전선이 펼쳐지는 데 대해 부담을 느낀 나머지 ‘정권교체’ 필요성을 명분 삼아 해묵은 ‘야권 통합론’까지 다시 꺼내들었지만 별 다른 유인 요인이 없다는 점에서 일단 실현 가능성은 없는 그저 선언적 성격의 맞대응 정도로 비쳐지고 있다.
 
◆ ‘대선 연대’ 빅텐트론, 가능성 있을까
 
지난달 29일 주승용 국민의당 원내대표는 취임 직후 “정권교체를 위해선 친박과 친문을 제외한 모든 세력을 하나로 모아야 한다”며 ‘빅텐트론’을 적극 추진할 의사를 내비쳤다.
 
즉, 국민주권개혁회의 출범을 준비 중인 손학규 동아시아미래재단 상임고문과 비박계의 개혁보수신당 세력, 또 이달 중순경 귀국 예정인 반 전 총장 등이 모두 반패권주의의 기치 아래 자신들과 함께 뭉쳐 대선 연대를 해나가겠다는 것인데, 그러다보니 어떤 면에선 제3지대의 또 다른 별칭처럼 풀이되고 있다.
 
그래선지 손학규 상임고문은 이에 대해 단순히 정략적 차원에서 선거를 위한 정당 간 연대 수준이 아니란 점을 분명히 했는데, 그는 2일 오전 MBC라디오 ‘신동호의 시선집중’과의 인터뷰에서 “제가 지금 생각하는 건 그저 단순한 정계개편이 아니라 우리나라 정치의 틀을 바꾸자고 하는 것”이라며 “기득권과 패권을 거부하는 개혁세력이 정당 소속 여부를 떠나 폭넓게 참여할 것을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손 상임고문은 “앞으로 1월 달 지나서 2월, 3월에는 한국 정치에 커다란 변화, 빅뱅이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대략적인 시점까지 예상했는데, 자신과 마찬가지로 개헌을 주장해온 민주당 내 김부겸 의원과 같은 비주류 세력이나 독자적으로 대선 승리가 어려워진 국민의당 세력 등과의 연대 가능성은 물론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에 대한 반성과 성찰을 전제로 한다면 개혁보수신당과도 손잡을 수 있다는 입장을 보였다.
 
다만 그는 정당 간 연대가 아니라 ‘헤쳐 보여’ 식의 연대임을 분명히 하면서 국회의원이나 지자체장 뿐 아니라 시민사회단체, 학계 인사 등 각계각층을 아우르는 폭넓은 연대가 될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이에 그치지 않고 손 상임고문은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전 비대위 대표와 같은 개헌파를 비롯해 반 전 총장과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 등 대선주자들과 함께 할 수 있을지 여부에 대해서도 “충분히 그럴 가능성이 있다”며 긍정적 반응을 내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렇듯 일단 손 상임고문이 적극적 의사를 밝히면서 새 원내지도부를 갖춘 국민의당과 더불어 빅텐트 구성 논의가 급물살을 탈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되지만 아직 대선 승리를 위해 반드시 필요한 반 전 총장의 행보가 가장 큰 변수로 꼽히고 있다.
 
또 빅텐트 구성원 중 한 명으로 거론된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의 경우 “지금은 대선 연대나 시나리오를 말할 때가 아니다”라며 정작 대선 연대에 부정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다는 점도 또 다른 변수가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최근 원내대표 경선에서 안 전 대표가 지원하던 안철수계 김성식 전 정책위의장이 호남 중진의 지지를 받은 주승용 원내대표에 밀려 낙선한데다 자신이 일찍이 “박근혜 대통령을 거짓말로 국민께 홍보한 사람은 절대 다음 정권을 꿈꾸면 안 된다”며 연대 가능성을 일축했던 개혁보수신당과도 호남 중진들은 적극 연대할 여지를 내비친 데 대한 불만이 적지 않은 것으로 비쳐지고 있는데, 심지어 지난 1일에는 새해 단배식을 비롯한 당 공식일정에 별 다른 설명 없이 모두 불참하면서 이 같은 해석에 더욱 힘을 실어주고 있다.
 
이에 반해 당시 새해 단배식에서 호남 중진 의원들은 창당주체인 안 전 대표의 불참에 아랑곳 않고 “국민의당 중심으로 정권교체를 이뤄내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는데, 이 때문에 지지율이 저조한 대권주자인 안 전 대표에 총선 승리를 기대할 수 없는 호남 중진들이 안 전 대표의 의중을 무시한 채 대선 연대를 가속화해나갈 것이란 관측이 더욱 설득력을 얻고 있다.
 
이런 주장은 오는 15일 치러질 당 대표 경선에 출마키로 한 박지원 전 비대위원장이 2일 전북도의회에서 가진 기자회견을 통해 “이번 대선에서 큰 판을 만들어야 한다. 국민의당 대통령 후보가 반드시 국민의 대통령이 되도록 만들겠다”면서 “반기문 전 UN사무총장이 국민의당의 정신을 인정하고 호남의 정체성 등을 인정한다면 환영”이라고 밝힌 데서도 여실히 드러나고 있다.
 
한 자리 수 지지율로 추락한 안 전 대표를 더는 국민의당 대통령 후보로 내세우기를 사실상 포기하고 반 전 총장과 함께 대선을 치르겠다는 뜻을 내비친 것인데, 반 전 총장을 향해 내세운 연대의 전제조건도 국민의당 입당이 아닌 ‘호남 정체성 인정’이란 점 역시 앞서 ‘정당 소속을 떠난 반패권주의 기반의 헤쳐모여식 연대’가 될 것이라 주장한 손학규 고문의 주장에 무게를 실어주고 있다.
 
여기에 지난달 28일(현지시각) 미국 외교전문지인 <포린 폴리시>의 보도에 따르면 ‘빅텐트론’의 핵심이 될 반 전 총장도 자신이 이제 와서 신당을 창당하는 건 “지극히 어려울 것”이라고 밝혀 귀국 후에도 마지막까지 고민하다가 개혁보수신당으로 이나 빅텐트 구성 등으로 자신의 거취를 정할 것이라 전망되고 있다.
 
◆ ‘견제’ 나선 문재인, 野 통합론으로 ‘흔들기’
 
▲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대권경쟁자인 반 전 총장을 중심으로 대선 연대가 구성되려는 움직임에 대해 경계심을 드러내고 있다. 사진 / 시사포커스DB

이런 움직임을 가장 경계하고 있는 건 물론 ‘빅텐트’의 ‘공공의 적’이 된 문재인 전 민주당 대표다.
 
문 전 대표는 2일 국회에서 정세균 의장을 예방한 뒤 기자들을 만난 자리에서 “국민의당과 대선 과정에서 힘을 모으기를 바라는 마음이 간절하다. (우리는) 다함께 김대중 대통령과 노무현 대통령 두 민주정부의 후예”라며 “정권교체란 대의 앞에서 민주당과 국민의당이 힘을 모으기를 간절히 바란다”고 야권 통합론을 내세웠다.
 
하지만 ‘빅텐트’를 구성할 하나의 주축이 되고 있는 국민의당이 이에 응할 리 만무하다는 점에서 문 전 대표의 이 같은 제안은 실상 정권교체 실현 가능성을 내세워 국민의당 지지층을 포함한 야권 표를 최대한 자신에게로 끌어들이는 한편 대선 승리를 위해 정략적 이합집산을 시도한다고 국민의당을 몰아붙일 대의명분을 확보하려는 차원에서 이뤄졌다는 해석이 많다.
 
이 뿐 아니라 ‘빅텐트’ 구성을 어떻게든 저지하기 위해 문 전 대표는 “요즘 일각에서 국민의당이 새누리당에서 떨어져 나온 비박과 연대한다는 얘기가 나오는데 그건 호남 민심과 어긋하는 일이기 때문에 그렇게 흘러가지 않는다고 믿는다”고 한층 노골적으로 견제구를 날렸는데, 설령 빅텐트 구성을 막지 못하게 된다 해도 이 같은 견제성 발언을 통해 현재 호남에서 국민의당과 벌이고 있는 지역민심 확보 경쟁에서 우위에 서겠다는 의도를 드러낸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이런 문 전 대표의 노림수를 간파했는지 ‘빅텐트’ 구성원이 될 정당들은 한 목소리로 연일 견제구를 던지는 문 전 대표를 향해 반격을 퍼부었는데, 김동철 국민의당 위원장은 같은 날 “문 전 대표는 통합을 얘기하기 전에 지난 10년 두 번의 대선에서 패배하고 호남민들에게 피눈물을 안겨주고도 한마디의 사과도 없는 것에 대한 회개가 먼저다”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또 비박계가 세운 개혁보수신당 측에서도 정병국 창당추진위원장이 같은 날 창당준비회의 직후 브리핑에서 “문 전 대표는 더 이상 지역주의에 편승해 대권 욕망을 채우려고 해선 안 된다”며 “당내 줄세우기를 넘어 다른 정당까지 자기 아래 줄세우려고 하는 반헌법적 언사”라고 문 전 대표의 야권 통합론을 비판했다.
 
하지만 보수 성향이 강해 지역민심의 변동이 상대적으로 적은 영남지역과 달리 호남 민심은 국민의당에서 개혁보수신당과의 연대 가능성이 불거지자마자 돌아서는 모습이 나타나고 있어 ‘빅텐트’에 함께 하려는 국민의당 지도부의 고민이 깊어지게 만들고 있는데, 문제는 지역민심이 이반된 정당과 대선 연대를 이룬다 한들 실익이 없다보니 대선 키를 쥐고 있는 반 전 총장 측이 ‘빅텐트’에 국민의당을 포함시킬지 여부에 대해 신중하게 접근할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당을 ‘빅텐트’에 포함시키면 충청의 반 전 총장과 영남의 개혁보수신당, 호남의 국민의당으로 반 총장이 강조한 ‘대통합’의 형세를 외견상 갖춘 전국적 성격의 연대를 이루게 되는 상징적 의미는 있지만 국민의당이 호남 표를 끌어오지 못하는 상황에서 오히려 대북 안보관이 상극인 이들과의 섣부른 연대가 개혁보수신당을 지지하고 있는 영남권 보수층의 이탈만 불러올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빅텐트’의 핵심이 될 반 전 총장이 어떤 선택을 할 것인지 벌써부터 그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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