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주자 대부분 찬성, 문재인 “법제화된다면 찬성” 국회의 몫으로 넘겨

▲ 후보 단일화가 필요없고, 사표를 줄이는‘결선투표제’도입에 대한 논란이 대선정국의 쟁점으로 떠올랐다. 사진 / 시사포커스DB
[시사포커스 / 오종호 기자] 개헌논란과 개헌시점 논란을 거쳐 이제 결선투표제에 대한 논란이 벌어지고 있다. 대선구도를 결정할 수 있는 민감한 사안으로 여야는 물론 각 후보별로도 이해관계에 따라 도입여부에 신경을 곤두세울 수밖에 없다.
 
결선투표제는 선거에서 당선조건으로 '일정한 득표율 이상을 획득할 것'을 요구하는 경우에 있어서 해당 조건을 만족하는 후보가 없을 시, 득표수 순으로 상위 후보 몇 명만을 대상으로 결선투표를 실시하여 당선자를 결정하는 방식이다. ‘일정한 득표율 이상’은 대체로 과반수의 득표율을 말하는데 1차 투표에서 1위를 차지한 후보가 과반 득표를 얻지 못한 경우, 1~2주 정도 후에 1·2위 후보를 대상으로 다시 선거를 치러 승리한 후보를 당선인으로 인정한다.
결선투표제를 채택하고 있는 국가는 프랑스의 대통령선거가 대표적이고 러시아, 체코, 아르헨티나, 브라질 등 대다수 동유럽과 남미 국가에서도 대통령 선거에서 결선투표제를 채택하고 있다.
 
◆ 문 전 대표 외 대부분의 대선주자 결선투표제 찬성
문 전 대표를 제외한 대부분의 대선주자들은 결선투표제를 선호한다. 여론조사에서 2위 이하의 지지율을 얻고 있는 후보군들로서는 뒤집기 시도가 가능해 당연히 지지하는 방식이다. 더구나 민주당을 제외한 야당들로서는 선거기간 중에 야권통합, 야권후보 단일화 등의 요구를 받지 않아도 되므로 선호하지 않을 수 없다.
 
▲ 후보 단일화가 필요없고, 사표를 줄이는‘결선투표제’도입에 대한 논란이 대선정국의 쟁점으로 떠올랐다. 안철수 국민의당 전 대표는 적극적으로 도입을 주장한다. 사진 / 고경수 기자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는 23일 기자간담회에서 “결선투표제를 반대하는 건 기득권 정치 논리”라며 명확한 입장을 보이지 않는 문 전 대표를 강하게 비판했다. 국민의당도 즉각적인 개헌추진과 결선투표제도입을 당론으로 정했다.
 
심상정 정의당 대표는 일지감치 결선투표제를 주장해 왔는데, 문 전 대표에 대해서 “문 전 대표의 소극적 태도가 선두주자로서 ‘굳히기’를 위한 것 아니냐는 일각의 문제 제기가 사실이 아니리라 믿는다. 그동안 내세웠던 공약을 실현할 가장 좋은 기회가 왔는데 발을 빼는 이유를 모르겠다”고 꼬집기도 했다. 심 대표는 26일 안철수 전 대표와 만나 결선투표제를 논의하기 위해 야권의 대권주자들로 ‘8인 정치회의’를 열어 논의하자고 제안하기도 했다.
 
이재명 성남시장도 SNS에 “결선투표를 도입하는 것이 국민 의사가 대선에 제대로 반영되게 하는 정도”라고 강조했으며, 박원순 서울시장도 “개헌과 별도로 대선 결선투표 도입이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부겸 민주당 의원, 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 등도 결선투표제를 찬성하고 있다.
 
단일여당 때는 반대를 하던 여당 대선주자들도 분당이후 긍정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다.
오세훈 전 서울시장은 “국민 다수의 지지를 받는 정권을 탄생시키기 위해 검토해볼 만하다”고 했고, 남경필 경기지사는 “집권 이후 연정을 위한 토대로 작동할 수 있어서 찬성한다”고 적극적인 의사를 표했다. 유승민 의원은 “개헌 사안인지 논란부터 해결해야 한다”면서도 “도입에는 원론적으로 찬성한다”고 말해 야권이 선호하고 야권 위주로만 논의가 이어지던 결선투표제에 여권도 대부분 원론적이지만 찬성한다는 입장이다.
 
반면 안희정 충남지사는 뚜렷한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안 지사측 김진욱 공보특보는 23일 "그 부분은 아직 입장을 정하지도, 발표한 바도 없다"고 밝혔다.
 
◆ 문 전 대표 “법제화된다면 환영”이라며 국회에 넘겨
이런 결선투표제는 당연히 1위 후보에게는 불안하고, 2~3위 후보에게는 기대를 걸어볼만한 방식이다.
그래서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는 소극적인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는데, 그 역시 29일 SBS ‘3시 뉴스브리핑’에 출연해 “결선투표제가 법제화 된다면 대환영”이라고 밝혔다. 그는 “ 이미 지난번 대선 때 결선투표제를 공약했다. 결선투표제가 바람직하다고 생각다”면서 “왜 바람직한가 하면 안철수 대표의 주장처럼 과반 수 넘는 지지를 받는 대통령, 이런 면에서도 필요할 수 있지만 지난번 대선 때 처럼 인위적으로 당이 다르고 정강정책이 다른데 인위적으로 단일화를 하려고 그렇게 무리할 필요가 없다”고 결선투표제의 효과를 설명했다.
▲ 후보 단일화가 필요없고, 사표를 줄이는‘결선투표제’도입에 대한 논란이 대선정국의 쟁점으로 떠올랐다.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는 적극적으로 도입을 주장한다. “법제화된다면 환영”이라고 밝혔다. 사진 / 고경수 기자
그는 그러나 “다만 지금 짚어줘야 되는 부분은 과연 결선투표제가 현행법으로 가능할 것인가”라면서 “개헌까지 필요한 것인지 하는 것에 대해서 논란이 있기 때문에 그런 부분들은 국회가 헌법적인 판단도 해가면서 그냥 정당들 간에 논의하면 될 문제다. 결선투표제는 저에게 물어볼 문제가 아니고 헌법에게 물어볼 문제다. 저는 이번에 결선투표제가 가능하다고 판단돼서 만약에 법제화 된다면 대환영”이라고 개헌이 필요한지 여부에 대한 판단을 국회에 맡겼다.
 
◆ 결선투표제 도입 위해 개헌이 필요한가에는 각계의견이 분분
결국 이 논란은 결선투표제를 도입하기 위해서 개헌이 필요한가가 핵심관건이 된 상황이다.
이에 대해 국회 입법조사처가 "현행 헌법 상 대선은 상대다수대표제로, 절대다수대표제인 결선투표를 도입하려면 헌법개정이 필요하다"하다는 판단을 내면서 이례적으로 정치논쟁에 뛰어든 상황이 됐다. 백재현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문의에 대해 유권해석을 내린 것이다.
 
백 의원은 26일 "국회 입법조사처에서 대통령선거 결선투표제에 대한 입법조사를 의뢰한 결과 헌법 개정 없이는 불가능한 것으로 판단된다는 답변을 받았다"면서 "결선투표제가 헌법 개정 사항이라는 점을 확인한 만큼 정치권은 관련 제도 도입 논란을 멈춰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또 "결선투표제가 더욱 민주적인 대통령 선출을 가능하게 하고 도입이 필요한 제도라고 해도 이는 국민적 합의를 이뤄야 하는 사항"이라며 "우리 나라는 법률 개정을 국민투표에 부치는 절차가 없기 때문에 헌법 개정이 아니고서는 헌법 개정에 준하는 국민적 합의를 확인할 길이 없다"고 해석했다.
 
그러나 그렇다고 논란이 사그라진 것은 아니다.
선거제도와 관련된 헌법조항은 제4장 정부 제1절 대통령 조항에 있는 제 67조이다.
제67조 중 2항은 ‘선거에 있어서 최고득표자가 2인 이상인 때에는 국회의 재적의원 과반수가 출석한 공개회의에서 다수표를 얻은 자를 당선자로 한다’고 되어있다. 또 3항은 ‘대통령후보자가 1인일 때에는 그 득표수가 선거권자 총수의 3분의 1 이상이 아니면 대통령으로 당선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고, 제 5항은 ‘대통령의 선거에 관한 사항은 법률로 정한다’로 명시되어 있다.
입법조사처는 67조의 이들 조항을 포괄적으로 해석해 결선투표제를 인정하지 않는 것으로 해석하고 개헌이 필요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결선투표제는 개헌사항이라는 것에는 학계에서도 의견이 분분해 여러 가지 해석이 나오고 있다. 장영수 고려대 교수는 “현행 1987년 헌법은 결선투표를 배제하기 위해 만든 헌법”이라고 개헌이 필요하다고 해석했다. 이현환 아주대 교수도 “헌법은 ‘최고 동수 득표자’ 2인 이상일 때만 국회에서 결선투표를 허용한다”며 결선투표에 대해 제한적이고 소극적인 입장을 취했다.
 
하지만 김종철 연세대 교수는 “결선투표를 허용하지 않는다는 명시적 헌법 조항이 없다”며 헌법이 아닌 법률개정사안으로 봤다. 이밖에 “헌법은 ‘동수득표자’ 규정과 ‘1인 출마’ 규정을 제외한 나머지 경우는 공직선거법에 위임하고 있다”며 결선투표제 도입이 선거법 개정으로 충분하다는 견해도 적지않다.
 
◆ 선거법 개정을 포함 개헌사안 여부도 정치권이 해결해야
정치학자인 박상훈 전 후마니타스 대표는 “관련 학계의 의견이 엇갈릴 경우 선출직 헌법기관인 국회가 논의해 결정하는 게 민주주의 원리에 맞다”고 했다. 결국 해결은 정치권인 입법부가 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 후보 단일화가 필요없고, 사표를 줄이는‘결선투표제’도입에 대한 논란이 대선정국의 쟁점으로 떠올랐다. 노회찬 정의당 원내대표는 "법률개정만으로 도입이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사진 / 고경수 기자
이에 대해 노회찬 정의당 원내대표는 27일 “대선과 국회의원 선거는 상대 다수제로 실시하지만, 헌법 어디에도 대선이나 총선을 상대 다수제로 실시해야 한다는 명문화된 규정은 없다. 상대 다수제를 명문화한 조항은 공직 선거법”이라며 “그동안 한국 정치는 각종 선거 제도와 관련하여 원내 정당들의 합의에 의해 처리해 온 전통이 있다. 결선투표제 도입도 국회에서 정당들이 합의하면 된다”고 주장했다.
그는 "현행 상대 다수제를 절대 다수제로 바꾸기 위해서는 헌법에 손을 댈 것이 아니라 공직 선거법에 당선자 선정과 관련된 해당 조항을 개정하면 된다"면서 “대선에서 과반수를 얻은 후보자가 없을 때, 1위와 2위를 상대로 대선일로부터 14일째 후에 결선 투표를 실시하는 내용으로 공직 선거법을 바꿔야 한다”고 법률개정만으로 도입이 가능함을 역설했다.
 
결국 이 논의는 정치권인 국회가 해결해야할 사안일 수밖에 없다. 문 전 대표도 국회논의를 요구했으니, 여야가 개헌특위를 구성해 운영을 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에 대한 해석과 합의도 추진해볼 수 있다.
헌법은 67조를 비롯해 그 어느 조항에서도 결선투표제에 대해 아무것도 규정하지 않은 것으로 해석하는 견해가 정치권에서는 우세해 보인다. 따라서 개헌사항인지 아닌지에 대한 논란보다 공직선거법 개정논의를 우선하는 것이 정치권의 합의를 도출하는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방안일 수 있다.
결선투표제가 헌법정신에 반하는 것이 아니라면 법률로서 정하는 것은 문제가 아닐 것이다.
 
탄핵심판에 대한 헌법제판소의 ‘신속한’ 심리과정을 보면 심판이 1월 말까지로 당겨질 가능성도 점쳐진다. 그만큼 대선일정도 당겨지게 된다. 따라서 대선구도를 좌우하고, 유권자의 사표를 방지할 수 있는 결선투표제의 도입여부도 서둘러야할 것이다.
결선투표제가 헌법정신에 어긋나지 않는다면 이런 취지에 맞게 법률로 정하면 될 것이다. 그럴리야 없겠지만, 만에 하나 위헌적 요소가 있다면, 법률을 정한 이후에 따져도 될 일이다.
저작권자 © 시사포커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