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들도 공범이다’ ‘수신료 JTBC에 주자’ 성토…골목으로 숨기까지”

▲ KBS 내 15년차 이상 기자들이 26일 “탄핵 정국은 KBS를 직격하고 있다. ‘국민의 방송’이 아니라 ‘부역자 방송’으로 불리고 있다. 국민들은 KBS도 탄핵하고 있다.”며 고대영 사장의 퇴진을 촉구하는 내용의 성명서를 발표했다. ⓒ뉴시스
[시사포커스/고승은 기자] KBS 내 15년차 이상 기자들이 “탄핵 정국은 KBS를 직격하고 있다. ‘국민의 방송’이 아니라 ‘부역자 방송’으로 불리고 있다. 국민들은 KBS도 탄핵하고 있다.”며 고대영 사장의 퇴진을 촉구했다.
 
26일 KBS 15년차 이상 기자 104명은 성명을 통해 “총체적 위기다. ‘이게 공영방송이냐?’라는 분노에도 사장과 보도 책임자들은 꿈쩍도 않는다. 오히려 ‘공정보도를 해왔다’며 적반하장“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이들 중에는 이정현 전 새누리당 대표(당시 청와대 홍보수석)의 ‘세월호 보도외압’을 폭로했던 김시곤 전 보도국장도 포함돼 있다.
 
이들은 “최순실 국정농단 게이트가 시작된 이래 한달 동안 KBS는 관련 보도를 거의 하지 않았다.”면서 “보도를 촉구하는 기자협회장에게 보도국장은 ‘최순실이 박대통령 측근이냐? 증거가 어디있냐’며 역정을 냈다.”고 지적했다.
 
이어 “TF를 구성해야 한다는 노조의 요구에 보도본부장은 ‘야당이 문제제기하면 그게 여론이냐?’고 강변했고, 뉴스는 ‘최순실의 최’자도 꺼내지 못했다.”면서 이를 ‘최순실 게이트 보도참사의 시작’으로 규정했다.
 
이들은 “그렇게 한 달 동안 ‘최순실’을 무시하다가 우리 뉴스는 하루아침에 아무런 논의도 없이 돌변했다. 대통령이 ‘최순실 의혹’에 대한 엄정조사를 발표하기 직전 보도본부장은 간부회의에서 ‘최순실.. 이게 어찌된 것인지..’라며 적극 보도를 주문했다.”며 “부끄럽지도 않은가? ‘청와대와 교감한다’는 의심을 받아도 할 말이 없다”고 성토했다.
 
이들은 또 “박 대통령이 느닷없이 ‘부산 엘씨티 사건 철저조사’를 말하자, 보도본부장은 ;인력을 보강해 철저하게 취재하라‘고 지시했다”면서 “이런 KBS는 국민의 방송인가, 청와대 방송인가?”라고 힐난했다.
 
이들은 “간부들의 비굴함은 현장의 고통으로 이어졌다.”며 “촛불 현장에서 기자들은 모욕 속에 쫓겨 다녔다. KBS 중계차는 ‘니들도 공범이다’, ‘각성하라’는 글귀로 덮인 뒤 골목으로 숨어야 했다. ‘수신료를 JTBC에게 주자’는 뼈아픈 인터넷 댓글이 줄을 이었다. 시청률 추락은 당연한 결과였다”고 꼬집기도 했다.
 
이들은 특히 KBS의 신뢰도가 JTBC에 크게 밀린 것을 언급하기도 했다.
 
지난 16일 <한국갤럽>에 따르면, ‘요즘 어느 방송사의 뉴스를 가장 즐겨보는가’라는 질문에 45%가 JTBC라고 답했다. 공영방송인 KBS는 18%에 그쳤다.
 
특히 ‘박근혜 탄핵’에 결정적 영향을 미쳤던 JTBC의 ‘최순실 태블릿 PC’ 보도 이후, 급반전이 일어났다. KBS는 10월 26% → 11월 17%로 추락한 반면, JTBC는 10월 19% → 11월 42%로 급등했다. KBS는 그동안 계속 1위를 지키고 있었으나, 해당 사건 이후로 JTBC에 뒤쳐졌다.

이들은 이에 대해 “대형 사건사고 때 KBS를 찾는다는 신화도 깨진 것이다. PC와 모바일을 통한 시청 행태를 고려하면 사실상 JTBC에 이미 뒤지고 있다.”며 “‘시청률 1위’ ‘영향력 신뢰도 1위’의 KBS는 어디로 갔는가?”라고 개탄했다.
 
이들은 고대영 사장 측이 자사의 보도에 비판적인 목소리를 낸 기자에 대해 ‘인사보복’ 했음을 거론하며 “한 달간 계속된 ‘최순실 보도 참사’의 최종 책임자는 누구인가? 국장, 본부장인가? 아니다. 역시 고대영 사장”이라고 직격하며 “‘그분에게 누가 되는 방송’은 조금이라도 피하려는 사장의 뜻이 보도본부에 관철된 것 아닌가?”라고 힐난했다.
 
해당 기자들은 박정훈 SBS 신임 사장이 취임하면서, 그간 SBS의 보도에 대한 반성이 담긴 취임사를 발표했던 일과 아무런 반응이 없는 KBS 측의 반응을 대조하며 "우리는 아무런 반성도 사과도 없다"고 꼬집으며 고 사장의 퇴진을 촉구했다.
 
 
다음은 KBS 15년차 이상 기자 성명 전문
 
침몰하는 KBS, 문제는 사장이다. 고대영은 퇴진하라!
 
총체적 위기다. '이게 공영방송이냐?'라는 분노에도 사장과 보도 책임자들은 꿈쩍도 않는다. 오히려 "공정보도를 해왔다"며 적반하장이다. 바로 우리의 현재 모습이다. KBS는 이렇게 침몰하고 있다.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를 다시 쓰고 있는 이 거대한 탄핵 정국에 '국민의 방송, 공영방송, 영향력·신뢰도 1위'라는 KBS는 아무 존재 가치를 드러내지 못한 채 끝없이 추락하고 있다.
 
최순실 국정농단 게이트가 시작된 이래 한 달 동안 KBS는 관련 보도를 거의 하지 않았다. 보도를 촉구하는 기자협회장에게 보도국장은 '최순실이 박대통령 측근이냐? 증거가 어디 있냐?'며 역정을 냈다. TF를 구성해야 한다는 노조의 요구에 보도본부장은 '야당이 문제제기하면 그게 여론이냐?'고 강변했다. 뉴스는 '최순실의 최'자도 꺼내지 못했다. '최순실 게이트 보도참사'의 시작이다.
 
그렇게 한 달 동안 '최순실'을 무시하다가, 우리 뉴스는 하루아침에 아무런 논의도 없이 돌변했다. 대통령이 '최순실 의혹'에 대한 엄정조사를 발표하기 직전이다. 본부장은 그날 아침 간부회의에서 '권력 감시가 언론 본연의 기능'이라고 말했다. 국장은 '최순실... 이게 어찌된 것인지...'라며 적극 보도를 주문했다. 부끄럽지도 않은가? '청와대와 교감한다'는 의심을 받아도 할 말이 없다.
 
부끄러움은 또 있다. 두 번의 대국민 사과를 한 박대통령이 느닷없이 '부산 LCT 사건 철저조사'를 말하자 보도본부장은 '인력을 보강해 철저하게 취재하라'고 지시했다. '최순실 게이트' 때와는 전혀 다른 적극성이다. 이런 KBS는 국민의 방송인가, 청와대 방송인가?
 
간부들의 비굴함은 현장의 고통으로 이어졌다. 촛불 현장에서 기자들은 모욕 속에 쫓겨 다녔다. KBS 중계차는 '니들도 공범이다' '각성하라'는 글귀로 덮인 뒤 골목으로 숨어야 했다. '수신료를 JTBC에게 주자'는 뼈아픈 인터넷 댓글이 줄을 이었다. 시청률 추락은 당연한 결과였다.
 
지난 16일 한국갤럽의 조사결과 '어느 방송사 뉴스를 즐겨보느냐'는 질문에 KBS는 18%, JTBC는 45%의 선호도를 기록했다. 최순실 보도가 시작된 지난 9월 이후 JTBC 선호도가 19%->45%로 수직 상승한 반면 우리 뉴스는 26%->18%로 추락했다.
 
선호도와 함께 시청률도 나락이다. 한때 20%를 넘나들던 9시뉴스 평일 시청률은 이제 15% 수준이다. 12월 9일 금요일, 탄핵안이 국회를 통과하던 날은 겨우 10.8%고 JTBC는 9.3%였다. 대형 사건사고 때 KBS를 찾는다는 신화도 깨진 것이다. PC와 모바일을 통한 시청 행태를 고려하면 사실상 JTBC에 이미 뒤지고 있다. 게다가 우리의 시청층 평균 연령은 60세인 반면, JTBC는 46세이다. 우리에게 미래는 있는가?
 
'시청률 1위' '영향력 신뢰도 1위'의 KBS는 어디로 갔는가? 어쩌다 사태가 이 지경에 이르렀는가? 이렇게 추락하는데 보도본부장 이하 보도간부들은 무얼 하는가? 보도 참사에 대한 사과나 반성은 없다. 난국을 타개하기 위한 어떤 조치도 없다. 오히려 후배기자들의 비판에 대해서는 '정치적 선동'이라며 징계의 칼을 꺼내든다. 기가 막히다. 이렇게 망가진 KBS, 그 뿌리는 어디에 있는가? 바로 고대영 사장이다.
 
지난해 취임한 고대영 사장은 '공영방송이 갖춰야할 핵심 가치로 공정성과 객관성'을 제시했다. 이를 공영방송 자부심의 근원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후 진행 과정은 공정성을 철저히 짓밟는 폭압적인 보도 통제였다. 유체이탈은 청와대나 KBS나 마찬가지다.
 
뉴스에 대한 노조와 기자협회의 정당한 비판에 대해 사측은 어떠했나? 편성권 침해라며 징계와 보복 인사의 칼을 휘둘렀다. 징계의 최종 결재권자는 누구인가? 고대영 사장이다.
 
이뿐인가? 이른바 '이정현 녹취록' 사태 당시 보도본부를 비판한 기자를 갑자기 제주로 발령 냈다. 보도국 간부들은 '네가 그러고도 무사할 줄 알았더냐'는 비아냥도 덧붙였다. 이런 보복 인사의 최종 결정권자는 누구인가? 바로 고대영 사장이다.
 
한 달간 계속된 '최순실 보도 참사'의 최종 책임자는 누구인가? 국장, 본부장인가? 아니다. 역시 고대영 사장이다. '그분에게 누가 되는 방송'은 조금이라도 피하려는 사장의 뜻이 보도본부에 관철된 것 아닌가? 본부장과 국장은 사장의 지시에 충실한 꼭두각시일 뿐이다.
 
"대답하지 마." 지난 10월 국정감사장에서 벌어진 이 해프닝은 왜 본부장, 국장조차 KBS내에선 꼭두각시에 불과한지를 증명한 확실한 사례다. 본부장급의 임원조차 꼼짝 못할 정도로 KBS내의 모든 권한은 고대영 사장에게 집중돼 있다.
 
SBS를 보라. 최순실 게이트를 비교적 초반부터 적극 보도했음에도 불구하고 사장을 전격 교체했다. 임명한지 4개월밖에 안된 보도본부장과 보도국장도 경질했다. 교체된 사장과 8시뉴스 앵커의 첫 일성은 반성과 사과였다.
 
'작금의 국가적 위기 상황도 상당부분, 우리 언론인들이 본분을 다하지 못한 결과가 아닌가 생각합니다. 철저한 자기 성찰이 그 어느 때보다도 필요합니다. 그래야 우리의 미래가 있습니다. 취재와 보도의 자율성을 철저히 보장하겠습니다.' (2016년 12월 7일, SBS 박정훈 사장 취임사)
 
'소홀했고 부족했고 외면했습니다...... 오늘부터 시작하는 SBS 8시뉴스의 시작점은 반성입니다.' (2016년 12월 19일 SBS 김성준 앵커)
 
우리는 아무런 반성도 사과도 없다. 사장은 오히려 국회에서 'JTBC의 약진은 일시적인 것이며 KBS 보도부문 시청률은 오히려 늘어났다'고 말했다. 사장은 정녕 지금의 위기가 보이지 않는가? 무능과 정파성의 끝은 어디인가?
 
탄핵 정국은 KBS를 직격하고 있다. '국민의 방송'이 아니라 '부역자 방송'으로 불리고 있다. 국민들은 KBS도 탄핵하고 있다. 이런 위기의 해결책은 무엇인가? 문제의 근원을 뿌리 뽑는 것이다. 사장 퇴진만이 답이다.
 
고대영 사장의 진심어린 결단을 촉구한다. 공영방송 KBS의 수장으로서, 30년을 'KBS의 일원'이라는 그 자부심으로 살아왔다는 선배기자라면 흔들리는 KBS를 어떻게 일으켜 세울지 결단을 해주기 바란다.
 
2016년 12월 26일 KBS 15년차 이상 기자 104명
 
김용기 김시곤 김영근 김진수 김혜례 백인순 임병걸 정필모 신기호 한증성 박찬욱 송종문 용태영 윤제춘 김의철 우광택 이경희 정인수 백진원 신춘범 이기문 이재강 홍사훈 손관수 이창룡 김웅규 김철민 김태선 박재용 박태서 이중우 임장원 장세권 조현관 진만용 김태형 김현석 박찬형 엄경철 윤양균 황상길 김영재 김정환 안양봉 안정환 이경호 이주형 최연송 유승영 최성원 최정근 함 철 구영희 금철영 박성래 성재호 오범석 유원중 윤희진 이수연 이영석 정민욱 정제혁 한성윤 한승복 박종훈 송현정 신동곤 이해연 정충희 한보경 홍병국 권재민 김진희 김태욱 박주경 박현진 윤 상 조성훈 최서희 최영철 한상윤 황동진 김귀수 김기현 김 석 김정환 김학재 모은희 박준석 이 랑 이병도 이정화 이진성 이진석 정수영 정영훈 정윤섭 정지주 정홍규 최대수 김세정 김양순 박석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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